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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석 2005. 7. 4. 23:41
알고 있어. 그래서 레스토랑도 문이 두 개가 있는 곳에서 만나서 나올 때는 다른 문으로 나올거야."
"재미있다."
명숙은 킥킥대며 웃었다.
"나도 도망다니면서 우스워 죽겠어, 그 염병할 인간이 나를 놓치고 발을 동동구르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통쾌해. 히히..."
진경은 히히덕거리며 재미있어 견딜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어쨋든 조심해라, "
"그래 또 전화할게."
현철은 스톱 버튼을 눌르고는 한 숨을 내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의자에 앉아 팔꿈치를 무릎에 고이고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깊이 들이쉬며 얼굴을 천정을 향해 보면서 쉬지 않고 푸후하며 뿜어대고 있었다.

현철은 꽁초로 될 때까지 다 피고는 다시 한 개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리고 전화를 들어 강력계 형사로 정년 퇴직한 육촌 형에게 전화를 했다.
"네."
전화 받는 목소리는 짧게 굵게 한마디만 하고 상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형, 현철이예요."
갈갈한 목소리가 들리자, 현철이 말했다.
"그래 별 일 없지?"
"있어요."
"뭔데?"
"이것들이 오후3시에 만나기로 하였어요."
"그래? 어디서."
"신촌이라고 말하는데 어디라는 말은 없는데요?"
"알았다. 사람을 시켜서 뒤를 밟아야지."
"그리고요. 그 자식의 우리의 계획을 다 알아버렸어요. 어떻하지요?"
"다 알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위자료를 주지 않고 보따리만 달랑 싸서 내쫓으려는 것 말에요. 그리고 뒤를 밟는 것도... . 그래서 일부러 지난번에 우리를 따돌리려고 계획적으로 버스와 전철 그리고 택시를 번갈아 갈아 탔던 거예요."
"그자식이 정말 한 번 해보겠다는 거지."
현동희는 성이 나서 식식거리며 갈갈하게 소리쳤다.
"형이 직접가서 그 년놈들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장면을 사진을 찍어 봐! "
현철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마라. 기필코 요것들이 대낮에 호텔에서 작업하는 장면을 찍어서 유치장에 집어넣고 말거니까."
"형 간통죄는 아주 애매해서 형사처벌이 꼭 된다는 법도 장담을 못한다던데..."
"누가 그래?"
"내가 법무사에 가서 알아봤는데 백 명이면 오십 명만 구속된다는데 우리의 마음 먹은대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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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왜냐하면 우리가 돈이 많으니까 둘이서 작당을 해서 돈을 긁어내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검찰에서 조서를 꾸미면 돼. 그 동안에 요것들이 돈을 지 애미한테
많이 갖다 주었잖아. 그런게 다 검찰이 공소로 만들면 돈을 그 동안에 솔솔 빼간 것이 되는 거야. 또 그 자식에게도 갖다 주었을 것은 분명한 것이고. "

"알았어 형. 이따 그자식을 따라 잡아 둘이 붙어있는 장면을 꽉 잡아줘."
"그래 고것이 내 얼굴을 아니까 나는 멀리서 망원경 가지고 감시하면서 지휘할거다."
"세시에 만나면 낮인데, 대낮부터 그것들이 낮일을 벌인단 말이지?"
현철은 흥분하여 식식거리며 소리쳤다.

" 냉정하거라., 어차피 그 여자는 강을 건너갔으니까 다시 건너 오지는 않을거다."
"어떻게 냉정할 수가 있어? 내 품에 안겨서 두 팔로 나를 꼭 껴안고 속삭이던 여자이고,
사랑을 나눌 때는 나를 흥분시키던 년이 다른 놈 품에 안겨 있는 것을 생각만해도 열불이 나서 못참겠어. 막상 이 집을 나가고 그자식과 노는 것을 보니 미치겠어."

