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형, 나예요."
화성그룹 회장 장태준은 태호의 목소리를 알아 듣고 물었다.
"웬일이야?"
"형,시간 있어요?"
"시간? 왜?"
추석 때 다모여서 차례를 지낸지 며칠 안돼서 갑자기 시간을 내라고 하니 태준은
궁금했다.
"일 문제로 형이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아서."
"무슨 일인데?"
"중요한 일이예요."
"언제?"
"형 시간 나는대로 오늘 중에"
장회장은 정부로부터 심한 자금압박으로 인하여 지금도 동분서주하고 다니며 은행장을 만나고 외국은행 지점장을 만나서 해외 펀드에 대해 상의하러 가는 중 이었다.
"태영이하고 얘기 해."
"그래도 형이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무슨일인데 꼭 나까지 있어야... 알았어. 이따 6시경에 회사로 와."
"알았어.형"
태호는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화성그룹 부회장인 태영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곧 태영이 형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형, 나야."
"그래,왜?"
"형하고 의논할 이야기가 있어서 조금 전에 큰 형하고 통화해서 저녁 6시에 내가
사무실로 가기로 했어."
"그래? 무슨 일인데!"
태영이는 궁금해서 물었다.
"아주 중요한 일이야."
"아주 중요한 일? 긴장된다. 말해 봐."
49
"이따 얘기할테니 사무실에 있어야 돼."
"조금만 얘기해봐."
"음, 자금압박도 해소할 수 있고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사업을 발견했어."
"뭐야, 빨리 말해!"
"아, 맥주에 관한것이야 그리고 음료수도,"
"맥주? 그리고 음료수도!"
당혹하다는 듯이 태영은 말했다.
"이따 만나서 내 설명을 들으면 납득이 될거야"
"허, 참, 알았어."
태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인터폰을 통해 설희에게 말했다.
"결제는 특별한 것 외에는 내일로 미뤄라."
"알았습니다."
오준호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서류를 갖다 준지가 벌써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아무런 지시가 없어 도데체 어떻게 된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매일 11시에 노크를 세 번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비서에게 인사를 하여도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고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아 준호는 할수없이 다시 나와 문 입구에서 지시를 기다렸다. 그녀도 부회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는데 왜 한달이 다 되로록 지시를 내리지 않는지 준호도 그녀도 궁금했다.
매일 와서 귀찮게 노크를 하고 찾아오는데도 출입금지 지시를 내리지 않는 것은 부회장이 어떤 생각이 있어서 일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벌써 경비를 부르고 출입을 통제할 것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건데 준호가 노크를 하고서 문을 열면 서로 고개를 끄떡이는 것이 인사가 되어버렸고 그녀는 자기 일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준호가 서있던 관심을 젖혀둔채. 오히려 준호로서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마음놓고 일개 영업사원이 30대 그룹 회장실을 출입할 수 있다는 것과 이 사실을 누가 납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도 준호는 담담한 마음으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고르고 거울을 보고 있었다.
양복을 입고 마루를 지나려니 하숙집 아주머니가 준호를 불러 세웠다.
"총각, 오늘도 또 가나?"
"네, 가봐야지요. 매일 가다보면 회장이 지겨워서라도 어떤 지시를 내리지 않겠어요. 그럴때까지 가야지요 예의를 갗추고 말입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라야 말이지."
50
하숙집 아주머니는 걱정이 돼서 말했다.
"나도 지겹지만 회장실에 있는 비서 아가씨도 지겨워 빨리 어떤 지시를 받으려고
회장에게 재촉 할 겁니다."
준호는 말을 하면서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 매여 있는 개는 반갑다는 듯이 낑낑대며 꼬리를 계속 흔들고 두발을 들어 준호에게 다가왔다.
준호는 가까이 가서 줄이 엉켜있는 것을 풀어주고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생각했다.
ㅡ 너가 평생 이렇게 줄에 묶여 일생을 이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할 운명을 안고
태어난 것과 같이, 나고 어쩌면 내가 스스로 해야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벌려 내 스스로 운명에 족쇄를 채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큰 멍에를 짊어지고 주어진 환경을 딛고 입지의 길로 일어서는냐, 아니면 평생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살아 가야 하는지 나도 확신을 못하겠구나. 너는 일개 짐승이지만 나에게는 조상의 얼과 문화속에 성장해왔고 또 앞으로 계속 사명감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후손에게 보다 나은 금수강산과 풍요로움을 물려주어야 할 책임을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단다.
우리나라가 열강 선진국 대열에 진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단다.
