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황금빛 남자

그 빛은 나에게...

방형석 2010. 9. 24. 19:09

                       금빛 남자 < golden man >

 

                                                    어제,오늘,내일 ... 변함이 없다.

                                           ( 얻어 먹을 힘만 있어도 은혜를 받은 것이다. )

 

   사람들과 차가 다니는 다리 아래 거지 십여명이 있었다. 기동이 할아버지는 먹을 것을

   들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 가져온 음식을 거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거지들은 질병과 부상으로 누더기 옷을 입고 누런 이를 보이며 웃고 기동이 할아버지가

   가져온 음식을 빨리 내려놓기를 기다리며 기동이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 얻어 먹을 힘만 있어도 큰 은혜를 받은 것이란다. *

                        할아버지는 말하고는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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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장막을 만든 무대 뒤에는 밴드가 음악을 흘리고 있었다.

무대에는 은은한 빛을 비추고 있었고, 넓은 실내에는 테이블이줄지어 놓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부드러운 등이 하나씩 켜있어 체크무늬처럼 테이블을 가리키고

있는데, 아직은 좀 이른 시각이어서 실내에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이 잘 들렸다.

많은 테이블 중에서 몇 만이 사람들이 앉아 술을 시키려고 웨이타와 말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 유니폼에 흰색 와시셔츠에 초록색 넥타이를 맨 웨이터는 싸구려 클럽이 아닌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따금 상,하의 흰 유니폼에 줄무늬진 하얀 와이셔츠와 핑크빛 넥타이는 어둠과 조명의 빛을 받아 품위가 엿보였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홀 전체를 주시하며 테이블에 소란이라도 일어나는 곳이

있는지 살피며 다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아마 그는 책임자인 것 같았다. 

손님이 클럽 입구에 나타나자, 웨이타들은 자기를 찾아온 손님인지 확인하려고

달려가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웨이터들은 테이블을 오가며 주문을 받고, 접수하려고 카운타로 가고 술과

안주를 가지고 테이블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마 20시가 된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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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은 넓었다. 그 가운데에 세명의 남자가 앉아 발렌타인을 마시고 있었다.

여자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긴 시간을 놀러온 것이 아니라, 분위기 있는 곳에서 담소하며 술마시려고 온 듯했다.

세사람 중에 제일 연장자는 말했다.

"난, 이 호텔 나이트가 좋거든 공기도 청결하고 조명, 친절한 웨이타 편리한 드라이브 코스 멀리 보이는 강남 야경에 취해 술마시러 오기도 해."

무궁화 6개 호텔 나이트는 조명과 실내 인테리어는 엄지 손가락을 들만했다.

"형님, 독일 튜닝회사는 얼마나 큽니까? 수천명은 되요?"

성격이 급한 듯한 왼쪽에 앉은 40대 초반 남자가 술잔을 들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그런줄 알았더니 아니더라. 불과 몇 백명 밖에 안되던데."

"어떻게 그 인원가지고 전세계 차를 튜닝(자동차 회사에서 생산된 엔진 힘을 고도의 기술로 힘을 증가시키는 기술) 할 수 있는 겁니까?"

옆에 있는 다른 남자가 궁금해서 급히 물었다.

"아무 차나 튜닝하지는 않고, 독일에는 수십개 회사가 있으니까."

말하고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튜닝회사에서 감사의 표시로 텐트,파라솔,침낭,코펠,버너 등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보고 파라솔치고 텐트 안에서 잠자고 코펠로 밥지어 먹으라고 준건가? ㅠㅠ>

 

                                                          2

 

 

"형님 그럼 그 차 가격은 얼마들었습니까?"

" 약, 8억 좀 넘게 들었지. 세금까지 합하면 9억 가까이 돼."

"와, 9억! 벤츠, 아우디, BMW,롤스로이스 포르쉐 내가 아는 유명한 차도 그만큼은

 안되겠는데..."

" 독일 4사 차를 튜닝하면 그만큼 돈이 들어간다. 엔진, 미션 실내 인테리어, 외관도

  디자인은 독창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튜닝비가 차 값 보다도 더 비쌀 수 있어."

"형님 그 차 한번 타보면 소원 없겠수. 서해안 고속도로 달려보게 하루만 빌려요."

"야, 와이프는 빌려줘도 차는 안빌려 준다더라."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툭 말했다.

"뭐...?"

그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이 친구야, 차를 빌려가면 엑셀레이터를 막 밟고 급가속을 아무때나 하면 엔진,

미션에 무리가 가게 되고 그렇게 반복하면 마력이 필요할 때 급가속해도 애마는

주인이 필요할 때,원하는 속도를 낼 수가 없기 때문이야.

즉, 아무리 젊은 힘이 장사인 사람이라도 무거운 짐을 메고 혹사시키면 폭삭 늙어버린다는 이론과 같아.

