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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석 2005. 7. 4. 23:25
준호는 서초관으로 출근하면서 서초동 천주교회를 지나며 선경을 생각했다.
자신은 어쩌려고 선경을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느님의 율법에 간음하지 말라 하시는 말씀이 계시는데... 또한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시명이 있거늘... 준호는 교회를 지날 때마다 하느님의 율법이
두려워 고개를 숙이며 지나간다. 성모상이 마당 한 쪽에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에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가 언젠가 준호에게 물었다. 왜 가톨릭에서는 예수님 고상에 기도를 하면 되었지
성모상에까지 기도를 하며 용서와 소망을 구하느냐고... 그건 우상을 섬기는 것이 아니냐고.
준호는 그 때 자신있게 말했었다.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예수님께 청하는데, 예수께서
용서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하여 성모마리아님께 청하는 것이다.

그것은 예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간절히 청하면 마리아께서 아들인 예수에께 죄인의
죄를 용서하여 주라는 간절한 부탁에, 예수께서도 차마 어머님의 청을 거절을 못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이유에서 성모마리아께 간구의 기도를 하는 것인데, 자신이 선경의
청을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의 율법을 어기게 되고 죄를 짓게 되며, 그 죄를 예수께 청하여
용서를 받지 못하고 성모마리아께 대신 예수께 간청을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면, 죄를 사할
수가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서초관에 도착하여 준호는 직원들과 눈인사를 하고 카운터에 앉아 어제의 매출을 점검하고 있다.
현철은 점심 때에 가게에 나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의 모습은 씨름선수 못지않다.
거기에다 배까지 나오니 정말 선경이가 정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방간이 있고 한 달에 두 번씩 피검사를 하여야 되니 시집을 잘못왔다는 생각과
속아서 결혼을 했다는 배신감이 들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준호는 일어나 문을 들어서는 현철을 향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음, 왔군"
현철은 유심히 준호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준호는 그 모습에서 자신이 마치 도마위에
올려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현철의 눈초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그 무엇이 담겨져 있는 듯 했다. 선경이 자신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나서부터라는 것을 준호는 알고 있었다.

준호가 자리를 일어나자 현철은 앉아서 준호가 정리한 어제의 매상을 보고 있다.
여직원이 다가와 현철에게 말했다.
"사장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
현철은 일어나 여직원 옆에 서있는 사람을 본다.
"세일상사에서 왔습니다."
"아, 어서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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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은 카운터에서 일어나면서 말한다.
"가져왔습니까?"
"예, 차에 있습니다."
"그럼 가시죠."
현철은 그 사람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준호와 여직원은 문을 나서는 현철에게 인사를 했다.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으니 설치할 수가 있을 겁니다."
"잘되었군요."

직원은 현철이 키를 가지고 문을 열기를 기다려 함께 들어갔다.
"어디에서 들으시겠습니까?"
직원이 전화선을 만지면서 물었다.
"어머니 집에서 들어야 겠는데요?"
"어디죠?"
직원은 공손하게 말하지도 않았다.

자기 마누라 전화를 도청하려는 사람이라 무시하는 듯이.
"여기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요?"
현철은 죄지은 사람처럼 머쓱해서 대답했다.
"얼마나요?"
직원은 마치 경찰서 조사관처럼 간략하게 물었다.
"조금 떨어졌어요."
"글세, 조금이 얼마나요? 몇미터나 됩니까?"
"한 백미터 정도 될겁니다."
"듣기만 할 겁니까? 아니면 녹음까지 필요합니까?"
"녹음도 필요합니다."

현철은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직원은 현철의 얼굴을 쳐다보자 현철은 고개를 숙였다.
선을 찾아낸 직원은 자신이 가져온 선을 연결한 후 어머님 집에까지 일반 전화선과 함께 연결하고는 차에서 녹음기를 가져와 설치를 하였다.

"여기 이 버튼을 누르면 전화내용이을 들을 수가 있고 여기 빨간 버튼을 누르면 녹음이 되죠, 그리고 수시로 전화선을 잘 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끓어놓을 수가 있으니까요."
직원은 말하고 버튼을 누르자, 테이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버튼을 누르자 탁! 소리가 나며 회전을 하던 테이프가 멈췄다.
"수고 하셨습니다. 얼마지요?"
현철은 감복한 사람처럼 공손하게 물었다.
"계약금 삼백을 줬지요?"
"예, 그 때 오백이라 하던데요?"
"그런데 너무 멀리 떨어져 백만원을 더 줘야 됩니다."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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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은 봉투외에 자신의 지갑에서 두말않고 백만원을 꺼내 준다.
직원이 돌아가고 난 후에 헤드폰을 쓰고 작동버튼을 눌러본다.
현철의 눈빛은 순간 돼지 눈빛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있고, 그 속에는 광기와 난폭함이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는 야성을 꿈틀거리며 타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숨을 내쉬었다.

