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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석
2005. 7. 4. 22:16
근무시간이라 실내는 정적이 감돌았으며 먼지를 찾아볼 수 없이 잘 닦인 바닥 타일은 천정에서 비추는 불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준호는 자신이 복도를 뚜벅뚜벅 걷는 구두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고 생각했다. 매일 걸어가는 복도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렸다. 한달전 쯤 서류를 놓고 올 때는 사실 가슴이 두근거려 마음을 편안히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았다. 걸어가면서 생각나는 것은, 한성그룹 부회장은 부모를 잘 만나 사회적 지위를 노력없이 얻어 누리고 있다고 자위했지만,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하면 자신과의 위치를 비교해보면 자신은 그 근처에도 얼씬거릴 수 있는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준호는 아무런 표시도 없는 철문에 와서 오른손으로 노크를 했다.
철문이기에 안에서 뭐라 말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방음이 잘되어 있는 탓이었다. 준호는 평소처럼 문을 밀고 들어갔다. 설희는 노크소리가 정확하게 똑똑똑 하고 세 번 울리면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피식! 하고 웃으며 문에 일별하고는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준호가 와서 노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시계를 보면 정확히 11시였다. 마치 몇분 전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오는 것처럼 여겨져 한 번은 문을 열고 미리 와서 정확히 11시 되면 노크하는 것인가를 확인하려고 문을 열고 복도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
설희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이상하다고 여겨졌다.
그리고는 실없이 웃었다. 왜 자기가 준호가 오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문을 열고 내다
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마술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그 시간만 되면 괜히 기다려지고 노크 소리가 나나 문을 주시하기도 했다. 준호가 들어오면 설희는 내색을 하지 않고 한번 보고는 관심 없다는 듯이 책상 위로 시선을 돌렸다.
준호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언제나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올 때마다 바뀌는 것을 보고 설희는 오늘은 어떤 넥타이를 맸을까 하고 속으로 궁금해졌다.
준호는 평소처럼 들어와서는 말이없이 문 옆에 서 있다. 설희는 앉으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부회장님으로부터 어떤 지시가 없기 때문이었다. 준호는 들어와서 먼저 부회장이 있는가 궁금해서 문을 보았다. 오늘은 문이 열려 있었다. 준호는 마음이 설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밀린 방세가 해결될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만 들었다.
안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붉은 카페트는 더욱 조심스럽게 말하게 했다. 정적이 넓은 공간을 숨막힐 듯이 누르고 있어 준호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가 맥박이 빨라짐을 느꼈다. 과연 어떤 지시가 내려질 것인가. 준호는 머리 속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극도의 긴장과 흥분 때문이었다. 준호는 설희의 얼굴을 보았지만 어떤 변화도 읽을 수가 없었다. 평소처럼 FM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꺼놓고 있다. 음악은 혼자 있을 때만 틀어 놓는다.
음악을 조그맣게 틀어놓고 있어도 매일 이시간에 들어야 하는 준호로서는 숨이 막히는데 갑자기 음악이 나오지 않으니 준호는 압박감과 동시에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태호도 노크소리가 정확히 똑같은 간격으로 세 번 울리는 것을 보고 준호가 온 것을 알았다. 자기도 모르게 벽에 걸린 시계로 눈이 갔다. 태호는 웃음을 입가에 흘리고 벽에 걸린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희 말대로 정확히 11시에 온다고 해서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ㅡ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ㅡ
설희는 태호의 지시를 기다리다가 아무런 지시가 없자 안으로 들어갔다.
"부회장님, 그 사람이 왔는데 어떻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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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는 지시가 내려질까하고 서서 기다렸다.
"들어오라고 해!"
태호는 조그맣게 말했다. 언제까지나 매일 찾아오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개발을 끝내고 세계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때까지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희는 태호의 지시에 일순 당황했다.
"네? 들어오라고요.알겠습니다."
설희는 반문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서 몸을 돌려서 비서실로 가서 자신도 모르게 상기된 표정으로 준호에게 말했다.
"들어가 보세요."
준호는 오늘도 이대로 하루 일과가 끝나가는구나 하고 체념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서려는데 설희가 부회장실로 들어가라고 하니 순간 자신이 잘못들은 것같아 머뭇거리자 설희가 다시 말했다.
"회장님이 들어오시랍니다."
"네!"
준호는 대답하고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짧은 거리지만 한참 걸린 것 같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붉은 카페트는 준호의 몸무게를 푹신하게 받쳐주는 듯했다. 준호가 들어가자 기다란 회의용 테이블 사이로 의자가 열 개정도 좌우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띠었고, 유리창에서는 햇빛이 투명한 유리를 뚫고 들어와 붉은 카페트가 자주색이 아닌 붉은 색임을 알게 했다. 태호는 준호가 들어와서 옆에 서자 조그맣게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앉아요."
준호는 태호가 무슨 말을 한 것 같았는데 알아듣지 못했지만 중앙에 앉아있는 태호의 옆 가죽의자에 등을 곧바로 세우고 앉았다.
