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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2
방형석
2005. 7. 4. 22:46
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공수래 공수거인 것임을 생각할런지, 앞으로 살아야 얼마나 산다고 저렇게 욕심이 많을까. 덧없는 인생 짧은 인생 인재를 키우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굶주려 있는 장명예회장을 보며 저사람과 임기내내 아니 어쩌면 앞으로 평생 다투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자 우울해졌다.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사실 괴로웠다. 이것이 자신의 임기에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였고 또한 이나라에 인재가 탄생하기를 하나님에게 간절히 빌고 싶은 마음이었다. 만약에 화성그룹의 장 명예회장이 권모술수를 꾸민다면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이었다. 그 양반이 자신의 명령대로 순익의 절반을 나누어 주리라고 순진하게 기대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익을 위하는 일이라는데 통치권자인 자신은 화성그룹이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취소할 수는 더욱 없는 일이 아닌가? 일단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허락해야 하고 그 다음 권리를 혼자서 독차지 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만약에 나의 명령을 어긴다면 대통령 존엄을 훼손한 댓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다." 대통령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기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이 벌레 울음소리가 적막을 깨뜨리며 울었다. 어둠속에서 한 사람이 살며시 다가와서는 대통령 뒤에서 조그많게 물었다. "각하, 뭘 그렇게 고심하세요?" 대통령은 뒤를 돌아다 보고 반가이 맞았다. "어서 오시오. 부인." 영부인은 대통령과 나란히 소나무를 향해 섰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마치 결혼식에서 주례선생님 앞에 나란히 서서 부부의 맹세을 선언한 것처럼... 대통령은 밤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인, 우리나라에도 어쩌면 스타가 탄생하는지도 모르겠소." "스타라뇨?" "음, 모르긴 해도 분명히 스타요,그것도 대 스타라는 말이요." "그래서 이렇게 늦도록 별을 보고 계셨군요?" "물론이오, 저렇게 캄캄한 밤 하늘에서 빛나기 위해서는 얼마나 기나긴 시간이 노력이 있겠소? 아무쪼록 이 나라에도 밝은 모습이 비쳐야 할텐데 어디 모든 사람이 내마음 같아야지." 대통령은 말하고 영부인과 함께 잔디를 밟으면서 내실로 향했다. 어둠은 두 사람의 가는 길을 비켜주는 듯이 갈라지고 있었다. 110 진경을 만나고 휘파람을 불면서 집에 들어온 현철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진경과 데이트하며 즐거웠던 시간을 생각하며 제주도 가서 어디를 둘러볼 것 인가를 생각하였다. 그 때 방문이 열리면서 형이 들어와 기록한 것을 주면서 말했다. "방심하지 말고 이거 암기하고 연출할 준비를 연습이나 해둬." "어? 아직도 더 외워야 해?" 현철은 지겹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럼, 마. 양귀비 같이 아름답고, 명문대 불문과 출신인 콧대높은 여자를 마누라로 삼기가 어디 쉬운줄 아니? 잔말말고 빨리 이것을 달달 외워서 대화하는데 막히지 않도록 해!" 현철은 형이 건네준 기록을 보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현권이는 현철이가 일어나 앉는 것을 보고 물었다. "이제는 어느정도 스스럼없이 말도 잘하니?" "응. 내가 한 마디 하면 자기 의견도 곧잘 내놓던데." "그럼 됐어. 이번 제주도에 가서 바람만 잘 쏘이면 약혼 날짜를 잡자고 해도 되겠다. '있을 때 잘해!' 이건 노래 가사가 아니야 진짜로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 결혼문제가 걸린 일이야. 한 번 기분이 상하게 하면 여자는 새처럼 날아가 버린단 말인야. 저 멀리 날아가버린 새를 어떻게 새집속에 다시 넣지? 한 번 실수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잘해야 돼. 알았지?" 현권이는 다짐을 하듯이 현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았어." "그런데 이건 무슨 내용이야?" "진경씨가 기독교 신자니까 종교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돼. 뭐 서로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가 형성이 될 것 아니냐? 질문을 받아도 지적으로 대답을 해야되니까." "응. 맞아." 현권이가 나가자 현철은 소리내면서 외우고 크게 말하고 연습을 반복했다. 현철은 선경의 집 근처에 새로 산 BMW 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면서 진경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운전수가 사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눈에 비쳐졌다. 잠시후에 진경의 모습이 보이자, 현철은 다가가 먼저 인사를 하였다. "진경씨 어서 오세요." 말하고는 조수석 문을 열었다. 진경도 인사를 하며 즐거운 듯이 밝게 웃었다. 111 진경을 태운 현철은 장위동을 빠져나와 동부간선도로를 향해서 차를 몰았다. 이윽고 강변으로 접어들면서 현철은 악셀레이더를 누르자 차는 스피드 계기판의 바늘은 120으로 올라가면서 창밖에 바람이 스쳐가는 소리와 함께 속도감이 느껴졌다. 올림픽도로에 진입하면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말없이 있었다. 현철은 운전을 하면서 어제 외운 것을 생각하고 있었고, 선경은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제주도를 친구들과 갔다온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명숙과 정희와 함께 중문 해수욕장에서 함께 민박을 하며 뜨거운 햇볕아래 피부를 까맣게 태운 시절을 떠올리고 있었다. 푸른 바다, 뜨거운 태양, 그리고 백사장에서 한없이 편안하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보면서 철썩거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바닷물이 몸을 간지럽히는 옛 추억을 떠 올렸다. 결혼을 하면 그 만큼 평화로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자기는 이사람과 결혼을 할 수가 있을까? 이사람을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평생을 살아갈 수가 있을까.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니 웬지 결혼이라는 것이 두려워지고 결혼이라는 미래의 여행을 해야한다는 것이 두려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진경은 강물을 내려다 보던 시선을 운전에 열중하는 현철의 옆모습을 본다. 싫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가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끌리다시피하여 선을 보았지만 이제는 자기도 이 사람을 좋아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현철은 진경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진경씨 음악을 틀을까요? 라디오를 듣고 싶으면 라디오 함께 들어도 돼구요?" "우리 음악을 들어요." 진경은 현철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현철은 진경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말했다. "좋아요?" "네." 진경은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경은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면서 평화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행복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여겨졌다. 또한 현철이 아주 편안한 남자라는 것도... 아마 행복해질수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진경과 현철은 김포공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표를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진경은 마치 결혼하여 신혼여행에 가는 기분이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대기시킨 렌트카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끓임없이 밀려오는 푸른 파도를 보며 드라이브의 기분을 만끽하였다. 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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