꽃등심 2인분과 소주 두 병을 팔아야 3만원이 남는데 이혼을 하면 수 억이 날라갈 판이니
그럴만도 할 것이었다.
진경은 둘째아이를 데리고 장위동을 향하고 있다. 집에 도착하여 벨을 누르자 고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나야, 엄마."
"아니 전화도 없이 웬일이냐? 그래, 나간다."
고여사는 말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진경은 갑자기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고여사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선경을 보고 반갑게 맞으며 딸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무슨일 있니? 현서방하고 싸웠니?"
고여사는 궁금해서 캐어 물었다.

"아니, 그냥 답답해서 바람쐬러 왔어."
"경아야, 할머니한테 인사해야지."
"아휴, 우리 경아 많이 컸네."
고여사는 경아를 안아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안방에 들어가자 고여사는 경아를 내려놓고는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열었다.
"우리 경아 뭘 줄까?"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깍았다.

"오빠는?"
진경은 경일의 소식이 궁금해서 물었다.
"요즈음 바쁜가 보더라. 외국 바이어라나 상담이 많아서 밤 늦게 들어오고 아침에 일찍
나가니 나두 못 볼때가 많은걸."
"아침밥은 어떻하고?"
"회사일이 바쁘고서부터는 아침을 잘 먹지 않더라."
"오빠는 장가 안간데?"

"왜 안가니. 마땅한 여자가 못만나서 그렇지."
"선 본 여자가 마음에 안든데?"
"글세 나도 모르겠다. 통 결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으니."
고여사는 말하고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는 마주 않은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행복하게 하려고 딸애를 팔아 먹듯이 시집을
보낸는데 행복하기커녕 이혼을 하겠다고 하니 한숨이 절로 새어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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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수년을 부부생활을 하지 않고 있으니 고여사가 생각하기에도 필경 파경을 면치는 못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경은 과일을 깍는 엄마의 검은 머리가 점점 하얗게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벽에 걸린
사진을 올려다 보았다.
사진 속에는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말없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 사진은 자라오면서 수없이 보아왔고 또 외로움에 젖을 때면 사진을 올려다보며 아버지!하고 불러보곤 하였던 것이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며, 진경은 지금 아버지가 살아있었으면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여 줄 수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 가게에 오빠 나이와 똑같은 사람이 들어왔어."

진경은 준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래?"
고여사는 서초관의 새로운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마음 속으로는 딸애가 마음을 돌리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엄마, 나 그사람한테 다 말했어."
"뭘?"
"말이 부부이지 경아 낳고는 한 번도 부부관계를 갖지않았다는 것 말이야."
"뭐야? 너 그 사람한테 마음을 두고 있는거니?"

"응, 그 사람이라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걸, 비록 가난하지만."
"너는 이혼이 어디 그렇게 마음먹은대로 쉬운줄 아니? 그리고 그 사람이 아이엄마인
너하고 살겠데?"
"거기까지는 얘기가 안됐어.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 것 만큼은
분명해. 만약 내가 싫다면 내가 운전을 하는데 옆에 있어달라고 해도 같이 있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니? 너가 사모님이니까 할 수없이 따른 것이지."

"엄마, 나는 그 사람한테 돈을 받아달라고까지 말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뭐래?"
고여사는 궁금해서 퍼득 물었다.
"자기가 개입을 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야."
"거봐라. 만약 그 사람이 너를 좋아한다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텐데..."
"아마 난처해서 그럴꺼야. 내가 이혼을 하고 나면 나의 사랑을 받아주리라고 생각해."
"정말 현서방하고 못살겠니?"
고여사는 딸이 걱정되어 물었다.

"평생을 같이 살을 섞고 살 생각을 하니 아찔해, 나는 그 사람에게 희생하고 싶지가 않어."
선경은 간절하게 호소하듯 말하자, 고여사는 한 숨을 내쉬고는 말이 없다.
선경은 그런 엄마를 보면서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딸이 좀 더 행복해지기 바라며 강남 알부자에게 시집을 보내고 무척 기뻐했던 모습을 떠 올리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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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진경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나야."
"그래, 지금 부산이니?"
선경은 대학동창인 명숙인 것을 알고는 물었다.
"응, 선경아 너 부산에 한 번 내려올래?"
"갑자기 왜?"
"좋은 사람이 있는데 사진을 한 번 보러 내려와."
"얘는, 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혼은 나중이고 우선 어떤 사람인가 한 번쯤 보는 것도 괜찮아."
"지금 친정에 와 있어."
"어머, 그러니 어머님은 안녕하시니?"