두 사람의 운명의 첫 대면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훗날 두 사람 모두가 자신들의 첫 만남이 비극적인 만남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운명의 여신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을 준비한 듯했다.
"어디에 근무한다고 했어요?"
태호는 모르는 척 물었다.
준호는 설희에게 모든 것을 다 말했는데 다시 질문을 들으니 속으로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네, 영업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이런 것을 작성했어요?"
"네, 전무님과 본부장님이 기획을 하라고 해서 3년 동안 매달렸습니다."
"3년을?"
태호는 처음 듣는다는 듯이 물었다.
"네, 3년이 좀 더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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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작성하는데 3년이나?"
태호는 말 끝을 흐렸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완성을 못했습니다."
태호는 듣고는 묵묵히 앉아 있었다.
"경비가 바닥이 나서 그리고 더 이상 은행 빛을 얻어 쓸 수가 없어서 중단을
했습니다."
준호는 호소하는 듯한 어조로 하소연 하듯이 말했다.
뜻밖의 말에 태호는 톤을 높이며 반문했다.
"은행 빚?"
"네, 제가 가지고 있던 돈이 다 떨어져서 은행 돈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무님이
나중에 부회장님께서 다 지불해 주실 것이라고 말해서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호는 태호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어떤 사람인지 베일에 가려 있던 얼굴을 직접 가까이서 보니 태호의 얼굴을 본 순간 준호는 자신의 뇌에 태호의 얼굴이 각인되는 것을 느꼈다.
"전무가 시켰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은행으로부터 날아온 독촉장입니다."
준호는 말하고서 양복 속에서 독촉장을 꺼내서 펼쳐서 테이블 위에 놓았다.
태호는 집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내려 놓았다.
"그래, 내 알아보지. 가봐요."
준호는 마케팅 서류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려는데 설희가 들어와서 준호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준호는 할 수 없이 일어나면서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왔다.
원망스런 눈길을 준호가 보내자 설희는 말했다.
"부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된거예요. 어떤 지시가 회사로 내려갈거니 가서 기다리고 이젠 여기 오지 마세요."
설희는 준호에게 말했다.
준호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설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준호는 웬지 상쾌함을 느끼고 마치 사법시험 이라도
합격한 기분으로 뱅뱅사거리를 걸어서 강남역의 커피 숍에 앉아서 생각했다.
ㅡ 이제 근심걱정은 날라 갔겠지? 부회장이 서류를 읽었다면 반드시 새모델 이라고 크게 인쇄한 것을 보았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안심이 되었다. 아리아스 아그리빠 비너스 줄리아의 석고 모델을 보면 분명 기절초풍하고도 남을 걸. ㅡ
준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유쾌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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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자신이 복도를 뚜벅뚜벅 걷는 구두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고 생각했다. 매일 걸어가는 복도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렸다. 한달전 쯤 서류를 놓고 올 때는 사실 가슴이 두근거려 마음을 편안히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았다. 걸어가면서 생각나는 것은, 한성그룹 부회장은 부모를 잘 만나 사회적 지위를 노력없이 얻어 누리고 있다고 자위했지만,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하면 자신과의 위치를 비교해보면 자신은 그 근처에도 얼씬거릴 수 있는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준호는 아무런 표시도 없는 철문에 와서 오른손으로 노크를 했다.
철문이기에 안에서 뭐라 말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방음이 잘되어 있는 탓이었다. 준호는 평소처럼 문을 밀고 들어갔다. 설희는 노크소리가 정확하게 똑똑똑 하고 세 번 울리면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피식! 하고 웃으며 문에 일별하고는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준호가 와서 노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시계를 보면 정확히 11시였다. 마치 몇분 전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오는 것처럼 여겨져 한 번은 문을 열고 미리 와서 정확히 11시 되면 노크하는 것인가를 확인하려고 문을 열고 복도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
설희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이상하다고 여겨졌다.
그리고는 실없이 웃었다. 왜 자기가 준호가 오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문을 열고 내다
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마술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그 시간만 되면 괜히 기다려지고 노크 소리가 나나 문을 주시하기도 했다. 준호가 들어오면 설희는 내색을 하지 않고 한번 보고는 관심 없다는 듯이 책상 위로 시선을 돌렸다.
준호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언제나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올 때마다 바뀌는 것을 보고 설희는 오늘은 어떤 넥타이를 맸을까 하고 속으로 궁금해졌다.
준호는 평소처럼 들어와서는 말이없이 문 옆에 서 있다. 설희는 앉으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부회장님으로부터 어떤 지시가 없기 때문이었다. 준호는 들어와서 먼저 부회장이 있는가 궁금해서 문을 보았다. 오늘은 문이 열려 있었다. 준호는 마음이 설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밀린 방세가 해결될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만 들었다.
안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붉은 카페트는 더욱 조심스럽게 말하게 했다. 정적이 넓은 공간을 숨막힐 듯이 누르고 있어 준호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가 맥박이 빨라짐을 느꼈다. 과연 어떤 지시가 내려질 것인가. 준호는 머리 속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극도의 긴장과 흥분 때문이었다. 준호는 설희의 얼굴을 보았지만 어떤 변화도 읽을 수가 없었다. 평소처럼 FM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꺼놓고 있다. 음악은 혼자 있을 때만 틀어 놓는다.
