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5부 펭귄의 마침

여의주를 품다...! 294~399

방형석 2007. 9. 3. 09:41

 

                                   

 

                                                ==  지구가 열받고 있다. ==

 

                   남, 북극의 빙하가 녹아가고 있다. 아, 나는<오데로> 피난간당께...!

 

대통령 경선에서 당선된 펭귄총재는 입가에서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야당 총재로서 여당의 후원을 입고 있는 학자 출신의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되자, 펭귄 특유에 표정을 짓고 코털을 엄지와 인지로 뽑아 허공에 원을 그리며 높이 흔들었다.

 


 

                   

                                  <여의주를 챙기고 산보하는 수족들...>

 


야당 당사는 웃음이 밤새도록 그칠줄 몰랐으나 여당 당사는 초상집 분위기로 침묵과 탄식 그리고 긴 한숨소리가 전국 지구당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우리 후보가 패한 원인 중 한가지는 무게가 안나간다는 거야. 속에 든 지식은 둘째치고 우선 바람만 불어도 쓸어질 것 같은 외모에 학자 출신이지만 동그란 안경은 국민들로부터 안심을 줄 수가 없었다는 것을 생각 못한게 패인이야."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에 퍼져 있는 지구당사에서 술냄새와 함께 당 수뇌부의 무지함에 분노가 흘러 나왔다. 리서치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어떤 항의를 하여도 장차 대통령이 될 후보로서는 허약하고 돋보기를 쓴 외모가 일본에게 어떤 과거를 뉘우치고 반성할 만한 중압감을 느끼게 할 수 없는 외모라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에게 주장해도 씨도 먹히지 않을 것이고, 역술가들은 국운이 쇠락할 것이라는 주장에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라고, 대선 후 여당이 패한 원인을 리서치 조사였다.
여당에 표를 던질 국민까지도 외면하고 할 수 없이 펭귄총재에게 표를 주었다는 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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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국민들의 대통령 후보로서는 미흡하다는 것이며, 또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고 강경하게 천명할 인물이 못되고, 조선시대에 우리의 영토였다는 것과 물도 나오지 않는 쓸모없는 섬이라 하여 왜구의 침입을 방치 해온 것이 결국에는 일본의 영토가 된 것이다."
라고 주장하여도 일본에게 위엄을 줄 수 있는 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에게 주장해도 씨도 먹히지 않을 것이고, 역술가들은 국운이 쇠락할 것이라는 주장에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라고, 대선 후 여당이 패한 원인을 리서치 조사였다.
여당에 표를 던질 국민까지도 외면하고 할 수 없이 펭귄총재에게 표를 주었다는 설이라는 것이다.
야당 당사는 웃음이 밤새도록 그칠줄 몰랐으나 여당 당사는 초상집 분위기로 침묵과 탄식 그리고 긴 한숨소리가 전국 지구당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펭귄총재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준비해둔 옷을 꺼내놓고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검은 색 바지로 갈아 입기 시작했다.
부인이 올라와서 문을 열고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수? 옷은 왜 갈아입어요."
"아, 대통령이 아니! 내가 대통령이지~ . 한물간 대통령이 산책하자는 거야."

펭귄총재는 룰루랄라 노래부르면서 김여사에게 말했다.
"당신 말씀이 지나쳐요! "
"아, 그렇지. 맞아! 썰물 대통령하고는 민주 동맹이었지."
펭귄총재는 코를 위로 올리며 콧구멍을 크게 만들며 대답했다.
"웬일이실까? 이 늦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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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는 궁금해서 말끝을 흐렸다.
"어, 한강 야경을 보면서 술 한잔 하자는 거야."
말하고 '삼팔선의 봄' 노래를 흥얼거렸다.
"당신 너무 좋아해요!"
김여사는 나무라 듯이 말했다.

"당신도 남자가 돼봐!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아픔이 밀려 왔고,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어? 당신도 정치한다는 내게 시집와서 고생 많았오."
펭귄총재는 김여사를 보고 두 손으로 어깨를 살며시 당기면 끌어안았다.
"어머, 이 양반이.....지금 몇시인데."
김여사는 펭귄총재 가슴을 두 손으로 밀며 눈을 흘겼다.