"응, 잘 지내셔."
"어머님은 뭐라고 하시니?"
"걱정을 하시지 뭘."
"얘들은 잘 크니?"
"응, 경아도 이제는 막 혼자서 걸어다녀, 말을 배우느냐고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
"경아 데리고 한 번 내려와."
"그래, 봐서 내려갈게. 너의 신랑은 요즘에도 해외출장을 자주 가니?"
"응, 직업이 외국사람 상대하는 것이니까. 내려오기 전에 전화하고 알았지?"
"알았어."
진경은 핸드폰을 백 속에 넣었다.

경아는 신기하다는 듯이 전화를 꺼내려고 백 속을 들여다 본다.
"누구니?"
"명숙이 알지? 엄마, 걔는 부산에 살고 있어. 나보고 놀러오래."
"신랑은 뭐하는 사람이래?"
"무역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가 조그많게 차렸대."
"잘사는가 보구나."
"부자는 아니지만 행복하게 사는 가봐."

"그래 너보고 놀러오래?"
"보고싶데. 걔 결혼식에 가고 한 번도 못만났거던."
"머리도 식힐겸 같다오렴."
"명숙이가 좋은 사람 있다고 사진을 보러 내려오라는 거야. 엄마"
진경은 엄마의 얼굴을 살피면서 말했다.
"이혼도 하지 않고 벌써 다른 남자를 만날려고 하는거니?"
고여사는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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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닐 때 준호는 건우와 함께 반에서 뒤에 앉아 과자를 먹다 들켜 강의하는 선생으로부터 꾸중을 숱하게 받았었다.
때로는 벌로 화장실 청소도 하고, 복도에서 벌을 서기도 하였는데, 졸업후 건우는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해병대에 지원하여 준호가 대학을 다닐 때, 건우는 휴가나와서 연고전 때
응원을 같이 하기도 하였고, 동대문운동장에서 명동까지 도로를 점령하며 연고대 학생들과 행군을 같이 하곤 했다.

시민들은 질서있게 차량들을 피해서 행군하는 학생들을 보며 왜 그러냐고 물으면 우리들은
연고전이 끝나서 술 먹으러 가는 중이라 했다.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듯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좋을때다"하고말을 하던 어떤 중년 아저씨 얼굴을 준호는 기억하고 있다.

명동성당 뒤에 가면 학과 선배들이 애인과 함께 술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들은
가서 퍼 마시면 되었다.
건우와 함께 밤이 새도록 거리를 헤집고 다니던 시절이 생각이 나곤 하여 준호는 자주 건우를 찾아가 술을 마시고 오곤 하였다. 그 날도 준호는 인천에서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는
건우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바로 그때, 밤 10쯤 시청앞에서 버스를 내리고 프라자 호텔 방향으로 가다가 좌석버스를 타기 위해 뒤를 돌아서는데 바로 1미터 사이를 두고 뒤따라오던 사람이 준호가 돌아서자 마자 홱! 뒤돌아서 가는 것이었다. 준호 자신도 놀랐서 어둠 속에서 그
사람 인상착의를 기억할 정도였다.

준호는 이상했다. 왜 저사람은 자신처럼 갑자기 뒤돌아 서는 것일까?
자신은 갑자기 좌석버스가 생각나서 바꿔 타려고 하는 것인데 저 사람도 자기와 똑같은 생각이 나서 돌아선 것일까?
준호는 의문이 생겼다. 왜 하필 이 시간에, 자신의 뒤를 바짝 따라오다가 자신이 뒤돌아
서니까 따라서 돌아서는 것일까?
이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준호는 의심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누굴까. 뭣 때문에 자신의 뒤를 따라다닐까. 준호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 결론을 지었다. 서초관 사장이 사람을 시켜 자신의 뒤를 미행한 것이라고.
왜? 그것은 간단했다. 자신의 부인이 준호에게 오빠! 하고 부르는 것을 보았고 또 같이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을 직원들에게서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자신의 뒤를 미행하여 선경이와 어떤 섬씽이 있나하고 조사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뒤를 따라오던 사람은 준호가 길을 가다가 갑자기 돌아서니까 자신도 모르게, 즉
보호본능으로 따라 돌아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들킬 것을 염려한 나머지 생각보다는 잠재의식이 더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수 년간 부부생활을 하지않았다는 선경의 말이 사실인 것이다.
둘째아이를 낳고 여지껏 독수공방을 지키며 이혼을 요구하며 투쟁한 것을 남편은 어떻게
참고 이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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