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山 行 後 記/창녕 화왕산

매년 창녕 화왕산에는 화사한 진달래와 억새가...2004,4,27

방형석 2005. 6. 4. 09:32
어둠 속에 자동차 불빛을 이용해 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화왕산 입구로 갔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한 시간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마을은 잠자고 있었고

전등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1등산로는 험하고 하여 2등산로를 택하여 우리는 능선에 이르자 마자
밝아오는 여명 속에 억새의 물결에 매료되어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게 반짝이고 달을 기울어 저 만큼 지고 있었으며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데 아쉽게도 구름 녀석이 시샘을 하여 틈새 일출을
보게 되었다.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하늬바람을 받으며 그 장단에 맞추어 추는 억새의
군무는 황홀함 바로 그 자체였다.

회갈색 상체를 일제히 누이는 모습은 훈련받은 군인들이 열병식이라도
보는 듯 했다.

은회색 몸 빛깔을 반짝일 때는 화려하기가 이루 표현 할 수가 없다.
아! 황홀함이여~

아름다운 색으로 만 치장한 황홀함과는 달리 우리를 맞는 억새의 자태는
세속의 아름다움을 초연한 신선함 그것 이었다.

스르르륵! 몸 부대끼는 경쾌한 마찰음과 함께 건듯 부는 시원한 가을
바람과 엇비슷한 역광에 투명히 빛나는 자태는 신비감 마저 들었다.

때로는 미풍에 살랑살랑 은빛 금빛으로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 억새는
된바람에 출렁출렁 억새들의 일렁임으로 휘움한 구릉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온통 베이지 색으로 덮인 억새 군락을 만나면 솜털꽃으로 화들짝 피운
억새는 살랑이는 바람에 맞추어 느린듯한 여유있는 넉넉한 움직임에
우리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쉼없이 빛깔을 바꾸는 억새를 감상하기에
바뻤다.

사방을 둘러보면 모든 산들은 카멜레온처럼 보는 방향에
따라 삼각형, 부채모양으로 보여져 산행은 정상에 올라야 산의 깊은
멋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해 마치 빨간 색종이로 풀어 놓은 듯한 화왕산은
붉게 타 오른다.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이 정원사에 손길을 받은 것 이라면 화왕산,비슬산
진달래는 야생화처럼 자연 그대로의 화사함을 간직한 것 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속에서 순수함을 발견하여 아름다움과 창조의 신비를 깨닫게 하고 있다.

여지껏 장가를 들지 못한 것은 그런 순수함으로 세속의 얽매임을 타파하는 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나의 삶은 비가 오는 날이면 여지없이 고독에 무너지지만, 나는 홀로 멀리 허공을 나는 새가 되어 사계절을 대자연을 찾아 또 눈 속에 핀 설화를 찾아서 구름따라 세월과 함께 흘러가듯이 살아간다.

님들은 순수를 사랑하지 말지어다.
세속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는 성공으로 향하는 성취욕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
비에 젖은 낙엽을 밟으며 먼저 떨어진 녀석들과 갓 떨어진 녀석들이
내지르는 부석! 하고 아픔 소리을 들으며 간간이 이는 바람에 후드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정적을 깨는 조붓한 산길을 걷노라면,

누구나 만추의 계절을 음미하는 시인이 될 수 있어 가을 산행은 언제 떠나도
좋은 것이다.

을씨년스런 날씨에는 비라도 오려는 듯 살며시 불어오는 물기먹은 바람
소리에 맞춰 몸을 누이는, 안개 속 억새 물결은 보는 이로 하여금

처연함을 안겨주고 눈물나게 슬픔을 자아낸다.
때로는 바다속의 조류따라 출렁이는 미역같은 신비를 연출한다.

이처럼 대자연의 사계는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황홀함과 신비로움을
선사하고 교훈을 심어주는 것이다.

산 속에 있는 절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속세의 틀을 벗어버릴 수 있는
숙연함이 생기는 것을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