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아침을... 1~76
소설 1부 : 창조의 아침을 맞다
박정희대통령은 독일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서울.부산을 연결하는 도로를 생각했다.
고속으로 달리는 독일의 아우토반 도로를 보고 국토대동맥을 생각했다.
한남대교가 놓여지고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부터 강남에서 밭과 논으로 생활을 해나가던
농민들은 가지고 있는 땅들로 인해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되었다.
갑자기 부자가 되리자 그 많은 돈을 은행과 사채로 재산을 불리기만 하던 졸부들은 자식들에게 땀을 흘려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보다는 자식 사랑을 외제차와 호화사치품으로 대신하였다.
그결과 거리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외제차는 물론 벤츠, BMW, 도요다,사브,볼보, 폴스바겐, 자동차가 눈에 띠게 거리를 누비고 있었고 한대에 수 천만원하는 오토바이까지 가세해 거리는 굉음을 울리고 다녀 시민들을 알게 모르게 일하는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은 잠자고 있는지 무방비 상태로 방임하고 있다. 그 반면에 기업들은 중동시장에 진출하여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파견된 근로자들은 수년을 근무하고 돌아오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땀을 흘리던 시대도 있었다.
개중에는 남편이 중동에 가서 섭씨 40도가 넘는 곳에서 고국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그리며 달력을 손꼽아 보고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지만 한편 바람난 여자는 카바레에 맛을 들여 남편이 송금하는 돈을 제비와 함께 소비하는 사례가 심문에 종종 나기도 하던 시대도 어느새 훌쩍 지나가고 어느덧 달력은 90년대를 넘어섰다.
약속 시간이 되어갈수록 고여사는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아침을 맞기위해 기나긴 밤을 뜬눈으로 새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남편을 잃고 나서 긴 밤을 남편을 그리다가 새벽을 맞이 하였던 것과 다름이 없었다.
잠을 자려고 하여도 웬일인지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자꾸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인데 마치 필름이 멈추지 않고 밤새도록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꼬박 밤을 새워 영화를 본 것만 같았다.
십여년이 지나도록 오직 자식만 바라보고 뒷바라지를 해왔던 것인데 이제 고생이 끝나는
듯하여 지나온 과거가 아련히 떠올라 그 긴 세월을 어떻게 참고 견뎌 왔는지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세수를 하고 화장대에 앉아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자세히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는 말았던 것인데, 오랜만에 거울을 들여다 보니 이마에는 주름살이 어느새 새겨지고 눈가에는 잔 주름이 깊게 잡혀 있었으며 뺨에는 기미로 인해 검은 점이 군데 군데 생겨나 상처라도 입은 것처럼 흉하게 보여졌다.
언제부터 이렇게 피부가 변했는지는 고여사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갸르스름하고 도톰하게 탄력있었던 얼굴은 지나온 긴 세월속에 외로움과 생활에 시달려 젊었을 때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있었고, 피부도 쪼글쪼글해진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쓰렸다.
이따금 혼자 있을 때 원망스런 표정으로 한없이 바라보던 것처럼 남편의 사진을 다시 올려다 보았다. 볼 때마다 남편의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던 해를 떠올리게 되었다.
벽에 걸린 사진속의 얼굴은 고여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젊었고, 마치 갓 결혼한 신랑처럼 싱그러움 마저 들었고, 그럴 때마다 고여사는 자신만이 늙어감에 남편이 야속했다.
야속함이야 어디 이루 말할 수야 있겠냐 만은 표정없이 내려다 보는 그 모습에는 타인의 초상화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볼 때마다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당연한 순서처럼 보게 되었고 이제는 습관이 되어 올려다 보면,
남편의 얼굴은 너무도 젊었기에 저 사람이 과연 나의 남편이었던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흔히 매일 나오는 뉴스 중 하나가 바로 교통사고였고, 차가 많다보니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 불행한 운명이 바로 자신에게 찾아 올 줄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이후에 오는 휴우증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사망 소식에 믿기지 않아 확인하러 가는 도중 제발 다른 사람 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갔었으나, 그것은 요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와 시신위에 그만 엎어져 한없이 울부짖었던 것이 마치 어제 같았다.
관을 땅속에 묻어야 할 때 이제는 남편의 모습마저 다시는 보지못할 것을 생각하니 그대로 떠나 보내게 할 수가 없어 땅 속에 묻는 관을 따라 뛰어들려는 나를 붙잡던 사람들을 지금도 누군지를 모르고 있다.
울부짖는 나를 보며 덩달아 따라우는 아이들을 껴앉고 절망감에 사로 잡혔던 기억이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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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사는 남편의 사진을 올려다 보다가 다시 거울을 바라다보았다.
화장을 중단하고 장롱에 새겨진 양각의 원앙의 새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는 한 숨을 자기도 모르게 내쉬고 말았다.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일어나 옷장으로 다가가 장롱문을 열고 촘촘히 걸려있는 옷들을 보았다. 농 속에는 신혼시절에 입었던 옷가지들이 옷걸이에 걸려 총총히 장롱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남편의 옷은 하나도 없다. 모두들 가버린 사람의 유품은 남겨 두는게 아니라고 했다. 한 두개라도 보관하고 싶었지만, 주위사람들의 말을 듣고는 지나는 엿장수에게 주고, 고물상에다 전화해서 가져가라고 했다.
결혼을 해서 전세방 하나를 얻고 첫애인 경일이를 갖고서 나도 아이를 낫는구나 하고 생각되자 어머니가 생각났던 것인데...
수건을 들고 밖으로 나가 물에 적셔 가지고 물기를 빼고는 들어와서는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내려 먼지를 닦았다. 혼자 사는데도 먼지는 어김없이 내려 앉았고, 고여사는 늘 남편의 사진에 먼지가 앉는 것이 싫어 자주 사진을 내려서 무릎에 얹어 먼지를 닦었다.
닦여진 사진은 젊었을 때의 남편의 모습이 보다 뚜렷해져서 고여사를 마주보고 있었으며 눈이 큰 남편은 사각형인 얼굴에 아주 잘 어울렸으며, 연애시절에는 무슨 남자가 눈이 그렇게 크냐고 이따금 묻곤 했던 것인데 그럴때마다 그는 나에게 웃으며 말하곤 했었다.
" 나의 큰 눈이 자기의 눈이라면 자기는 매력이 넘쳐 많은 남자들이 아마 줄서서 따라 다녔 을 거야. "그러면 나는, "그래도 나는 당신만을 사랑했을거야." 하고 말한 기억을 떠올렸다.
결혼사진을 보면서 고여사는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ㅡ 어쩜, 이렇게 경직되어 있을까? 미소라도 띠웠으면.ㅡ
다시 한 숨을 내쉬며 잃어버린 세월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벽에 걸어 놓고 올려다
보았다.
잠을 자다가 평소처럼 팔을 뻗어 보지만 허공을 젓는 느낌에 섬뜩 잠을 깬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그럴때마다 남편의 가슴에 안겨서 맡았던 뜨거운 숨결이 그리웠으며, 포근한 숲처럼 느껴왔던 가슴에 다시는 안길 수가 없다는 사실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하고 그리움으로 밤을 새야했었다.
방안에 갇힌 어둠은 정적과 함께 그리움과 고독으로 더욱 짓누르고 있는 듯해서 고여사는
불을 켜고 아이들이 자는 방으로 가서 살며시 문을 열어보고는 세상모르게 자는 평온한 모습에 안심하고 마루에 앉아서 밤하늘을 비추는 달을 보면서 토끼가 떡방아를 찌는 모습을 그리면서 어렸던 자신의 추억으로 달려가곤 했다.
아침이 밝아오면 아버지가 없다는 현실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어대던 아이들을 달래는 것도 이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얘들은 책가방을 들고 대문을 나서지만 큰 아이의 어깨에는 힘이 없고 작은 아이에게서도
명랑함을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을 볼 때에 고여사는 마음이 쓰렸다.
오늘도 웬지 걱정이되는 것은 남편이 이 세상에 없다는 데에서 오는 불안감이지만,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아이들마저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근심에서였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와서도 예전처럼 대문을 요란하게 열고 들어오지 않을 때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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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우울함에 젖어 있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을 알아도 고여사는
아이들을 야단칠 수가 없었다.
걱정이 되어 화를 내보지만 아이들의 풀 죽은 모습을 보면 애처로와 함께 껴안고는 말할 뿐이었다.
" 그래, 공부 못해도 괜찮다. 사고를 당하지 말고 건강하게 커다오. 얘들아! "
그 후부터 고여사는 얘들한테 공부에 대한 말은 하지않고, 남에게 절대로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없는데도 명랑하게 성장해 갈수록 고여사는 사랑스러웠으며, 엄마를 걱정 할 때면 너무도 고마웠다.
어른스러워지고 숙녀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대견스러웠다. 매일 기나긴 밤을 홀로 세워야하는 반복되는 고통과 남편과 사랑놀이의 즐거움을 갖지 못하며 살아왔지만, 오직 자식들의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면, ?의 보람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해마다 6월이 오면, 나라의 부름으로 사랑하는 부인과 자식들 그리고 부모형제를 이별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여야 했던 호국 영령들의 거룩한 뜻을 되새기면서 남겨진 원호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고여사는 자신을 위로 받던 것인데, 젊음을 나라를 위해 피로서 이 나라를 지켜야 했던 원호가족의 처연함에 비하면, 자신의 슬픔은 작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작동 국립묘지 비석 앞에 차례를 차려놓고 아이와 함께 흐느껴 오열하는 미망인의 슬픔을 보면 자신도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절로 나오고, 화면을 통해 전해오는 소리없는 흐느낌은 자신의 가슴이 울리는 것을 느끼고는 저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파란 잔디 위에 하얀 소복을 입고 오열하는 미망인의 흐느낌은 자신만의 슬픔이 아니기에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억제하는 것이리라. 한 번 가면 다시는 오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나라의 명령에 따라 저 세상으로 가버린 남편을 원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식을 보고 싶어서만은 아닐 것이며, 언제까지나 고독으로 살아야 하는 며느리와 손주들의 긴 세월 만을 원망하는 것은 또한 아닐 것이고, 자식에게 아비없는 설움을 평생 안겨주어야하는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고여사는 잘 알고 있다.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것도 슬프건만, 어떻게 아이들과 그리고 시부모를 모시고 험난한 세월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 더욱 서러울 것이기에...
부모로서 자식을 다른 아이들 못지 않게 가르쳐야 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더욱 흐느낌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고여사는 알고 있다. 또한 자신이 과부가 되어 재혼이라는 운명의 슬픈 갈림길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 너무도 기가막히고 서럽기 때문일 것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슬피우는 모습에 영문도 모르고 엄마 치마를 잡고 덩달아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고여사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비석을 잡고 가슴을 쥐어짜듯이 우는 노모의 슬픔에는 어찌 자식을 잃은 슬픔만 일까. 생활에 찌들리고, 자식을 잃은 슬픔만도 국가가 원망스러운데, 명예로운 죽음에 대한 남겨진 유족의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이 나라가 너무도 원망스러워 노모의 울음은, 곧 국가에 대한 사무치는 한 바로 그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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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대국 틈 속에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바쳐야 하는 것은약소 국가 국민 만이 갖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은 더욱 슬픔을 자아내게 할 것이었다.
자기는 교통사고 보상비를 받았기에 그런데로 얘들 교육 시키고 겨우 먹고 살수는 있지만 원호가족들은 나라에서 주는 것 이라고는 아이들 교육시키기에도 벅찰 것이라는 것을 아는 고여사로서는, 오히려 그들에게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명분만이 원호가족이지 실상 남겨진 가족에게는 살아가야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며
명절이 돌아오면 슬픔과 괴로움이 와락 밀려와 삶을 더욱 무겁게 짓누를 것이며, 노모라도 모시고 살아야하는 부인은 시부모의 한스러운 넋두리를 들으며 모시고 살아야하니 그 슬픔과 외로움은 어찌 말로 다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방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진경이가 들어서며 말했다.
" 엄마, 또 아빠 생각하구 있었구나! 하여튼 엄마는 혼자만 있으면 아빠 생각 이라니까."
"그래, 이제 네가 시집을 가는데 네 아빠가 살아 있으면 얼마나 기뻐하겠니?"
고여사가 기쁜 듯이 말하자 진경은 내심 걱정이 되면서도 겉으로는 입을 삐쭉하며 말했다.
