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양조한 '맥주'는 어떤 맛일까."
미국 연구진이 가위처럼 DNA를 잘라 붙이는 방식으로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맥주를 만들 때 꼭 들어가야 하는 '홉'을 넣지 않고도 맥주 특유의 향과 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단순히 유전자 결함을 교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산업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와 수제맥주 제조업체 라구니타스 공동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로 효모의 유전자를 교정해 홉을 넣지 않고도 수제맥주 맛과 향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0일자에 게재됐다.
맛도 뛰어났다. 유전자가위 맥주를 개발한 연구진은 40여 명을 대상으로 맥주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유전자가위 맥주의 승리였다.
연구를 이끈 제이 커슬링 UC버클리 교수는 "효모가 만들어 내는 방향물질 등만 취하고 효모는 정제되는 만큼 맥주 안에는 유전자가 변형된 어떤 생물도 들어 있지 않다"며 "유전자가위 맥주는 유전자조작(GM)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가뭄과 같은 극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 유전자를 식물에 넣어주거나 성장을 방해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면 농작물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특정 기능을 강화한 상추, 양배추, 버섯 등도 개발했다. 돼지의 근육 성장을 방해하는 유전자를 제거해 몸집이 큰 '슈퍼돼지'도 만들었다. 의료 분야에서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미국 상가모 테라퓨틱스는 헌터증후군 환자에게 유전자 교정 치료제를 넣는 임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6년부터 악성 폐암 환자 몸속에 유전자가위로 변형시킨 세포를 주입해 암 전이를 막는 임상을 진행해왔다.
유전자가위는 신약 개발을 비롯해 유전자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실험 동물 생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복잡한 과정 없이 쥐 배아에 유전자가위를 넣어 특정 유전자만 자른 뒤 이를 착상시키면 원하는 실험쥐를 바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윤성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연구위원은 "유전자가위 기술이 실용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거 다른 어떤 기술보다도 그 속도가 빠름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유전자가위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생명공학계의 혁명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유전자가위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가 되는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골라내 제거하거나 끼워넣을 수 있는 기술이다. 2013년 유전자가위 3세대로 불리는 '크리스퍼 카스9'이 등장하면서 "생물학 실험실의 99%가 유전자가위를 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전자 교정을 활용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3세대 유전자가위는 작은 RNA 조각만 교체하면 DNA 교정이 가능한 만큼 1·2세대 기술과 비교해 간편하고 값이 쌀 뿐 아니라 정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연구진이 가위처럼 DNA를 잘라 붙이는 방식으로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맥주를 만들 때 꼭 들어가야 하는 '홉'을 넣지 않고도 맥주 특유의 향과 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단순히 유전자 결함을 교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산업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와 수제맥주 제조업체 라구니타스 공동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로 효모의 유전자를 교정해 홉을 넣지 않고도 수제맥주 맛과 향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0일자에 게재됐다.
맥주는 보리를 말린 '맥아'에 효모와 물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이때 덩굴식물인 홉이 들어가는데 투입되는 홉의 양에 따라 맥주 특유의 맛과 향이 결정된다. 이처럼 맥주를 만들 때 꼭 필요한 홉을 재배하려면 많은 물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들어간다. 수제맥주 500cc에 들어가는 양만큼 홉을 키우려면 500cc 맥주잔 50잔에 해당하는 물이 필요하다. 홉 재배를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이 미국에서만 1년에 1000억ℓ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비용이 소요된다. 또 홉은 환경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변질되면 맥주 맛이 달라진다. 이처럼 꼭 필요하지만 재배하기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홉이 가진 문제를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로 해결했다. 연구진은 홉이 들어가지 않는 맥주 제조를 위해 민트와 바질 DNA에서 오렌지, 레몬 등 식품향료로 사용되는 '리날로올'과 장미유의 주성분인 '게라니올'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잘라 낸 뒤 효모에 집어넣었다. 이처럼 유전자가위 기술이 들어간 효모로 맥주를 빚었더니 홉이 들어간 것처럼 맥주의 향과 맛이 살아났다. 홉을 쓰지 않은 유전자가위 맥주는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고 홉 변질에 따른 맥주 맛 변화를 방지할 수 있어 일관된 맥주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맛도 뛰어났다. 유전자가위 맥주를 개발한 연구진은 40여 명을 대상으로 맥주 맛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유전자가위 맥주의 승리였다.
