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은 신비하다.
평원에 펼쳐진 오름은 산 정상에서 조망하는 준봉<정상보다 낮게 펼쳐진 수많은
봉우리>처럼 이어져 있다.
바람은 저 육지 아니 만주로부터 온다.
억새들에게 슬픔을 흔들어주고 다시 남으로 갈 것이다.
옛 우리의 강인한 선조, 고구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계절이
네번이 바뀌어도 멈추지 않고 흔들며 어디론가 스쳐지나간다.
억새는... 덧없이 흔들린다. 마치 힘이 다 빠져버린 듯이...
아무도 없다. 있다면 바람에 휘청대며 흐느끼는 억새들 움직임 뿐이다.
짧은 삶의 슬픈 운명을 노래하는 억새는 ....인간으로 하여금 지나온 뒤안길을
돌아보게 한다.
바람이 억새를 스쳐가듯....수많은 크고 작은 추억에 젖게 한다.
저 멀리 왕 무덤 같은 둥근 오름이 있고, 또 오름이 있는 드넓은 평원에는 언제나
바람 만이 세월과 함께 스쳐지나간다.
억새여...
그만 흐느끼어라. 인간의 삶도 70년,100년을 살고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일장춘몽>일뿐이다.
마치 영화 한편 보고 난 것처럼....
긴 세월이 너의 일년 삶과 같단다.
그러니 그만 흐느끼거라.
그래도... 억새는 흐느낌을 멈출 줄 모른다.
그것은 바람이 놔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숙명肅命 이다.
인간의 숙명도 일을 하지 않으면 식량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도 인간이 받은
숙명의 하나이다.
평생 맛있는 것 못먹고, 입고 싶은 것 못입어보고 생을 마치는 삶도...
인간사에도 많은 슬픔이 있는 숙명은 많다.
억새여... 그만 흐느껴다오. 억새여.....
운명<運命>은 개척할 수 있다면,
숙명은 피할 수 없이 받아야 할 처절함이다.
짧았던 가을, 만추 晩秋 를 보내는 서러운 짧은 삶, 억새는 햇빛에 속을
모두 내보인다.
투명하다. 빛에 너울너울 춤추듯이 바람에 날리는 억새.
제주에는 억새가 많다. 그래서 제주시민들은 애환과 슬픔을 함께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역사는 그것을 극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격변기에 일어난 이루 셀 수 없는 많은 슬픈 일들을...
오름이 거대하게 보인다. 제주도에는 오름이 무수히 많다. 화산이 되지 못해서
기생이라고 한다.
오름이 많기에 아무도 없는 바람 만이 스치고 지나는 대평원에는
억새의 흐느낌 만이 정적을 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관광지를 볼 것이 없다고 한다. 필자는 조용한 길을
오름과 억새, 그리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길을 스쳐 지나가고
조용함이 있는 대자연이 좋다.
제주도는 대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