"피이, 누가 시집간다고 말했나? 엄마가 하두 성화니까 그냥 흔해빠진 선을 보는 거지 뭐."
"얘는? 그러면 못쓴다.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엄마 마음도 모르고 그러니? 엄마가 됐다면 너에게는 더없는 행복인줄 알야야 해. 그러니까 두 눈 딱 감고 아무생각 말고 시집가야 한다."
"엄마는? 뭐 결혼하면 내가 사는 거지 엄마가 살아 주는 건가?"
진경은 걱정된다든 듯이 장난기가 있던 표정을 바꾸고 정색하며 말했다.
"물론 그렇지만, 여지껏 부모가 자식을 걱정해서 한 일이 잘못된 법은 없어. 이것아!"
고여사는 손을 들어 진경의 머리를 쥐어박듯이 누르지만 눈빛은 간절하였고 진경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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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엄마."
진경은 마지 못해 승낙 반 거절 반 투의 말로 대답했다.
"그래, 파마는 제대로 되었니? "
"응. 엄마가 봐. 잘된 것 같지? "
윤기 있고 긴 검은 머리카락은 넝쿨 모양으로 아주 잘 잡혀 있었고 유행에 맞게 약간 염색을 한 금발은 보기에도 탐스럽고 외국의 배우처럼 느끼게 하였다.
고여사는 벽에 걸린 사진을 향해 일어서서 사진을 떼어냈다. 그러자 선경은 알면서도 모른 체 하며 물었다.
"엄마, 아빠 사진은 왜? "
"응, 먼지를 닦느냐고."
대답하는 고여사의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힌다. 진경은 화제를 바꿀려고 물었다.
"엄마, 사진 가지고 있지? "
"응, 무슨 사진? "
고여사는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들고서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었다.
"선 볼 남자 말이야. "
"계집에는, 있으면 왜 내가 안 보여주겠니? "
"엄마! 요즈음 사진도 보내지 않고 선을 보는 사람이 어디있어! "
"글쎄, 그렇긴 한데. 사진이 잘 안 나와서 그렇대니까 뭐 이유가 있겠지.
그런데 키가 조금 작다고 하지만 몸은 건강하다고 하니까..."
고여사가 말을 하다가 머뭇거리자, 진경이는 얼른 말을 받으면서 말했다.
"피이~ 강남에 땅이 많으니까. 엄마는 무조건 시집가기 바라는 거지? 맞지!"
진경은 엄마 얼굴에 자기의 얼굴을 가까이하며 야무지게 말했다.
고여사는 선경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진경아! 사람이 살아가려면 경제적인 여유가 행복을 좌우 하는거야, 알았니? 특히 여자에게는 더욱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내가 사진도 없이 선 보러 가잖아."
고여사는 다른 집 딸과는 달리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딸이 대견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엄마, 오빠는 뭐래? "
진경은 궁금한 듯이 물었다.
"뭐라고 하긴, 너만 좋다면 된다고 하더라."
"엄마, 뭐해 빨리 화장해야지. 어제 또 아빠 생각하면서 잠을 못 잤구나."
"못 자기는."
"에이, 엄마는 선 한번 보는 것 가지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아닌데."
진경은 고여사를 보면서 눈을 흘기고 말했다.
"쓸데없이 시간 보내지 말고 너도 화장 좀 더하고 옷도 갈아 입을 준비해야지."
" 알았어. 엄마."
진경은 대답하고 자기 방으로 갔다.
고여사는 사진을 벽에다 다시 걸고는 옷장에서 옷을 고르다 말고 벽에 걸린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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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진경이가 어쩜 내말을 이렇게 잘 듣지요. 사실 그 사람 사진을 봤는데 선경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하지만 여자는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살다보면 정이들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백년해로 하는 것 아닌가요? 당신과 나는 연애를 했지만 당신이 사고 만 당하지 않았던들 우리도 잉꼬부부처럼 백년까지는 아니라도 오래토록 함께 살아갔을 텐데 말이지요.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당신이 부자 였다면 어쩌면 그렇게 일찍 세상을 등지는 일은 없었을런지도 모르지 않겠어요?
또 여자의 행복은 부부의 사랑 만으로 얻어지는 세상은 이미 지났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행에 맞는 옷을 사 입는 것도 여자의 행복이고, 좋은 차도 타고 다니며 맛사지도 받고 가정부도 두어 허리가 아프지 않게 일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도 ?의 행복이라는 것을 당신은 아시겠지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이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넉넉함도 행복이 아니겠수? 그런 행운이 지금 우리 진경이에게 다가왔어요. 여보, 당신도 도와주세요.
진경이가 이 행운을 놓치지 않게 말이예요. 남들은 해외여행을 몇번 다녀왔다,
유학이다, 하며 어학연수를 떠나는데 우리는 여행커녕 컴퓨터 학원비도 감당을 할 수가 없으니
행복은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아니겠어요?
당신 나를 나쁘다고 하실 건가요? 당신도 나를 이해 할 수가 있을 거라고 나는 믿어요.
지금 세상은 우리가 살던 세대하고는 변해도 너무 변했어요.
당신도 비록 저 세상에 있을 지라도 진경이가 행복해지게 기도라도 하시구요."
고여사는 허락이라도 받아내려는 듯이 간절한 눈빛으로 남편의 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흰색으로 사면을 벽지로 도배되어 있는 깨끗한 벽에는 만종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실내에는 라디오 소리가 넓지 않은 병실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둥그런 얼굴에 살이 유난히 많다고 느낄 만한 20대 후반 사람이
병원 침상에 누워 있었다.
무늬가 있는 환자복을 입고 누웠는데도 배가 나와 있는 사람은 배 위에 진경의 사진을 올려놓고
한참동안 유심히 보고 있었다.
단아하게 기른 윤기나는 검은 머리결은 귀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하늘색 긴팔 티에 책을 가슴에 안고 하얀 이를 들어내고 웃는 모습은 햇빛에 반사되어서 그런지
더욱 희게 보였고, 검은 바지에 베이지 색 코트는 갸름한 얼굴에 아주 잘 어울렸고 앞이 둥글고
굽이 낮은 까만 구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햇볕을 받으며 밝게 웃고 얼굴 양 볼에는 보조개가 생겨있었으며 하얀 피부를 한눈에 더욱 곱게 보였다.
뒤에는 조경사가 솜씨로 다듬은 아름다운 나무가 있었고 잔디는 푸르름을 갈색을 나타내고 있는데
아마도 초가을에 찍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을 뒤로 넘기자, 좀 더 얼굴이 크게 확대 된 사진이 보조개를 더욱 선명하게 하며 웃는 모습이었다. 현철은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팔을 당겼다. 단발머리를 하고있는 선경의 얼굴이 클로즈 업 되듯이 크게 확대되어 나타나 있었으며 웃음을 지을 때마다 뺨에는 보조게가 살짝 파여서 한층 더 매력을 느끼게 하였다.
현철은 사진을 입에 가져다가 키스를 하고는 다시 쳐다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문이 열리고 간호원이 다가와서는 현철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떠세요? 빨리 퇴원하고 싶지요?"
간호원은 늘 같은 어조로 현철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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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이제는 떼어낸 상처도 다 낳았으니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죠."
"허리를 좌우로 움직일 때 통증 같은 것은 없나요?"
간호원은 감정 없는 어조로 물었다.
"며칠 전에는 조금 느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현철은 언제나 같은 어조로 표정 없이 말하는 간호원을 보며 물었다.
"환자가 많은가요?"
"네. 그전보다요."
간호원은 짧게 대답하고 돌아서서 문 손잡이를 잡고 말했다.
"점심식사 후에 선생님이 어떤 말씀이 계실 거예요 "
"오늘은 퇴원을 할 수 있겠지요? "
"아마, 선생님이 말씀하시겠지요."
키가 작은 간호원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갔다.
퇴원할 생각을 하니 병원에서 주는 점심을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고 원장이 부르기 만을 기다렸다.
현철은 다시 선경의 사진을 배 위에 올려 놓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창문으로 하늘을 보고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창밖의 나무를 보던 것을 멈추고 문을 향해 돌아보았다.
베이지 색 양복 정장을 입고 밝은 표정으로 형이 들어왔다. 현철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사진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형을 쳐다보았다.
"어떠냐, 오늘은 퇴원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
"응. 원장 선생님이 곧 들어올 거야."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사진을 들고 현일은 보았다.
"음, 역시 미인이야! 이런 여자가 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안나갔지? 나갔으면 틀림없이 진은 되고도 남았을 텐데."
현일은 정말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현철이가 얼른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내가 이 고생을 해가며 비계살을 빼지 괜히 고통을 받으면서 수술을 하겠어? "
"잘했어, 나중에 살이 다시 찔 망정 일단 내사람을 만들 때까지는 뚱뚱하다는 느낌을 주어선 안돼."
현일은 명령하듯이 말하면서 사진을 현철에게 돌려주었다. 노크소리가 나자 현철과 현일은 동시에 문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 간호원이 들어왔다.
"옷을 갈아입으시고 원장님실로 오시랍니다."
말하고 돌아서는 간호원의 뒷몸매를 보면서 현철은 신이나서 말했다.
"옛, 명령대로 하겠읍니다."
현철은 옷을 갈아 입고 현일과 함께 원장실에 들어가자, 원장은 챠트를 걸어놓고 두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어때요? 몸이 날아갈 것처럼 움직이기 편하지 않습니까?"
타원형의 안경을 쓴 원장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네, 그래요. 제 몸이 이렇게 가볍게 움직여보기는 처음입니다."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흰 벽에 붙어 있는 검은색 필름에 회색 모형이 찍힌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자 여기를 보십시오. 좌측이 수술 전의 모습이고 우측이 지금 모습입니다. 얼만큼 지방질을 떼어냈는 지 아실 것입니다"
현철과 현일은 벽에 걸린 사진을 보았다. 수술 전에는 상반신이 도라무통 같았는데 지금은 헬스한 사람처럼 허리와 겨드랑이 까지가 삼각형 빗변처럼 경사져 있었다.
"어디 몸무게를 볼까요?"
원장은 체중계를 가리켰다. 현철은 올라가 숫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다가 61이라는 숫자가 나오자 내려왔다.
"몸무게가 35킬로그램이나 줄어습니다. 앞으로 식사를 절제하시고 음식도 가려드시면서 저녁에는 가급적 육식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렇게 까지는 살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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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은 챠트를 접으면서 말했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요. 봉합한 흉터는 정말 생기지 않을까요?"
현철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아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컴퓨터로 수를 놓는 것처럼 촘촘히 봉합을 했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여지껏 부작용이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네, 안심했습니다. 걱정이 돼서요. 다음에 살이 또 찔 때는 그 때도 지방 제거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마음을 푹 놓으십시오. 거리를 걸어다니는 여성들도 돼지 넓적다리 같이 살찐 비계살도 감쪽같이 지방 제거를 하여 날씬한 다리를 뽐내며 걸어가고 있지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아니 자세히 본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현미경을 가지고 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스타킹 신으면 감쪽 같지요. 그 분들도 또 살이 붙으면 두 번 세 번씩 지방질 제거 수술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원장은 웃으며 말했다.
"그랬군요.원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알 것만 같습니다."
옆에 있던 현일이 현철을 보며 말했다.
"퇴원하시고 거리을 활보하고 다니는 여성들을 한 번 자세히 보십시오. 걷는 모습이 어딘지 부자연스러운 것은, 무거운 몸 자세로 걷다가 날씬해지니까 본인이 아직 습관이 안돼서 그렇지요. 보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데 괜히 본인이 어색하게 생각하니까 그런 겁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지나면 곧 몸에 균형이 잡혀가게 됩니다.
날씬한 것은 태어날 때부터 체구가 작고 뼈도 굵지 않아야 하지만, 늘씬한 것은 다르죠. 늘씬한 것은 신체적으로도 크고 뼈도 가늘지 않지만 운동, 즉 에어로빅을 한다든가 아니면 다이어트하면서 지속적인 체조를 통하여 몸을 고루 다듬었기 때문에 늘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날씬하면 몸이 약한 느낌이지만 늘씬하고 금발이라면 체격이 좋은 남자들은 그런 여자가 옆을 스치고 지나가면 코를 킁킁거리며 여자의 향기를 맡으려고 하지요. 그리고 뒷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
원장은 몇가지 차트를 꺼내 보여주면서 그림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었다. 자신이 수술했던 지난
사례를 보여주면서 오랜 전통이 있는 정말 뛰어난 수술 솜씨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현철과 현일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원무과에 가서 계산을 끝내고 병원을 나서자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고생 많았다."
