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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석 2005. 7. 4. 22:22
진경은 막히지 않고 끓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화제에 완전히 압도당하여
할 말을 잊고 현철의 큰입을 보면서 나오는 말을 듣고 생각했다.
ㅡ 어쩜 저렇게 아는 것이 많을까?" ㅡ
"원효의 사상은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그 속에서 진리를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참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원효의 굳센
사상을 우리는 엿볼수가 있는 것이죠."
"불교를 믿으시나보죠."
"아닙니다. 단지 알고있는 지식을 말하는 것 뿐입니다."
"대단하군요."
진경은 감탄한 듯이 말했다.
"결국에는 원효는 공주와 사랑을 하는 파행을 하기에까지 이르렀고 참다운 진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깨닫기 위해서는 어떠한 파행도 서슴치 않았죠.
그리고는 다시 파행을 거듭하자 당시 원효를 배척하는 운동까지 일어났지만
워낙 뚜렸한 개혁적인 사상을 제자들에게 심어주었던 관계로 많은 제자가 있었으며 지금 '분황사'에는 원효의 초상 만이 남겨져 있으나 모든 허례허식을 타파하고 그 속에서 진실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우친 일종의 선각자 라고 할 수가 있지요.
모든 불교 제자들이 원효를 헐뜯었지만 그래도 내심으로는 그의 사상과 실천력에 공감을 하고 있었고 내색을 하지 않았을 따름이라는 것이지요."
"불교에 대하여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사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침략으로부터 풍전등화 같은 위기에 도달했을 때 승병들이 전국 사찰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역사적
사실을 누구도 외면해서는 안될 것 입니다.

아쉽게도 요즈음 재산에 얽힌 권리 싸움에 혈안을 올리고 벤츠,BMW 같은 호화로운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사치를 추구하는 승려들이 눈에 띠지만, 직접 이러한 사실을 매스콤을 통하여 가끔 접하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승려보다도 석가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행하는 스님이 더 많기에 또다시 우리나라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수수방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현철의 설명을 들으면서 진경은 현철의 커다란 입과 우락부락하고 위엄있는 얼굴이 순간 어느 외국대학의 총장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ㅡ 설명을 하고 상대의 표정을 보고 판단해야 돼. 너에 대한 고정관념이 어느정 도 깨져있는 가를. 경륜이 깊다는 인식을 꼭 심어주어야만 해. ㅡ
형이 말한것을 염두에 두고 현철은 진경의 표정을 슬쩍 훔쳐보았다.
ㅡ 어느정도 고정관념이 깨진 것 같은데... ㅡ
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컵을 입에 가져가 목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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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은 어느정도 되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진경씨, 바람쐬러 드라이브 가시겠습니까?"
진경은 현철의 제안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진경과 현철은 호탤현관에 멈추어 벨맨이 차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돼지코 모양의 공기 흡입구인 키드니 그릴을 상징하고 있는 BMW가 호텔 정문 앞에 섰다.
사이버 스타일의 헤드라이트와 매끄러운 지붕선, 아기자기한 5시리즈는 뒷면까지
날렵한 한 마리 새처럼 보여졌다. 아마 설계할 때 고속으로 질주할 때 받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자연적으로 태어난 새처럼 디자인을 했을 것이라고 진경은 생각했다.

현철은 진경이 조수석에 타자 차를 몰고 나갔다.
ㅡ 차의 성능에 매료를 느끼게 해 주어야지. ㅡ
현철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남산타워로 방향을 잡았다.
"차가 신형이라 기존 차의 구조와 조금 다르죠. 변속기와 주차브레이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널찍한 팔걸이와 조그다이얼이 설치되어 있죠. 이게 바로 변속기입니다."
현철은 운전대 오른쪽 상단에 튀어나온 레버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 버튼은 전자화된 승용차 최초의 6단 자동 변속기입니다. 그리고 이 대시 중앙보드에 설치된 액정화면은 네비게이션,전화, 무선 인터넷등 70여가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과 과학은 하루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죠. 숱한 세월을 연구와 노력을 부단히 하여야지만 즉, 日日新,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일에 임하여야지만이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현철은 남산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차를 사기전에 외어두었던 구조를 설명하고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신형이라 그렇겠지요."
진경이 대답하자, 현철은 눈에 힘을 주고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맞습니다. 신형만이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BMW는 남산타워를 향하여 가파른 언덕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갔다.
험난한 도로를 따라 오르는데 힘이 조금도 부족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커브로 되어있는 언덕도 조금도 쏠리는 경향도 느낄 수가 없이 시원하게 잘 나가는
것을 알 수가 있었고, 힘차고 부드러운 엔진소리가 조수석으로 전해져오고 승차감은 이루 말 할수 없이 좋았다.
"새로 개선한 흡기와 배기장치 및 밸브매커니즘이 기존 엔진보다 출력을 14%
높였답니다."
"네,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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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정말 몸에 착! 달라붙는 양복을 맞춰 입은 느낌이죠."
현철이 어감을 강조하며 말하자 진경도 스스럼 없이 현철을 보며 웃었다.
"표현을 아주 재미나게 하시는군요. 자동차를 몸에 입는 양복으로 비교하시니."
"정말 이 차처럼 강한 심장과 균형을 갖춘 차는 BMW 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자 장점중에 하나이죠."
현철은 강조하듯이 조금 힘있게 말했다.
"최고제한 시속이 250km/h 으로 계기판에 나와있지만 300km 까지는 거뜬히
속도를 낼 수가 있지요. 또 100m 도달하는데 불과 6초 밖에 걸리지 않아요. 얼마나 다이내믹하고 성능과 디자인이 완벽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스포츠카가 아닌데도 말이지요."

현철은 자신이 타고있는 차가 어떤 차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이 성능을 덧붙여 말했다. 마침내 남산에 오른 현철은 차를 주차시켜 놓고는 선경에게 타워에 오르자고 말하자 진경은 고개를 끄떡였다.
타워는 천천히 회전을 하고있었다.
두 사람은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서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전망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
"네, 날씨가 무척 좋아서 시야가 탁 트여 그만이군요."
현철은 대답했다.
"에펠탑은 어땠어요?"
진경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좋지요. 세워진지 100 년이 지났지만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만큼 안전관리를 완벽하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TV송신탑도 겸하고 하여 아주 선명하게 파리시민들은 시청을 할 수가 있죠.
파리에서 가장 전망좋은 곳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어요."
"야경은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겠어요."
"그렇죠. 파리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구조물로 만국박람회장을 기념하기 위해
귀스따브 에펠이 건축했는데 19세기 최후의 가장 위대한 구조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당시 프랑스 지식인들은 흉물스런 고철더미라고 비난이 심했대요."

"그랬군요. 저도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그렇게까지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데
어쩜 그렇게 저보다 많이 알고 계시니 제가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별말씀을. 진경씨는 프랑스 문학을 번역하기 위해 공부에 열중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그야 그렇지만."
진경은 말끝을 흐리고 저무는 해를 보고 있었다.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어져 푸르스름한 하늘을 잿빛 노을로 불태우고 있었으며
구름은 가늘게 층층이 엷게 늘어져 기울어가는 해를 가리고 있었다. 빨갛게 달아오르는 구름과 대조적으로 뒤에는 회색의 구름이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태양의 빛을 받아 회색과 빨간 색을 함께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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