또 외관에 흠집이 생기면 형님이 후배한테 물어내라고 하겠나? 그러나 와이프는

빌려줘도 표시가 안나기 때문에 그런 농담이 프리미엄 차를 가지고 있는 동호회

사이에 그런 유행어가 생긴거야. 한강에 배가 지나갔다고 흠집이라도 생기나 ? "

" ㅋㅋ  맞다. 차는 관리하기에 따라 힘과 성능이 계속 유지되는 점에서는 여자와

같아. 마누라도 관리 즉, 옷,화장품 향수 고급미용실, 맛사지, 다이어트 음식 등으로 가꾸면 매력이 유지된다는 점과 비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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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을 마치고 발렌타인을 들이켰다. 술은 식도를 따라 위로 찌르르 흘러가는 느낌이 좋았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빈 속에 술이 위로 들어가며 서서히 체온을 달구는 것을

좋아했다.

"형님, 애마(愛馬) 와 애마 (愛人)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와이프와 비교하는 건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

"네."

"애마야. 와이프는 이혼하려면 큰 돈이 들고, 항상 돈들어가는 점에서는 두 애마가

같지만, 애마(愛馬)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고 충실하거든... ㅋㅋ"

세남자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고 발렌타인을 따랐다. 잔을 부딪치고 입으로 가져갔다.

"야. 너희들 비밀이야. 와이프가 알면 이혼하자고 할 지도 모르거든. 여자는 그래."

"남자는 더 그래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두 애마를 다 소유해야지.

타이거우즈는 위자료를 뭐, 7억달러 ...! 한국이 좋은 거야. 재벌회장이 이혼했는데 위자료를 얼마 주었는지는 알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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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는 영화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8시가 되면 매일 영화음악 두 곡을 연주하는데 경쾌한 멜로디 스팅 영화음악이 흘러나왔다. 절뚝거리며 출연한 로버트 쇼는

스티븐스필버그 감독 죠스에서 열연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로버트 쇼 연기에

아직도 가슴을 울렸다.

백상어를 잡겠다고 싸우는 처절한 전투에서 백상어 톱날같은 뾰족하고 칼같은

상어가 입을 벌리고 로버트 쇼를 삼키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연기는 지금도 전율을 느끼며 몸을 떨게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영화를 잊을 수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세계적인 감독임을 전세계에서 인정한다. 백년에 한 번 탄생할 하늘이 내린 천재임이 틀림없다.

 

문득 생각났다.

자신의 애마(愛馬)를 성심껏 세차하고 닦아주는 사람을...

그는 로버트 쇼 보다 키가 훨씬 작았지만 세차에서는 전국에서 다섯손가락에 드는 사람일 것이라고 여겼다.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손님을 맞는 그는 장애자의 아픔 같은 것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영화,죠스에서 퀸트 역으로 나온 로버트 쇼와는 다른 둥근 얼굴이지만,절뚝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은 영락없이 로버트 쇼를 연상하게 했다.

스필버그는 절름발이 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주연으로 발탁하는 그 높고 깊은

통찰력과 안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는 특히 더 그렇지만, 그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는 목수들이 허리에 차는 작은 가죽주머니를 차고 나온다. 그 안에는 차 구석구석 먼지와

이물질을 닦을 수 있는 기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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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은 편리성에서 손잡이를 음푹들어가게 설계하고 사각에 바닥 모서리도 각으로 만들어 먼지와 음료, 커피, 등은 닦아낼 수 가 없다.

그러나 튜닝회사는 그런 것을 개조해서 곡선과 예술성을 추구해왔다. 프리미엄에

예술적인 감각과 화려함을 창조함으로서 독보적인 자신의 차문화를 구현해왔다.

 

그는 허리춤에서 전동기를 꺼내 나무젓가락 같은 것에 특수천과 세제를 넣어 차 구석구석 전기모터를 돌려 닦는다.

전기모터에서 나오는 윙~ 소리는 세차맨 중에서 아마 그 사람 만이 갖는 기술이다.

또, 차종에 따라 향수를 뿌린 듯한 세제를 가져와 세척하니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애마주인들은 술마시고 알콜성분이 다 깰 때까지 차에서 머문다.

당연히 차에는 술냄새와 안주냄새, 트림 등 때로는 담배재도 창문바람에 의해 차

안으로 스며들는 것을 잘 아는 그는 냄새가 차에 배기 전에 이튿날 아침 모든 스케줄을 미루고 세차장으로 갔다.

 

이른 오전에 차를 대자,절뚝거리며 허리에 주머니를 차고 와서 꾸벅 인사하며 편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휴가는 어디로 가십니까?  바쁘신가요? 사장님"

" 조금, 이른 아침이라..."

"우리나라에 한 대 밖에 없는 차를 타시니 항상 자부심으로 즐겁겠습니다."

"그렇지 뭐. 사우나 갔다가 오겠네."

"네,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이제, 팁 그만주셔도 됩니다. 제가 미안해서요.."

그 말을 듣자, 차주인은 말했다.

"참, 독일 튜닝회사에서 선물로 준게 있는데..."

차주인은 야영장비를 절뚝거리는 사람에게 줘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끝을 흐렸다.

 

                                                          6

 

 

"괜찮습니다. 고마울 따름이지요."

"차 트렁크에 파라솔,텐트, 거위털침낭,코펠이 있어. 가져가게나~"

그는 차에서 내리면서 가벼운 짐을 덜어낸 듯이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사우나 다녀오십시요."

김영광은 절뚝거리며 차 트렁크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오색 파라솔, 호화스런 텐트, 푹신한 거위털 침낭,선크림,선그라스 등이 있었다.