현일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휴, 이제 병원을 나서니 살 것 같군."
"날아갈 것 같지 않냐? "
"두말하면 잔소리지. 내몸이 이렇게 가볍다니,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벼워, 근으로 따지면 몇 근이야 그러니까 35킬로면 1근이 600그램이지?"
"글쎄."
현철은 궁금한 듯이 커피를 가져오는 아가씨에게 물었다.
"아가씨, 우리가 먹는 고기 한 근이 몇 그램이죠?"
그러자 아가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600 그램 입니다."
"한 근에 600그램이미까 35킬로그램이면 자그만치 6근이야 하고도 남아 으으...지겨워"
현일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현철은 6근이나 되는 살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냈다고 생각하니 신음을 하면서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수술할 때, 어떻든?"
현일은 엄살 많은 현철이 어떻게 통증을 참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말도 마, 수술대 위에 누워서 간호원들과 원장이 나를 빙 둘러서 허리를 만지는데 내가 마치 돼지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지 뭐야.
세사람이 내 주위를 빙 둘러쌓고 칼로 내 몸에서 싹뚝! 하고 칼질을 할 것을 생각하니 이러다 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소름 같은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있어야지 어휴."
현철은 진저리를 내면서 말했다.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다는듯이...
"그랬구나. 나는 네가 아파서 소리를 꽥 지를 줄 알았는데..."
"수술을 막 하려는데 내가 신음을 하고 몸을 벌벌떠니까 의사가 간호원에게 마취 를 좀더 시키라는 거야. 그리고는 가물거리며 까무라쳤지."
"마취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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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
"아니, 왜? "
"소름이 돋는 것을 보니 마취가 덜 됐다는 거지. 아마 마취가 덜 들어가면 살을 떼어 낼 때 발광을 하면
큰일이거든. 그 때까지는 의식이 또렸했는데 간호원이 마취 주사를 놓자마자,
그 후부터는 나는 의식을 잃어버렸어."
"너무 긴장을 하니 마취의 효력이 듣지 않은거지."
"응, 그랬나봐."
"자식아, 그러니까 이제 고기를 조금씩만 먹고 식생활 개선을 해봐. 뭐냐 생돈을 이천만원
날리고 몸은 몸대로 골고 어디가 다쳐서 치료한 것이라면 할 수 없다지만..."
현일은 나무라듯이 말했다.
"근데 형, 음식점에만 가면 고기냄새에 환장을 하겠다니까. 남들은 술 담배를 끊을 수 있다
지만, 술 담배는 끓을 수 있어도 고기만큼은 못 끊을 것 같아."
"다 어머니 때문이야. 밭농사를 하느냐고 어디 고기를 마음대로 실컷 먹을 형편이 됐었냐? 그러니 어려서부터 걷어 먹이느냐고 막내인 너만 계속 고기를 먹게하고 내가 좀 뺏어 먹으면 엄마한테 꾸지람 들었잖냐. 형이 동생 것을 빼앗먹는다고. 그래서 이런 결과가 생긴 거야."
"형, 이십일을 병원 침대에서 있으면서 꽃등심에 커피와 술 생각이 얼마나 나는 지 말도 못해.
우리 한국관에 가서 모처럼 포식 한 번 하자, 응?"
"수술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벌써 고기타령이냐?"
현일이가 망설이자, 현철이가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가더니 계산을 마친다.
할 수없이 현일은 따라 나섰다.
두사람이 한국관에 들어서자 지배인이 정중하게 인사하며 인사말을 건넨다.
"어서오십시오. 사장님, 왜 한동안 안오셨습니까? 혹시 저희 집 고기가 맛이 없어서 안오신 것은 아니지요?"
지배인은 살피는 듯이 말하고 손을 들어 안내를 했다.
"아, 해외에 일이 좀 있어서 못왔습니다."
현철이 얼른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사장님께서 저의 집을 오지 않으실 리가 있겠습니까? 않으시지요.
그런데 얼굴이 조금 안되어 보이시는데요."
"아, 고기를 못 먹어서 그렇습니다. 외국에 잠시 있다 보니 입에 맞아야지요."
현건이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현철을 정색을 하며 말하자 현철은 형에게 눈을 깜박거렸다. 지배인은 직원에게 꽃등심 두근을 많이 드리라고 주문을 하고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현철은 허겁지겁 입에 넣고 술을 들이키듯이 마셔대고 있었다.
그 먹는 모습을 보던 현일은 보다못해 말했다.
"야! 체하겠다. 안 빼앗아 먹을테니 좀 천천히 먹어라."
현철이가 게걸스럽게 먹어대니까 현일은 먹다 말고 젓가락을 놓았다.
"형, 왜 벌써 젓가락을 내려놔?"
"배부르다. 많이 먹어라. 나는 먹을 만큼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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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면서 아! 형은 지금쯤 한국관에서 술과 함께 꽃등심을 먹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하루하루 견디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마 형은 모를거야."
현철은 말하면서 술을 입에 들이키고 다시 잔에 술을 가득따라 들이키고는 안주를 집어 큰지막한 한점을 집어 입에 넣고 먹는다. 술을 또 한 잔을 마시고는 현철은 말했다.
"형, 날짜를 잡아야 되는데 언제가 좋을까?"
"응, 잡아야지, 수술도 마쳤으니까. 어머님이 오셔서 말씀 없으셨냐?"
"나 퇴원하면 바로 잡는다고 했어."
"그럼 뭐 영남이 엄마에게 적당한 날짜를 정하라고 하면 되지 않겠냐?"
"응, 그런데 형은 선 볼 때 어땠어? "
"맞선 볼 때?"
"응."
"처음 선을 볼 때는 설레였지만, 두번 세번 보다보니 그냥 담담했지더라."
현일은 말하고 선을 보는 날 저녁에 잠이 오질 않아 술을 마시고 잤던 기억이 생각났다.
"너두 마음을 담담하게 먹고 보면 돼. 맘에 안들면 또 보고 또 본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는 거야."
"그러면 될까?"
현철은 걱정되는 듯이 말하고는 술을 들이켰다.
"그럼. 선이라는 것은 이 여자와 꼭 결혼을 해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인연이 닿지 않는거야.
양가가 인사를 하고 당사자가 마음에 들어야 하고 단지 차 한 잔 하고 생각해보는 그런 자리라고 반드시
생각해야 돼."
현일은 걱정이 되어 확실하게 인식을 시켜 주려고 또렷이 말했다.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나 나건만, 마치 친구처럼 보이는 것은, 현일이는 나이가 덜 들어보였고 또
붙임성이 있어 누구에게나 호감이가는 타입이고, 수려하게 생겨 미남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 비해, 현철은 동그런 얼굴에 주먹코였고, 두터운 입술에다 입이 커서 우락부락하게 보여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지 못하였다.
또한 성격도 급하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소유하지 못하면 과격함과 함께 괴팍함을 들어내기에
현일은 걱정이 되었다.
현일이 조차도 동생이 화가 났을 때는 선뜻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말을 할 때도 현일은 조그맣게 속삭이듯이 고저를 적절히 섞어가며 목소리에 신중을 기하면서 말하지만, 현철은 그렇지가 않았다. 화가나거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지 못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쳐 말하기에 현일은 걱정이 돼서 방지하려고 말 한 것이다.
"물론 여자 측에서도 그러겠지."
현철은 형의 말을 받았다.
"그럼 그건 일종에 룰이야, 가령 뭐랄까. 게임이 규칙 같은 것 말이라고 할까?"
"상대가 싫다고 하면 미련없이 두손을 툭! 툭! 털고 일어나듯이 깨끗이 잊어버려야 하는게 바로 선이거든."
"그럼 어떻하지? 나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는 잊을 수가 없는데...병원에 누워 그녀 사진을 볼 때마다 이 여자와 결혼을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 여자측은 집안이 가난하다며. 대학도 과외를 가르쳐서 학비를 조달했고, 장학금으로 오히려 집안을 꾸려나간다고 했으니까."
"무조건 안돼!"
"여자측에서 싫다고 하면 무조건 잊어야 하는거야. 여자가 싫다고 해서 억지로 따라다니고 또 결혼을 했다고 가정해도 행복할 수는 없는거야. 거리에는 여자가 많듯이흔한게 여자야. 그리고 또 흔해빠지게 있는게 남자거든. 딱 한번만 차 한잔하고 상대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걸 명심해! 절대 츠근대면 안돼, 알았지?"
현일은 현철을 얼굴을 보면서 다짐 받듯이 명령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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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자가 싫다고 하면 결혼하기가 불가능한거야?"
현철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
"꼭 그렇다고는 말 할 수는 없지만 딸이 싫어도 부모가 설득해서 할 수 없이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행복한 결혼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여자가 사랑스런 마음이 없는데도 결혼을 하면 그것은 의미가 없거든. 애정도 없이 억지로 결혼해서 하는 부부행위는 동물적인 성적 충동 해소 밖에는 되지 않거든."
현철은 듣고만 있었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환경,교육과 개성, 성격등 모든 것이 서로 맞아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더 나아가서는 사랑도 속삭일 수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하루 하침에 억지로변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따라서 대화를 나눈 후 데이트를 하면서 그런 공감대가 형성이 될 수가 없다고 판단되면 돌아서는 거야. 즉 인연이 없다는 뜻으로 받이들이고 다시 공감대가 맞는 다른 여자를 ?아 결혼하는 거야. 이것은 진리와 같은 철칙이지."
현일이 말하자, 현철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다 말고 멍하니 창 밖을 쳐다본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자, 현일은 그 심정을 알 수 있다는 듯이 술을 한 잔 따라주고 자신도 잔에 따라서 현철의 잔에 부딪치고 입에 가져간다.
현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젓가락을 들어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형, 그렇다면 단번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
"어떻게? 그럴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지. 여자는 한번 싫으면 다시 좋아진다든가 그런 동물이 아니거든. 남자야 뭐 허심탄회하게 서로 말하고 술을 마시고 다시 의기투합하면 되지만... "
현일은 도라지 하나를 입에 넣고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명문대 불문학과 졸업생이고 교양과 아름다움을 다 갖춰졌으니 아마 지금 쯤 여기저기에서 며느리 삼으려고 '어서오십시오' 하는 모양이던데, 누나한테 영남이 엄마가 말했다는데, 엄마가 재촉해서 보는 것 같다고 하는거야. 본인은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하는데, 아마 마지못해서 엄마의 고생을 보다 못해 보는 것 일거다."
"마지못해서?"
"누나 말에 의하면 그녀 엄마가 간절한 명령에 의해서 선을 보는 것이라고 하던데..."
" 엄마 말은 잘 듣는가보군."
현철은 귀가 솔깃해서 현일을 보며 말했다.
"그럴수밖에, 어려서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갖은 고생 다하면서 대학까지 뒷바라지
하면서 키웠왔는데, 딸이 보기에도 엄마가 불쌍해 엄마의 간절한 말을 잘 들을 수 밖에..."
현철은 눈을 빛내면서 얼른 물었다.
"형, 선을 하얏트 호텔에서 보면 어떨까?"
"뭐! 하얏트에서, 왜?"
현일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것도 좋겠지."
"커피숍에서 내려다 보면 강남땅이 훤히 보이거던. 우리가 강남에 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면 그녀가 긴장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이튿날 싫다는 말을 하지는 않을지도 모를거야."
현철은 걱정이 돼서 형을 보면서 물었다.
"그것도 좋겠지. 그러면 전문대 나온 핸디캡도 보완 될 것이고... 이번 기회에 차도 외제차로 바꾸는 것도 좋겠다. 어머니가 반대하시겠지만 내가 옆에서 잘 말씀드리지. 외제차와 국산차가 가격 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고 수명도 길고 그녀가 명문대 불문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도 벤츠 600은 아니지만 살 필요성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어머님도 허락하실 거야."
"세금도 많이 내지 않는다고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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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그런데 어떤 차를 살까?"
"글쎄, 그여자가 좋아하는 차와 선호하는 색깔을 알아맞춰야 할텐데..."
현일은 고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진을 보면 베이지 색 코트를 입었고 검정색 구두를 신었으니 차 색깔도 둘 중에서
하나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
"너 병원에서 많이 생각했구나."
현일은 동생을 보면서 대견하다는 듯이 놀라며 말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녀는 빨강색을 좋아하지는 않을거야. 왜냐하면 고생하는 엄마를 보면서 성장했으니까 유행에 젊음을 외치면서 자라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요즈음 여자들은 튀는 색을 선호하다던데..."
