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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석 2005. 7. 4. 22:26
현철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진경이 대화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웃으면서 부지런히 형이 말한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ㅡ 여자와 서로 대화를 할 때 말을 받아주면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 되었다는 건데 특히 선을 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느정도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즉 선입관이 서서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 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손을 잡을 수가 있을 것인가의 타이밍을
유도하고 과감하게 손을 잡아야 한다. 손을 잡으려고 내민다던가 하는 짓은
바보같은 짓이다. 두 번째 만나서 손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고 적어도 세 번 만나서 손을 잡아도 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

그 다음 즉, 네 번째 만나서는 포옹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찿아서 리드해야 되는거다. 그러면 다섯 번째는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정복할 수 있는 것이다. ㅡ
"파리시민들은 따지는 것도 앞서가는 것 같아요.
벌금에 항의하여 개가 물똥을 싸면 내개가 싼 똥인지 증명하기 위해 DNA 조사
요구를 한다던가 인도견에 의지하는 맹인들은 어떻게 치우나, 개똥에 방울을 달
것인가? 등 아주 까다롭게 따지고 있고 개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깊죠."
진경은 웃으면서 말했다.
"프랑스 국민성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요."
"극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유럽에서 유독 프랑스 만이 애견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진경은 학과 교수한테 들은 이야기를 말하고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아마 세 집중 한 집은 애완견을 키우고 있고 곧 가족과 다름 없어요.
가족을 소개 할 때도 막내로 소개되는 폴, 베티는 애견 이름이죠."
현철은 말하고는 웃었다.

진경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이 그러는데 부부가 이혼을 할 때에도 애완견에 대한 양육권 소송이
벌어지기도 한 대요.
거리에서 떼쓰는 아이한테 따귀 올려붙이는 부모에게는 관대해도 짖어대는 개를
발길로 걷어차면 당장 신고하는게 프랑스 사회라고 하더군요."
두 사람은 부지런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사이 서울의 야경이 찬란하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굽이져 휘어져 흐르는 강줄기는 선명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경씨, 그만 일어나 야경 드라이브 할까요?"
"좋아요."
현철은 먼저 일어나 진경이 일어날 때 손을 살며시 잡았다. 현철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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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은 현철이 자신이 손을 잡자 순간 망설이는 마음이 생겼지만 머뭇거리는 사이에 이미 현철의 두꺼비 같은 손이 토끼손 같은 고운 진경의 손은 현철의 손에 잡혀 있었다. 현철은 진경의 손을 잡고는 카운타까지 가서 놓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ㅡ 이제 섬에 배를 댄거나 다름없겠지. ㅡ
현철은 진경의 손을 잡고 이끌면서 주차해놓은 곳으로 와서 조수석을 열고 진경을 태우고 자신도 운전석에 탔다.
키를 넣고 돌리자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엔진소리가 들려왔고 차체는 조금도 진동이 없이 조용해서 엔진을 켜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현철은 엑셀레이더에 발을 올려 놓고 살짝 누르고 공회전을 하자, 힘차게 느껴지는 엔진소리가 전해져왔다.

