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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석 2005. 7. 4. 23:06
부도라는 것은 고승들의 사리나 유골을 모신 묘탑을 말합니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탑을 사리탑이라 한다면, 훌륭하신 스님이 열반하신 후
사리를 모시는 탑을 부도탑이라 합니다.

본래 오고감이 없거늘 뉘라서 사바세계를 다녀간다 말하랴. 태어나도 태어남이
아니요, 죽어도 죽음이 아닌데 한 인연이 이에서 만나 증표로 삼아서 역대 고승의
사리가 돌증에 맺혀 영겁을 울립니다."
스님을 말하고 "나무아미타불" 하고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박실장은 대답하고 재차 물었다.
"스님중에 말씀하시는 것 중에서 "이뭣고"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기위해 선을 참구하는데 의제로 하는 것을 화두라 하고
화두는 천 칠백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시심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뜻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에 "나의 참 모습은 무엇인가?" 골똘히 참
구하면 본래면목, 즉, 참나를 깨달어 생사를 해탈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박실장은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와서는 박실장에게 두손을 가슴에 모으고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네, 손님이?"
박실장은 자기에게 손님이 왔다는 말에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 지리산 실상사에 온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돌아서서 보니 양부장이 다가오는 것이 보여 얼른 다가가 인사를 하고는 맞았다.

"아니 부장님이 이곳에 웬일이십니까?"
박실장은 놀라서 물었다.
"박실장 나도 머리 좀 식히려고 왔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응,"
박실장에게 강의를 하던 스님은 머리를 숙이고 합장을 하고는 "두분 말씀을 나누십시오." 하고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자네가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눌려고 이렇게 내려왔네."
"제가 이곳에 있는 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집에 전화를 하니 부인이 가르쳐 주더군. 대통령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리셨 는데 박실장이 맡아 주어야겠어."
"대통령이 프로젝트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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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대통령이 워더맨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렸어."
"워더맨이라뇨?"
양부장은 오준호에 얽힌 이야기를 대략 해주었다. 그리고 화성그룹이 뭔가 음모를
세우고 있음이 불을 보듯 뻔하니 24시간을 감시하는 팀을 만들어 오준호를 감시하라는 일을 맡아달라고 하였다.
"화성그룹의 장 명예회장은 어떻게 하려고 매듭을 짓지않고 여지껏 질질 끄는
겁니까?"
"그야 혼자 독차지 하려는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겠나?"
"그럼 그 넓은 시장을 조금도 주지않고 다 차지한다구요?"
"그렇지않고서야 아직껏 워더맨에게 직장 하나 제공하지않고 있지않는가?"

"그럼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려는 수작이 아닙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다음 정권에서 적당히 돈 몇푼을 떼어주고 정권과 타협하겠지."
"그럼 대통령이 다음 정권으로 넘기기 전에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겠습니까?"
"글세, 아직 거기까지는 뭐라고 확답을 할 수가 없겠지."
"필리핀에 있는 맥주공장도 거의 다 완성이 되어가고, 르네상스의 조각품이 전
세계로 보급이 되기시작하고 장회장은 어떠하던지 시간만 끌면 된다고 생각할
걸세.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언제까지 워더맨을 보호해야 합니까?"
"이 사건이 매듭이 질때까지. 장회장이 굴복하여 대통령 명령대로 워더맨에게 50%를 주던지 아니면 강대통령 정권이 바뀌때까지 끌어서 펭귄총재가 대선에 당선되어 해결하려고 할걸세."

"대통령께선 적당한 선에서 체면만 세우고 양보를 하시면 머리도 아프지 않을텐데 요. 뭣 때문에 일을 만드시는지..."
"한때 통일교주 문선명도 통일교를 국교로 삼아준다면 남한의 빛을 다 갚아준다고 천명한 소문을 듣지도 못했는가? 대통령은 이 사건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그보다 더한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걸세. 국가가 한 그룹에 휘둘려서야 행정력을 제대로 펼수가 없다는 거지. 아마 그대로 놔두게 되면 화성그룹은 이 나라를 자신의 손아귀에 쥘 수도 있다는 말이네.