"민주 투쟁 동지로서 양보하지 못하고 갈라서서 서로가 경선에 뛰어들어서 패했을 때, 그때의 허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아아, 당신이 힘이 없었다면 나는 폐인이 되었을꺼야."

"그런데 왜 채플린 옷을 준비하라 했어요?"

"저길 봐."

펭귄은 창 밖의 커튼을 젖히고 문 앞에 모여 있는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

"변장해야 기자들을 따돌릴 수 있지 않겠어?"
펭귄총재는 거울을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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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처럼 하얀 줄무늬가 수직으로 주름 잡혀진 하얀 와이샤쓰을 입고 나비 엷은 하늘색 넥타이를 맸다.
그리고 상자에서 콧수염을 꺼내 입술 위에 붙였다. 그 모습을 본 김여사는 펭귄총재의 달라진 모습에 허리를 잡고 웃었다.
"아니, 당신 이런 변장 소품들을 어디서 구했어요? 너무 우습다."
"응, 비서에게 준비시켰지. 기자들이 문 밖에서 24시간 감시하니 미행을 따돌리려면 감쪽같이 변장해야되거든."

펭귄총재는 말하고 커튼을 살짝 옆으로 밀고 전봇대에서 비추는 불빛으로 밖을 살폈다. 대문 앞에는 취재차량이 진을 치고 있었고, 그 앞에서 취재진들이 모여서 서성거리며 이따금 펭귄총재의 2층을 올려다 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검은 색 상의를 입고 지팡이을 들고 거울을 보았다.
노란 띠를 둘른 엷게 바랜 푸른색 모자를 쓰고 둥그런 우산 손잡이가 있는 나무색 지팡이를 집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몸을 한바퀴 휙~ 돌렸다.
"어때? 당신이 보기에 기자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애?"
김여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정말 당신 모습은 조금도 없어요. 기자들도 당신이 옆을 지나가도

모를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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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총재는 시계를 보았다.
"슬슬 출발해 볼까?"
말하고 2층에서 내려갔다. 김여사도 뒤따라 내려왔다.
응접실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대문을 보고 나서 담 위로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섰다.

김여사가 배웅하려고 나오려는 것을 펭귄총재는 손을 들어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했다.
문을 닫고 이웃집 담을 조그많게 헐어 겨우 허리를 숙이고 한사람 만이 드나들 수 있는 조그만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어느새 어둠이 밀려와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펭귄총재의 집은 뒷 문이 없으며 집 뒷쪽은 다른 집 뒷벽과 맞닿아 있었다. 이웃집의 좁은 정원으로 들어선 펭귄총재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기 위해 발뒤쿰치를 들고 문으로 갔다.
문을 조금 열고 내다 보니 취재진 차량 뒷쪽이 보였고 기자들이 모여서 무료함을 달래려는 듯이 떠들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맥주를 마시고 오징어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띠었다.
펭귄총재는 대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맥주를 마시며 느긋하게 있던 기자들이 순간 고양이 눈처럼 빛내며 살폈다. 그리고 나서 핏! 하고 웃으며 컵을 들고 마셨다.
함께 있던 기자들도 재미있다는 듯 잠시 보다가 맥주병을 들고 잔이 비어 있는 동료의 잔에 맥주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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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총재는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등 뒤로는 기자들의 취재의 눈길이 머무는 것을 느꼈다.
" 오늘 찰리 채플린 공연이 있나? "
한명이 말하자, 다른 기자가 말했다.
"이상하군. 찰리 채플린 걸음은 민첩하고 활발한데, 저 양반은 뒤뚱거리며 걷는 뒷모습은 눈에 많이 익은데.... "
"그렇군.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꼭 펭귄이 걷는 것 같아. 그래. 저렇게 해서 관객이 실감나겠어? 그래도 밥은 먹고 좋은 동네 사는데...! "

펭귄총재는 기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뜨금했다. 급히 지팡이를 왼손으로 옮겨 쥐고 북한군이 김일성 앞에서 행군할 때처럼 팔을 수평까지 어깨 높이로 올리고 다리를 번갈아 올리며 걸음을 힘차게 걸었다.
"이기자, 한 잔 더해. 오늘은 취재할 게 없는 것 같은데 술이나 마시세. "
"그럽시다. 날씨가 춥군. 들어 갈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펭귄총재는 대기하고 있는 차에 와서 말했다.
"가세."
경호원과 기사는 그제야 펭귄총재를 알아 보고 빠르게 출발했다. 차는 곧 복잡한 신촌길에 접어들었고  수많은 차 사이로 사라졌다.
"탈출 성공~"
펭귄은 입가에 득의의 미소를 띠우며 상체를 시트에 깊이 묻고 사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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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네온사인과 가로등에서 불빛이 눈부셨고, 한강다리 위에는 수많은 차들로 북적거렸다.

