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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17
방형석
2005. 7. 4. 22:48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면서 두 사람은 섭지코지로 가서 섬 바위들을 보면서 불어오는 짠냄새가 물씬 풍기는 바닷바람을
들이마셨다. 현철은 왼팔로 진경의 어깨를 안았다. 진경은 현철의 어깨에 의지한 채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수면과 수평을 이루며 먹이를 찾아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바다 위를 낮게 비행하는 가마우지 떼들을 보면서 평화로움을 느꼈다. 해안가에 조금 떨어진 바다에 기다란 바위 하나가 마치 사람이 서 있는 형상으로 엉거주춤하고 있는 모습이 사람처럼 보여졌으며 그 바위 한 쪽 면에는 눈처럼 하얀 가루가 묻어있다. "현철씨, 저기 바위옆에 하얀 가루가 있는데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가 봐요." "아니. 그건 눈이 아니라 소금이 아닐까요? 높은 파도가 들이쳐서 바다물기가 남아있어 말라버려 소금기가 묻어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소금이었어요" 진경은 불어오는 바람에다 소리치듯이 외쳤다. 외치고 나서 자신이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말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다시 해안도로를 끼고 일주를 하기 시작했다 . 차를 가지고 우도에 들어가 일주를 하고 검멀레 해수욕장과 서빈백사장에 들려서 모래를 손에 올려 놓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머리를 맞대고 모래가 아니고 고둥새끼들이 모여서 백사장이 된 것을 알고는 두사람은 마주보고 싱긋 웃었다. 바다는 코발트색을 띠고 있었으며 내리쬐는 햇빛은 따뜻했다. 앞에 떠있는 섬은 평화롭게 잠이든 아이처럼 보여졌다. "진경씨, 이곳에서 광고촬영을 했다는 것을 기억해요?" "어머, 그랬어요? 어떤 광고를 여기서요?"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손에 담아드려요~ 오란씨! CM송 들어 봤지요?" 현철은 커다란 입을 벌리면서 물었다. "아, 기억나요. 아! 그광고 노래를 여기서 촬영했다니..." 진경은 즐거운 표정을 하면서 기뻐했다. 바닷물은 검멀래 동굴속으로 파도를 밀었다가 다시 빠져 나갔다. 수 백년 아니 수 천년을 그렇게 인고의 세월에 부딪혀 생긴 모습에 두 사람은 감탄하고 있었다. 우도에서 나오고 두사람은 별도봉으로 향했다. "진경씨, 낙조를 보러 가죠." "어머, 낙조를 볼 수가 있어요?" "저도 안가봤는데 오늘은 낙조가 아름다울 거예요. 제주도에 아름다운 경치가 많지 만 그중에 하나죠." "그럼, 그리로 가요." 진경은 약간 흥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현철은 별도봉으로 먼저 올라갔다. 구릉을 오르는데 두 사람은 숨이차서 헉헉대며 오르고 나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의자에 앉아 탁트인 조망을 관망하였다. 조그만 배가 잔잔한 바다를 지나가고 있었고 해안가 절벽에는 파도가 철썩거리며 왔다가는 부서지고 하얀 거품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기가 사라봉인가요?" "아니, 이곳은 별도봉인데 산불같은 것을 감시하는 곳이기고 하죠. 저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사라봉이죠" "그럼 그리로 가요. 우리.." 113 에스 모양의 곡선처럼 굽어져있는 길을 따라 오르면서 노송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으면서 진경은 현철과 함께 사라봉에 올랐다. 해는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으며 그늘진 오르는 곳에서는 어둠이 스며 들고 있다. 언덕을 오르자 지는 햇빛을 받으면서 두 사람은 낙조를 보기 위해 팔각정자로 올라갔다. 여기저기에 공원으로 꾸며져놓은 사라봉에은 운동을 할수 있게끔 수평과 철봉 그리고 허리를 굽힐수 있는 체육시설까지 만들어놓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진경은 현철과 함께 철봉에 매달리고 현철은 진경의 몸을 받쳐주었다. 두 사람은 마주보며 싱긋이 웃고는 현철은 진경의 어깨에 팔을 감고 낙조를 감상하였다. 아래쪽에는 부두에 정박한 화물선들이 실어온 짐들을 하역하고 있으며 우측 동부두에는 낚시꾼들이 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었고 부두로 들어오는 배들과 갈매기들이 날아 다니는 모습이 무척 평화스러워 보였다. 저 멀리 부두 끝에는 빨갛게 색칠한 등대가 보였는데 푸른 물결이 방파제에 와서는 부서지고 또 밀려와서는 하얗게 거품을 일으키며 부서지고 있었다. 이윽고 해가 바다속으로 막 떨어지려고 하고 있다. "진경씨 저 해는 매일 저렇게 지는데 우리는 잘 알수가 없죠. 수 천년 아니 수 만년동안 해가 지고 또 뜨고 이것은 천지창조 때부터 한번도 거르지 않고 왔는데 우리의 인간의 삶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알겠죠. 삼라만상이 다 하느님의 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있을겁니다. 