매년 임금투쟁으로 외국기업들은 우리나라에 공장 설립을 피하고 동남아와 중국으로 가버리는데도 우리는 까다로운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단다. 우리 노조들은 자신들의 철밥그릇을 갖기 위해 치열한 임금투쟁을 하고 있는데 훗날 우리의 아들 딸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중국으로 찾아가야 하는 슬픈 일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저렇게 일을 하지 않고 파업을 일삼고 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니? 너는 동물이니까 모르지. 주인이 밥만 제때에 가져자 주면 되겠지만. 우리 인간은 특히 강대국 틈에 끼여 있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갈길이 멀고 험한데 정부는 속수무책이란다. ㅡ
준호가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개는 마냥 좋아서 낑낑거리며 꼬리를 흔들어댔다. 준호는 한숨을 쉬고 일어섰다. 오늘따라 왜 이런 상념이 드는 것일까.
추석에도 하숙방에서 깡소주를 먹고 골아 떨어져 성묘도, 형님 집에도 가지 못했다.
이 시간에도 준호는 어김없이 두 손을 양복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초동 한성그룹
부회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좌석버스는 시내를 빠져나와 한남대교를 건널 때, 하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햇빛은 물결을 반사시키고 있었고. 다리를 건너는 차량들은 창문을 가리고 있었다. 버스는 강남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쭉 뻗은 강남대로에는 많은 차들로 붐비고 있었다. 저 멀리 한성그룹 사옥이 눈에 띠었다. 준호는 우면산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랜저가 사옥에서 나올 때마다 준호는 부회장이 탔을까 하고 바라보지만 차 유리는 검은 선팅이 입혀져 차 안을 볼 수가 없었다.
경비도 이상한 듯이 준호를 바라보지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
그 전에는 매일 드나드니까 어디가냐고 묻기에 준호는 부회장실에 간다고 말했다.
마치 친구라도 되는 듯이 ...
경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 할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위로부터 어떤 지시가
내려오지도 않고 방문하는 사람은 마치 돈 이라도 받으러 오는 것처럼 당당하기에
선뜻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는 것을 더욱 이상할 것이었다.
국내 최대그룹의 사촌 간인 30대그룹의 부회장을 만나러 온다는 사람이 차도 없이
걸어서 오는 것이 더욱 이상 할 것이라고 준호는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에 오랐다.
8층에 도착하는 벨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준호는 내려 왼쪽으로 바로 꺽여 부회장실로 뚜벅 뚜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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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나예요."
화성그룹 회장 장태준은 태호의 목소리를 알아 듣고 물었다.
"웬일이야?"
"형,시간 있어요?"
"시간? 왜?"
추석 때 다모여서 차례를 지낸지 며칠 안돼서 갑자기 시간을 내라고 하니 태준은
궁금했다.
"일 문제로 형이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아서."
"무슨 일인데?"
"중요한 일이예요."
"언제?"
"형 시간 나는대로 오늘 중에"
장회장은 정부로부터 심한 자금압박으로 인하여 지금도 동분서주하고 다니며 은행장을 만나고 외국은행 지점장을 만나서 해외 펀드에 대해 상의하러 가는 중 이었다.
"태영이하고 얘기 해."
"그래도 형이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무슨일인데 꼭 나까지 있어야... 알았어. 이따 6시경에 회사로 와."
"알았어.형"
태호는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화성그룹 부회장인 태영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곧 태영이 형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형, 나야."
"그래,왜?"
"형하고 의논할 이야기가 있어서 조금 전에 큰 형하고 통화해서 저녁 6시에 내가
사무실로 가기로 했어."
"그래? 무슨 일인데!"
태영이는 궁금해서 물었다.
"아주 중요한 일이야."
"아주 중요한 일? 긴장된다. 말해 봐."
49
"이따 얘기할테니 사무실에 있어야 돼."
"조금만 얘기해봐."
"음, 자금압박도 해소할 수 있고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사업을 발견했어."
"뭐야, 빨리 말해!"
"아, 맥주에 관한것이야 그리고 음료수도,"
"맥주? 그리고 음료수도!"
당혹하다는 듯이 태영은 말했다.
"이따 만나서 내 설명을 들으면 납득이 될거야"
"허, 참, 알았어."
태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인터폰을 통해 설희에게 말했다.
"결제는 특별한 것 외에는 내일로 미뤄라."
"알았습니다."
오준호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서류를 갖다 준지가 벌써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아무런 지시가 없어 도데체 어떻게 된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매일 11시에 노크를 세 번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비서에게 인사를 하여도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고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아 준호는 할수없이 다시 나와 문 입구에서 지시를 기다렸다. 그녀도 부회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는데 왜 한달이 다 되로록 지시를 내리지 않는지 준호도 그녀도 궁금했다.
