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봉과 영취산은 우리나라의 장대한 백두대간의 한 줄기이다.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백두산까지는 장장 1,800km이다.
그중에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진부령까지는 670km인 것이니
북한에 있는 대간은 1,130km인 셈이다.
금강산만 개방하지 말고 백두대간을 개방했으면 하는 마음을 산행을
영취산에서 마치고 아쉬운 듯이...
천왕봉 그리고 백운산을 향해 시선을 모으면서 마음 속으로 떠올렸다.
며칠 전에 내린 폭설로 인해 덕유산 육십령을 기점으로 해서
남덕유산은 눈으로 덮여 눈부셨다.
산행할 깃대봉 방향으로 돌려도 역시 백설로 온 산이 덮여 있었다.
버스에서 스패츠를 차고 내리니 먼저 도착한 다른 산악회
회원을 빙둘러서 체조를 하고 있었다.
스틱 2개를 늘려서 맞추고 산행을 시작했다.
발자국이 있는데 서너명 만이 올라간 듯했다.
눈이 무릎까지 쌓여 있어 오랜만에 두 다리를 눈 속에 파묻어 보았다.
발자국은 이따금 북에서 불어오는 겨울 삭풍으로 메어졌다.
아마도 어제 산행한 듯 싶다.
날씨는 맑아 마치 가을 하늘처럼 파랗다.
눈이 부셨다.
반사되어 얼굴이 타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능선을 향하여 방향을 잡았다.
너무 깊이 빠져 산비탈로 우회도 하였다.
경사가 졌기에 눈이 아래로 쓸려 내려갔기에 허벅지까지는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들은 마치 목화 송이처럼 둥그랗게 모양을 만들어 인공으로
한 듯처럼 연출하였다.
약수터에 들려 물 한모금 목을 추기고 러셀를 해가며 능선을
향해 나아갔다.
뒤를 돌아보니 네사람만 따라왔다.
그리고는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
땀이 어느새 이마를 타고 흘러 눈으로 스며들었다.
장갑을 벗고 백설 같은 하얀 눈으로 듬뿍 담아 얼굴을 문지렀다.
보통은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지만 몸이 풀리기 시작한 때문이지 오히려
시원했다.
얼굴에 비볐던 눈은 녹아버렸고 다시 흰 눈을 손에 담아 얼굴을 문지렀다.
야~ ! 시원하다.....
드높은 파란 하늘과 나무마다 목화 열매라도 열린 것처럼 나무들은 하얗고
동그란 과실을 매달고 있었다.
자연의 조화.....
누가 이 넓은 대자연에 이렇게 연출할 수 있단 말인가.
아름답다는 표현 밖에 미사여구가 생각나지 않는다.
능선을 잡고 올라 서자 숨겨졌던 먼 산맥이 눈 덮여 우람한
근육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겨울 바람은 냉기를 몰고 불어왔지만 뜨거워진 몸에는 오히려
시원함 바로 그것이었다.
바람이 잦았다.
바람아 더 불어다오~
능선을 걸으며 오르니 깃대봉에 도착했다.
한시간 십분 산행했다고 뒤에 따라오던 한 분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저 멀리 힘차게 뻗은 능선은 그 기세가 이어지지 못하고
금원산과 기백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꺽이고 말았다.
깃대봉에서 지리산을 조망했다.
맑고 푸른 날씨는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보였다.
쉽지 않은 일이다.
천왕봉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맑은 날씨가 아니고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도 시력만으로.....
V 모양으로 아득히 시야에 들어온 천왕봉.
백두대간의 시작이고 끝이기도 하다.
백두산에서 시작하면 끝이요.
남북으로 갈라진 남한에서 시작하면 대간이 기점이다.
그리고,지리산에서 기를 받아 힘차게 솟아 있는 산이 있으니 바로
백운산이다
백운산은 섬진강 매실축제 마을에 갈 때쯤에 백운산을 오르겠지.
그 백운산 바로 왼쪽으로 조금 낮은 봉우리는 금원, 기백산인 것이다.
우측에 백운산이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산이 장안산으로 향했다.
장안산은 우리의 어머니 주 논개 초상화를 모셔 놓은 논개
사당을 안고 있다.
대진 고속도로를 바라보고 있는 장안산 또한 가을에는 아름답다.
덕유산은 섬진강과 금강의 수증기가 중국에서 불어 오는
고기압과 마주치는 일이 많아 첫 눈 산행을 할 수 있기도
한 산이다.
다시 산행을 영취산으로 향하여 흰 눈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좌우에 쭉 뻗은 기세 좋은 우람한 산맥을 보면서 눈으로 덮여 있는
겨울산행의
진수를 흠뻑 취하듯이 눈을 헤쳐갔다.
커다란 소나무가 눈에 띠었다.
지세를 보니 능선에서 조금 아래에 위치해 있다.
바람을 막아주는 능선이 있으니 점심식사하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배낭을 내리고 버너에 불을 붙여 달구었다.
삼다수 한 통을 꺼내 코펠에 물을 부었다.
찐 계란을 두 개 꺼내 라면과 함께 풀었다.
네명의 회원과 함께 백설의 눈 위에서 식사를 하고 오가피주를 돌렸다.
멈춘 시간은 20분! 잠시 지도를 보니 산행의 코스를 절반을 조금
넘기고 있었다.
영취산은 금새 나타나지 않았다. 눈을 헤쳐나가는 러쎌은 정말 힘들었다.
뒤에 처음 금성에 온 회원 두 분은 지쳐 있었고
또 한분 회원은 길다고 하며 눈을 실컷 밟고 산행하는 즐거움에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듯 했다.
영취산이 저깁니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회원은 힘이 솟는 듯 했다.
그 봉우리를 넘고 또다시 능선 행군이 이어지지 도저히 더는 못가겠다고
했다.
자, 저기가 영취산입니다.
그러자 두 분 회원은 나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영취산 정상에 오르자 피로를 잊은 듯 했다.
곧바로 우측으로 경사진 곳으로 내려오자 눈 덮인 도로를 걸었다.
모퉁이를 돌자, 버스가 엔진을 켜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 힘든 산행이었다.
눈이 많이 내려 체력 소모는 심했지만 잊을 수 없는 겨울
산행중 백미였다.
꽉 찬 아름다움! 바로 그것을 보기 위해 일년! 겨울을 기다려
온 것이아닌가.
순백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찬바람이 백설로 덮여 있는 눈 위로 휭~불면 눈 위에 바람이 일면서
눈가루가 눈꽃을 일으키며 얼굴에 와닿을 때 그 감촉과 시원함은 아마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겨울 산행의 왜 사계절 중 백미인지 결코 알 수는
없으리라 !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