바다 속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생존의 법칙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하늘을 나는 새들도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는데 조금도 게을리 하지않고 있으며, 땅 위의 곤충들도 하나님의 섭리아래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순종하고 있답니다. 언젠가는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님과도 작별을 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요. 또 우리는 언제까지나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는 명백한 논리 아래 우리도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때가 온다는 사실에 우리는 순응을 해야 하지요. 안그런가요. 진경씨?" "맞아요. 아버님이 사고로 돌아가셨 듯이 어머니도 언제가는 돌아가시겠지요. 그리고 우리들도..." 해는 불기둥이 되어 어느새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추려하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는 바다위에는 일직선을 그으며 붉게 물들이는 바다는 장관이었다. 잿빛 하늘은 붉게 타올랐고, 해가 서서히 바닷속으로 들어가버리자, 타오르던 하늘도 차츰 엷어지더니 회색구름을 본래의 색으로 만들어 놓았다. 해가 사라지자 어둠이 금시 찾아왔다. 진경은 현철의 가슴에 파묻혀서 팔각정 정자 에서 주위로 몰려드는 어둠의 이불을 덮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어느새 한몸이 되어 포옹을 하고 있었다. 114 진경은 현철의 넓은 가슴에 안겨서 추억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어느날 갑자기 볼수가 없게 된 것이 바로 이별이란 것을 알았다. 그 이별이라는 것이 피할 수가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 현철의 말은 진경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현철의 가슴에 안기게 하였다. 언젠가는 엄마와도 이별을 해야된다는 말이 저기 바닷속으로 떨어져 사라진 태양이 진경을 더욱 외로움에 젖게 하였다.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시다 늙어버린 어머니가 불쌍한 생각이 나자 현철의 가슴에 더욱 기대게 되었다. 현철은 진경을 포옹하면서 떨어져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현철과 진경은 서울로 올라오자 양쪽 집에서는 약혼날짜를 잡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약혼여행을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하여 의논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진경이가 가보고 싶어했던 프랑스로 떠나기로 했다. 약혼여행을 다녀오고 조금지나 결혼식을 올렸으며 부케는 명숙이가 받았다. 진경은 신혼살림으로 시댁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시작 하였으며 현철은 서초관이라는 한식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진경은 곧 임신을 하였고 현철의 사업은 서초동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번창하기 시작했다. 딸 아이를 하나 낳게 된 진경은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의 즐거움을 만족하기 시작했는데 웬일인지 현철은 취미가 전혀없고 오직 담배와 가계장부만 보는 것이 낙인 것 같았다. 차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지도 않고 운동과는 거리가 멀고 자기주의로 시간을 보내고 하여 틈만 나면 어머니 집에서 누이들과 놀며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한 번도 하지않고 진경과 말다툼을 하기에 이르렀다. 진경은 어이가 없어했고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정말 믿을수가 없었다. 아이는 자라서 어느덧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진경은 목욕탕에서 현철의 양 옆구리에 칼자국이 있어 의아해서 물어봤으나 현철은 화를 버럭내면서 알필요가 없다고 화를 내는 바람에 더 이상 알 수가 없었지만, 점점 현철에 대하여 실망을 하기 시작했다. 진경은 아루래도 좀 이상했다. 양쪽 옆구리에 꿰멘 자국이 있는데 옆구리에 살이 쪄 축 늘어진 모습은 혐오감을 안겨주었으며 걸어 다니는 모습은 마치 공이 굴러 115 다니는 것 같아 같이 다니기가 민망했으며 더구나 지방간이 있어 한 달에 두 번씩 피를 뽑아 피검사를 하여야 했고, 어떤 때는 두통으로 아퍼서 하루종일 방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누워 끙끙 앓던 일도 있었다. 