현철은 알아맞추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물론 그나이에는 대개 그렇지만 그녀는 아닐꺼야. 여유가 없이 자라왔거든. 불문학을 전공했으니까 프랑스 차가 좋을 것 같은데..."
현일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푸조나 르노가 좋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세계에서 알아주는 차를 사는게 좋겠어. 벤츠는 비싸서 엄마가 반대하실 것이고, 도요타는 성능이 좋다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아. 볼보나 사브가 어떨까?"
"형,볼보나 사브는 무게가 떨어져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힘들 것 같은데...
프랑스에서도 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차가 어떨까? 아무래도 싼건 안되겠지, 가급적이면 부티나는 것으로 사야해."
현철은 강조하듯이 말했다.
"그래, 시간이 있으니 좀 더 생각해보자."
두 사람은 남은 술을 마시고 일어났다.
현철은 일어나서 옆구리를 손바닥을로 눌러보았다.
현일은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현철은 양 손을 옆에 얹고 몸을 좌우로 움직여 본다.
운전하는 형을 보면서 현철은 자기에게 형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새삼 느꼈다.
고여사는 시계를 보면서 선경이에게 서두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진경이가 옷을 갈아입고 들어오자, 고여사는 한복 치마를 거울에 비춰보면서 물었다.
"진경아! 뒤에 어떠니?"
"아휴, 엄마는. 대강대강 입고 나가면 되지 뭘 그렇게 꼼꼼하게 살피려고 해."
진경은 엄마가 뒷모습을 보고 또 보고 하는 게 못마땅해서 말했다.
"얘는. 사둔이 될 사람을 처음 만나는데 아무렇게나 입고 가라니."
"엄마는... 선도 보지 않아서 벌써 사둔 타령이야?"
문 밖에서 이웃 영남이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고여사님, 다 되셨어요?"
"예,지금 나가요."
고여사는 대답을 하면서 문을 열고 영남이 댁보고 물었다.
"어때요? 어울리나요?"
"어머, 색상이 너무 고와요.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영남이 엄마 탄복하듯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진경씨."
"감사합니다. 이렇게 신경을 써 주셔서..."
진경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말하고 엄마를 따라갔다.
영남이 엄마는 고여사의 차림을 보고는 수다를 떨어대고 있었다.
"어쩜, 진경씨도 차려입으니까 미스코리아에 왜 나가지 않았는지 아쉬워요. 곱기도 해라."
영남이 엄마는 진경에게는 인사를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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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진경은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자 영남이 엄마는 진경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그런 말 하지 안해도 돼요. 허물없이 지내도록 해요. 우리는 이웃이잖아요."
"그래, 진경아. 큰 언니처럼 생각해도 된다. 영남이 엄마는..."
세사람은 대기시켜 놓은 개인택시를 타고 맞선 보는 장소로 향했다. 택시는 복잡한 거리로 들어서고 있었다. 남산은 어느새 단풍이 서서히 들어가고 있었고 순환도로에 들어서자 택시는 제 속도를 낼 수가 있었다. 순환도로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고 저 멀리 한강이 흐르고 63빌딩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택시가 하얏트 호텔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외제차들이 눈부시게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고 하얏트의 건물이 햇빛을 받아 반사하고 있었다. 정문에 도착하자 벨멘이 문을 열어주었다. 고여사는 벨멘이 문을 열어주자 양 손으로 치마를 잡고 내려섰다. 영남이 엄마가 고여사 앞에 서서 정문으로 안내했다.
고여사는 하얏트 호텔에 들어서자 선경이 옷차림을 보면서 눈을 흘기며 조그많게 말했다.
"진경아! 너 옷을 사입을 것 그랬나보다."
"괜찮아요,엄마 "
"괜찮긴 기집애두."
마치 새 옷을 사입은 듯한 하늘색 투피스를 입고 걸어가자 선경의 외모에 주위가 환해지는 듯했다. 실내를 오가는 사람들이 진경을 눈부신 듯이 바라보았다.
"진경씨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너무 잘 어울려요."
말하고는 앞장 서면서 커피숍으로 안내했다.
커피숍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드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드문드문 외국인들이 의자에 앉아서 영어와 불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커피숍에는 피아노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음악은 마치 손님들의 대화를 피해서 모든 사람들의 테이블로 향하는 것 같았다.
실내를 흘러 돌아 가듯이 조용한 피아노 음률은 감미롭게 잘 들렸다.
고여사 일행이 들어서자 현철의 형수가 일어나 반가이 맞았다. 영남이 엄마는 먼저 일어서서 고여사에게 다가오느 현철의 형수를 고여사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현철의 엄마인 김여사를 소개하고 현일과 현철을 소개했다.
이윽고 모든 사람이 자리를 앉자 영남이 엄마는 옆에 있는 직원에게 차를 주문했다.
양쪽 집안이 서로 인사를 마치자 여직원이 차를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올려 놓고 갔다. 현철은 일어나서 고여사에게 인사를 하고 진경이에게는 인사를 했다.
진경도 일어나 고개를 조금 숙여 인사를 하고 김여사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서 자리에 앉는다.
"곱기도 하여라. 이렇게 곱게 키우느냐고 얼마나 힘드셨겠수?"
김여사는 고여사에게 오랜 사이처럼 정답게 말했다.
"네, 얘들이 엄마를 생각해서 걱정없이 키웠답니다." 고여사가 미소를 띠우며 말하자 영남이 엄마가 말을 이었다.
" 이웃에 십년을 함께 살면서 큰 소리 한 번 듣지 못했어요.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지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계절마다 엄마 옷을 해드리고 아이들을 과외공부 가르치면서 대학을 다니고 있답니다."
" 정말, 장하군요. 이런 훌륭한 따님을 둬서 얼마나 기쁘겠어요? 저도 둘째아이 고등학교 때 남편을 잃었다우. 영감이 술을 많이 먹어서 병으로 일찍 돌아가셨다우.
그렇지만 않았으면 지금 쯤 여기에 있었을텐데...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김여사는 마치 오늘이 진경이를 며느리라도 삼은 듯이 말했다.
영남이 엄마는 양가 칭찬을 잔뜩 늘어 놓기에 바뻤고 사람들은 차를 마셨다.
김여사는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다 말고 내려 놓으면서 말했다.
" 이 쓴 것을 사람들은 왜 마시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오."
그리고는 물을 한모금 마셨다.
"어머니, 이 커피는 맛으로 드시지 말고 향을 음미하면서 드시는 거예요. 아주 비싼 것이라 일부러
주문했어요.
다시 천천히 향을 음미하면서 한모금 입에 넣으시고 향을 맡으려고 하여 보세요."
현일이 찻잔을 입에 가져가 마시면서 말했다.
"그런것 같아요. 저도 커피 맛을 잘 몰랐는데 얘들 말을 듣고 마시다 보니 커피 맛을 알 수 있겠더군요."
고여사는 김여사를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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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현철이와 진경씨는 따로 떨어져서 얘기를 나누게 하죠."
영남이 엄마가 눈치 빠르게 말했다. 그러자 현일의 형수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게 좋겠어요. 어머니."
현철은 일어나서 고여사에게 인사를 하고 말했다.
"어머니, 진경씨와 저쪽에서 있을께요."
" 얘,진경아! 어서 너도 일어나서 인사드려야지."
진경도 일어나서 김여사에게 인사하자 영남이 엄마는 현철과 진경 두 사람을 조금 떨어진 자리로 안내하고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새로운 자리로 가서 앉자 현철은 진경이에게 말했다.
" 반가습니다. 멀리 이곳으로 와줘서... 여기서 바라보는 한강 경치가 그만이거든요."
현철은 말하고 진경을 보았다.
"정말 경치가 좋군요. 날씨도 좋구요."
"사진보다 훨씬 더 키가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아름답구요."
현철이 진경에게 말하자 진경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 사진은 대학 2학년 말에 찍은 사진이죠. 그사이에 키가 좀 컸나봐요."
현철은 큰 입을 벌리며 웃었고 선경은 싱긋 웃었다.
"제 친구는 여기서 결혼했죠. 지난 봄에. 남산에는 꽃이 많이 피었더라구요."
"네."
여기서 있을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 올림픽대로 드라이브 하지 않겠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말씀드리고 올께요."
현철은 진경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영남이 엄마에게로 간다. 그러자 영남이 엄마는 양가의 엄마에게 말했다.
"진경이 어머님, 두 사람이 날씨도 좋아 한강 드라이브 하겠대요. 다녀 오라고 하지요?"
"좋지요. 날씨도 좋고 ..."
고여사는 김여사의 말도 기다리지 않고 승낙했다.
진경은 할 수 없이 현철의 뒤를 따라가고 현철은 앞장서서 정문으로 진경이를 데리고 갔다. 잠시 후 벨멘이 차를 현관에 대자 현철은 조수석을 열어 진경이을 태우고 자신은 운전석으로 가서 의자에 앉아 키를 돌렸다.
그러자 강력한 BMW 엔진은 소리를 내면서 입구를 향하여 나아갔다.
영남이 엄마와 현일부부는 정문에 와서 두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차는 경쾌하게 정문을 미끄러지듯이 빠져 나간다.
현일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자 김여사가 묻는다.
" 아범아! 차타고 갔냐?"
" 네, 어머니"
나두 처녀시절 데이또 하던 시절이 아련이 생각나는구나. 그런데 벌써
죽을 때가 가까워졌으니 세월은 참 빠르기도 하지.
"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민망스럽다는 듯이 며느리가 말한다.
"세월이 그리워서 그런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그립던 그 시절이..."
" 예, 정말 세월은 영화 한편 보는 것같이 너무 빠른 것 같에요.
병원에서 남편의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고 까무러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얘들이 다 커서 시집을 갈 나이가 됐으니..."
고여사도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면서 처연히 말했다.
" 여자는 자기를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우.
나는 우리 집 영감을 만나서 농사를 수십년 해 오면서두 말다툼 한 번 안했다우.
우리 현씨 집안들은 여자를 신주라도 모시듯이 끔찍이 아낀다우.
맛있는 것, 좋은 옷, 다 무슨 소용이 있겠수. 자식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속 안 썩이고 시집 장가를 들이고 손주 보는 게 제일 행복이 아니겠수?"
김여사는 호소하듯이 고여사에게 말했다.
고여사는 김여사 곁으로 자리를 옳겨 앉으면서 김여사의 손을 살며시 잡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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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제가 말하면 뭣이든지 따를 거예요."
"그랬으면 오죽 좋으련만..."
고여사는 안심된다는 듯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현철은 하얏트 호텔을 나서자 미끄러지듯 능숙하게 차를 몰고 한남대교 방향으로 갔다. 한강을 끼고 물결을 거스르며 강변도로를 달리면서 진경에게 묻었다.
"진경씨,음악 좋아해요?"
"네, 클래식을 좋아하는 편이죠."
현철은 핸들에 부착된 버튼을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조용한 차내에는 베르디의 음악이 흘렀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장중하면서도 힘찬 곡은 두 사람으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들었다.
"음악 어때요?"
"너무 좋아요."
진경은 밝게 웃으며 창 밖을 스쳐가는 한강을 내려다보며 음악감상에 몰두하고 있었다. 흘러가는 강물은 하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잔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고, 하늘은 푸른색으로 칠해놓은 듯 짙었으며 햇볕을 받아 반사하는 강물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수많은 물고기들이 수면위로 올라와 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다.
ㅡ 그럴테지, 집에서 늘 듣던 음악이니까. ㅡ
현철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없이 웃었다.
형이 형수한테 말해서 영남이 엄마에게 부탁해 고여사로부터 알아온 것이었다.
현철은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차가 커브를 돌 때에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나는듯이 달리는 승차감은 더없이 좋았고 저 멀리 강 상류에 맞닿은 듯한 파란 가을하늘은 너무나도 즐거움을 안겨다 주기에 충분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자 쉐라톤 워커힐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베르디의 음악은 노예들의 합창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파워 넘치는 엔진으로부터 전해오는 강력한 힘은 호텔 입구로 가는 언덕을 소음도 없이 날으는 듯이 올랐다.
현철은 차를 정문에 대자 로마 병정 같은 옷차림은 한 벨멘이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두사람이 내리자, 벨멘은 키를 받아들고는 차를 능숙하게 주차장이 아닌 귀빈들이 주차하는 곳에다 주차하고 있었다.
