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영산에 오르면서 일출 전 조망
팔영산, 전라남도 바다를 접하고 있는 산, 아니 사계절 바다를 마주하고 지켜주고 있는 산이 있다면 아마 팔영산이리라.
서울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은 고흥의 하늘에 이루헤아릴 수 없이 떠 있었다. 저별들 중에 나의 별은 어디에 있을까 하고 찾아본다.
캄캄한 밤하늘 아래 나래를 펴고 있는 소나무 몇그루가 세월을 지키고 있었다는 듯이 서있었다. 밤새 집을 지키던 하얀 강아지가 반갑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겼다. 모두들 잠들은 이새벽에 이녀석은 사람이 그리웠나보다.
언제이던가 알 수 없다. 팔영산에 왔었던 시절을... 그때는 자연적인 그대로였다. 자일을 가져가서 먼저 오르고 뒷사람을 위해 매어주고 했었다.
지금은 오르기 쉽게 철밧줄과 자일 그리고 발판까지 만들어져 있어 산행하기 참 편했다. 무수한 시간이 지났건만. 산은 변함이 없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서 1봉에 오르자 사량도의 섬과는 달리 뾰족한 준봉들이 여명을 받으며 드러내고 있었다.
해가 빨갛게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그 위로 시커먼 회색 구름이 무겁게 드리우고 있었다. 찬바람과 함께 겨울하늘은 추위를 더욱 느끼게 했다. 배낭에 온도계를 달았더라면 아마 체감온도까지 영하 7~8도는 되었으리라.
초보자들도 추운 바람에도 잘 견디며 앞사람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사이, 기다리는 우리는 섬과 바다를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차가운 바람을 얼굴에 받으면서...
사량도에는 평화로운 섬들이 떠 있었다면 여기 팔영산에서 바라다 본 섬들은 평화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나는 산행을 하면서 내내 생각했는데 그것은 섬들이 촘촘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고 또 섬 봉우리들이 뾰족했기 때문에 사납게 느껴졌다.
팔봉을 오르고 그늘에 가려있던 구릉들이 햇빛을 받아 지나는 우리들에게 따스하게 해주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모두들 뒤풀이 하느냐고 정신이 없다. 나는 발을 삔 여성회원님을 버스에 앉혀 놓고 소주를 마셨다.
공기가 좋아서 마셔도 취하지 않았고, 소록도의 백년은 된 것같은 향나무의 아름다운 조경을 보면서 술을 또 마셨다.
내려오다 발이 곱질러진 회원이 빨리 완쾌되기 바라면서 다음 지리산 산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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