현철은 두 사람이 사이좋게 소근거리며 사랑을 나누는 것을 상상하자, 스트레스가 팍! 밀려들어 참을 수 없어 소리치며 말했다.
"알아. 너의 마음을. 하지만 그래도 참고 냉정해야 돼. 너도 더 날씬하고 이쁜 여자와 놀면 되잖아. 남자는 흉이 안되도 여자는 흉이 되는 거야."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바람을 피우는 것을 생각만 하면 괜히 흥분이 되서 미치겠는 것을 어떻해."
"빨리 매듭을 지면 차츰 잊어지게 될거야. 누구나 이혼을 하는 과정은 그런 아픔은 다 있는
거니까 그러려니 하고 참으면 차츰 잊혀지게 된다."
"알았어요. 그럼 형 꼭 그 장면을 잡아야 돼."
"알았다. 걱정말고 맘 푹놓고 있어."

현철은 담배 불이 꺼진 줄도 모르고 빡빡 빨아대다가 재떨이에 눌러 꺼버리고는 담배갑에서 한 개를 또 꺼내 입에 물고는 의자에 상체를 기대고는 천장을 보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허공에 원을 그렸다.

그러자 준호와 선경이가 알몸이 되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떠 오른다.
준호의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으로 바뀌고 신혼여행에서 한 때 자신과의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오버랩이 되었다.

그 날, 첫 날의 기억이 십년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신나고 즐겁게 재미있던 신혼생활 즐거움을 떠 올린다. 사랑을 밤새도록 나누고, 새벽에 잠이 들어 해가 솟아 오를 때까지 잠을 잔 기억을 떠올렸다.

그시절 부드러운 감촉이 지금도 생생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생각나서 현철은 어쩔줄 모른다. 갑자기 왜 이렇게 생각이 나는지 자신도 모른다.
아무래도 자신이 재혼을 한다고 해도 젊은 시절 선경과의 달콤했던 추억을 떠올리면 다시는 그런 즐거웠던 추억이 생겨나지 않을 것만 같아 화가 났다.

현철의 머리는 점점 의자 뒤로 젖혀진다. 눈의 흰 자위가 커다랗게 보이고 점점 호흡이
거칠어진다. 악! 갑자기 현철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허리를 구부리고 돼지처럼 식식거리고 있다.
"안돼, 안된단 말이야."
현철은 소리치고는 휴 하면서 숨을 내쉬고는 녹음기를 보면서 선경이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것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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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이가 자신에게 왜 욕을 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혼과 위자료를 주지 않기
위해 느긋하게 시간만 끌어오던 현철은 막상 선경이가 준호와 눈이 맞아 논다고 생각하니 여지껏 담담하였던 마음이 조급해짐을 어쩔수가 없었다.

자신의 계획이 발각되자, 어쩌면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앞서
그 동안 잔잔했던 호수와도 같은 마음이 풍랑을 만난 것처럼 흔들렸다.
바람에 밀려오는 파도처럼 밀려와서는 바위에 흰 거품을 만들면서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증거를 확보하기는커녕 숨겨둔 계획이 발각되었으니 그들도 판사 앞에 가서 말할 구실을
줬다고 생각하자 아무래도 일이 될 것 같지 않은 불안감이 자꾸 엄습해왔다.

현동희는 선경이가 외출하는 것을 감시조를 보내고 자신은 오준호의 숙소로 가서 미행할 준비를 하였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선경이 미행조와 합류하기 위해 신촌으로 향했다.

준호는 사전에 약속해둔 카페로 가면서 앉아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후 카운터에서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듣자 전화를 받으러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갔다.
"전화 바꿨습니다."
"오빠야?"
선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어디있니?"
"응, 지금 전철을 타고 내려서 택시로 갈아탔어. 이제 어떻할까?"
"오빠한테 전화해서 이곳으로 오라고 해, 내가 의논할 이야기가 있어."
"뭔데?"

"내가 오빠한테 말할테니 나중에 오빠가 시키는 데로 하기만 하면 돼."
"그럼 나는?"
"한 바퀴 돌고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중에 오빠한테 말을 듣고 시간에 맞추어 나오기만
하면 돼."
"오빠, 나 보고 싶어."
"알았으니까 며칠 후에 만나"
"응, 알았어 오빠 잘지내."
"그래."
선경의 전화를 끓고 준호는 자리로 돌아왔다.

30분쯤 지난 후 준호와 경일은 서로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먼저 경일이가 말을 꺼냈다.
"이렇게 동생을 돌봐주어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애처러워서 외면을 할 수가 없어 그리고 이렇게 만난 것을 어쩌면 하나님께서 선경이 를 도와주라는 계시인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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