현철은 그것을 보고 씨익 웃고 정문을 열고 진경이가 먼저 들어가도록 문을 열었다.
진경은 문을 들어서서 현철을 따라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하얏트와는 또다른 웅장한 실내 인테리어는 선경을 사로잡았다.
높은 천장에서 쏟아지는 샹그리에의 빛은 원목에서 발산하는 색상을 보다 더욱 눈부시게 하였으며 의자에 앉아서 대화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하얏트 호텔보다 더 많이눈에 띠었고 그들이 대화가 진경으로 하여금 자연히 시선을 끌게 하였다.
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안내를 받고 현철은 창가로 다가가 예약된 자리로 가자 종업원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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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하셨습니까?"
빨간 립스틱을 유난히 짙게 바르고 화사한 호텔유니폼을 입은 여종업원이 다가와 물었다.
"여기"
현철은 목에 힘을 주고 배를 내밀면서 티켓을 내밀었다.
종업원은 두 사람을 창가로 안내 하고 두 사람이 앉도록 의자를 뒤로 당겼다.
현철은 진경과 함께 식사를 주문하고는 물을 한 컵 마셨다.
두사람은 아래로 흘러가는 한강을 내려다 보았다.
현철은 형이 자기에게 요구한 것을 곰곰히 생각했다.
병원에 누워있을 때 구구단을 외우듯 수십번 암기한 것을 생각했고, 진경은 강상류와 구리시 쪽을 바라보았다.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달려 가듯이 끓임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진경이도 친구들처럼 차를 갖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가 고생하는 것이 생각나 포기하곤 했다.
겨우 생활하기에도 빠듯하고 엄마는 오빠 고시공부 뒷바라지 하기에도 힘든 형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진경씨, 프랑스에 가 본적 있습니까? 아, 실례 갔다 왔다고 들었는데요."
"아직."
진경은 강을 바라보다가 현철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사실 친구들이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떠날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랐다.
그러나 집에 와서도 고생하는 엄마에게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는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현철은 긴장을 병원에서 외운 것을 떠올리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어머, 그러세요?"
진경은 뜻밖의 말에 궁금해서 묻었다.
"친구자식이 한 번 갔다오자고 해서 다녀 왔는데 한번 다녀와서는 프랑스에 매료 되었습니다."
"어디가요?"
진경이 궁금해서 물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듣기로는 조경을 전공하고 2년제 전문대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더욱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생활용품도 무엇이든지 예술적으로 만들었고 파리 시내의 거리도 서울과는 달리 도시계획에 성공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에펠탑이었죠."
현철은 서투른 한국말을 하는 외국 사람처럼 말했다.
"그렇지요. 에펠탑을 보려고 전세계 관광객이 모여들지요."
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화제에 끌려 대답했다.
"진경씨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으니까 프랑스에 대해서는 잘 알겠어요. 화원에는 자주 가시나요?"
현철은 더듬거리며 물었다.
"네? 화원이라니요?"
선경은 무슨 말인지 잘 몰라 되물었다.
"거 왜 프랑스 문명을 알리기 위해 있는 곳 있잖아요. 경복궁 들어가는 입구에..."
"아하, 문화원 말이군요. 그럼요, 친구들과 이따금 가요. 가보셨어요?"
진경은 웃으면서 물었다.
"아, 네 문화원이죠. 하도 가 본지 오래돼나서... 저도 친구녀석이 가자고 해서 한번 따라가봤지요. 그녀석따라 프랑스를 다녀왔는데 역시 예술의 나라답게 즐겁고 배울점도 많았고 본 받을 것이 많았던 유익한 여행이었죠."
"그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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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을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한 여직원이 식사를 가지고 오자 두 사람은 식사를 시작했다. 현철은 형이 말한대로 천천히 소리내지 않게 조금씩 먹고 이따금 맞은편을 바라보면서 진경을 훔쳐 보았다.
태양이 아차산을 넘어가자 산능선은 그림자를 강물에 드리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현철은 말했다.
"저는 에펠탑을 보고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 탑을 세우기까지 우여곡절을 생각하면 정말 프랑스인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교량엔지니어인 A,G 에펠은 자신의 기술을 전 세계에 자랑하고자 약 300미터의 높이의 탑을
건설하려고 했지요.
그러나 많은 학자들이 반대를 하였고 건설사까지도 부정적이었으며 시공에 실패라도 한다면
국가망신 이라며 프랑스 국민들도 우려를 표명하였답니다."
현철은 컵을 들어 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에펠 기술자는 신념에 가득찬 확신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주 탐사선을 제작 할 수 있었던 것은 역대 수학자,물리학자인 피타고라스, 오일러,
파스칼등의 이론이 존재하였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 이라고 프랑스 건설 기술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했습니다.
마침내, 프랑스 국민들은 에펠의 설득에 조금씩 납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설사들도 자신있게 나서는 회사가 없었으나 국민들이 서서히 지지를 보내자
시공사가 선정되고 공사가 시작되어 감에 따라 마음을 졸이면서 탑이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박수를 보내게 되었지요."
현철은 잠시 말을 멈추고 말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현철은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 거울에 비추어 보면서 생각했다.
ㅡ 말을 할 때는 탈렌트처럼 매끄럽게 말하고, 표정은 자연스럽게 코매디언처럼
액션을 취해야 해! ㅡ
현철은 형이 말한 것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 여자들끼리 모이면 성에 관한 궁금함을 화제로 삼는 것은 당연해.
(남자들은 소변을 어떻게 볼까?"하고 궁금해하며 화제로 삼기도 하겠지. "소변을
보는데 왜 고추를 잡아야 하는지 아니?" 하고 한 여자가 물으면, 다른 여자는 "기집에야,
그러지 않으면 고추가 축 쳐져 바지를 적시니까 수평으로 세우고 봐야지.)
말하면서 까르르 숨이 막힐 듯이 웃는다고 했지.
짓궂은 여자애가 "고추도 매운 것이 있다던데 어떻게 구별하는 줄 아니?" 하고 물으면
또 다른 애는 "계집애야, 그걸 어떻게 알아. 먹어 봐야 알지.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하고는 서로 깔깔대며 음담패설을 한다고 했겠다! 진경씨는 음담패설을 하지는 않겠지만 친구들이
하는 것을 들었을 걸 - 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형의 모습을 생각했다.
주머니에서 기록한 것을 꺼내어 읽고는 주머니에 다시 집어 넣고 거울을 한번 더 보고 머리결을
만지고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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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은 현철이 프랑스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알고 있고, 자신이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우기 전문대 밖에 나오지 않았으면서도...
정사장면도 나오겠지. 유럽은 섹스는 동양보다 개방되어 있고, 성교육을 일찍 학교에서도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까?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안들까? 섹스란 언제든지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심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남자의 고추가 자신의 몸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고 화두를 첫째로 삼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 순간의 기분은 어떨까. 짜릿할까 아니면 흥분하게 될까? 소름이 돋을만큼 무서울까? 혹은 오금이 저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ㅡ 현철은 자신이 외운 것을 다시 꺼냈다.
자연히 매스콤이 취재열기를 불어 일으키자 전 세계인들이 너도나도 프랑스 아니 파리를 방문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일년에 이천만명이나 되는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답니다." 하니까. ㅡ "에펠은 왜 도심 한 가운데 탑을 만들려고 했나요?" 진경은 새삼 궁금함이 일어나 물었다. <됐다. 관심을 갖고 있구나.> 현철은 속으로 기뻤다. " 귀스타프 에펠은 미국 대혁명 100주년 기념 만국 박람회를 위해 자유의 여신상 제작에 참여할 만큼 세계적인 기술자였죠. 고국에 들어와서는 영감을 얻었습니다. 에펠탑은 철로 만든 철골탑으로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1789년을 기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 계단을 1789개를 만들었습니다. 야경을 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카페,레스토랑,전망대를 만들어 많은 시민들에게 찬사를 받고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서 사방을 보면 파리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 또한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되려면 아이큐가 높아야 되는 거야. 공부를 해, 선배들한테 경험담을 많이 들어야 만이 실패하지 않는 거야.-- 여자의 표정을 살피고는 마음속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까지 파악 할 줄을 알아야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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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만 하면 여자처럼 다루기가 쉬운 동물도 없다는 거야. 그런 녀석들은 여자 표정만 봐도 머리속에 무엇이 들어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다. 스타일과 옷차림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알게 되면 성격마저 파악할 수가 있는 거지.
왜, 그러냐하면 우동을 끓일려면 냄비에다 끓이지. 그런 냄비처럼 여자는 금방 달궈지고 또 금새 식는 것이 바로 여자라는 거야. 남자가 여자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면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하얗게 세야 될거란다. 노하우가 없다면....
두 사람을 태운 차는 강변도로로 미끌어져 가고 있었다. |
"우리가 함께 있었던 워커힐 호텔 뒤에 산이 있는데 산 이름을 진경씨는 아세요?" 중국의 농산물보다 더 귀하고 맛있는 것을 나오게 하고 러시아의 춥고 맑은 공기를 불어 넣고, 섬나라인 일본의 바다를 함께 넣으면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하고 하나님은 생각했죠. 진경은 소리내어 웃으면서 운전하는 현철을 바라보았다.
"여기에요. 여기서 전철을 타고 가면 돼요. 오늘 감사합니다." 고여사는 진경의 눈치를 밝은 불빛에서 살피며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 하는가보다."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남자와 백년해로 할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니?"
피식 웃었다. "형 이층에 있어요?" "형 어쩜 그때 그녀가 좋아하는 필하모니 음악이 흘러나오는지 나는 깜짝 놀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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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하숙방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다듬고 있었다.
날카로우면서도 얼굴에 알맞는 검은 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과소평가를 할 수없게 하면서도 친근함이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아주머니 딸이 그러면 사위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집을 보낼 겁니까?" 하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장가 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설사 그렇게 했다선 치더라도 부모가 불알만 두쪽 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결코 시집보내지는 않을겁니다. 보십시오 선경그룹도 물태우 딸에게 결혼을 시켜서 정략적으로 결혼으로 서로의 이해에 맞는 야심에 자식들을 결혼시키지 않습니까?
돈이 있으면 권력이 필요해서 사둔을 삼고, 또 권력이 있는 집은 돈이 필요해서 재벌,대기업 회장의 자식들과 줄을 대기위해 마담 뚜쟁이를 동원하는 세상입니다. 또 고급 공무원 관리의 자식이라도 상류생활을 하려면 봉급만 가지고는 도저히 상류층의 생활을 할 수가 없으니 안되니 자식들이 연애를 해서 둘이 죽자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도 헤어지게 하고 잠시 진정시켰다가 시집을 보내는 것 아닙니까?"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양복을 쭉 빼입고 가는거지?"
주인 아주머니는 더욱 궁금해서 물었다. "그런데 그 가방에는 뭐가 있길래.... 여지껏 그런 가방을 한번도 못봤는데...잘 다녀와요."
현재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분야가 다르겠지만 15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가정 했을 때 우리가 년 70억 달러에 이르는 대일무역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준호는 마음 속으로 달아 올랐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이 착찹했다. 28 문 앞에 도착하자 문을 아래 이로 보았지만 회장실이라는 표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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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께 아무리 말씀드려요 소용이 없습니다." 눈이 크고 또렷한 이목구비는 준호가 좋아하던 그런 타입의 여성이었다. 준호는 한 눈에 미인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준호는 그랬다. 이처럼 아름다운 여성이 길을 지나가면 꼭 뒤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지난날이 자신의 초상을 생각했다. "제가 수년간 시장조사와 세계에 내놓아야 할 새로운 모델을 기획한 서류입니다. 이것을 회장님께 보여드리고 브리핑할 수 있는 시간을 저에게 주셨으면 하는 거지요. 아마 회장님이 이것을 보신다면 저를 만나주실 것입니다."
보나마나 회장님께서는 보지도 않으시고 천우로 갖다 주라고 하실 것입니다." |
준호는 여비서가 자신의 화술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만일을 생각해서 그러는 겁니다. 준호는 말하고서 비서의 얼굴을 살폈다.
ㅡ 여기서 비서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나무아미타불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납득시켜서 부회장에게 브리핑을 해야한다.ㅡ 천우사장이라도 라이벌 회사인 대진그룹에서 파격적인 제의로 스카웃 한다면 더 좋은 조건에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가 이웃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수산물 말고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 손가락을 꼽아도 없을 겁니다. 오직 이 프로젝트 만이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자금줄 역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해방 직후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여 유럽 쪽으로 다변화하지 못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일본의 부품을 수입하고 기술 로얄티를 내서 제3국으로 수출해서 벌어들인 외화는 바로 일본에 두손으로 받쳐 내야 하는 실정입니다.