<야, 화려하다.>

영광은 야영장비를 가지고 사무실에 옮겨 놓고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현란했다. 다리는 절뚝거리지만, 손놀림은 민첩했고, 각이 있었다.

각이라는 것은 절도 즉, 강약은 물론이고 손놀림 스피드가 완급마저 갖춰져서 장인의 모습을 누구나 떠올리게했다.

 

허리에 찬 가방주머니에서 전동기를 꺼내 스위치를 켜서 구석구석 먼지와 술,커피의 자국을 닦았다.

앞 유리부터 물을 뿌리고 차 전체를 닦았다. 글라스세제와 왁스를 노란 부드러운 천에 묻혀 왼손을 오른손 위에 얹혀 버넷부터 시작해서 문과 천정까지 나무사사리를 타고 손으로 닦았다.

 

독일 프리미엄차들은 색상을 넣는 것 외에 펄(번쩍이는 색)을 입혀 가까이서 보면

색상 외에 번쩍거림으로서 화려함을 나타내는 데 튜닝회사는 보다 더 높은 기술로

펄을 입히기 때문에 같은 벤츠차라도 더 화려한 빛을 발한다.

영광은 차에서 좀 떨어져서 살피고 차 주위를 한바퀴 돌아봤다.

미흡한 곳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아침 햇살을 

받은 차는 황금빛처럼 눈을 부시게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 번씩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시트 아래에 조그만 프라스틱 병에서 액체를 손에 묻혀 시트 바닥에 손을 넣어 쓱 지나갔다.

그러자 차 안에는 허브 또는 셀렘향기인지 알 수 없는 신선한 향기가 차 안에 

가득 감돌았다.

 

 

                                                          7 

 

 

 

영광은 순수했다.

8남매 중에서 7남으로 태어났다. 웬일인지 유아시절부터 걸음을 띨 나이지만,

2살이 되도록 혼자 걷지 못하고 엄마가 손을 잡아줘야 만이 걸음마를 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4살이 돼서야 혼자 걷는데 그것도 조금씩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왼쪽 무릅이 말라갔다.

가지채소가 가뭄에 말라비틀어지는 것처럼 살은 없고 뼈도 앙상해졌다.

부모들은 유명한 병원을 찾아가 낫도록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결국에 영광은 국민학교 다니다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다.

아이들이 병신하고 놀리고 따돌림받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걱정했다.

왜? 8남매 중에서 영광이만 소아마비가 됐는지 알 수 없었고, 영광이를 잉태했을 때, 몸조리를 못한 기억도 없다. 약도 의사에 지시에 따라 음식을 절제하고, 담배,술 등은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도 아이에게 평생 상처를 주어야 하는 아이에게 

 죄를 지은 것 같아 아프고 쓰라렸다.

살아오면서 남에게 해를 입힌 것도 없는데 왜 아픔을 주시는지 하나님께 기도하고

기적이 생기기를 간구했다.

 

                                                          8

 

 

남편도 저 아이가 험난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할 수 있을지 늘 걱정이었다.

선생님과 상의한 결과 (인성교육 人性敎育)에 힘써야 된다고 해서 가정교육 만이

야성(野性)을 누르고 인성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

 

부부는 어린이 날 어린이대공원에 영광이를 데리고 갔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껑충껑충뛰면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동물원에서 신기한 소리를 외쳤다.

영광이도 함께 있었으나 침묵할 뿐이었다.

"영광아, 여기에 너와 비슷한 아이들이 수 천명 왔단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과연

사고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단다."

"그래, 건강이라는 것은 뜀박질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마음의 건강이 더욱 중요하단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나쁜짓을 할 수도 있고, 또 사고로 일찍 죽을 수도 있단다. 자유롭지 못해도 하나님은 착하게 엄마 아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햇빛도 보고

나무도 보고 맛있는 과일도 먹고 보고 싶은 것 보며 평화롭게 살면 바로 행복이라고 말씀하고 계신단다. 알았지? 우리 영광이는 착해서 아빠말 잘들을 거야."

"알았어요. 아빠."

영광이는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어려서 가정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지금은

나이가 40이 훌쩍 넘어섰지만, 어떤 여자도 선뜻 절름발이에게 자신의 일생을 맡길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

 

 

                                                          9

 

 

찌는 듯한 무더위가 찾아왔다.

30도가 넘는 더위에서 많은 차들이 피서가기 위해 점검받으려고 예약이 시작됐다.

문득 영광은 선물받은 야영장비가 떠올랐다.

-- 나도 피서갈까 --

집에 와서 칠순이 다된 부모님에게 말했다.

"아버지, 바닷가고 피서갈려고 해요. "

그러자, 어머니는 놀라서 물었다.

"아니 갑자기 웬 피서니? 여지껏 한 번도 가지 않던 바다를..."

어머니는 걱정된 얼굴로 물었다.

"걱정할 것 없어요. 손님이 선물을 주었는데 파라솔,텐트를 주었어요. 그래서 생각나서요."

"괜찮다. 늘 차를 가지고 다니니까 차에서 잘 수도 있고, 자연을 섭렵하고 오면

 더욱 건강해지지."

아버지는 쾌히 승낙했다.

"그래, 어디로 가려고 하니?"

어머니는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남들이 제주도가 신비하다고 해서 다녀오려구요."

