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은 화가가 되어...
5년이 지났다.
홍천강 팔봉산을 오른지는... 그 전에 경치가 수려한 홍천강을 몇번 왔었다.
강을 따라 맑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왔었지만. 팔봉산을 오른 지는 다섯해가
지났다.
다섯해를 지나면서 딱 끄집어 낼 수 있는 추억은 없다.
그만큼 주경야독하면서 쉬지않고, 인고<忍苦>의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기쁜일과 슬픈일이 어찌 없겠는가 마는...
한 해마다 뚜렷이 기억될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웬일일까.
평범하게 지내왔기 때문일까.
지나온 한 해를 떠올려보아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1년 전에는, 또 2년 전에는 , 3 4 5 이렇게 한해 두해를 생각해봐도 참, 간직하고
싶었던 일, 슬픈 일 등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마취라도 됐단 말인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마치 잠을 자다가 누가 깨워서 눈뜬 것처럼 멍하다.
팔봉산 제1봉을 오르고 뒤돌아 보았다. 지나온 다섯해를 돌아다보는 것처럼...
산세가 펼쳐져있고 능선이 만들어내는 곡선은 내게 평온함을 안겨준다.
산과 함께 청년기를 보내고 중년에 이르렀기 때문일까.
8봉을 향해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바위를 잡고 땀흘리며 산행하는 사람이 많았다.
상류에서 물이 흐른다. 마지막 잎새를 붙잡고 있는 나뭇잎이 색이 바래 퇴색되어
쓸쓸함을 안겨주었고, 깊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겨울에도 강에는 조용히
흐르는 홍천강 물줄기가 보인다.
여름에는 물흐름이 너무 빨라 어지러울 정도로 홍천강 물줄기는 급류이다.
금학산 620m정상에서 조망한 강줄기가 내려다 보였다.
팔봉산은 해발 350m이라 마치 확대해서 보는 듯했다.
강에서 물고기도 잡는 것은 마을 주민에게만 주어진다.
메기,쏘가리,누치를 잡아 백사장에서 매운탕 끓여먹는 것도, 삶의 즐거움이며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한다.
팔봉산은 바위를 잡고 오르는 재미와 기암 위에서 굽이져 흐르는 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수려한 산이며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신운동을 할 수 있어
초보자에게 교육하기에 더욱 좋은 곳이다.
해산굴<산모가 아이를 낳는 굴?> 형상이라는데 명칭이 그럴 듯하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바위 틈이라 배낭을 풀러 별도로 먼저 내보낸
후라야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온몸 운동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코스이다.
8봉에서 내려다 본 홍천강 줄기에 백사장이 깨끗하다.
바위가 높지 않으면서 뾰족해서 손으로 잡기 쉽고 발 디딜 곳이 충분했다.
영원히 보존해야 할 산하<山河>
동행한 회원이 카메라를 잡고 포커스를 내게 맞춰주어서 강기슭에 모습 담았다.
지나온 5년은 추억을 만들 장이 없지만, 세월만 쌓았을 뿐이다.
어쩌랴. 잡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이고, 물 같이 흐르는 시간에 무력한 것이 인간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