현철은 남산 도서관으로 차를 몰았다. 내리막 커브 길에서도 조금도 쏠림을 느낄 수
없다. 진경은 친구 아버지 차인 그랜저를 타본적 있었다.
그래서 지금 타고 있는 차가 얼마나 성능이 우수한지 잘 고있다.
ㅡ 어쩌면 이렇게 매끈하게 나갈수가 있을까 ㅡ
진경은 속으로 탄성을 발했다.
"정말 좋은 차군요. 어쩜 이렇게 날렵하게 달릴 수가 있는지, 마치 조깅하는 사람이
달려나가는 듯이 뭐라 표현을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기분이 좋아요."
현철은 기분이 좋아서 입을 함지박 만큼 벌리고 웃었다. BMW로 택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차는 남산 순환도로에 접어들고 있었고 하야트 호텔을 지나 한남대로로 빠져 나간다. 곧 강변도로에 접어들자 현철은 속도를 올렸다. 올림픽도로에는 퇴근하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정지해 있었다. 한강에는 수많은 차들이 비추는 불빛으로 어둠을 쫒아내고 있었다. 맞은편 도로에는 막힘이 없이 차들은 달리고 있었고 차로 이어지는 행렬은 정체의 지루함을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워라서 드라이브를 할 수가 없겠는데요?"
"그만 집에 들어가요."
"진경씨, 유람선 타 봤어요?"
"아뇨."
"저도 여지껏 한 번도 타보지 못했는데 한 번 타보지 않겠어요?"
진경은 시계를 보았다.
"얼마나 걸릴까요?"
"얼마 안 걸려요. 약 한 시간 쯤."
"그럼 타보죠."
현철은 차를 여의도 강변으로 몰았다.
두 사람은 유람선에 승선하고는 난간에 나와 강바람을 쐬고 있었다.
"진경씨, 어때요?"
"너무 좋아요. 강변에서 야경을 보기만 하다가 배를 타고 양쪽에 펼쳐진 야경이 이렇게 멋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초가을 바람은 유람선을 마주하고 불어오고 있었다. 진경의 머리결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현철은 코를 진경의 머리결에 대고 들여 마시고 있다. 머리결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현철을 흥분하게 하였다.
현철은 진경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가슴을 조마조마해하면서...
진경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현철은 안심이 되어 두꺼비 같은 손바닥으로 자신을 향해 안으로 약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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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은 현철의 손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자신의 몸이 당겨지는 것을 느껴지는 것을 알았지만 싫지 않아서 가만이 있었다.
ㅡ 히히 이제 상륙을 한것이나 다름없겠지. 확실히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고 형이
한 말은 정말 진리야 ㅡ
현철은 생각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람선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즐거워 하고 있었다.
유람선은 잠실대교를 지나서는 손님을 내려놓고 다시 돌아서 내려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시 차로 와서는 올림픽 도로에 차를 진입하였다. 차는 막히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진경씨, 음악 틀을까요?"
"뭐 있어요?"
"저는 클래식을 좋아해요. 베르디 와 베에토벤을 주로 듣지요. 때로는 모짜르트
곡도 듣고 가곡도 이따금요. 지금은 베르디만 가져왔어요."
"저도 베르디 곡을 좋아해요."
진경이 말하자 현철은 연주곡을 켰다.
"언제 들어도 정말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철은 느긋하게 말했다.

"저는 베르디 노래를 전부 다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집에서 듣고는 하지요.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날 음악을 좋아해요. 웬지 그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마음이 편해요."
"그랬군요, 진경씨와 저는 같은 클래식을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에 경음악을 함께 좋아하고 있었군요."
"베르디는 1813년에 태어나서 1901년 까지 88년 동안 '오페라에 의한, 오페라를
위한, 오페라의 인생을 살다 갔어요. 신화적, 초자연적 소재보다는 나약한 인간
내면의 본성에 관심을 기울인 불후의 명작들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오텔로,
리골레토, 등은 오늘날 오페라 무대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어요."
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 노래가 노예들의 합창입니다."
스피커에서는 오페라 연주곡인 노예들의 합창의 웅장한 음율이 스피커를 통하여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경씨, 집까지 바래다 줄께요. 거절하지 마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그러시겠어요?"
진경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두 사람을 태운 차는 간선도로로 접어들자 멀리서 한양대가 어둠 속의 불빛에서 환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공항에 가면 우리나라 사람이 얼마나 후진국인지를 잘 알게 되죠."
"어머, 왜요?"
"줄을 서지 않으려고 해요. 외국인들은 언제까지라도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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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래요. 교수님 말로는 이웃 일본만 가도 질서의식이 뚜렷하다고 하는데."
"그 좁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바닥에 비벼 끄고,세수하고 면도까지
하고는 옷까지 갈아입고 나오죠."
"우리나라 해외 여행하는 사람들은 교육도 받지않고 가는가 봐요."
"교육을 받지만 건성으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러버리는 거죠. 세관통과에서 외국인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우리는 막무가내로 남이야 어떻게 되던 말든 떠들고 나라 망신 다 시키지요.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은 정말 존경할 만 하죠.
어디서 그런 침착함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어요. 워낙 화산이 잘 터지는 나라라서
그런지 아니면 어려서 집에서 또는 학교에서 교육을 잘 받아서 그런지 정말 대단
한 국민이죠. 우리는 그들보고 쪽발이라고 부르지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도 빨리 고쳐나가야 하는데,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아요."