원효대교의 야경이 눈부셨다. 접시를 받치고 있는 V형 교각에서 뿜어나오는 불빛은 어둠을 헤치고 찬란하게 건축과 자연의 어울림은 탄성을 자아냈다.

위에서 비치는 불빛은 강물에 반사되어 황홀함마져 자아냈다.

펭귄은 원효대교 교각 아래로 가서 차에서 내렸다.

하나, 둘, 셋... 교각의 숫자를 세면서 물 속에서 받치고 있는 우람한 건축물을

보면서 다리를 완성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노동자는 위험하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워터맨을 죽이라고 말한 대통령이 생각났다. 왜일까. 정말 죽이라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잠시 후이면 알게 되겠지.

 

밤섬은 강 가운데 있다. 도심 양쪽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어둠은 가라앉았다.

경호원이 다가와 차 문을 열자 대기하고 있던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면서 말했다.

"총재님, 죄송합니다. 대통령 각하. 대통령은 섬에서 기다리십니다."

"아, 경치 참말 좋데잉~"

펭귄은 코를 만지면서 밤섬을 보았다. 한강 관리하는 배가 대기되어 있었고 펭귄은 비서실장과 함께 탔다.

국회의사당 가로등 불빛은 배를 뒤에서 비춰주었다. 모래사장에 닿자 슥~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흔들리고 멈췄다.

"어서 오시오. 대통령!"

대통령은 배에서 내리는 펭귄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은 곧 만들어진

자리로 앉았다.

초겨울 강바람은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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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말 좋은 날씨래이..."

펭귄은 콧물을 훌쩍이며 팔뚝으로 콧물을 쓱~ 닦았다.

마치 어린아이가 코를 양팔뚝을 코에 눌르면서 좌우로 스쳐가며 닦는 것과

같았다.

돗자리 위에 테이블이 있고,  방석이 놓여있었다.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로 사방을 쳐놓았고, 난로가 켜져 있어서 훈훈했다.

펭귄은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따,,,잉... 대통령이 좋긴 좋다야~ 이렇게 한강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에서...도청도 벗어날 수 있으니... 대통령께서 이곳에 초대한 데에는 이유가 있지라우. "

"한강을 보면 우리나라의 긴 역사를 마음속으로 느낄 수가 있어서이고, 청와대를 떠나는 나로서는 당신이 경제환란을 잘 극복해서 고도성장을 할 수 있기를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오."

 

대통령은 탁자 아래에서 '장수막걸리'를 꺼내서  흔들었다.

"그대와 내가 박정희 정권 독재를 막아보겠다고 젊은 날을 다 보내고 동지들과모여서 막걸리를 마셨지 않소. 기억나오?"

"함은....함은...기억나다마다... 우리 민주동지들, 동동주 마시고 힘내자고  외치고 밤새도록 옛동지들과 나라 걱정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당께랑."

"자, 이것은 박통이 만든 쌀막걸리인데, 우리가 여지껏 마셔본 적이 없소만 오늘은 이것을 마셔봅시다."

"아, 이것을...! "

대통령은 펭귄 앞에 있는 사발에 장수막걸리를 흔들어서 가득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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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위하여~ 건배 !"

두사람은 잔을 들어 부?치고 꿀꺽꿀꺽 잔이 수직으로 될데까지 원샷했다.

"캬, 맛 꿀맛이랑께... 한강 야경보면서 마시니까 정말 우리나라 막걸리가 이렇게 좋은 줄은 미처 몰랐당께라."

두 대통령은 홍어회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박통은 시대가 필요해서 즉,선조들의 간절한 나라 근심으로 탄생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독재에 항거하였지만, 박통은 일을 많이했습니다. 그것을 지금 더 깊이 마음속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하믄,하믄... 고생많이 했소. 육영수여사까지 잃고... 부인만 잃지 않았다면 보다 더 일을 했을텐데... 사람의 적은 외부가 아니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는 말이 맞당께."

