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인데도 안경을 쓰지 않은 노인
홍한약방 가는 길
고속도로 공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토지매입하는데 양측이 줄다리기하기 때문이다.
춘천간 고속도로 공사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은 하루빨리 개통되기 만을 기다렸다. 호수가 3개인 도시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고,맑은 물과 산으로 둘러쌓인 춘천은 수도권 2천만명 시민에게는 근거리 낙원이다.
국도 한 개만 있던 춘천이 전철과 고속도로 개통됨으로서 전원생활을 가속화했다.
홍천은 오지였다. 그러나 고속도로가 동홍천까지 개통됨으로서 춘천과 함께 홍천도 알려졌다.
상봉터미날에서 버스를 타면 3시간 가까이 소요되었고, 겨울은 몹시 추웠다.
홍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흔들정도 양구, 인재 다음으로 산골이다.
지금은 국토종합개발 2020년까지 동서로 고속도로 개통을 두고 한창 공사중이다.
영동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된 후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후 동홍천까지
약 100킬로이다.
시간으로 한시간 반이면 홍천에 도착하게 되자 오지였던 홍천이 이제는 산수가
훌륭한 지역으로 춘천과 함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강남개발로 아파트 붐을 일으켰지만, 30년 지난 지금은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양평, 가평, 춘천, 홍천은 펜션이 들어서고 전철이 개통됨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50대 중반을 훌쩍넘기고는 체력이 급강하 곡선을 나타냈다.
10월 말인데 손등이 시려 손을 주머니 밖으로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추위가 엄습했다.
70리터 배낭을 메고 설악산을 혼자 종주하던 때가 불과 3년 전인데...
1
웬일인지 배낭을 메지 않고도 조금 다리에 힘을 쓰면 왼쪽 무릎이 꺽이고 시큰거렸다.
충격받은 일이 없건만...
정형외과를 갔다. 담당의사는 왼쪽무릎이 부어있다고 했다.
인지 손가락으로 누르자, 자국이 났다.
"봐요. 자국이 선명한 것은 부어있다는 겁니다. 엑스레이 촬영하세요."
잠시 후
의사는 필름을 보고 나더니... 말했다.
" 이곳에 염증이 있습니다. 약을 드시고 물리치료 받으세요."
의사는 내밷듯이 빨리 말하고 의자를 책상 쪽으로 돌렸다.
15일을 복용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3일에 한 번씩 약을 처방받기 위해 의사를 만나도 효과는 없었다.
물리치료 받아도 ...
금산을 떠나면서 강원도 홍천으로 왔다.
일로 인해 두촌면 농가를 찾다가 눈에 띄는 간판이 있었다. < 홍한약방 >
기와집 지붕 처마 아래 나무로 현판이 있었고, 한글로 홍한약방 씌여있었다.
시골집이었지만 조그만 황토마당이 눈에 띄었다. 지나치자 오른쪽에
콘크리크 다리가 있었고 내가 찾는 주소는 다리 건너 언덕에 있었다.
일을 보고 나서 물었다.
" 아주머니 저기 홍한약방 약 잘지어요? "
"글쎄요 올해 지나면 아마 99세이지 ! "
" 네...? 구십구세 ! "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장수마을 노인들을 보아왔다. 하지만 모든 노인들은
주름이 얼굴에 가득하고 말도 더듬고 허리가 구부정했다.
그런데 구십구세인데 한약을 조제한다...?
99세 어떤 모습인지 나는 궁금함이 무럭무럭 생겨났다.
구십구세이면 밤새 안녕 ! 할 나이 아닌가. 아침 되어서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2
과식을 하고 나서도 소화가 되지 않아 이번 기회에 홍한약방에 가서 소화제를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찾아갔다.
한약방은 정적에 묻혀있었다.
해가 하늘에 떠 있는데도 출입하는 환자가 눈에 띄지않았다.
대문은 열려있었다.
대문을 들어서니 정사각형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방도 마당을 마주볼 수 있도록 방문이 있었고 문에서 대각선에 유리문 안으로 마루가 보였다.
지붕에서는 쌓였던 눈이 녹아 쉬지않고 똑똑똑 떨어지고 있었고 왼쪽에는 개가 똥을 여기저기
흐트려놓고 짖어대고 있는데도 아무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 원, 이래서야..."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안계십니까 ?"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잠시 후 중년여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약을 조제받으려고 왔습니다. 선생님 계시나요?"
