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우 < 强風雨 > 속에 우뚝
지난 해, 겨울...
인천대교 야경을 출사하기 위해 송도로 갔다.
추웠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에서 내뿜는 하얀 기둥이 되어 연기처럼 어둠 속으로 뻗어나갔다.
인천대교가 내려다 보이는 송도 청량산에 올라 렌즈를 내밀었지만, 거리가 멀었고
아무리 애써도 ... 포커스에 어둠 속에 빛나는 인천대교 야경이 들어오지 않았다.
에이...
내려가서 포항 구룡포 과메기와 소주를 사가지고 올라와 마시면서...
자유수호탑을 보면서 맥아더장군을 떠올렸다.
카메라에서 전해오는 싸늘한 냉기를 손가락으로 느껴지며 케이스에 넣었다.
그 후, 1년이 지나 영종도로 건너갔다.
올림픽도로를 달리면서 한강, 원효대교 야경을 보았다.
그러면서 문득 떠올랐다.
한강의 기적을...
소년과 청년시절 형들은 중동에 가서 땀흘려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귀국할 때...
일본의 전자제품, 카세트, 캠코더, 카메라,소니 TV를 한손에 하나씩 들고
검게 탄 목에는 전리품처럼 카메라를 걸고, 허리에는 워크맨을 차고 공항 대합실에 나타났다.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는...세계 최대의 격전지 미국시장에서 일본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 LG가 만든 제품들이 일본을 앞지르고 파죽지세로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소니는 워크맨으로 자만했다. 일본은 디지탈시대에 대해 소홀했다.
우리나라는 좋은 기회였고, 와신상담 끝에 가전왕국 일본의 벽을 깨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미래에 펼쳐질 디지털시대의 흐름을 예견하는데 자만했고, 방심하며 게을리 했다.
그 결과 옛 영화를 그리워하며 일본의 가전제품은 쉬지않고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들이...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히타찌...산요는 중국에 매각됐다.
* * * * * 기나긴 차가운 겨울 밤,어둠 속에서 * * * * *
인천대교는 강풍 속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대자연 속에 개미 같은 인간이 모여 땀을 흘렸으리라.
땀만 흘렸을까. 겨울, 차거운 바람 속에 일을 해야했다. 가족들을 위해...
부상과 사망자도 생긴다.
그들은 사라졌다. 가족들만 슬픔 속에 젖어 있을 뿐이다.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다.
삶이란... 무엇인가..
겨울바다는 설악, 지리, 덕유산에 불어오는 겨울산 못지 않은 추위가 엄습했다.
카메라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다시 한 번 사진을 확인하고 배낭에서 소주를 꺼내 컵에 따라 입에 털어넣었다.
작년 이맘 때, 송도, 청량산 위에서 소주로 아쉬움을 달랬던 시간이 인천대교에 오버랩이
되어 떠올랐다.
지나온 일 년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갑자기 머리가 멍해져왔다.
치매환자처럼...
도무지 생각나지않는다. 마치, 엊그제 같은데...
소주 한 병을 다 비우자, 추위가 조금 가시고 입에서는 열기가 나왔다.
역시, 한국인은 소주를 마셔야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