그리고는 시간만 있으면 어머니 집에서 살다시피 하였고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우는 골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재산이 많다는 사실도 맏이에게 절반을 물려주고 나머지 누이 셋과 삼등분을 하니 많기는커녕 아파트 두채와 한식업을 하는 것 밖에는 없고 BMW 자동차도 형의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현철의 아버지는 죽으면서 큰 아들에게 선산과 집안의 관리를 유언으로 맡겼기 때문에 진경으로서도 현철과 다투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미 시집오기 전에 변호사의 공증까지 마쳤있는 상태였기에 겉만 보고 부자인줄 알았지 실상 중류생활 밖에는 되지 못하였고 현철의 형만 상류층일 뿐이지 현철은 그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경은 친정으로 가서 엄마한테 화풀이를 하였지만 엄마도 한숨만 쉴뿐 어떤 대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만 보고 슬픔에 젖어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 엄마에게 화를 내어봐야 엄마 마음만 아프게 할뿐이라 진경은 친정을 나서면서 도저히 분해서 함께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고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부부생활이 이렇게 외롭고 고통스러우며 그 동안 모든 것이 다 위선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고 나서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저녁에 남편에게 이럴수가 있냐고 따져봤지만 현철은 슬슬 피하고 어머니 집에가서 어떤 때는 거기에서 자고 가게로 나갈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마침내 진경은 헤어지기로 결심했지만 마음처럼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헤어지자고 수차례 말했지만 소귀에 경을 읽기였다. 부부관계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저녁이 되면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마침내 둘째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아이가 뱃속에서 뛰어놀 때마다 진경은 자신이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끌려 갔다는데 슬픔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저녁에도 현철은 느글느글하게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것을 진경은 뿌리쳤다. "왜그래?" 현철은 진경이 늘 그러듯이 반응을 보이자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말하면서 손을 뻗쳐댔다. 116 "더이상 내몸에 손대지마!" 진경은 말하고 건너방으로 갔다. 현철은 아무말도 않고 진경의 눈치를 살폈다. 웬지 진경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날부터 진경은 안방을 놔두고 건너방에서 큰 아이 경아와 함께 자러 건너갔다. 현철도 아이 보는데서 사랑을 나누려고 시도를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해서 시작한 것이 만삭이 다될때까지 서로 부부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6개월이 지나자 현철은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마음이 변하겠지.' 하고 기다렸다. 마침내 진경은 둘째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 역시 딸이었다. 이러한 내막을 모르는 시집에서는 아들이 낳아야 하는데 딸만 낳는다고 불평을 하였고 진경은 그말을 들을 때마다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곤 하였다. 몸조리를 다하고 건강을 회복했을 때 현철은 진경이 건너방으로 가는 것을 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왜그러는 거야!" "몰라서 묻니? 네가 스스로 한짓을 모르고 지금 나한테 큰소리를 지르는 거야!" 진경은 큰 소리로 외치고 따졌다. "지난 일이잖아. 이쯤 화가 풀릴만도 됐잖아." 현철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사정하듯이 말했다. "나, 혼자 살고 싶어. 그렇게 해줄수 없겠어? 부탁이야." 진경은 간절하게 말했다. "이혼을 해 줄수는 없어. 어머님이 아셔봐 충격이 얼마나 크겠어?" "충격? 나는, 충격이 없고 말해봐. 옆구리 칼자국은 뭐야? 깡패였어? 아니면 비게살을 제거하려고 성형수술을 한 것이야?" "야, 별의별 것에 신경을 쓰냐? 아무것도 아니야.어렸을 때 사고가 났을 뿐이야." "그래? 잊어줄테니까 제발 이혼을 하자,응?" 진경은 얼굴을 현철의 얼굴 가까이 다가대자 현철은 손을 들어 진경의 뺨을 때렸다. "찰싹" 진경은 방바닥에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엉엉울었다. "너, 다 때렸니? 자 어디 이쪽 뺨을 마저 때려야지. 때려봐?" 진경은 말하면서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현철의 얼굴에 들이댔다. 현철은 말도 없이 뒤뚱거리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새꺄, 어딜가. 때려달라니깐 어딜가냐구!" 진경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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