" 저 방에서 잠시 기다리시면 오실것입니다. 감기에 걸리셔서..."
간호원은 아닌 듯했다.
하긴, 99세인데 기력이 있을까...
방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노인 한 분이 문에서 나왔다.
허리를 20도 정도 구부렸고 양손은 뒷짐지고 콧물을 흘리고 계셨다.
나는 유심히 노인 얼굴을 보았다.
의외로 매스컴에서 보던 노인들과는 전혀 달랐다.
흰머리에 숱이 가득했고, 이마를 제외하면 얼굴에는 주름이 없다해고 과언이 아니었다.
안경도 쓰지않았으며, 뺨에는 검버섯이 커다란 원을 그렸을 뿐이었다.
3
방에는 요즘 볼 수 있는 장판이 아닌 필자의 어렸을 때 사용했던 진한 노란색 바닥벽지를 깔았고
니스를 칠한 것처럼 광이났다.
바닥은 미지근한 온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환자가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어디가 아픕니까? "
99세이면 70먹은 사람도 아들 같건만 존칭을 사용하셨다.
"네. 음식을 먹으면 자주 체해요."
"내 옆으로 가까이 와요."
목소리는 99세 노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또렸했다.
"손을 줘봐요."
" 뭔 손이 이렇게 차지 ? "
진맥을 보면서 말하셨다.
"사람은 몸이 따뜻해야 소화도 잘되지. 차도 엔진이 뜨거워야 잘 달리는 것처럼..."
"네, 손과 발이 저립니다."
"약을 먹으세요. 요즘 이상한 병들이 생긴다니까."
"허리는 아프지 않던가 ?"
" 아픕니다. 무릎도 ..."
"언제부터 ? "
"약 2년 된 것 같습니다."
"얼마되지 않았군. 어디 무릎을 봐요."
나는 왼쪽 다리를 펴서 바지를 걷어 무릎을 보여주며 시큰거리는 곳을 가리켰다.
"부었군 그래."
"부었어요. 어디가..?"
노인은 왼쪽 엄지를 꺼내 나의 무릎 바로 아래를 꾹 ! 눌렀다
도장을 찍듯이.. 그러자 엄지 지문 모양으로 파란색이 나타났다.
"부었잖아."
나는 생각났다. 정형외과의사가 오른쪽은 괜찮은데 왼쪽 무릎이 부었다고 한 말을...
4
이 노인은 평범하게 늙어가는 분이 아니구나 하는 직감을 불러일으켰다.
"술먹고 나면 후회 해, 안해 ?"
"후회합니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술이 좋은 게 아니야."
노인은 서랍에서 두꺼운 기록책을 꺼냈다.
많지 않는 기록이 노인의 손에 넘겨졌다. 마침내 기록할 빈 칸에 멈추고 내게 물었다.
" 주민번호는?"
안경을 쓰지않고 계신 것보고 나는 탄복했다.
수전증이 있어 손이 떠는 것이 기록에 여실히 나타났다.
한자로 나의 증세를 적기시작하고 약재를 한문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번 먹고 한 번 더 복용해야 할거야. 우선 몸을 따뜻하게 하고 나서 손발을 따뜻하게
할 수 있거든. 술먹는 돈으로 약먹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선생님"
"머리가 띵하지 않던가?"
나는 생각했다. 감기 증세는 아닌데 콧물이 나면서 머리가 아픈 것을..
감기초기 현상도 아니었다. 몸이 쑤시거나, 재체기 증세가 없었기때문이다.
활동하는데 전혀 문제 없고, 단지 머리를 패는 것 같은 두통 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콧물나오는 것은 홍천 기온이 서울보다 6~7도 높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네, 골이 항상 띵합니다. 손등이 시렵고요.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요즘 이상한 병이 생겨났어. 여자들 자궁에 혹이 생기고 그래."
5
서울에 있을 때 젊은 한약사가 조제하는 약을 수년 전에 복용했지만 무효였다.
99세이니 산전,수중전,공중전 모든 것을 경험하셨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15일치를 주셨는데 27일 복용하게 해주었다.