"쪽발이가 무슨 뜻인가요?"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인을 욕하듯이 천하게 스트레스 풀기 위해 부르는 말이죠."
"그런데 왜 우리는 일본인 보고 쪽발이 라고 해요?"
"글세, 게다짝 때문이기도 한 것 같고 훈도시를 차고 다니기 때문에 그러는 것도
같고 일본인들한테 당한 아픔 때문에 더욱 그러는 것 같군요."
"훈도시요?"
"네, 왜 어린이가 차고 다니는 기저기를 같은 것을 차고 다니는 것을 훈도시 라고 하는데 지금도 차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 같군요."
"어머, 그래요?"
두 사람은 이야기하는 동안에 차는 어느덧 장위동에 들어서고 있었다.
"다왔어요."

현철은 길가에서 진경의 집에 들어가는 입구 앞에 차를 세우고 현철은 내려서 진경이가 문을 열기전에 열어주면서 두꺼비 같은 왼손을 진경이 허리에 대고 말했다.
"진경씨 내일 모레 이리로 오겠습니다. 제주도 날씨가 따뜻하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오면 돼요."
"알았어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진경은 현철에게 인사를 하고 대문을 향하여 몸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가다가 뒤돌아 보면서 손을 흔들고 골목길을 꺾어 들어갔다.
현철은 진경의 모습이 골목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다가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현철은 차에 타자 마자 음악을 가요로 바꾸고 볼륨을 높였다.
기분이 좋은 현철은 따라 부르며 창문을 내리고는 지나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핸드폰을 들고는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고 형 목소리가 들리자 현철은 고함치듯이 크게 말했다.
"형, 오늘 끝내줬어."
"그래? 잘됐니? 그래서 이렇게 고함치는거냐! 좋겠구나."
현권이 말했다.

"모레 제주도 가기로 했어,"
"외운 것을 빠뜨리고 더듬거리며 말하지는 않았겠지?"
"아냐 형 완벽하게 연출했어. 탈렌트처럼..."
"그래, 남산 야경은 어떻든?"
"좋았어. 너무 너무 그리고 남산타워에서 야경을 보고 내려오면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손을 잡았어. 그리고 유람선에서 살며시 어깨를 안아도 얌전히 있던데."
"야! 정신 차려 마. 뿅가서 교통사고 내지 말고."
"알았어, 형 담배 맛이 이처럼 꿀 맛인줄은 미처 몰랐어."
"다른데 들리지 말고 빨리 집으로 와."
"알았어."
현철은 한남대교를 지나면서 오가는 차량들이 비추는 불빛들이 새삼 아름다움을 느꼈다. 이제 하룻밤만 지나면 제주도에 가는 것이다. 그것도 내 사람이 될 여자와 함께. 사실 현철은 여지껏 서른이 되도록 데이트 한 번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만나는 여자마다 단 한 번으로 끝이나서 아마도 선을 수십번을 보았을 것인데 이번에는 두 번을 만나고 거기다가 손을 잡고 어깨까지 안았으니 그야말로 운수대통이라도 한 것 같아 신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현철은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ㅡ 제주도 가서는 ...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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