홍어회를 한 점 입에 넣고 먹으면서 펭귄은 아쉬워했다.

"흑산도 홍어 참 맛있당께라."

"이제는 당신이 박통 보다도 더 일을 많이 해야 할 시기가 왔소."

"고맙당께라."

"모든 일을 잘 부탁하오."

"죽이라면서 잘 부탁한다는 말은 뭐시랑까?  내버려두라는 말이랑께라?"

"화성그룹에서는 비공식으로 처리할려고 할꺼요...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꿀꺽하기 위해서 최소한 액수로 말이오. 그러나 나는 워더맨에게 절대로 사인하지 말라고 할 것이오. 그러면 어떻게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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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장이 머리를 굴리게 방관만 하라는 것 아닌교?"

"바로 맞쳤소. 그러다가 장회장은 기어이 일을 내지 않겠소? 물론 워더맨을 분석해보니까 배고프다고 해서 자신의 권리를 내던지고 소액에 사인할 소인 같지는 않다는 결론이오."

"그래서 워더맨을 죽이라고 한 것이었당께라. 이것이 바로 간접살인이랑께. 삼국지에서 많이 읽었시라요!"

대통령은 장수막걸리 병을 들어 펭귄 잔에 채우자, 펭귄이 병을 받아 대통령 잔에 술을 따랐다.

"자~ 건배합시다. 위하여~"

두사람은 한강의 기적인 야경에 취해서 들이키고, 지나온 추억에 젖어 밤늦게까지 마셨다.

네온사인도 하나 둘씩 꺼지고 거리에는 차들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하구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흘러가는 강물 위로 거슬로 불어왔다.

수면은 바람과 부?치며 파도를 만들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은  도심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펭귄대통령 비서실장은 광주가 고향이었다.

야당총재시절 보좌관이었던 김철원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대북정책에 화성그룹과 통일부를 오가며 정책을 조율해야 했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각 부처 장관들을 만나서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하고 장관들과 식사를 하고 저녁에 술자리로 여당의원들과 의견을 듣고 국가정책과 민생문제로 집에 들어가면 밤11시가 보통이었다.

 

 

                                                304

 

 

장롱 속에 넣어둔 금반지와 팔찌, 금목걸이 모으기 <국민운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 언론사를 방문하여 펭귄의 정책에 대해 지원을 요청을 위해 각 신문사 편집장,잡지사 편집장과 기자들 또 방송사 PD들과도 만나서 식사를 해야 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하늘에 떠있는 달보고 집에서 나와 반짝이는 별보고 들어가는 일이 계속되었다.

 

외국 언론들도 한국의 IMF이후 국민의 반응들을 취재하기 위해 특파원을 파견해 1면을 기사화 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손바닥을 꼭 쥐고 끝이 보이지 않을 줄이 이어졌다.

<이 반지는 영감과 백년해로 반지야. 죽어서 관에 함께 들어가면 넣어달라고 유언으로 남겨 놓았던 것인데, 나라가 이지경이니 장롱에 나둘 수가 있어야지.> 할머니는 지팡이 짚고 구부러진 허리를 펴면서 기자 질문에 대답했다.

외국 언론은 취재했다.

 장농 속에 숨겨 놓았던 금반지를, 아들 딸 결혼시킬 때에도 입학금이 없어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60이 넘은 할머니까지도 금가락지를 가지고 나와 차례를 기다리는 것을 외국 방송사는 정규 뉴스에 방영하였다.

 

어느날, 고등학교 후배가 서울에 와있다고 해서 저녁에 프라자호텔로 갔다. 광주에서 제일 인기몰이를 했던 광주제일고 학생회 활동을 하던 후배6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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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장이 들어서자 모두 일어나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였다. 

"오랫만이네. 그런데 웬일인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다니..."

김실장은 궁금한 듯이 물었다.

광주제일고 학창시절 학교에서 다들 한자리씩 맡아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었기에 김실장은 잘 알고 있었다.

생선회가 들어오고 술이 오가며 이야기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형님, 사업을 하게 도와주십시요."

자신의 뒤를 이어 학생회장을 했던 권기덕이 용건을 꺼냈다.

"사업을?"