연구를 이끈 제이 커슬링 UC버클리 교수는 "효모가 만들어 내는 방향물질 등만 취하고 효모는 정제되는 만큼 맥주 안에는 유전자가 변형된 어떤 생물도 들어 있지 않다"며 "유전자가위 맥주는 유전자조작(GM)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가뭄과 같은 극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 유전자를 식물에 넣어주거나 성장을 방해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면 농작물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특정 기능을 강화한 상추, 양배추, 버섯 등도 개발했다. 돼지의 근육 성장을 방해하는 유전자를 제거해 몸집이 큰 '슈퍼돼지'도 만들었다. 의료 분야에서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미국 상가모 테라퓨틱스는 헌터증후군 환자에게 유전자 교정 치료제를 넣는 임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6년부터 악성 폐암 환자 몸속에 유전자가위로 변형시킨 세포를 주입해 암 전이를 막는 임상을 진행해왔다.
유전자가위는 신약 개발을 비롯해 유전자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실험 동물 생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복잡한 과정 없이 쥐 배아에 유전자가위를 넣어 특정 유전자만 자른 뒤 이를 착상시키면 원하는 실험쥐를 바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유전자가위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가 되는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골라내 제거하거나 끼워넣을 수 있는 기술이다. 2013년 유전자가위 3세대로 불리는 '크리스퍼 카스9'이 등장하면서 "생물학 실험실의 99%가 유전자가위를 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전자 교정을 활용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3세대 유전자가위는 작은 RNA 조각만 교체하면 DNA 교정이 가능한 만큼 1·2세대 기술과 비교해 간편하고 값이 쌀 뿐 아니라 정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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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술협력 요청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술협력 요청
2018 . 4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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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수 담수화 방법(기술)을 알려주면 좋겠다.” 지난 3월26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의 사저로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며 이같이 말했다. 물 부족 국가인 아라비아 6개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가진 한국에 협력을 제안한 것이다.
한국은 해수 담수화 분야의 강자다. 대표적인 게 2000년 두산중공업이 성공한 UAE의 알타윌라(Al-Taweelah) 해수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다. 하루 1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23만t의 물을 생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당시 수주 금액만 3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시도한 원 모듈 공법을 통해 발주처가 제시한 공사기간보다 5개월 이상 건설기간을 단축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해수 담수화 분야의 강자다. 대표적인 게 2000년 두산중공업이 성공한 UAE의 알타윌라(Al-Taweelah) 해수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다. 하루 1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23만t의 물을 생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당시 수주 금액만 3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시도한 원 모듈 공법을 통해 발주처가 제시한 공사기간보다 5개월 이상 건설기간을 단축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두산중공업뿐만 아니다. 한화건설은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 마라픽이 발주한 10억5000만달러 규모의 발전 담수 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이후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 등지에서 담수 플랜트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GS건설도 2014년 튀니지상수공사가 발주한 약 1006억원 규모의 제르바 해수담수화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등 담수 플랜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2014년 국내 최초로 해수담수화 플랜트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전기를 생산하기도 했다.
한국 화학기업과 섬유기업도 담수화 기술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담수 생산방식이 변화하면서 담수화 기술도 고도화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발전소의 열로 물을 증발시켜 얻는 증발식 담수 시설보다 역삼투압을 이용한 멤브레인(분리막) 방식으로 대부분의 시설이 바뀌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고분자합성 기술과 나노 복합물질 반응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 대비 역삼투압 성능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리는 등 이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 코오롱은 자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1989년부터 분리막 연구를 시작해 멤브레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효성도 역삼투 기술을 이용한 담수화 엔지니어링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해수담수화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 인류의 핵심 자원으로 ‘물산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엔에서 발간한 세계 수자원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총인구 94억 명 중 42% 정도인 40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구상의 물 중 담수 비율이 2.53%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지하수와 표층수의 양은 전체 담수의 30.5%에 불과하기 때문이
한국 기업들이 해수담수화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 인류의 핵심 자원으로 ‘물산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엔에서 발간한 세계 수자원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총인구 94억 명 중 42% 정도인 40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구상의 물 중 담수 비율이 2.53%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지하수와 표층수의 양은 전체 담수의 30.5%에 불과하기 때문이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지하수 이용, 인공강우, 해수 담수화 설비 등이 있다. 하지만 지하수를 이용하면 수원(水源) 고갈, 수질오염 등의 부작용이 뒤따르고 인공강우도 현재로서는 실험 단계다. 반면 바닷물은 현재 지구에 있는 물의 양인 13억8600만㎦의 96.5%(13억5100만㎦)를 차지한다. 해수 담수 플랜트가 물 부족 해소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세계 물 사업 조사 기관인 GWI에 따르면 담수화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39억달러 규모에서 2018년 15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성장률은 무려 389%다.
정채희 한경비즈니스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