"그 먼 곳을..."

그후 영광은 인터넷을 검색하여 피서지를 찾기 시작하고 야영할 장비 사용법을

알기 위해 들판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그 안에 들어가 누워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자연 속에 새소리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버너를 사용하여 고기를 구워먹고, 커피도 끓여 마셨다. 음식점에서 먹는 즐거움에

상쾌함도 함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

 

 

 

커다란 전국지도를 방 벽에 붙여놓고 고속도로를 외우고 도로공사에 문의해서

서울에서 제주까지 차를 가지고 가는 길도 묻고, 인터넷 검색해서 다녀온 여행기도 읽었다.

글을 올린 사람은,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고 나서 해외여행 가도 늦지 않다고 했다.

우리가 태어난 국토를 자녀들이 탐방하고 각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산교육이라고 말했다.

 

제주에 아주 조용한 해수욕장은 어디에 있고, 가는 길도 제주시청 관광과에 문의해서 수첩에 상세히 적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가는 길에 어디에서 야영하는 것이 좋을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인터넷 검색으로 밤새도록 찾았다.

위험한 곳이 어디이고 지역 깡패들이 주먹을 휘두르는 일은 없는지도 관광과에

물었다.

영광은 사람들이 없는 곳에 야영할 백사장을 찾기로 했다.

7월 하순이라 장마도 물러갔고, 거리는 한산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휴가를 받아

산과 강, 바다로 가는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었다.

방송사 취재는 조그만 승용차에 아이 셋을 뒤에 태우고 영동고속도로를 가는 것을

취재했다.

 

                                                          11

 

 

"차가 이렇게 정체하고 있는데 그래도 휴가는 즐겁나요?"

아나운서가 인터뷰를 했다.

그러자, 작은 차안에 아이들이 즐거운 소리를 외치고, 아이들 아빠되는 중년은

핸들을 손을 얹고 대답했다.

"길이 막히면 아이들과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도시락도 먹고 해서

 즐겁습니다."

두 부부는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이튿날, 사장님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휴가를 발표했다.

"여러분 수고 많이 했습니다. 우리도 휴가를 가야겠죠. 많지는 않지만 휴가비를

 담았습니다."

사장은 말하고 매년 하는 행사처럼 우산을 들고 펼쳤다.

"이 우산은 프랑스에서 가져온 우산입니다. 명품이죠. 그런데 이 우산 살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8개가 지붕을 받치고 있어 우산이 되는데, 이중 한개가 살이

 파손됐어요. 자. 사용할 수 있습니까? 버려져야 하는 폐품이 됐습니다."

직원들은 우산살을 보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 다음에 나올 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벌써 몇년째 저 우산가지고 당부하실까 수년 동안 녹슬지 않게 기름을 칠해서

장농 속에 보관해 매년 이맘 때에 꺼내는데 언제 다른 화두로 바뀔까.

서두는 이쯤이고 결론이 빨리 나와야 휴가비를 받고 갈텐데...

  마누라와 아이들이 눈이 빠져라 하고 휴가비 가지고 오기를 기다릴텐데... --

 

 

                                                          12

 

 

 

사장은 일년에 한 번 하는 훈시인 만큼 상여금을 주는 이 날에 가슴에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무식에도 하지 않는 훈시는 매년 여행으로 마음이 들뜨는 휴가비 나가는 이때가

적기라고 생각했다.

"각 부서가 조화가 되어 마찰없이 잘 해줘야 만이 시너지효과로 회사는 발전 즉,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이익창출과 사회적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삼국지를 읽어봤을 것입니다. 삼국지를 읽지 않고서는 인생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처럼...

읍참마속, 제갈공명은 자신의 가장 아끼는 장수 마속을 참수했습니다. 능력과 성실함이 뛰어나고, 자신의 절친한 벗 마량의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군대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서 참하고 나서 공명은 밤새도록 술마시며 슬피 울었습니다.

왜 자질이 뛰어난 인재의 목을 베는 것은 무엇입니까. 군령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현대시대에서는 군령은 곧, 회사규칙입니다. 경영이 안되면 즉, 성장과 이익창출이 꾸준히 그래프에 나타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정체되면 나는 빚에 쪼들려 거리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곧 우리 인체의 각 부분이 활발하게 제 역활을 해주지 않으면 병이 생기는 것, 노령화가 빨리 온다는 것, 따라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야 한다는 것과 같아요.

 

자신들의 주변에서 생기는 우환이나 갈등, 즉,가정과 회사에서 생기는  동료들과 마찰로 인하여 화합과 일치되지 못하는 것을 휴가가서 다 털어버리고 다녀온 후에 열심히 자신의 맡은 업무에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다짐의 7월 휴가철입니다.

 

 

내년 휴가를 위하여 우산을 받치는 8개의 살처럼 개인일과 회사 일 즉, 공과 사를 구별해 회사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 바랍니다."

사장은 직원이 가져온 봉투를 직원에게 한 명씩 건네주고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즐거운 휴가 되십시요. 일 년 수고 많았습니다."

 

영광은 결심했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기로...

남쪽, 바다 건너 먼 남쪽 섬, 태어나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섬으로...

