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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모여서 11~13

방형석 2005. 7. 4. 19:17
"병원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면서 아! 형은 지금쯤 한국관에서 술과 함께 꽃등심을 먹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하루하루 견디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마 형은 모를거야."
현철은 말하면서 술을 입에 들이키고 다시 잔에 술을 가득따라 들이키고는 안주를 집어 큰지막한 한점을 집어 입에 넣고 먹는다. 술을 또 한 잔을 마시고는 현철은 말했다.
"형, 날짜를 잡아야 되는데 언제가 좋을까?"
"응, 잡아야지, 수술도 마쳤으니까. 어머님이 오셔서 말씀 없으셨냐?"
"나 퇴원하면 바로 잡는다고 했어."
"그럼 뭐 영남이 엄마에게 적당한 날짜를 정하라고 하면 되지 않겠냐?"
"응, 그런데 형은 선 볼 때 어땠어? "
"맞선 볼 때?"
"응."
"처음 선을 볼 때는 설레였지만, 두번 세번 보다보니 그냥 담담했지더라."
현일은 말하고 선을 보는 날 저녁에 잠이 오질 않아 술을 마시고 잤던 기억이 생각났다.
"너두 마음을 담담하게 먹고 보면 돼. 맘에 안들면 또 보고 또 본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는 거야."
"그러면 될까?"
현철은 걱정되는 듯이 말하고는 술을 들이켰다.
"그럼. 선이라는 것은 이 여자와 꼭 결혼을 해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인연이 닿지 않는거야. 양가가 인사를 하고 당사자가 마음에 들어야 하고 단지 차 한 잔 하고 생각해보는 그런 자리라고 반드시 생각해야 돼."

현일은 걱정이 되어 확실하게 인식을 시켜 주려고 또렷이 말했다.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나 나건만, 마치 친구처럼 보이는 것은, 현일이는 나이가 덜 들어보였고 또 붙임성이 있어 누구에게나 호감이가는 타입이고, 수려하게 생겨 미남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 비해, 현철은 동그런 얼굴에 주먹코였고, 두터운 입술에다 입이 커서 우락부락하게 보여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지 못하였다. 또한 성격도 급하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소유하지 못하면 과격함과 함께 괴팍함을 들어내기에 현일은 걱정이 되었다.

현일이 조차도 동생이 화가 났을 때는 선뜻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말을 할 때도 현일은 조그맣게 속삭이듯이 고저를 적절히 섞어가며 목소리에 신중을 기하면서 말하지만, 현철은 그렇지가 않았다. 화가나거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지 못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쳐 말하기에 현일은 걱정이 돼서 방지하려고 말 한 것이다.
"물론 여자 측에서도 그러겠지."
현철은 형의 말을 받았다.
"그럼 그건 일종에 룰이야, 가령 뭐랄까. 게임이 규칙 같은 것 말이라고 할까?"
"상대가 싫다고 하면 미련없이 두손을 툭! 툭! 털고 일어나듯이 깨끗이 잊어버려야 하는게 바로 선이거든."

"그럼 어떻하지? 나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는 잊을 수가 없는데...병원에 누워 그녀 사진을 볼 때마다 이 여자와 결혼을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 여자측은 집안이 가난하다며. 대학도 과외를 가르쳐서 학비를 조달했고, 장학금으로 오히려 집안을 꾸려나간다고 했으니까."
"무조건 안돼!"
"여자측에서 싫다고 하면 무조건 잊어야 하는거야. 여자가 싫다고 해서 억지로 따라다니고 또 결혼을 했다고 가정해도 행복할 수는 없는거야. 거리에는 여자가 많듯이흔한게 여자야. 그리고 또 흔해빠지게 있는게 남자거든. 딱 한번만 차 한잔하고 상대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걸 명심해! 절대 츠근대면 안돼, 알았지?"
현일은 현철을 얼굴을 보면서 다짐 받듯이 명령조로 말했다.


11




"그럼 여자가 싫다고 하면 결혼하기가 불가능한거야?"
현철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
"꼭 그렇다고는 말 할 수는 없지만 딸이 싫어도 부모가 설득해서 할 수 없이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행복한 결혼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여자가 사랑스런 마음이 없는데도 결혼을 하면 그것은 의미가 없거든. 애정도 없이 억지로 결혼해서 하는 부부행위는 동물적인 성적 충동 해소 밖에는 되지 않거든."
현철은 듣고만 있었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환경,교육과 개성, 성격등 모든 것이 서로 맞아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더 나아가서는 사랑도 속삭일 수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하루 하침에 억지로변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따라서 대화를 나눈 후 데이트를 하면서 그런 공감대가 형성이 될 수가 없다고 판단되면 돌아서는 거야. 즉 인연이 없다는 뜻으로 받이들이고 다시 공감대가 맞는 다른 여자를 찿아 결혼하는 거야. 이것은 진리와 같은 철칙이지."

