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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석 2005. 7. 4. 23:45
결혼을 하기 위해 옆구리에 붙은 살을 제거하려고 고통을 참았고, 아픔을 참고 비계살을 제거했던, 그 때의 애쓴 보람도 이제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셈이었다.

의사는 그랬다. 언제든지 살이 찌면 살을 제거하러 오라고. 언제든지 할 수가 있다고, 그렇
게해서 결혼에 성공하여 이대 출신의 여자를 그것도 콧대 높은 불문과 출신의 여자를
내여자로 삼았다고 친구들에게 늘 자랑을 하였다.

전문대 조경학을 전공하여 늘 열등심을 가졌었는데. 머슴의 아들이 명문대에 들어가서 학생활동을 하는 것을, 식구 모두가 늘 칭찬을 하여 자존심 상해서 어떻게던 하인을 데리고
있는 자신으로서는 뭔가 그들을 진심으로 주인을 모시게끔 하기 위해, 돈 말고 다른 어떤 것, 즉. 지식이 있는 여자를 아내로 삼았다는 자부심으로 위엄있게 부릴 수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은 광수 그 녀석이, 하인 주제에 명문대에 가서 그것도 장학금을 받고는 학생운동
활동까지 하게 된 것이 견딜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녀석 때문에 견딜 수 없어서 선경이와 결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이유중 하나였는데..,.

현철은 선경과 준호를 떼어놓기 위해 택시기사를 서초관으로 불러들였다. 기사한테 부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어야 택시기사가 협조를 해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기사는 서초관을 방문하여 현철이가 카운타에서 돈을 받고, 또 직원들이 '사장님' 하는 것을 보고는 부인과의 애정 문제로 선경을 납치해달라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이튿날 준호는 인천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우건이에게 지난번에 부탁한 일을 준비하여 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우건으로부터 준비 해놓겠다는 확답을 듣고는 안심했다.

준호는 자신의 하숙집에 하이에나 졸개들이 지키고 서서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부러 자신을 따라붙게 하려고 새벽에 어둠을 이용해서 나서지도 않았고, 뒷문으로 해서 이웃집으로 통해 나갈 수도 있었으나 그 날은 그러지 않았다.

버스 정류소에서 좌석버스를 기다리며 여유롭게 하늘을 바라보면서 야외에서 벌어질 일들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신촌으로 가서 일부러 인파속에 파묻혀 뒤를 따라오는 놈들을 따돌리는 척하면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한편 현철과 동혁은 서초동에서 차속에서 선경이가 외출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빈 오토바이 두 대가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짚차가
있었는데, 그 안에 여자 두명과 함께 중년의 남자 두명이 승차하여 대기하게 하였다.

지난번처럼 선경은 어깨에 하얗고 커다란 가방을 메고 원피스를 입고 집을 나서서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현철은 대뜸 거칠은 말을 섞어 내밷았다.

" 정말 야하게도 입었네. 형님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를 불러서 태워요."
"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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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동혁, 즉 하이에나는 갈갈한 목소리로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 날개가 나타났다. 택시기사에게 연락해서 날개가 타도록 차를 앞에다 세우라고 해. 그리고
다들 준비하고 대기하라."
" 알았습니다."

승합차 문이 열리고 사내 둘이 헬멧을 쓰고 있었다.
선경은 택시가 다가오자, 손을 들어 거부하는 제스쳐를 하고 그냥 서 있었다.
택시기사는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고는 물었다.
" 택시 잡으려고 서 있는 것 아닙니까? "

택시기사는 저 여자가 눈치를 챌 일이 없을텐데 하는 의구심을 가지며 물었다.
" 지금 탈 것 아니예요."
선경은 택시기사 얼굴을 보면서 냉냉하게 말했다. 준호가 말한 것을 기억하면서.
< 첫 번째 택시를 타지 말아. 왜냐하면 놈들이 미리 준비해놓고 미행하기 위해 대기시켜
놓은 차 일수도 있으니까.>

" 그럼 제가 기다리죠."
택시기사는 어떻해든지 선경을 태우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 귀찮게 하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선경은 택시기사의 속을 들여다 보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 젠장, 내 차가 어때서? "

그리고 다른 택시가 오지 못하게 그자리에 정차하였다. 선경이 택시 뒤로 걸어가자, 택시기사는 " 에이 제기랄! "
침을 창 밖에 탁! 내뱉고는 가버렸다.
" 형님 쟤가 왜 택시를 안타죠? "


" 글세, 정말 이상하군. 우리의 계획을 알 리가 없을텐데..."
하이에나도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잠시후 택시 한 대가 나타나자 선경은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을 쌍안경으로 지켜보던 하이에나와 현철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놀랐다.
" 아니 저 날개가 어떻게 알았지? "
현철은 성이 나서 괴성을 질렀다.