 

 

                                                           13

 

 

이튿날 아침 엄마가 차려준 식사를 하고 커피를 내오시면서 어머님은 조그만

포장된 것을 꺼냈다.

"열어보아라."

아버지는 말했다.

영광은 포장을 개봉하자 조그만 상자가 나와 뚜껑을 열었다. 프라스틱으로 된 엄지손가락 크기 뚜껑을 열었다. 형광등에 반짝이는 금반지였다.

"엄마, 웬 금반지야?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데..."

"객지에 그것도 바다건너 섬으로 가면 나쁜 사람들이 있을테다. 지갑을 뺏는 동네깡패들 만날 수도 있으니까.  급할 때 금반지를 팔아 요긴하게 사용해라."

아버지는 말했다.

"짐은 다 쌌니?"

"네, 야영장비와 부식은 아이스박스에 넣었습니다."

"서울 아가씨들은 영악해서 절름발이 남자에게 시집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더라.

 또 요즘은 독신으로 사는 여자들이 많아 소아마비 총각들은 결혼을 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보다도 힘들다던데... 베트남 여자를 찾아볼까?"

"쓸데없는 소리!"

아버지는 화가나서 일갈했다.

"우리는 잘못이 없어. 세균이 나돌아다니게 방임한 국가의 책임이야. 방역만 잘

했어도 왜 소아마비가 걸리고 평생 절름발이가 되냐 이말이야."

아버지는 말하고 뒤돌아서 소주를 꺼내 뚜껑을 훽 틀어 물컵에다 따르고는 한번에 들이켰다.

 

 

                                                             14

 

 

 

"아버지, 걱정마세요.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래 어디에서 출발할지 정했냐?"

엄마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물었다.

"네, 서해안으로 해서 완도에서 배타고 제주를 오가는 여객터미날에 예약했습니다. 4시간 배타면 제주항에 도착한다고 해요. 바람불어도 안전하답니다. 배가 워낙

커서 흔들림이 없대요."

" 그래. 아무튼 몸조심해. 안전운행하고... "

어머니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아무리 교통법규를 준수해도 상대방이 달려와 사고나는 경우는 늘 있으니까 방어운전은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모자란다. "

소주를 들이킨 아버지는 얼굴이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피로하면 쉬고 무리한 운전하지 말거라."

"네,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

"얘야, 손가락 이리 내 ! "

어머니는 반창고를 가져와 금반지를 감았다. 그리고 말했다.

" 금반지를 보이면 누가 뺏으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항상 감아둬라. 다친 것처럼..."

"어머니도 참, 누가 금반지를 뺏겠어요?"

"너가 아픈 사람이니까 나쁜 놈들이 뺏을려고 한다."

부모는 절뚝거리며 차에 타는 것을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

 

서울을 빠져나오기는 거의 없었다. 다람쥐 쳇바퀴돌듯이 영광은 회사와 집을

오가기만 했을 뿐 시외로 나오지 않았기에 긴장됐다.

핸들을 꽉잡고 외곽순환도로 접어들자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로 혼란스러웠다.

서해안 고속도로 접어들고 2차선으로 규정속도로 나아갔다.

반창고를 붙인 손가락이 불편해 영광은 떼어냈다.

안면도로 가기 위해 홍성으로 나와 천수만을 달렸다.

당진 서산 태안으로 진입하면 시내가 혼잡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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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너무도 좋았다. 해송<海松>들이 바람을 막아주도록 선대의 어른의 지혜에

긴 백사장을 경호원처럼 소나무가 도로의 소음을 막아주었다.

수많은 크고 작은 백사장과 소나무로 우거진 안면도는 교통,바다,청정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민의 피서지이다.

- 지갑에 돈이 가득넣고 해외여행가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안면도는 나름대로

여유롭지 못한 생활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여행코스라는 여행가의 말이었다.

신호등 없고, 맑고 신선한 공기, 많은 백사장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조용한

여행을 찾는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여행기를 보고 가면 정말 좋겠다 싶었다.

 

안면도 끝 영목항에 도착해서 차를 배에 실고 대천항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 서울을 떠나 안면도휴양림과 해수욕장에서 대자연의 영원함을 보고

마음이 시원해졌다.

배 위에서 멀어져가는 육지를 본다. 안면도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겼다는 데에

커다란 기쁨을 얻었다.

잠깐 배 위에서 대자연으로부터 감명을 받자 바로 대천항이 저 멀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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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에는 각처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서해안 최대의 항구답게 어시장은삶의 활기가 넘쳐났다.  회와 소주를 기울이며 웃고 떠드는 소리와 손님들을 테이블에 앉힌 주인은 흥에겨운 소리와 여기저기에서 생선을 보며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잡으려고 "자연산 광어~" 외치는 소리를 뒤로하고 고속도로로 향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 어시장에 영광은 국토순례 하기를 잘했다는 만족감에

즐거웠다.

 

톨게이트에서 입장권을 받고 진입하자, 햇살이 창으로 스며들었다. 핸들을 잡은

영광의 중지손가락에 낀 금반지가 황금빛을 발했다.

영광은 백밀러를 봤다.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금반지에서 뿜어나온 빛으로

금색으로 변했다.

"엇! "

영광은 깜짝 놀랐다. 반지에서 빛을 발하다니... 반지에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

것을 다시 본 영광은 고개를 갸웃했다.

