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문무대왕은 일본의 침략을 예견하여..
겨울바다.
바다는 겨울이 되면 더욱 푸른색을 띤다.
수면 위로 불어오는 거센 찬바람은 밀려왔다가 부서져 흩어지는 물결을 다시
일으켜 육지로 달려와서는 부딫치고 또 부딫친다.
얼마나 그랬을까.
하늘과 육지가 생기고 바다가 생기면서 쉬지않고 지금까지 육지에 상륙하고는
부서지기를 쉬임없이 그랬으리라.
엄동설한 2009년 을축년 신년 04일 동해 감포를 찾았다.
감포에는...
밀려와서 부서지는 파도는...
마치 분노한 듯이 일어선 듯하다.
달은 떠올라 어둠에 부드러운 빛을 던지고 있었다.
지나온 아득한 서기 660년 시대의 인간사에는 관심없다는 듯이...
역사의 사실은 거짓과 왜곡이 없다. 있을수가 없는 것이다.
후세가 기록한 것이니까...
사람은 없어도 자연은 영원했다.
유언대로 자신을 동해바다에 수장해달라는....
임금은 당시 보다도 먼 미래에 불행을 예견했음이 틀림없다.
문무왕은 신라를 걱정했지만...
왜 그렇게 불안했을까.
왕자가 왕의 자리를 이어갈 만한 왕자의 재질이 없어서였을까.
자신의 혼(魂)으로 신라를 걱정했건만... 진정 걱정해야 할 일은 신라시대에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신라는 영원하지 못했다.
고려를 거쳐 조선으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망국의 조짐인 <위화도회군>이라는
<고전>쿠테타가 시작되었다.
그후,임진왜란, 일제36년동안 통치를 받고 문화와 속박으로 암울한 긴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그후, 문무왕이 뭔지 모를 불안감이 현실이 되어 6,25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이...
김일성은 러시아와 중국을 등에 업고 남침을 하여 2세인 김정일에 이어 3세
후계자까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근대사는 고통과 피로 점철되어왔다.
동해바다 감포에 바위가 동서남북으로 자리하고 있는 곳을 찾아낸 것도 이채롭다.
인간사에는 무심한 달빛은 어둠에 끓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왕 수중암릉을
비춰주고 있다.
음식을 만들고 술을 따라 올리고 절을 했다.
술을 바다로 드리고 밤을 재촉하는 신비한 달빛에 취해, 술과함께 역사의 사실
빨려 들어갔다.
이날은 서울기온이 영하 10도가 넘으니 바다의 세찬 매서운 바람까지 체험하면
영하 20도를 체감하였다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보드러운 모래를 카페트삼아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을 폈다.누워서 파도소리를 듣는다.
파도소리는 우뢰와 같이 추위와 함께 엄습해왔다.
호국의 상징인 왕 곁에 누워 660년 시대로 달려가 본다.
누가 역사의 기록에 의심을 할 것인가.
그 시대에 호국을 염려하는 대왕 곁에 누워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의 겨울바람을 맞고 눕는 사람은 혼자였다. 좌우를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다.
있을 리가 없다. 이 추운 날씨에 백사장에 있을 까닭이 없는 것이다.
갈증이 났다. 물을 마실려고 텐트를 나와보니 캄캄했다.
텐트에 있는 삼다수 물은 이미 얼어있었다.
보온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달빛은 등잔불 보다도 더 밝았다.
파도가 밀려와서 부서지는 것은 환하게 비추었다.
누가 옆에 텐트라도 쳤다면 술을 들고 가서 역사로 함께 달려가자고 했을 것이다.
쉬지않고 끓임없이 밀려와서는...
부서지는 대자연의 장엄함을 가슴에 담는다.
갑자기 적막감이 밀려와서 외로움을 느끼게 했다.
삭막한 겨울바람은 파도를 넘실타고 쉬지않고 텐트를 흔든다.
차가운 기온은 텐트를 뚫고 침낭 위로 엄습해왔다.
다시 침낭 속으로 몸을 쑥 집어넣었다. 다람쥐가 날쌘 몸놀림으로 들어가듯이...
짧은 인생이건만 인간들은 탐욕으로...
나라를 팔아먹고, 자신의 이익과 명예의 욕심으로 전쟁과 분열을 불러일으켰다.
임금은 판단력을 상실했다는 암울한 역사를 알 수 있다.
침낭의 따뜻한 온도는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고, 다시 들어가자 몸은 곧 따뜻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해뜨는 시간에 맞춰 절에서 온 사람들이 차례를 올리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매년 신년에는 한 해를 기원하는 차례라고 보살님은 말했다.
할머니 한분과 사위와 딸인 듯...
이윽고 수평선 아득한 곳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하자,할머니는 소리내서 대웅전에서 스님이 읽는 경을 소리내어 외치는 듯이 중얼거렸다.
사위와 딸은 뒤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차에 가서 문을 열고 물을 마시려고 보니 물은 꽁꽁얼어있었다.
깨끗한 백사장은 태초의 그대로 인 것처럼 여겨졌다.
동네 주민들의 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어느 섬을 가도 이처럼 각 지역에서 국토대청결 했으면 좋겠다.
생업에 종사하기도 힘들겠지만...
지자체에서 어떤 대책을 세워 <국토대청결>을 실행했으면 한다.
부서지는 것도 예술이다...!
파도는 자신의 힘만 믿고 지칠줄모르게 달려와서는 부서진다.
끓임없이...
지금 이시간에도 또한 미래에도 영원히 그럴것이다.
미덥거든 달려가 보라.
저 동해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