언제 어떻게 우리가 기술을 앞질러 일본을 추월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은 우리가 따라오도록 잠자고 있겠습니까? 그러나 다행히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아이디어 시대입니다. 보리로 처음 맥주를 만든 독일은 나일강물이 오염되어 물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 필요성에서 탄생한 것이 "맥주"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씁쓰레한 맥주는 시민들의 호응이 없었습니다. 그때 아이디어가... 세계의 커다란 잠자고 있는 <황금거위가 낳은 황금알 시장>이 탄생된 것입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 거대한 중국도 우리의 70년대 시대처럼 숨차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회장님께 어떤 수를 내서라도 이 프로젝트 서류를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설희는 준호의 열변에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설희는 자신도 모르게 궁금해서 물었다. "제가 이 프로젝트에 매달리느냐고 삼년동안 소비한 금액만도 저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으며 그것도 부족하여 은행돈을 얻어다 썼기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얼마나 시달리는지 하루라도 빨리 회장님을 뵙고 프리핑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내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말씀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과연 회장님이 내용을 찬찬히 읽을실는지 저로서는 알수가 없지요. 하여튼 놓고 가세요.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니 제가 회장님께서 보시도록 잘 말씀드려 볼께요. 그룹 계열사를 여섯개를 운영하시니 좀처럼 제가 말할 기회가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준호는 녹차를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부장의 느글느글한 얼굴을 보기가 역겨워서 서둘러 마시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막상 사무실을 나왔지만 어디 갈 곳이 뚜렷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퇴근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강남 사거리는 늘 그랬다. 준호는 지하도로 건너 전망 좋은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ㅡ 회장이 자신의 기획서류를 결재한다면 그러면 미스 박하고도 오래동안 대화를 나눌 수가 있을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그녀와 함께 강남의 젊은이처럼 거리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텐데... ㅡ 명숙이 옆에있던 정희가 되물었다. 말은 잘 하더라. 프랑스에 대해 많이 알고있는 것 같아. "불어는 모르는 것 같아. 프랑스 문화원에 가끔 드나드는 가봐." 어떻게 영어를 즉석에서 독해할 수 있을까?" 정희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뭐 있겠냐는 듯이 말했다.
"응, 좋더라. 역시 나무랄데가 없더라." "좋겠다. 누구는 외제 자동차에 강남 알부자에게 시집가게 생겼으니 우리에게는 그런 호박이 안 굴러오나?" "기집에야. 내숭 좀 그만 떨어라. 누가 달랠까봐 그러니?"
34 주인은 실망의 표정을 지우면서 말했다.
준호는 주인 아줌마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준호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는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한다고 더욱 다짐을 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중소기업에서 종사해온 준호는 누구보다도 우리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고 국제시장에서 우리의 상품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유일하게 전 세계에 내다 팔 것이라고는 이것 밖에 없다고 확신이 선 것이었다. |
가장 비싸면서 귀한 것들과 맛있고 좋은 수산물을 이웃 일본에 수출해봐야 기계 한 대를 수입하는 것 밖에는 수출다운 수출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준호는 조상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했단 말인가! 더욱 웃을 수도 없는 일은 툭하면 어업침공이니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뻔뻔스럽고 기고만장한 일본 국민이 하는 작태를 볼 때면 더욱 울분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인데 것이다. 하고는 북어국을 끓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계인들이 도요다 자동차의 대표적인 브렌드 렉서스를 더이상 벤츠와 동등한 프리미엄 수준은 아니라도 기술과 고장없는 내구성이 비등하다고 평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인 것이기 때문이고, 영원히 우리 만이 독점으로 세계 선진국 장벽에 관계없이 판매할 수 있는 것이라는 확신에는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ㅡ 우리나라도 스타탄생이라는 말을 매스콤에서 많이 듣도 또 CEO중의 CEO라는 기사를 많이 듣는다. 준호는 자신도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달성되었을 때는 자신도 스타라는 영광의 찬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에 차있다. 자신은 스타가 될 마음도 없고 단지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되기 때문에 미련없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이며 따라서 후회도 없다고 여겼다.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자식들에게 계열사를 물려주고는 일주일에 한번만 출근하고 있었다. 지금도 걸을 때는 조금씩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시멘트와 자동차 부품회사를 차려 지금은 30대 그룹으로 도약을 하겠다고 큰 아들인 지금의 회장이 선언을 하였다. 있으며 특히 해외 스포츠 경기에는 빠지지 않고 그룹 이미지광고와 함께 한성레저를 광고를 하고 있었다. 또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중동지역에까지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성장할 때까지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성공신화 이야기는 마치 영웅담이나 고전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기업인들에게 보란 듯이 공사기간을 어기지 않고 성공리에 마무리 지었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외환위기가 왔을 때에 우리나라의 3분지1에 해당하는 외화를 벌어들여 부도나기 직전인 국가경제에 커다란 일을 한 것은 정말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푹 삶아 끼니를 연명하고 보리가 수확을 할 때에 이르러 보리밥을 먹을 수가 있었다. 소위 보리고개의 어려움을 지금의 50대 후반이 되는 사람 만이 그 고통을 알 수가 있는 것이었다. 화성그룹의 명예회장은 중동건설에 뛰어들어 기술도 자본도 없이 전세계가 불가능하다는 설을 뒤집고 시공을 기한내에 마쳐 세계속에 화성건설을 심어놓았던 것이다. 조선,중공업,전자.기계,건설등에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바가 컸기 때문이다. 세계의 석학들과 경제전문가들이 한국의 수준으로는 중화학으로 뛰어드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며 말렸지만 <잘살아보세>라는 새마을운동의 기치아래 마침내 도약에 성공을 하였던 것은 큰 아버지의 공이 크다고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세상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입에 침을 튀겨가며 말할 것이다. 큰아버지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듣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하게 올라가고 자부심이 생겨나게 하였다. 만들어야지" 하는 다짐을 했던 것이다. 유학생활 중에 기숙사에서 같은 룸을 사용하던 선배, 환경공학을 전공하던 한국 유학생과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그 선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버지한테 사업자금 300억을 달라고 해서 회사를 설립하고 그 사람에게 사업을 맡기고 있지만 사실 불안감은 늘 가지고 있었다. 태호는 대기해 놓은 엘리베이터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자 지나는 한성그룹 직원들이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보다 좀 큰 키에 곤색 양복을 입은 태호는 부리부리한 눈에 사각형의 얼굴을 하였고 얼굴에는 사춘기 때에 여드름이 많았는지 피부가 햇빛에 탄 것처럼 약간 검었으며 뺨에는 젊은 날의 여드름으로 점같은 구멍이 보였다. 머리는 젊은 세대들이 하는스포티하게 무스를 발라서 올렸기 때문에 유난히 크고 날카로운 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태호가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인폼에 다가가니 화사한 유니폼을 입은 늘씬한 안내 여직원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화사한 웃음을 보이며 엘리베이터로 가서 버튼을 누르고 태호가 타기를 기다렸다. 스튜디어스같은 유니폼에 입술에 진하게 바른 루즈색과 화장품에서 풍기는 여자의 향기를 맡으며 오늘은 기분이 상쾌함을 느꼈다. 엘리베이터는 이미 세워져 있었으며 태호가 타자 여직원은 인사를 하자 곧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곧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38 모든 것을 경영하시기까 |
그곳 사장님을 찾아가보라고 했는데도 꼭 회장님을 만나서 브리핑을 해야 된다고 해서..." "누군데?" "여기서?" "그랬는데?" 태호는 호기심이 생겨 반문했다. "그래? 무슨 서류인데." 하여서 받아두었습니다."
"서류를 제게 주고 갔읍니다."
지금 50대 후반 나이가 되어야 그 고통을 경험해서 알 수가 있다고 했다. 섬유, 신발, 가발만 의존하던 1차 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중화학공업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 세계 경제 석학들은 모두들 비웃었다. 알고 있다. 한국의 저력에 전 세계가 경악했고, 이제는 살만하니까 너도나도 해외여행이다 유학이다 하며 뻔질나게 외국을 드나들고 있었다. 태호는 그것이 싫었다. 과거에 그 어렵고 고통스런 세월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자식들 관리를 하지 않고 마치 잡초처럼 키우고 있는 졸부들이 못마땅했다. 한때는 자신도 그들중의 하나로 오인을 받기도 하여 불쾌한 마음을 받고 쓴웃음을 지웠던 기억이 생각났다. 나라가 외화가 없어 부도나기 직전에 큰 아버지가 중동으로부터 당시 우리나라 예산의 3분지1에 해당하는 달러를 벌어들여 국가부도라는 치욕을 모면하기 까지는 큰 아버지 공헌이 너무나도 컸다는 것을 경제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그 신화를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동차, 중공업, 조선, 기계, 건설, 전자 등에서 수출에 힘입어 생활이 풍요로워지게 되자 이제는 임금 인상 때만 되면 파업으로 산업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겼다. 음악이 끝나자 태호는 서류를 다시 보았다. 태호는 서류를 테이블 위어 놓고는 햇볕이 들어오는 창을 바라다 보았다.
ㅡ 아니다. 큰아버지도 세일즈맨과 다를 바 없지. 누가 큰 아버지가 화성그룹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만들고 국내 최대그룹으로 일구어 놓을 줄은 아무도 생각을 못했지 않는가. ㅡ "새로운 모델? , 리스트럭처링 (사업의 재구축)이라."
대진그룹 창업자는 역시 아들과 딸을 많이 두었다. 계열사를 분리하여 모두 독립했다. 화성과 대진은 영원한 맛수였고, 국민들은 용과 호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대진그룹 창업주는 돌다리도 두들기며 사업을 확장하였고, 외국의 성공사례를 확인하고 도입했다. 하지만 화성그룹은 달랐다. 파이오니아 정신으로 맨주먹으로 그것도 전쟁, 강대국의 파워게임으로 황폐하게 변해버린 나라 기술도 자원도 아무것도 없는 여건에서 경제를 일으킨 선구자였다.
반도체는 리스크가 많지만 그만큼 사업전망과 부가가치가 높아 결국에는 가전사업을 포기한 것이 동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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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는 비서실로 나가서 온 손님을 정중히 맞았다. 태호에게는 대학 동창중에 가장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형이었다. 그 때마다 지금 여기 앉아 있는 형이 마중 나와서 반겨주었던 것이다. 선물을 받은 거죠." "내가 아는 선배도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그분은 중국어를 잘 모른단말야." "언제 들어가세요?" "그런데 새로운 맥주를 만들려면 보통 맥주보다 3배 이상 물이 소비가 됩니다." "형님 쓰십시요. 작은 월급가지고 사교생활을 하는데 필요하실 겁니다." 자신의 자리에 와서 음악을 끄고 보던 뉴스위크지를 덮고 핸드백을 열어 거울을 꺼내 들여다 보았다. 다시 백 속에 넣고 곰곰히 생각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초상 조각품이야. 전 세계인들이 다 알고있고 그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 장식품으로 하나씩은 갖다 놓는데 미대생들은 그것을 보고 기초 뎃싱 연습을 하는데 소묘라고 불러."
그럼 그것을 어디 가야 볼 수가 있지?" "화랑에 가면 볼 수 있어." 보여주었다. 태호는 커피를 마시면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긴 당사자가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 누가 소송을 할까?"
주인은 태호 앞으로 나서서 비닐을 벗기며 손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게 뭘로 만들어졌습니까?" "당신 웬 난리야!" |
태호는 아버지 말을 기억하면서 설희가 볼 수 있도록 준호가 가져온 서류를 들척이며 보고 있었다. - 어떻게 할까. 오라고 할까. 아니면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릴까. - "글쎄 한번 더 읽어보고." 그러면 제가 회장님 지금 외출중이시라 뵐 수가 없다고 하면, "알겠습니다"하고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돌아서서 내일 뵈러 오겠다고 말하면서 나가는 것 있죠." 설희는 지겹다는 생색을 내면서도 은근히 준호의 입장을 대변해주듯이 말하고 있었다.