속도를 내서 목포를 향했다. 일직선으로 끝없이 뻗은 국도는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고 있었다. 당진까지 정체가 있지만, 그 이후로는 고속도로답게 모든 차들이

스트레스라도 풀려는 듯이 달렸다.

관광버스는 150킬로 달려가자, 영광은 차가 휘청거려 핸들을 꽉잡고 발을 엑세레이터에서 떼고 브레이크로 옮겼다.

" 휴~"

목포, 영암호를 지나 해남 이정표를 뒤로하고 강진으로 나아갔다. 이미 시간은

어둠이 짙게 깔렸다.

 

 

 

                                                           17

 

 

아무도 없는 어둠속에 도로는 신호등 없이 숨쉬고 있었다. 차에서 뿜어나오는 불빛

만이 동반자가 되었고, 차 안에는 엔진소리만이 조용히 속삭였다.

완도에 도착해서 차 안에서 눈을 붙일까 하다가 고가도로 같은 다리가 있어 지도를

보았다.

신지도. 완도와 신지도 2km 바다에 다리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다리를 건너 신지도로 갔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가로등 불빛으로 광활한 백사장이 보이는 듯했다.

차에서 눈을 붙이고 잠을 청했다.

 

햇빛이 차 안에 스며들었다. 눈이 부신 영광은 부시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차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쏴아 소리와 함께 아주 고운 모래사장이 끝이 가물가물거릴 만큼 드넓게

펼쳐졌다.

명사십리이닷! 영광은 쩔뚝거리며 내디뎠다.  아무도 없는 산과 바다와 파도 만이 밀려왔다가 다시 바다에 휩쓸려 가버린 모래사장은 비행기도 착륙해도 좋을 만큼 단단했다. 백사장이 십리로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늘은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보냈고, 그 빛은 드넓은 백사장을 찬란한 색을

만들었다. 또 다른 감명을 받은 영광은 절뚝거리며 걸으면서 마치 천지창조를 보는 듯했다. 엄마가 낮은 소리로 기도할 때 들었던 (천지창조하시고 삼라만상을 관장하시는 하나님 ! ) 어머님이 늘 외치듯 기도했던  창조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넌, 저주받아 태어난거야. 등신아~" 혀에 독을 담아 내밷는 아이들이 말한 것이

 생각났다. 아무도 없는 대자연이 연출한 모래를 쩔뚝거리며 걸으니 그 독설이 더 크게 들리는 듯했다.

성장하면서 영광은 정말 저주받아 태어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따금 했다.

벌써 30년이 훌쩍 지났다. 긴 세월이 마치 영화 한편 본 것 같은 짧게 그려졌다.

그 아이들은 지금쯤 무얼하고 있을까. 어디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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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 서울대공원에 아버지와 어머니 손잡고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영광아, 여기 수많은 너 또래 수많은 아이들이 있지? 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일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다리가 끓어져 없을 수도 있고, 커다란 건물과 다리를 만들다가 떨어져서 목숨을 잃거나 허리를 다쳐 앉은뱅이가 되기도 한단다. 뉴스에 많이 나오는 것 보여줬지?

 

동작동 국립묘지에 아빠랑 갔었던 것 기억해? 거기에 묻힌 사람들은 괴뢰군이

남쪽으로 침입하자, 나라의 명령에 따라 북한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군인들을

모신 곳이야.

또, 전쟁이 일어나 여기있는 아이들이 전쟁터로 나가 싸우라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전사할 수도 있단다.

또 나쁜 일을 해서 감옥에 가서 삶을 망치는 일도 있단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는 우리 영광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우울하고 슬픔에 젖어 웃음을 잃어버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란다. 알았지? >

 

광활하게 뻗은 백사장을 걸으면서 지나간 수많은 일들과 어렸을 슬픔에 젖었던  일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나타났다가 다시 지워졌다.

영광은 하늘을 보고 동작동 국립묘지에 매년 현충일에 아이와 미망인들의 슬픔에

젖어 우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를 놀리던 아이들은 어머니 말씀처럼 사고로 다리를 잃어버려 목발을 짚고 다닐까 사고로 살아있을까 성인병에 신음하고 있는 아이도 있을까.

 

 

                                                           19

 

 

 

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여먹고 완도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커다란 배에 자신을 실고 미지의 섬 제주는 어떤 곳일까 상상했다.

배 안에는 제주도 한라산 설경과 동백,유채꽃이 펼쳐진 형제섬,말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사진도 걸려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라산 백록담이었다.

수억만년 전에 바다 속 가스가 분출해서 생긴 활화산 용암이 흘러 생긴 섬이라는 것, 삼다도, 해녀,돌,바람으로 이루어진 섬 등이었다.

배 위에서 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를 보며 제주도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을까 하고 궁금했다.

저 무인도도 언제 생겼을까 여지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의구심이 떠올랐다.

누군가 외쳤다. 제주항이다. 한라산이다. 영광은 눈에 힘주고 보았다.

저 높은 구름 아래 마치 공기를 기울인 것 같은 백록담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 저 곳이 백록담이구나 용암이 어떻게 저 높은 곳까지 뿜었을까.