" 이것들이 보통이 아니군."
하이에나는 탄복을 하듯이 말하자, 현철이 물었다.
" 보통놈이 아니라뇨? "
" 그자식 말이야."
" 그럼 그 개자식이 시켜서 택시를 타지 않는 거란 말이죠? 시키는데로 고분고분 따라하는 것이란 말이야? "

" 그럼 그 자식 아닌 다음에 누가 저 날개에게 그런 것을 시키겠냐?"
" 바퀴벌레가 뜯어 먹을 놈 같으니라구."
현철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택시가 앞에 끽! 소리를 내며 서자 ,선경은 재빨리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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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을 태운 택시가 지나가자, 대기하고 있던 두 대의 오토바이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따라갔다. 그리고 짚차도 출발하고 현철도 뒤따랐다.

선경은 예전과 같이 전철입구에서 내려 지하도로 길을 건너 막 떠나려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오토바이는 이미 중앙선을 넘어 선경을 추적하고 있었다.
" 지금 그 여자가 지하도로 길을 건너 버스를 탔으니 신촌 방향이 아닌 잠실로 가고 있습니다."

" 뭐야 아니 날개가 신촌에서 그자식과 만나기로 해놓고 왜 거꾸로 간다야? "
하이에나는 화가 치밀어 갈갈한 목소리로 욕을 하면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 몇 정거장 가서 다시 내려 길을 건너고 있습니다."
" 환장하겠군! 아니 요것이 뭐 우리랑 첩보전을 하고 있나? 떠그랄 것 같으니라구."
" 이제 신촌으로 방향을 잡았나 보죠? "

" 그런 모양이야. 제 딴에는 우릴 따돌렸다고 안심하고 가고 있겠지."
" 그 자식이 레스토랑에 들어갔습니다."
준호를 미행하던 졸개 한테서 보고가 들어왔다.
" 어디야? "
" 홍대 입구에 있는 세느 레스토랑입니다."

" 알았어 출입구가 몇개인가 확인하고 얘들을 붙여 감시하고 있어. 지금 그리로 가고 있으니 날개가 어디로 들어가나 잘 감시해. 지난번 변장한 모습을 잘 기억하고 키와 얼굴 형태를 잘 살피도록 해야해! 알았나? "
" 네, 알았습니다."

준호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시켜놓고 천천히 홀짝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입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맥주 한 병을 다 비울 때쯤 선경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준호는 손을 흔들자, 선경은 환하게 웃으면서 준호에게 다가와 "오빠!" 하고 다정하게 말하면서 옆에 앉았다.
준호는 선경의 손을 잡고는 연인처럼 손을 들어 어깨를 감싸앉았다.
" 오빠, 나 오빠 말대로 첫 번째로 오는 택시를 안탔어."
" 그러니까 택시기사가 뭐래?"
" 왜 안타냐는 거야? 하면서 타길 바라는 투로 말하는 거야. 그래도 안타니까 아예 가질 않고 버티고 있는 거 있지? 그래서 뒤로 가니까 그제서야 투덜대면서 가더라니까."

" 분명히 그 택시기사는 일당을 벌려고 고용 되었을거야.그리고 너를 납치하려고 계획을 세운 것이 분명해."
" 그리고 전철역에서 내려 지하도로 건너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가다가 길을 건너 이리로 왔어."
" 잘했어. 하지만 그 놈들은 너를 따라붙었을걸."
" 어떻게?"
" 오토바이가 있으니까. 오토바이는 중앙선을 넘나들 수가 있거든."
" 음 그렇구나."

선경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애정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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