고기와 술을 금하고 식사 후에 복용했다.
복용을 다해도 머리가 띵한 것이 사라지지 않았다. 양약처럼 바로 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란 점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손이 예전처럼 차지만은 않음을 점차로 느껴졌다.
두통이 아픈 날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나는 생각했다. 만약 노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원인모를 두통에 시달렸을 것이 아닌가.
또 한번 약을 조제하려고 예약전화를 하였다.
귀가 안들리셔서 소리쳐야 만이 통화할 수 있었다.
"아 지난 번 약 다먹었다구? 한 번 더 먹어야 돼.. 와요."
나는 노인의 과거에 대해 궁금했졌다.
"선생님, 젊었을 때는 무엇하셨어요?"
"일제시대에 장사를 했지. 사주팔자를 봤더니 나는 활성하는 장사를 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일본사람에게 약을 받아다가 팔았지. 약이 잘들었어.
그 후 일본이 철수하고 한약을 팔기시작했어."
"어떻게 이처럼 오랫동안 건강하시는 거예요?"
" 나도 모르겠어 이렇게 오래 살줄은...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마디 주무르고
발바닥, 머리 팔 , 다리 등 온 몸을 주무르지 약 15분 걸리거든.."
말씀하시면서 씨익 웃으셨다.
"여자들이 약을 지으로 오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거든. 알아들어야 해. 가슴이 아니라
자궁이 아파서 말을 할 수가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든.
약을 지어주고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면 어떤 여자는 아직 아프다하고 다른 여자는 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해.
그건.. 자궁에 생기는 혹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하지"
노인은 말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셨다.
"이번에 녹용을 넣고 한번 더 먹으면 손발이 후끈할걸. 잠도 혼자 자야 될거야."
말씀하면서 또한번 웃음을 보이셨다.
나는 무슨 말씀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게되었다.
6
약을 찾으러 갔더니 마침 선생님은 외출할려고 문 앞에 서 계셨다.
아들과 며느리가 옆에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보지 못할 뻔 했어요. 선생님이 약을 꺼내시다가 미끄러져서 허리를 다쳤어요
홍천시내 병원에 모시고 가려던 참이었거든요."
중년여자가 말했다.
"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래 사셔서 많은 사람 치유해주십시요. "
나는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다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술을 금해야했고, 음식 닭,돼지고기.라면을 삼가야했다.
커피도 하루 한,두잔으로 줄였고, 근 두달을 절제하는데 인내가 필요했다.
미이라 손가락처럼 가느다랗게 느껴졌던 손가락이 어느새 온기가 온 듯했다.
느낌이지만 손가락이 살이 돋은 듯한 것은 혈액순환이 개선된 것이 아닐까
은행잎 성분 혈액순환개선제 징코민, 은엑손,진코라이프 등을 15년째 종로 5가 도매약국에서
사다 먹다보니 그때 처음 약을 주었던 약사는 지금도 그 자리에 근무하고 있다.
15년을 두 달에 한번씩 찾아오니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래도 손,발이 차거운 것을 막지는 못했던 것이다.
2012년 10월 수원에서 일할 때 하순이 되자, 손등이 갑자기 시려와 주머니에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는데, 책임자한테 추궁들었다.
7
계사년 3월이 되자 한약을 거의 다 복용해갔다.
머리를 패던 두통도 사라지고 손,발이 차가움은 남았지만 그래도 더운 물을 컵에 담아 손을 녹이면
어느새 냉기가 사라졌다는 것은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을 쥐면 마치 살이 찐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허리아픈 것도 나아지는 듯했다. 전에 없었던 정력이 깊은 밤에 일어났다.
이제 약을 다 복용해가니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50일 간 음식과 술 절제가...
한약은 천천히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중국에는 신화적인 명의(名醫) 가 있다는 전설적인 화타, 편작이 있다.
죽어가는 사람도 바로 살릴 수 있는 의술이...
우리나라는 구암 허준 선생이 있듯이...
... 홍한약방 어른이 나에게는 명의, 화타와 편작을 만난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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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중순에 화진포해수욕장을 다녀오면서 방문했다.
고인이 되신 홍어른의 아들인 듯한 분을 만나 물었다
지난 봄에 작고하셨다고 하셨다
104년 일기로 ..
최고 장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