음악을 조그맣게 틀어놓고 있어도 매일 이시간에 들어야 하는 준호로서는 숨이 막히는데 갑자기 음악이 나오지 않으니 준호는 압박감과 동시에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태호도 노크소리가 정확히 똑같은 간격으로 세 번 울리는 것을 보고 준호가 온 것을 알았다. 자기도 모르게 벽에 걸린 시계로 눈이 갔다. 태호는 웃음을 입가에 흘리고 벽에 걸린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희 말대로 정확히 11시에 온다고 해서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ㅡ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진다. ㅡ
설희는 태호의 지시를 기다리다가 아무런 지시가 없자 안으로 들어갔다.
"부회장님, 그 사람이 왔는데 어떻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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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는 지시가 내려질까하고 서서 기다렸다.
"들어오라고 해!"
태호는 조그맣게 말했다. 언제까지나 매일 찾아오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개발을 끝내고 세계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때까지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희는 태호의 지시에 일순 당황했다.
"네? 들어오라고요.알겠습니다."
설희는 반문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서 몸을 돌려서 비서실로 가서 자신도 모르게 상기된 표정으로 준호에게 말했다.
"들어가 보세요."
준호는 오늘도 이대로 하루 일과가 끝나가는구나 하고 체념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서려는데 설희가 부회장실로 들어가라고 하니 순간 자신이 잘못들은 것같아 머뭇거리자 설희가 다시 말했다.
"회장님이 들어오시랍니다."
"네!"
준호는 대답하고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짧은 거리지만 한참 걸린 것 같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붉은 카페트는 준호의 몸무게를 푹신하게 받쳐주는 듯했다. 준호가 들어가자 기다란 회의용 테이블 사이로 의자가 열 개정도 좌우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띠었고, 유리창에서는 햇빛이 투명한 유리를 뚫고 들어와 붉은 카페트가 자주색이 아닌 붉은 색임을 알게 했다. 태호는 준호가 들어와서 옆에 서자 조그맣게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앉아요."
준호는 태호가 무슨 말을 한 것 같았는데 알아듣지 못했지만 중앙에 앉아있는 태호의 옆 가죽의자에 등을 곧바로 세우고 앉았다.
두 사람의 운명의 첫 대면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훗날 두 사람 모두가 자신들의 첫 만남이 비극적인 만남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운명의 여신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을 준비한 듯했다.
"어디에 근무한다고 했어요?"
태호는 모르는 척 물었다.
준호는 설희에게 모든 것을 다 말했는데 다시 질문을 들으니 속으로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네, 영업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이런 것을 작성했어요?"
"네, 전무님과 본부장님이 기획을 하라고 해서 3년 동안 매달렸습니다."
"3년을?"
태호는 처음 듣는다는 듯이 물었다.
"네, 3년이 좀 더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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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작성하는데 3년이나?"
태호는 말 끝을 흐렸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완성을 못했습니다."
태호는 듣고는 묵묵히 앉아 있었다.
"경비가 바닥이 나서 그리고 더 이상 은행 빛을 얻어 쓸 수가 없어서 중단을
했습니다."
준호는 호소하는 듯한 어조로 하소연 하듯이 말했다.
뜻밖의 말에 태호는 톤을 높이며 반문했다.
"은행 빚?"
"네, 제가 가지고 있던 돈이 다 떨어져서 은행 돈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무님이
나중에 부회장님께서 다 지불해 주실 것이라고 말해서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호는 태호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어떤 사람인지 베일에 가려 있던 얼굴을 직접 가까이서 보니 태호의 얼굴을 본 순간 준호는 자신의 뇌에 태호의 얼굴이 각인되는 것을 느꼈다.
"전무가 시켰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은행으로부터 날아온 독촉장입니다."
준호는 말하고서 양복 속에서 독촉장을 꺼내서 펼쳐서 테이블 위에 놓았다.
태호는 집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내려 놓았다.
"그래, 내 알아보지. 가봐요."
준호는 마케팅 서류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려는데 설희가 들어와서 준호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준호는 할 수 없이 일어나면서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왔다.
원망스런 눈길을 준호가 보내자 설희는 말했다.
"부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된거예요. 어떤 지시가 회사로 내려갈거니 가서 기다리고 이젠 여기 오지 마세요."
설희는 준호에게 말했다.
준호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설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준호는 웬지 상쾌함을 느끼고 마치 사법시험 이라도
합격한 기분으로 뱅뱅사거리를 걸어서 강남역의 커피 숍에 앉아서 생각했다.
ㅡ 이제 근심걱정은 날라 갔겠지? 부회장이 서류를 읽었다면 반드시 새모델 이라고 크게 인쇄한 것을 보았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안심이 되었다. 아리아스 아그리빠 비너스 줄리아의 석고 모델을 보면 분명 기절초풍하고도 남을 걸. ㅡ
준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유쾌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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