 

 

                                                          20 

 

 

뉴질랜드와 호주로 이민바람이 불었을 때, 영광도 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부모님이 계시지만 않았어도 아마 뉴질랜드로 갔을지도 몰랐다.

이민가는 사람들의 첫 발을 딛기 전에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금 자신의 마음이 이민자의 마음과도 같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뚜~ 큰 배는 부두에 입항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프로펠러를 역회전하여 부두에 배를 붙였다. 승객들이 내리느냐고 분주했다.

 영광은 선실에 걸린 한라산 설경을 보면서 수만년 전에 생긴 화산은 아직도 존재하는데 인간은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을 마쳤을까 하고 생각했다.

액자 옆에 걸린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40을 훌쩍 넘긴 머리는 흰머리가

눈에 띠게 많이 생겼다. 자신도 늙어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에 그리고 곧 자신도 할아버지가 되는 지름길 장년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1

 

 

 

지루한 삶이었다.

삶의 속에는 열등감과 투쟁의 욕망이 항상 들끓었지만, 어머니의 말씀이 힘이 되어

솟아오르는 사악한 욕구를 눌러왔다.

지하 갑판에 내려가 차를 육지로 올렸다. 화물차, 고급승용차,생선담는 차, 크고 작은 많은 차들이 웅웅거리는 배안을 나오려고 서둘러댔다.

차 바퀴에 족쇄를 푸는 인부들은 시커먼 작업복을 입고 매연을 먹으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제주도 일주지도를 보면서 일주하기 위해 하귀를 네비게이션을 보고 입력했다.

제주도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을 상상도 못했고, 비행기는 쉬지않고 내리고 굉음을 올리며 날아올랐다.

황혼의 금능해수욕장에는 피서객들로 가득찼다. 피서객이 너무 많아 야영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조용한 곳을 찾다가 해수욕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돗자리깔고 아이스박스에서 음식을 꺼내 저녁을 먹고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며 저무는 해는 황혼의 광경을 보았다. 

태양도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들기 위해 서서히 바다 속으로 사라져갔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남여 친구들, 연인들이 피서온 곳에 도대체 자신이 여기에 왜 왔는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22

 

 

 

모기들 성화로 모기향을 두 개를 펴고 잠을 자면서 팔에 달라붙어 피빨아 먹는 녀석을 손바닥으로 딱! 쳤다.

그러면서 문득 법정스님의 글이 생각났다.

어느날, 모기가족이 있었다. 시아버지가 바깥을 외출하려니까, 며느리가 물었다.

"아버님, 어디가세요?"

"바깥에 바람쐬러 나간다."

"식사시간에 들어오세요."

"식사? 그래. 시간이 돼도 들어오지 않으면 기다리지 말거라. 영원히..."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모기 며느리는 의아해서 물었다.

"좋은 사람 만나면 실컷 포식하고 배불러 들어올 것이고, 독하고 악한 인간을 만나면 맞아 죽을 것 아니냐? "

 

영광은 쓴웃음을 지었다.

또 모기가 전투기 소리를 내면서 하강해서 팔에 착륙했다. 영광은 왼손을 들어 오른 팔을 막 치려다가 손을 내려놓았다.

모기는 실컷 빨아먹고 날아갔다. 그 자리는 어느새 볼록 튀어나왔다.

밤하늘은 별들이 떨어지기라도 할 듯이 반짝였다.

별을 세면서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일출을 보려했지만 구름에 가려 해를 볼 수 없었다.

식사를 하고 차귀도로 향했다. 수월봉에서 바다 위에 떠있는 차귀도는 잠에서 막 깨어난 듯 빛을 받아 꿈틀거리는 바다에 떠 있었다.

 

 

                                                           23

 

 

 

용머리해안을 보고 주상절리,외돌개, 섶섬,범섬을 보면서 표선을 지나자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였다. 가까이 갈수록 용암으로 이루어진 벽에 파도는 철썩거리며 쉬지않고 부딫쳤다. 

부서지면서 하얗게 변하는 물을 보며 시원함을 받았고 자신의 몸이 성하다면 올라가 보겠지만,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야영할 조용한 해변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았다. 

김녕과 함덕해수욕장 지나면 야영할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김녕에 도착하니

잔디밭에 수많은 텐트와 백사장에는 피서객들로 가득찼다.

다시 방향을 마지막 해수욕장 함덕으로 향했다.

다행이 함덕은 서우봉 쪽에 비교적 한산했고, 텐트도 많지 않았다.

해는 기울어 몇시간 있으면 저물듯했다.

 

영광은 차에서 서둘러 야영장비를 꺼냈다.

절뚝거리며 파라솔,텐트를 꺼내 야영장으로 들고 가자,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파라솔을 케이스에서 꺼내고, 손잡이를 위로 올리자, 화려한 오색으로 줄쳐져 있는 천은 지붕이 되었다.

기둥을 모래에 심자 그늘이 생겼고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나왔다.

텐트를 케이스에서 꺼내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도와드릴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많이 연습했어요."

"네? ...연습을요?"

그사람은 뜻밖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돌아갔다.

 

 

                                                           24

 

 

영광은 금반지에 반창고를 감을까 하다가 건달들이 눈에 띄지 않아 그만두었다.

텐트를 치고 나서 보니 세계적인 자동차회사가 선물한 것처럼 화려했다.