모든 사람들이 장 명예회장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대출해달라고 할텐데. 그럼 이나라 경제와 행정 그리고 정치권까지도 장명예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좌지우지
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각하의 판단이지."
"그럼 그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 워더맨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군요."
"그렇지. 워더맨이 끝까지 살아주어야 만이 독점을 막아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을 유일한 처방인 셈이지."
박실장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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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곳 실상사에 내려와 있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풍수지리설에 의해 이곳을
막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정기가 일본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하여서 이곳에 절을 세워 우리의 정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조상들은 이렇게 국가를 위해 노심초사하는데 장회장은 자신의 사시사욕 때문에 국가의 안위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니 참 격세지감을 안느낄 수가 없군요.
일본놈들이 잔인성이야 이미 다 알려진 것이지만, 북한산의 인수봉 위에 쇠말뚝을
박아 우리의 맥을 끓으려고 한 짓은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풍수지리설에 근거로 한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받아들여야겠죠.

거문도 근해에 있는 백도에도 놈들이 쇠말뚝을 박아놓았으니 제가 어떻게 믿지
않겠습니까? 부장님 말씀대로 이 프로젝트를 맡겠습니다."
"그럼 나는 안심이 되는군. 워더맨에 따르는 경비와 그 외에 모든 것은 무제한으로
지원되며 대통령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보고가 되어야 하네. 그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보고 했지만 벌써 두 해가 지나가서 경계를 늦추면 안되니 긴장을 풀지
않도록 해주게."
"알겠습니다."

"나는 지금 올라갈 것인데 더 있다가 올 것인가?"
"아닙니다. 곧 짐을 챙겨 부장님과 같이 올라가겠습니다."
"그럼 같이 올라가지."
양부장은 박실장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쉬고 싶으면 이곳에 와서 쉴 수 있는 자네가 나는 한없이 부럽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는 단지 편할려고 쉬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끓어오르 는 물욕과 탐욕을 삭히려고 내려와 있는 것이지요."

"그 낙하산 인사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인데요."
"그렇군. 그런데 오히려 잘되었지 뭔가. 중요한 임무를 맡았으니 말이지."
"정말 그렇습니다. 이보다 중요한 업무가 없지요. 오히려 전화위복인 셈이지요."
"대통령 임기도 이제는 삼년 밖에 남지가 않았는데 임기내에 해결이 되었으면 좋으 련만."

양부장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박실장과 함께 두사람은 하늘을 바라본다.
"그렇지요. 우리나라도 빌 게이츠가 탄생해야 할텐데요."
박실장은 짐을 꾸리러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큰 배낭 하나를 메고 나오자 양부장이 물었다.
"뭔가? 그 큰 배낭은?"
"인생은 큰 짐을 지고 가는 긴 여정과 같다고 도꾸가와 이에야스는 말했지요. 늘 인생의 좌우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일본 소설 대망 책도 가져왔지요."

"그 속에 짐을 다 넣었군."
"네, 그렇습니다."
"간편하군 그래. 배낭 하나만 메면 되니까. 참, 좋다. 이런 공기 좋은 유명한 절에서 그것도 일본의 정기를 깨뜨리려는 조상이 만든 종소리를 들으면서 대망소설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자네 밖에 없을 걸세."
양부장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등산을 다녀보니 짐을 운반하는 데는 이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은 없지요."
"차는 안가져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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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장하고 같이 왔었습니다. 그날은 밤새도록 손과장하고 코가 삐뚤어지게 마셨습니다."
"뭐, 막걸리?"
"네 시골에 오면 막걸리이상 더 좋은 것이 없죠. 시골에서 만든 두부에다 김치를 척! 얹어서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앉아 주거니 받거니 서울에서는 맛볼 수가 없죠."
"좋았겠군. 맑은 공기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밤을 세워본지가 언제인지. 나는 자네가 정말 부럽네. 언제던지 자리를 털고 훌훌 떠날 수 있는 자네가 말일세."
양부장은 정말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그럴수가 있는 것은 늘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왔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마음속에 새겨왔기에 조그만 이해타산에 얽매이지
않은 탓이죠."
"그랬군."
두 사람은 절을 나서서 백무동 계곡으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면서 대기하여 놓은
승용차에 타고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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