매일 와서 귀찮게 노크를 하고 찾아오는데도 출입금지 지시를 내리지 않는 것은 부회장이 어떤 생각이 있어서 일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벌써 경비를 부르고 출입을 통제할 것이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건데 준호가 노크를 하고서 문을 열면 서로 고개를 끄떡이는 것이 인사가 되어버렸고 그녀는 자기 일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준호가 서있던 관심을 젖혀둔채. 오히려 준호로서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마음놓고 일개 영업사원이 30대 그룹 회장실을 출입할 수 있다는 것과 이 사실을 누가 납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도 준호는 담담한 마음으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고르고 거울을 보고 있었다.
양복을 입고 마루를 지나려니 하숙집 아주머니가 준호를 불러 세웠다.
"총각, 오늘도 또 가나?"
"네, 가봐야지요. 매일 가다보면 회장이 지겨워서라도 어떤 지시를 내리지 않겠어요. 그럴때까지 가야지요 예의를 갗추고 말입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라야 말이지."
50
하숙집 아주머니는 걱정이 돼서 말했다.
"나도 지겹지만 회장실에 있는 비서 아가씨도 지겨워 빨리 어떤 지시를 받으려고
회장에게 재촉 할 겁니다."
준호는 말을 하면서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 매여 있는 개는 반갑다는 듯이 낑낑대며 꼬리를 계속 흔들고 두발을 들어 준호에게 다가왔다.
준호는 가까이 가서 줄이 엉켜있는 것을 풀어주고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생각했다.
ㅡ 너가 평생 이렇게 줄에 묶여 일생을 이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할 운명을 안고
태어난 것과 같이, 나고 어쩌면 내가 스스로 해야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벌려 내 스스로 운명에 족쇄를 채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큰 멍에를 짊어지고 주어진 환경을 딛고 입지의 길로 일어서는냐, 아니면 평생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살아 가야 하는지 나도 확신을 못하겠구나. 너는 일개 짐승이지만 나에게는 조상의 얼과 문화속에 성장해왔고 또 앞으로 계속 사명감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후손에게 보다 나은 금수강산과 풍요로움을 물려주어야 할 책임을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단다.
우리나라가 열강 선진국 대열에 진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단다.
매년 임금투쟁으로 외국기업들은 우리나라에 공장 설립을 피하고 동남아와 중국으로 가버리는데도 우리는 까다로운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단다. 우리 노조들은 자신들의 철밥그릇을 갖기 위해 치열한 임금투쟁을 하고 있는데 훗날 우리의 아들 딸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중국으로 찾아가야 하는 슬픈 일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저렇게 일을 하지 않고 파업을 일삼고 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니? 너는 동물이니까 모르지. 주인이 밥만 제때에 가져자 주면 되겠지만. 우리 인간은 특히 강대국 틈에 끼여 있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갈길이 멀고 험한데 정부는 속수무책이란다. ㅡ
준호가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개는 마냥 좋아서 낑낑거리며 꼬리를 흔들어댔다. 준호는 한숨을 쉬고 일어섰다. 오늘따라 왜 이런 상념이 드는 것일까.
추석에도 하숙방에서 깡소주를 먹고 골아 떨어져 성묘도, 형님 집에도 가지 못했다.
이 시간에도 준호는 어김없이 두 손을 양복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초동 한성그룹
부회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좌석버스는 시내를 빠져나와 한남대교를 건널 때, 하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햇빛은 물결을 반사시키고 있었고. 다리를 건너는 차량들은 창문을 가리고 있었다. 버스는 강남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쭉 뻗은 강남대로에는 많은 차들로 붐비고 있었다. 저 멀리 한성그룹 사옥이 눈에 띠었다. 준호는 우면산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랜저가 사옥에서 나올 때마다 준호는 부회장이 탔을까 하고 바라보지만 차 유리는 검은 선팅이 입혀져 차 안을 볼 수가 없었다.
경비도 이상한 듯이 준호를 바라보지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
그 전에는 매일 드나드니까 어디가냐고 묻기에 준호는 부회장실에 간다고 말했다.
마치 친구라도 되는 듯이 ...
경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 할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위로부터 어떤 지시가
내려오지도 않고 방문하는 사람은 마치 돈 이라도 받으러 오는 것처럼 당당하기에
선뜻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는 것을 더욱 이상할 것이었다.
국내 최대그룹의 사촌 간인 30대그룹의 부회장을 만나러 온다는 사람이 차도 없이
걸어서 오는 것이 더욱 이상 할 것이라고 준호는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에 오랐다.
8층에 도착하는 벨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준호는 내려 왼쪽으로 바로 꺽여 부회장실로 뚜벅 뚜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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