현일이 말하자, 현철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다 말고 멍하니 창 밖을 쳐다본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자, 현일은 그 심정을 알 수 있다는 듯이 술을 한 잔 따라주고 자신도 잔에 따라서 현철의 잔에 부딪치고 입에 가져간다.
현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젓가락을 들어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형, 그렇다면 단번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어떻게? 그럴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지. 여자는 한번 싫으면 다시 좋아진다든가 그런 동물이 아니거든. 남자야 뭐 허심탄회하게 서로 말하고 술을 마시고 다시 의기투합하면 되지만... "

현일은 도라지 하나를 입에 넣고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명문대 불문학과 졸업생이고 교양과 아름다움을 다 갖춰졌으니 아마 지금 쯤 여기저기에서 며느리 삼으려고 '어서오십시오' 하는 모양이던데, 누나한테 영남이 엄마가 말했다는데, 엄마가 재촉해서 보는 것 같다고 하는거야. 본인은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하는데, 아마 마지못해서 엄마의 고생을 보다 못해 보는 것 일거다."
"마지못해서?"
"누나 말에 의하면 그녀 엄마가 간절한 명령에 의해서 선을 보는 것이라고 하던데..."
" 엄마 말은 잘 듣는가보군."
현철은 귀가 솔깃해서 현일을 보며 말했다.
"그럴수밖에, 어려서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갖은 고생 다하면서 대학까지 뒷바라지
하면서 키웠왔는데, 딸이 보기에도 엄마가 불쌍해 엄마의 간절한 말을 잘 들을 수 밖에..."
현철은 눈을 빛내면서 얼른 물었다.

"형, 선을 하얏트 호텔에서 보면 어떨까?"
"뭐! 하얏트에서, 왜?"
현일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것도 좋겠지."
"커피숍에서 내려다 보면 강남땅이 훤히 보이거던. 우리가 강남에 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면 그녀가 긴장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이튿날 싫다는 말을 하지는 않을지도 모를거야."
현철은 걱정이 돼서 형을 보면서 물었다.
"그것도 좋겠지. 그러면 전문대 나온 핸디캡도 보완 될 것이고... 이번 기회에 차도 외제차로 바꾸는 것도 좋겠다. 어머니가 반대하시겠지만 내가 옆에서 잘 말씀드리지. 외제차와 국산차가 가격 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고 수명도 길고 그녀가 명문대 불문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도 벤츠 600은 아니지만 살 필요성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어머님도 허락하실 거야."
"세금도 많이 내지 않는다고 해야해!"



12



"알았어."
"그런데 어떤 차를 살까?"
"글쎄, 그여자가 좋아하는 차와 선호하는 색깔을 알아맞춰야 할텐데..."
현일은 고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진을 보면 베이지 색 코트를 입었고 검정색 구두를 신었으니 차 색깔도 둘 중에서
하나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
"너 병원에서 많이 생각했구나."
현일은 동생을 보면서 대견하다는 듯이 놀라며 말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녀는 빨강색을 좋아하지는 않을거야. 왜냐하면 고생하는 엄마를 보면서 성장했으니까 유행에 젊음을 외치면서 자라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요즈음 여자들은 튀는 색을 선호하다던데..."
현철은 알아맞추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물론 그나이에는 대개 그렇지만 그녀는 아닐꺼야. 여유가 없이 자라왔거든. 불문학을 전공했으니까 프랑스 차가 좋을 것 같은데..."
현일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푸조나 르노가 좋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세계에서 알아주는 차를 사는게 좋겠어. 벤츠는 비싸서 엄마가 반대하실 것이고, 도요타는 성능이 좋다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아. 볼보나 사브가 어떨까?"

"형,볼보나 사브는 무게가 떨어져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힘들 것 같은데...
프랑스에서도 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차가 어떨까? 아무래도 싼건 안되겠지, 가급적이면 부티나는 걸로 사야해."
현철은 강조하듯이 말했다.

"그래, 시간이 있으니 좀 더 생각해보자."
두 사람은 남은 술을 마시고 일어났다.
현철은 일어나서 옆구리를 손바닥을로 눌러보았다.
현일은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현철은 양 손을 옆에 얹고 몸을 좌우로 움직여 본다.
운전하는 형을 보면서 현철은 자기에게 형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새삼 느꼈다.

고여사는 시계를 보면서 선경이에게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진경이가 옷을 갈아입고 들어오자, 고여사는 한복 치마를 거울에 비춰보면서 물었다.
"진경아! 뒤에 어떠니?"
"아휴, 엄마는. 대강대강 입고 나가면 되지 뭘 그렇게 꼼꼼하게 살피려고 해."
진경은 엄마가 뒷모습을 보고 또 보고 하는 게 못마땅해서 말했다.
"얘는. 사둔이 될 사람을 처음 만나는데 아무렇게나 입고 가라니."
"엄마는... 선도 보지 않아서 벌써 사둔 타령이야?"
문 밖에서 이웃 영남이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고여사님, 다 되셨어요?"
"예,지금 나가요."
고여사는 대답을 하면서 문을 열고 영남이 댁보고 물었다.
"어때요? 어울리나요?"
"어머, 색상이 너무 고와요.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영남이 엄마 탄복하듯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진경씨."
"감사합니다. 이렇게 신경을 써 주셔서..."
진경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말하고 엄마를 따라갔다.
영남이 엄마는 고여사의 차림을 보고는 수다를 떨어대고 있었다.

"어쩜, 진경씨도 차려입으니까 미스코리아에 왜 나가지 않았는지 아쉬워요. 곱기도 해라."
영남이 엄마는 진경에게는 인사를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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