주위에 야영하는 사람들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있는 것을 알았다.

식수대에 가서 물을 받고 있으니까 아이들과 사람들이 영광을 쳐다보았다.

별을 보고 아이스박스에서 맥주를 꺼내 마셨다.

생전 처음 야영하고, 고기굽고 시원한 맥주를 먹으니 사람들이 고생하면서 왜 피서를 가는지를 알게되었다.

 

텐트와 파라솔 설치하고, 맥주를 마셨더니 피로가 몰려와 어느새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다.

햇빛이 텐트 안으로 들어와 영광의 얼굴을 비추었다. 영광은 눈이 부셔 손을 들어

빛을 가렸다.  빛은 금반지에 반사되어 텐트 안을 온통 금색으로 도배한 듯 빛났다.

잠시후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파도는 밀려와서는 부서지며 모래 속으로 스며들고 갔다가는 다시 와서 철썩거리며 반복하고 있었다. 해는 10시 방향 위에 떠있고, 무더위를 뿌리기 시작했다.

바다에는 몇사람들이 첨벙거리고 있었다. 영광은 웃옷을 벗고 수영복을 입었다.

 

사람들이 없자, 영광은  선크림을 온몸에 문지르고 쩔뚝거리며 백사장을 걸어갔다.

밀려오는 파도 속으로 두 손을 앞으로 향하고 파도를 잡으려는 듯이 덮쳤다.

난생 처음 머리를 바다 속에 넣고 눈감고 몸을 수평으로 하고 팔다리를 움직였다. 

 동작을 멈추고 보니 물 수위는 허리에 와있다. 바닥이 훤히 보였다.

쉬지않고 움직이는 바다에 빛은 바닥까지 비추었다. 영광은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이상하다. 두 다리가 똑같네.>

영광은 신기했다. 어떻게 똑 같을까. 영광은 조금 떨어져 서있는 사람에게 갔다.

그 사람 다리도 자신의 다리와 똑같았다.

<아니, 이럴수가...>

 

 

                                                         25

 

 

어려서부터 영광은 부모님이 일요일에는 어김없이 교회가는 것을 보았다.

성장하면서 하나님에 대한 것을 늘 들어왔다.

전능하시고 무한한 능력을 가진 분, 하늘과 바다,땅을 만드신 무한한 능력을 가진 하나님은 자애로우신 분이라고 귀가 아프게 들어왔다.

하지만, 영광은 교회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어울리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인간이 시간을 즉 세월을 극복할 수 없는 것과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숙명(肅命)을 생각했고, 쉬지 않고 물흐르듯이 지나가는 시간에 인간의 무력함을

깨닫기도 했다.

(하나님 사업을 위해 일생을 바친 분들이 많단다. 선교하다가 목숨을 잃은 선교사들은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것을 알고 진리를 전하기 위해 가족과 헤어지며 선교하러 떠난단다. 그리고 그나라 권력자에게 죽음을 당하기도 한단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말한 것이 귀에 울렸다.

 

권력자,재력가,종교지도자, 사람들로부터 얻은 명예를 벗기면 한낱 뼈와 살로 된

앙상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권력자,재산가 앞에 서면 벌벌떨게되는데, 왜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옆사람 하체와 자신의 하체가 바다에 잠겨있다. 자신의 왼발이 오른발과 또 옆에

있는 사람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영광은 텐트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사람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 주시했다.

그사람이 걸어나왔다. 하지만 자신처럼 왼발을 쩔뚝거리지 않고 뚜벅뿌벅 백사장을 걸어가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26

 

 

 

삼라만상을 다스리는 하나님이라고 어머니는 늘 말했다. 하나님은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다. 이 세상은 잠시 머물다 지나는 곳에 불과하단다. 하나님이 선택한 사람은 크나큰 영광이란다. 순교하는 사람도 하나님이 선택한 것이란다.

 

<나는 저주받은 인간이 아닌, 선택받은 인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나님은 나를 선택했단 말인가.

나를 절름발이로 만들어 나를 보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함일까 나를 선택하신 것인가.

 

영광은 자신도 노인이 곧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기력이 쇠태하여 생명을

마칠 것이라는 것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수건을 가슴에 달고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추워서 콧물나오면 가슴에 옷핀으로 달았던 수건으로 훌쩍거리며 닦던 기억도

났다.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빛이 마지막이라도 되는 듯이 강렬하게

황금빛을 던졌다.

영광은 절뚝거리며 바다로 뛰어들듯이 달려갔다. 그리고는 태양의 황금빛을 자신의 몸에 가득히 담았다. 눈부신 영원한 태양의 빛을...

 구멍이 숭숭뚫린 화산석 틈에서도 생명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신 경외스러운 하나님이 들꽃에게도 소명(召明)의 능력을 심어주셨듯이...

 하나님은 나에게도 소명<召明>을 주셨고, 나는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님은 틀림없이 나에게 맡긴 소명을 완수할 용기와 능력을 주실 것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나는 얼마나 영광스러운 것인가 !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사랑 너가 보여주어라!> 라고 영광은 자신을 선택한

하나님께 두려움마져 받았다.  무지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음을...!

" 가자 ! 해운대로...! "

영광은 외치고 나서 쩔뚝거리며 파라솔과 텐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27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