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대화가 중단된 사이에 외국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커피솝에서 대화하는 외국어까지도 집어 삼키고 있었다.
"차를 산지가 얼마 안되서 주차하기 쉬운 아니 편리한 곳에서 담소하고 싶어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고 싶었습니다. ㅡ 이러면 됐겠지? 그러면 지난번 워커힐에 갔던 기억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구름을 탄 것같은 BMW를 떠올리겠지. ㅡ 현철은 형이 일러준대로 말했다. "그렇지요. 학교 근처에는 차를 주차하기가 힘들어요. 또 긁힐 염려도 있어요." 진경은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말했다. "제주도에 가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현철은 말하고서 진경의 눈치를 살폈다. "뭐 그냥 바람쐬러 가는건데요." "제주도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죠.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저는 가끔 싱싱한 회를 먹으러 가서 머리도 식힐겸 다녀오는데 주말엔 비행기 좌석을 구하지 못할 때가 있어서 하루를 더 묵을 경우도 있었지요." "호텔에서 묵으셨겠지요?" "네, 늘 호텔 신라에서 머물지요." "좋으시겠어요. 제주의 경치가 눈에 선해요. 저도 작년에 친구들과 제주도 갔다 왔는데 물이 파랗더라구요." 진경은 대답했다. "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가지요." 현철은 고개를 앞으로 약간 숙이며 겸손의 표시를 했다. ㅡ 음, 이때쯤에 프랑스 화제를 꺼내라고 했지. ㅡ 현철은 형이 가르쳐 준 것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프랑스에서는 특히 파리에는 애견문제로 심각하다고 합니다." "어머, 왜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견을 갖게된 것은 프랑스와 영국의 영향이 많지요. 관광을 다녀와서는 그들이 강아지를 분장한 것을 보고 따라하게 된 것이고, 또 유학생활을 하면서 세계의 명문대생들과 어울리려고 부단히 노력하다보니 그들의 문화에 완전히 빠져버려 한국에 들어와서는 유학을 다녀온 것을 자랑하고, 향수에 젖어 애견을 키우다보니 자연히 이웃과 친지와 친구들에게 홍보가 되어 너도나도 한번 키워보자 하는 붐이 불어서 이제는 보약을 먹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진경은 새삼스레 현철을 바라보았다. 59 현철은 습관처럼 일어나서 "잠시" 말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들여다 보고 형이 말한 것을 생각했다. ㅡ 내가 너 사진을 가지고 여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100 명이 다 너의 첫 인상에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반드시 여자들이 생각하는 너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지식을 추월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래야 여자들은 경의심으로 대할려고 할꺼야. 경륜이 넘치는 듯한, 학자같은 기이한 사람들이 풍기는 느낌을 심어 주어야 하는거야, 알았지? ㅡ 거울을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현철은 자신이 정말 입이 크다고 여겨졌다. 어려서 자라면서 친구녀석들이 "메기야~ " 하고 부른 이유가 있다고 느껴졌다. "형은 입이 작은데 나는 왜 이렇게 입이 클까?" 하고 중얼거리면서 거울을 보았다. 넥타이를 다시 만지고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읽었다. 현철은 화장실을 나와서 커피숍으로 향했다. 현철이 자리에 돌아오자 선경은 자세를 바르게 했다. "실례했습니다." "진경씨도 개를 좋아 합니까?" "그렇지는 않지만 외국개는 우리나라 개처럼 크지 않으니 방에서도 키울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개를 좋아하지만 아직 방안에서 키워보지 않았습니다만, 외국 애견처럼 작은 녀석은 키우고 싶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애견들의 뒤처리가 문제가 되는군요. 외국에서 말이지요. 런던의 명물이 안개와 흐린 날씨 그리고 바바리 코트라면 파리는 어쩌면 에펠탑이 아닌 개똥이나 오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 왜요?" 진경은 뜻밖이라는 듯이 물었다. "파리시내에는 자그만치 20만 마리 개들이 매일 배설을 해서 사람이 지나다 미끄러 져서 부상당하는 사고가 매년 600여 건이 되어 이미 외국 관광객들에게 조롱거리 가 된지가 이미 오래라는군요. 매일 16톤이나 되는 애견의 배설물이 파리시내에 쏟아진다나요. 결국 파리시청에서는 개똥을 즉각 처리하지 않는 시민에게는 벌금을 부과하지만 시정이 되지않고 있어 될 때까지 벌금을 계속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답니다." "그렇군요. 예술의 나라 파리에도 그런 골치거리가 있었군요." "파리시민들은 또 개들이 물똥을 싸면 어떻게 하냐고 따지는데 그걸 어떻게 치우냐 고 내 개가 싼 똥인지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DNA 조사를 요구하겠다고 하자 파리시장은 앞으로 개똥이 캐비어 보다도 더 비싸질 것 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 프랑스 국민들이 선진 국민인가를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60 "캐비어요?" "네, 상어 알 말입니다." "상어 알이 그렇게 비싼가요?" "비싸지요. 아마 국내에서는 몇몇 호텔에서만 취급할 것입니다. 그것도 항상 있는게 아니지요. 그리고 상어 지느러미 요리가 또 일품이라고 합니다." "상어 지느러미요?" "그런 요리가 있다더군요." "별 요리가 다 있군요." "왜 또 있지않습니까?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원숭이 골을 손님에게 특별히 대접하는 요리라고..." "아으, 징그러워라." 진경은 징그러운 표정을 짓고 고개를 내저었다. 진경도 영화를 보면서 놀라서 소리를 낸 적이 생각났다. "진경씨는 실례지만 번데기를 먹어 봤습니까?" "네, 어렸을 때부터 먹기 시작했어요." "국민학교 2학년 때 였던가 저녁에 잠자리에 들 무렵 오빠가 맛있는 것 있다고 해서 밖에 나갔더니 눈을 감고 입을 아! 하고 하라고 했더니 오빠가 뭔가를 넣어주고는 먹으라고 해서 먹었더니 고소한 맛이 나서 그 때부터 번데기를 먹을 수가 있었는데 낮에 먹을려니 얼마나 징그러운지 ... 그래서 먹을 수가 있게 되었죠." "바로 그겁니다. 선입관 이라는 것이. 사람은 누구나 겉을 보고는 그 사람을 어느 정도 평가 하는데 그것은 아주 잘 못된 습관이지요." 현철은 강조 하듯이 힘주어 말했다. "맞아요, 보편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가는 도중에 도를 크게 깨우친 일화가 있죠. 하루는 어두어져서 동굴에서 자는데 잠을 자다가 갈증이 나서 물을 찾다가 동굴속을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그릇이 없나 하고 찾다가 뭔가 어둠속에서 그릇을 찾고는 물을 떠서 아주 맛있게 마시고는 아침에 또 마시려고 그 장소에 가서 그릇을 찾으려고 보니 해골이 있어 어제 먹은 물이 생각나 왝! 하고 토하려 고 하다가 깨우친 바가 있어 무릎을 탁! 치고는 당나라 유학을 그만 두고는 도를 연구하였다는 설이 바로 선입관이죠. 모든 생각은 고정관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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