열강국들은 물론이고 이웃 일본과 라이벌인 대진그룹이 준비하기 전에 비밀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라 할 만큼 90% 이상이 술을 마실 수 있으므로 동남아 중에서 가장 적합한 나라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코카콜라가 전세계에서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마셔대고 있지 않은가. 비록 맥주의 종류가 수 백개가 있다지만 날로 심각해져가는 환경오?을 벗어난 깨끗한 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면 이 시장은 얼마나 넓고 클것인가도 생각했다. 보통 맥주를 한 컵 만들려면 세 컵의 물이 소요가 되는데 더욱이 이 NASA의 특허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에는 다섯 컵의 물이 소요가 되어야 한 컵의 맥주가 생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다 맥주공장을 착공 하려해도 한성그룹으로서는 자금을 감당 할 수가 없다는 것을 태호는 잘 알고 있었다. 한성그룹의 재무능력을, 그리고 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ㅡ 어떻게 이런 서류를 기획한 사람이 영업을 하고 있었을까? 정말 독점적으로 판매를 할 수만 있다면 30년간 5조달러가 아니라 6조 달러시장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인들이 무한정 마셔대기 시작하고 10년에 한 번씩 기계를 교환 한다면 어쩌면 그시장을 우리 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웬일일까?ㅡ 사촌 형이 말할 때마다 가슴 아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부의 압력에 어떻게 대항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다음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그룹이 긴축정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사촌형들이 말했고, 큰아버지인 명예회장님도 인정하셨던 것이다. ㅡ그래 이 서류를 화성그룹에 갖다주자 그러면 부실기업을 인수해서 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심각한 정부의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겠구나! 어차피 우리 한성그룹이 해낼 역량이 없는데 오히려 잘 되었군. 3개의 회사만 인수하면 약 2조원은 자금이 조달되겠다.
2조원을 조달하려면 정부가 눈을 밝히고 감시하고 있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은행으로부터 3개 회사가 빛을 지고있는 4,500억원을 떠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군.
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탁!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설희가 깜짝 놀란 토끼눈을 하고 들어왔다. |
"네." 장회장은 정부로부터 심한 자금압박으로 인하여 지금도 동분서주하고 다니며 은행장을 만나고 외국은행 지점장을 만나서 해외 펀드에 대해 상의하러 가는 중 이었다.
준호는 할수없이 다시 나와 문 입구에서 지시를 기다렸다. 그녀도 부회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는데 왜 한달이 다 되로록 지시를 내리지 않는지 준호도 그녀도 궁금했다.
그녀의 표정을 보건데 준호가 노크를 하고서 문을 열면 서로 고개를 끄떡이는 것이 인사가 되어버렸고 그녀는 자기 일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준호가 서있던 관심을 젖혀둔채. 오히려 준호로서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ㅡ 너가 평생 이렇게 줄에 묶여 일생을 이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할 운명을 안고 태어난 것과 같이, 나고 어쩌면 내가 스스로 해야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벌려 내 스스로 운명에 족쇄를 채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큰 멍에를 짊어지고 주어진 환경을 딛고 입지의 길로 일어서는냐, 아니면 평생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살아 가야 하는지 나도 확신을 못하겠구나.
너는 일개 짐승이지만 나에게는 조상의 얼과 문화속에 성장해왔고 또 앞으로 계속 사명감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후손에게 보다 나은 금수강산과 풍요로움을 물려주어야 할 책임을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단다. 우리 노조들은 자신들의 철밥그릇을 갖기 위해 치열한 임금투쟁을 하고 있는데 훗날 우리의 아들 딸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중국으로 찾아가야 하는 슬픈 일이 생기는 줄도 모른단다.
저렇게 일을 하지 않고 파업을 일삼고 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니? 너는 동물이니까 모르지. 주인이 밥만 제때에 가져자 주면 되겠지만. 우리 인간은 특히 강대국 틈에 끼여 있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갈길이 멀고 험한데 정부는 속수무책이란다. ㅡ 그랜저가 사옥에서 나올 때마다 준호는 부회장이 탔을까 하고 바라보지만 차 유리는 검은 선팅이 입혀져 차 안을 볼 수가 없었다. 경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 할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위로부터 어떤 지시가 내려오지도 않고 방문하는 사람은 마치 돈 이라도 받으러 오는 것처럼 당당하기에 선뜻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는 것을 더욱 이상할 것이었다. |
근무시간이라 실내는 정적이 감돌았으며 먼지를 찾아볼 수 없이 잘 닦인 바닥 타일은 천정에서 비추는 불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매일 걸어가는 복도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렸다. 한달전 쯤 서류를 놓고 올 때는 사실 가슴이 두근거려 마음을 편안히 걷지 못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았다.
걸어가면서 생각나는 것은, 한성그룹 부회장은 부모를 잘 만나 사회적 지위를 노력없이 얻어 누리고 있다고 자위했지만,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하면 자신과의 위치를 비교해보면 자신은 그 근처에도 얼씬거릴 수 있는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방음이 잘되어 있는 탓이었다. 준호는 평소처럼 문을 밀고 들어갔다. 설희는 노크소리가 정확하게 똑똑똑 하고 세 번 울리면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피식! 하고 웃으며 문에 일별하고는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준호가 와서 노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마치 마술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그 시간만 되면 괜히 기다려지고 노크 소리가 나나 문을 주시하기도 했다.
준호가 들어오면 설희는 내색을 하지 않고 한번 보고는 관심 없다는 듯이 책상 위로 시선을 돌렸다. 부회장님으로부터 어떤 지시가 없기 때문이었다. 준호는 들어와서 먼저 부회장이 있는가 궁금해서 문을 보았다. 오늘은 문이 열려 있었다. 준호는 마음이 설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밀린 방세가 해결될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만 들었다. 정적이 넓은 공간을 숨막힐 듯이 누르고 있어 준호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가 맥박이 빨라짐을 느꼈다. 과연 어떤 지시가 내려질 것인가. 준호는 머리 속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극도의 긴장과 흥분 때문이었다.
준호는 설희의 얼굴을 보았지만 어떤 변화도 읽을 수가 없었다. 평소처럼 FM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꺼놓고 있다. 음악은 혼자 있을 때만 틀어 놓는다. 태호도 노크소리가 정확히 똑같은 간격으로 세 번 울리는 것을 보고 준호가 온 것을 알았다.
자기도 모르게 벽에 걸린 시계로 눈이 갔다. 태호는 웃음을 입가에 흘리고 벽에 걸린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리창에서는 햇빛이 투명한 유리를 뚫고 들어와 붉은 카페트가 자주색이 아닌 붉은 색임을 알게 했다. 태호는 준호가 들어와서 옆에 서자 조그맣게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보았을까. 걱정했지만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안심이 되었다. 아리아스 아그리빠 비너스 줄리아의 석고 모델을 보면 분명 기절초풍하고도 남을 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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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이 엄마는 부지런히 서초동과 고여사 집을 오고 가고 있었다. "고여사님, 요즘 제주도에 신혼부부가 아주 많대요." 연인들이 팔장을 끼고 쌍쌍이 다니는 것을 봐야 진경씨도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어머, 고여사님. 제가 언제 신혼여행을 보내라고 했나요? 단지 바람을 쏘이라고 하는 거예요." 고여사는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겠지요. 자식이 다 성장해서 혼사가 들어오는데 기쁘지 않을려고?" 않겠어요?" 어둠은 서러움을 더욱 느끼게 하였고 늘 따뜻하게만 느껴졌던 남편이 땅 속에 있을 것을 생각하면 눈물을 샘솟듯이 나왔던 것이다. 저녁에 잠자리에라도 들어갈 때 차거운 이불이 피부에 닿을라지면 남편의 뜨거운 숨결과 몸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차디찬 땅속에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날 때마다 혼자 살아가는 여자의 슬픔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독수공방이 괴로워 재혼을 하라고 주위에서 그리고 시댁에서도 말하지만 차마 그러지를 못하였다. 다정했던 연애시절을 생각하면 남편의 얼굴이 떠 올라서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명동성당에 가다보면 두 다리가 절단이 되고 나서도 살겠다고 찬송가를 틀고 한푼 두푼을 받아서 연명해가는 이들을 볼 때면 자신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자위하게 되었다. 독수공방의 고통, 생활의 부족함에서 나오는 괴로움, 아빠없이 자라야하는 아이들의 서러움을 지켜보아야 하는 서글픔등은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인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곤 했다.
홀로이 외로움과 슬픔속에 젖어 살아갈 수가 있을까?
농사가 안되서 배추와 쌀을 수확을 못했을 때 현철이 아버지는 그 삯을 탕감해주어 영남이 아버지는 은혜를 잊지 못하고 있었고 자신의 동생과 아들들에게도 이 은혜를 잊어서는 안되고 갚아야 한다고 늘 말했던 것이다.
현철이 아버지가 생전에 가게를 하나 얻어주어 슈퍼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 서초동 근처에 아파트를 하나 사는 바람에 돈이 궁색하여 현철이네로부터 빚을 얻어쓰고 있었으며 이번 혼사를 성사시키면 이자돈을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놓고 있었다.
빚 때문에 갚을 길이 막연하여 궁리를 한 것이 이웃에 사는 진경이를 현철이에게 중매를 주선함으로서 빚을 해결하려고 갖은 호들갑과 수다를 다 떨어서 맞선까지 보게 할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영남이 아버지한테는 군대 갖다온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 광수가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여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다. 대학시절에는 학생회에서 활동도 하였고 비교적 학점도 우수한 점수로 졸업하여 대기업에 취직을 해놓고 군대 갖다와서 바로 취직하여 무역부에 근무하고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어른이 집을 건축해서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은 것이며 그분이 선산을 샀을 때 스스로 관리인이 되겠다고 하였고 일주일에 5일은 강원도 평창에 가서 산을 지키는 것이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산지기 노릇을 하느냐고 형과 형수에게 따지지만 현철이네로부터 돈을 얻어쓰고 또 가게까지 받고 있어 동생의 말을 듣지않고 있었다. 대드는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마음속에 분노가 끓게 되었다. 못해 씩씩댔다. 만나겠다고 영남이 엄마한테 전했지만 현철은 형의 말대로 호텔 신라에서 만나는게 어떻냐는 제의를 해놓고 있었다. 진경은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는게 불편했지만 학교 앞 카페는 주차 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엄마의 설득에 못이겨 할 수 없이 약속을 정하고 당일로 머리도 식힐 겸 제주도에도 다녀오라는 엄마의 간곡한 설득에 날짜를 승낙하고 말았다. 집을 나서 택시를 탔다. 생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풍스런 정경대 건물을 창밖으로 바라보았다. 해는 벌써 하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으며 정경대의 고풍스런 시계탑 건물의 시계 바늘을 비추고 있었고 시계탑의 시계는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ㅡ 명숙이와 정희 말대로 졸업하기 전에 약혼을 해야하나? ㅡ 들어갔다. 감색 양복을 입은 현철은 줄이 옆으로 나있는 넥타이를 매고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띠우고 있었다. 진경이 다가가자 현철은 일어나서 반갑게 맞이했다. 진경도 따라 인사하고 현철이가 안내하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주문받으러 종업원이 오자 현철은 진경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힘드시게 굳이 그러실 것 까지는 없어요. 도로가 복잡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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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대화가 중단된 사이에 외국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커피솝에서 대화하는 외국어까지도 집어 삼키고 있었다. ㅡ 이러면 됐겠지? 그러면 지난번 워커힐에 갔던 기억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구름을 탄 것같은 BMW를 떠올리겠지. ㅡ
"제주도에 가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또 유학생활을 하면서 세계의 명문대생들과 어울리려고 부단히 노력하다보니 그들의 문화에 완전히 빠져버려 한국에 들어와서는 유학을 다녀온 것을 자랑하고, 향수에 젖어 애견을 키우다보니 자연히 이웃과 친지와 친구들에게 홍보가 되어 너도나도 한번 키워보자 하는 붐이 불어서 이제는 보약을 먹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반드시 여자들이 생각하는 너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지식을 추월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래야 여자들은 경의심으로 대할려고 할꺼야. 경륜이 넘치는 듯한, 학자같은 기이한 사람들이 풍기는 느낌을 심어 주어야 하는거야, 알았지? ㅡ
넥타이를 다시 만지고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읽었다. "저도 개를 좋아하지만 아직 방안에서 키워보지 않았습니다만, 외국 애견처럼 작은 녀석은 키우고 싶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애견들의 뒤처리가 문제가 되는군요. 외국에서 말이지요. 런던의 명물이 안개와 흐린 날씨 그리고 바바리 코트라면 파리는 어쩌면 에펠탑이 아닌 개똥이나 오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파리시청에서는 개똥을 즉각 처리하지 않는 시민에게는 벌금을 부과하지만 시정이 되지않고 있어 될 때까지 벌금을 계속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답니다." "파리시민들은 또 개들이 물똥을 싸면 어떻게 하냐고 따지는데 그걸 어떻게 치우냐 고 내 개가 싼 똥인지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DNA 조사를 요구하겠다고 하자, 파리시장은 앞으로 개똥이 캐비어 보다도 더 비싸질 것 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 프랑스 국민들이 선진 국민인가를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왜 또 있지않습니까?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원숭이 골을 손님에게 특별히 대접하는 요리라고..." "네, 어렸을 때부터 먹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먹을 수 있게 되었죠."
"바로 그겁니다. 선입관 이라는 것이. 사람은 누구나 겉을 보고는 그 사람을 어느 정도 평가 하는데 그것은 아주 잘 못된 습관이지요." 듣고 그릇이 없나 하고 찾다가 뭔가 어둠속에서 보니 해골이 있어 어제 먹은 물이 생각나 왝! 하고 토하려고 하다가 깨우친 바가 있어 무릎을 탁! 치고는 당나라 유학을 그만 두고는 도를 연구하였다는 설이 바로 선입관이죠. |
진경은 막히지 않고 끓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화제에 완전히 압도당하여 할 말을 잊고 현철의 큰입을 보면서 나오는 말을 듣고 생각했다. 가르침을 참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원효의 굳센 사상을 우리는 엿볼수가 있는 것이죠."
"불교를 믿으시나보죠."
지금 '분황사'에는 원효의 초상 만이 남겨져 있으나 모든 허례허식을 타파하고 그 속에서 진실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우친 일종의 선각자 라고 할 수가 있지요.
모든 불교 제자들이 원효를 헐뜯었지만 그래도 내심으로는 그의 사상과 실천력에 공감을 하고 있었고 내색을 하지 않았을 따름이라는 것이지요." 다니며 사치를 추구하는 승려들이 눈에 띠지만, 직접 이러한 사실을 매스콤을 통하여 가끔 접하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승려보다도 석가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행하는 스님이 더 많기에 또다시 우리나라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수수방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현철의 설명을 들으면서 진경은 현철의 커다란 입과 우락부락하고 위엄있는 얼굴이 순간 어느 외국대학의 총장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경륜이 깊다는 인식을 꼭 심어주어야만 해. ㅡ 형이 말한것을 염두에 두고 현철은 진경의 표정을 슬쩍 훔쳐보았다.
잠시후 돼지코 모양의 공기 흡입구인 키드니 그릴을 상징하고 있는 BMW가 호텔 정문 앞에 섰다. 아마 설계할 때 고속으로 질주할 때 받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자연적으로 태어난 새처럼 디자인을 했을 것이라고 진경은 생각했다.
현철은 운전대 오른쪽 상단에 튀어나온 레버를 가리켰다. 기술과 과학은 하루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죠. 숱한 세월을 연구와 노력을 부단히 하여야지만 즉, 日日新,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일에 임하여야지만이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현철은 남산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차를 사기전에 외어두었던 구조를 설명하고 득의만만한 미소를지었다.
힘차고 부드러운 엔진소리가 조수석으로 전해져오고 승차감은 이루 말 할수 없이 좋았다. "정말 이 차처럼 강한 심장과 균형을 갖춘 차는 BMW 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자 장점중에 하나이죠."
또 제로백 즉,100m 도달하는데 불과 6초 밖에 걸리지 않아요. 얼마나 다이내믹하고 성능과 디자인이 완벽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스포츠카가 아닌데도 말이지요."
두 사람은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서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정말 좋지요. 세워진지 100 년이 지났지만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만큼 안전관리를 완벽하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야경은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겠어요." 진경은 말끝을 흐리고 저무는 해를 보고 있었다. 태양은 서쪽으로 기울어져 푸르스름한 하늘을 잿빛 노을로 불태우고 있었으며 구름은 가늘게 층층이 엷게 늘어져 기울어가는 해를 가리고 있었다. 빨갛게 달아오르는 구름과 대조적으로 뒤에는 회색구름이 산등성이로 넘어가는 태양의 빛을 받아 회색과 빨간 색을 함께 나타내고 있었다. |
현철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진경이 대화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손을 잡아야 한다.
손을 잡으려고 내민다던가 하는 짓은 애착이 상당히 깊죠."
진경은 웃으면서 말했다. "아마 세 집중 한 집은 애완견을 키우고 있고 곧 가족과 다름 없어요.
두 사람은 부지런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사이 서울의 야경이 찬란하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휘어져 흐르는 강줄기는 선명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68 현철은 진경의 손을 잡고는 카운타까지 가서 놓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현철은 진경의 손을 잡고 이끌면서 주차해놓은 곳으로 와서 조수석을 열고 진경을 태우고 자신도 운전석에 탔다.
"정말 좋은 차군요. 어쩜 이렇게 날렵하게 달릴 수가 있는지, 마치 조깅하는 사람이 달려나가는 듯이 뭐라 표현을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기분이 좋아요." 올림픽도로에는 퇴근하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정지해 있었다. 한강에는 수많은 차들이 비추는 불빛으로 어둠을 ?아내고 있었다.
맞은편 도로에는 막힘이 없이 차들은 달리고 있었고 차로 이어지는 행렬은 정체의 지루함을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진경은 시계를 보았다. 현철은 차를 여의도 강변으로 몰았다. 초가을 바람은 유람선을 마주하고 불어오고 있었다. 진경의 머리결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현철은 코를 진경의 머리결에 대고 들여 마시고 있다. 머리결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현철을 흥분하게 하였다.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람선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진경씨, 음악 틀을까요?" "뭐 있어요?"
"베르디는 1813년에 태어나서 1901년 까지 88년 동안 '오페라에 의한, 오페라를 위한, 오페라의 인생을 살다 갔어요. 신화적, 초자연적 소재보다는 나약한 인간 내면의 본성에 관심을 기울인 불후의 명작들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오텔로, 리골레토, 등은 오늘날 오페라 무대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어요." 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 노래가 노예들의 합창입니다." "진경씨, 집까지 바래다 줄께요. 거절하지 마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우리나라 해외 여행하는 사람들은 교육도 받지않고 가는가 봐요."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은 정말 존경할 만 하죠. 우리는 그들보고 쪽발이라고 부르지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도 빨리 고쳐나가야 하는데,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아요." "훈도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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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주면서 두꺼비 같은 왼손을 진경이 허리에 대고 말했다. 진경은 현철에게 인사를 하고 대문을 향하여 몸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가다가 뒤돌아 보면서 손을 흔들고 골목길을 꺾어 들어갔다. 현철은 차에 타자 마자 음악을 가요로 바꾸고 볼륨을 높였다. "야! 정신 차려 마. 뿅가서 교통사고 내지 말고."
이제 하룻밤만 지나면 제주도에 가는 것이다. 그것도 내 사람이 될 여자와 함께. 사실 현철은 여지껏 서른이 되도록 데이트 한 번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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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는 강남에 와서 2층 커피숍으로 올라가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의 테이블에 앉았다. 거리에는 젊음이 넘쳐나고 있었고 수많은 젊은이들로 강남의 거리는 활기를 띠고 있었고 준호는 물끄러미 창 밖을 내려다 보았다. 애인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느껴졌다. 초라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재벌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이 어떤 신분인데, 그리고 그의 사회적 위치가 어느 정도의 사람인데 자기같은 일개 영업부 사원을 만나줄 만큼 그리 한가한 사람이 아닌 것이라는 것을 준호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거리에는 어둠이 서서히 거리에 깔리기 시작했고 거리는 퇴근하는 차량들과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유흥업소와 상가의 네온사인이 현란한 색으로 환하게 점등 되어 있었고 초저녁 거리를 비추며 오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준호는 일어나서 계산을 하고 강남 뒷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이제 며칠 후에는 그 동안 밀린 빚을 다 갚고 친구놈들을 불러다가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사줘야지. 그리고 냉대했던 놈들 앞에서 보란 듯이 큰 소리를 치고 쏘아야지. "야! 오늘은 내가 쏘는 날이야. 아무도 지갑으로 손이 가지 말어." 자신이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자 생각만해도 시원했다.
준호는 취기가 올라 중얼거리며 소주를 마시고 또 마셨다. 거리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한산해질 때까지 준호는 포장마차에 앉아 있었다. 포장마차 안에는 술꾼들이 외치는 소리로 가득찼다.
73 버스를 올라탔다. 생활하고 있었다. 사진찍으러 전국을 찾아다니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진 산과 계곡과 시원하게 흐르는 강을 촬영했다.
가을이면 온산을 만산홍엽으로 물들이는 단풍과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를 찾아서 전국의 비경을 찾아다니고, 겨울에는 철새와 고니들의 모습을, 그리고 산의 설경을 찾아 설화와 상고대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눈 속에서 서있는 고사목을 찾아 지리산으로 가서 촬영하고, 태백산의 주목을 촬영하기 위해 눈오는 날이면 태백에 가서 기다렸다가 배낭에 카메라 장비를 메고 오르며 일년내내 아름다운 비경과 경치를 찾아 다니곤 했다.
어려서는 설화라고 불렀는데 학교에 들어가서는 설희라고 고쳐 불렀다. 설화라고 부르니 옛 어른들이 기생을 부르는 것 같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그후부터 설희라고 고친 것이었다.
엄마가 맞벌이하여 설희가 대학을 나오게 뒷바라지 하였고 자라면서 아버지를 따라 산과 들 그리고 계곡을 따라 다녀서 마음이 착했고 꾸밈이 없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여 한성그룹에서 회장 비서를 보내 달라고 했을 때 학교에서는 설희를 1순위로 추천하였던 것이다.
74 "호랑이 자식이 나왔구나" 하고 칭찬을 받으면서 성장하였으며 큰아버지의 신화적인 업적을 쌓았을 때의 경험담과 경영인으로서 그리고 대장으로서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과 심리등에 대해서도 현 사촌 형인 화성그룹 회장과 함께 경영수업을 받을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태호는 부회장실에서 양복을 입으려고 옷걸이로 가자 설희는 태호의 양복을 들고 태호가 입는 것을 뒤에서 거들었다. 태호가 문을 나서자 설희는 태호가 엘리베이터로 향하여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등뒤를 따라갔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내려가자 설희는 비서실로 와서 부회장실로 가서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부회장실 문을 잠갔다. 문이 닫혀 있으면 외출중이라는 표시이다.
양 옆에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노를 젓는 역동적인 모습이 마치 돈벌레 다리처럼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였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 큰 아버지가 그리스의 선박왕을 찾아가서 조선소를 세울테니 배를 사달라고 한 배짱을 떠 올리자 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것 보시오.우리 선조는 벌써 수백년 전에 이런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만든 기술이 있는데 지금 우리가 돈이 없어 조선소를 못짓고 있을 뿐이지 배만 주문해주면 영국은행으로부터 융자를 해준다고 하니 믿고 주문을 부탁하는 바이오,"
그러자 그리스 선주는 "좋소. 당신 베짱이 마음에 들었소. 우선 두척을 내 후년에까지 만들어 인도해 주시오. 자! 여기 선수금 이오." 그래서 한편으로는 조선소를 짓고는 또 한편으로는 영국으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배와 조선기술을 동시에 이루어 놓은 역사적인 금자탑을 세운 것이라 여겨졌다. 거대한 배가 다 만들어지고 모든 사람이 과연 저 무거운 쇠가 뜰까 하고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리다가, 대통령이 테이프를 끊고 배가 바다 위에 뜨자, 와하! 하는 함성이 울러퍼지던 그 순간을 누구도 아마 참석한 사람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었다. 보니까 돈도 없는 사람 같은데 3년동안 있는 돈을 다 써가며 그리고 그것도 부족해 은행 빚까지 얻어서 포기하지 않고, 기획서류를 작성해 가져와서, 자신에게 한 번 브리핑하게 해달라고 졸라대는 것은, 어쩌면 큰 아버지처럼 배짱이 대단한 것은 분명했다. 회장실이 있는 12층에 멈추자 먼저 내리고 앞장서서 회장실로 들어갔다. "엄청난 사실이 있어, 형!" 화성그룹 회장실 테이블 위에는 준호가 한성그룹 부회장실에 놓고 간 서류를 세 사람이 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화성그룹 명예회장은 "저 녀석들이 대가리는 왜 저렇게 기르고 다녀!"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