"네. 형님이 그 자리에 계실 때 저희도 뭔가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평생 사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김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호남에는 재벌이 한 개 밖에 없었다. 자신도 그 점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일정을 취소하고 후배들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

 

"그래, 어떤 사업을?"

"네, 지금이 IMF시대라서 부동산이 폭락했고, 앞으로 수년 후에는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 같읍니다. 그래서 상가분양 사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가를...?"

"네, 그래서 저희가 6명이서 10억원을 만들었습니다. 형님께서 정보를 주시면 안심하겠습니다."

"정보라?"

김실장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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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그룹은 최근 대북사업을 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통일부에 제출하기 전에 청와대에서 검토한 것을 김실장은 잘 알고 있었다. 워더맨과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점을 떠올렸다.

김실장은 소주 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알았어. 하긴 지금이 적기야 최고의 시기인 셈이지."

김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조하듯이 말했다.

"형님, 뭐가 있습니까?"

여섯명은 일제히 김실장을 보면서 눈빛을 빛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하여간 보자구...! 자, 술 들게."

광주의 7인은 소리쳐서 "위하여~" 건배를 하였다.

 

이튿날 아침 김실장은 출근하기 전에 정원을 내려자 보면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후배들이 10억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돈도 아닌 것을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고 졸라대니 난감했다.

(하긴, 뭐 사업을 돈가지고 한다면 우스운 일이지.)

"여보,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요? 뭔 걱정이라도 있어요? 금모으기 캠페인이 잘 안되나 보죠?"

부인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김실장은 말끝을 흐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승용차에 몸을 깊숙히 묻고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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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워커힐 호텔에서 김실장은 화성그룹 장회장을 만나고 있었다.

"장회장님, 백두산 사업 계획서 잘 봤습니다. 그 사업을 할 분은 장명예회장님 밖에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대통령께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실장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김실장은 이 말이 나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제 학교 후배가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서울에 와서 머물고 있는데..."

김실장은 목소리를 떨구며 말끝을 흐렸다.

무슨 뜻인지 알아챈 장회장은 은밀하게 좌우를 보며 물었다.

"말씀만 하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대통령께서도 호남에 선동열이가 인물인데, 재벌이 하나 밖에 안되서 호남을 지원하기는 힘이 너무 약하다고 이따금 말씀하셨습니다. 뭐, 재벌을 꿈꾸는 것은 아니고 한강 변에 건물을 올려 임대사업을 하게 해달라는 후배들이 졸라대서 말입니다. 하하하"

"그거야 뭐 쉽습니다. 저희 화성건설이 보증을 서고 시공까지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후배들은 시행사를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완공 후에 분양대금으로 공사비와 땅값을 일시불 아니라도 형편되는 대로 끓어나가면 되니까요."

"그래 주시겠습니까?"

김실장은 속으로 됐다 쾌재를 불렀다.

 

 

                                                    308

 

 

"네. 제가 명예회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흔쾌히 승낙하실 겁니다."

"역시 명예회장님은 그릇이 크시다니까요. 내가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후배는 어떤 사람입니까?"

"아, 광주제일고 후배입니다. 제 뒤를 이어서 총학생회장을 했지요. 지금은

 조그만 아버지 장사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잠시 생각하던 장회장은 말했다.

"이렇게 하시죠. 그 후배가 그룹 명예회장님 실로 방문하여 사업을 하겠으니

 한말씀만 해달라고 하면서 졸라대십시요."

의아하게 생각하는 김실장에게 장회장은 조그맣게 말했다.

 

"그러면 장명예회장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 나의 젊었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구나.- 하시면서 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도와주라고 비서들이 있는 데서 지시를 내리실 겁니다."

"그렇게 하면 간단하게 추진할 수 있군요. 남들이 보아도 명분이 서고 -또 명예회장님이 덕을 베푸시는구나- 하고 회사원들로부터 존경 받지 않겠습니까?"

 

일주일 후, 권기덕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장명예회장을 만나러 화성그룹 본사에 도착했다.

명예회장은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규칙적으로 계열사 보고를 받고 있었다.

비서실이 시끄러운 것을 알고 비서를 불렀다.

 

                                                 309

 

 

"뭔데 시끄럽나?"

"네, 어떤 사람이 꼭 회장님을 뵈야 하겠다고 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래? 들어오라고 해."

비서는 곧 권기덕을 불러왔다.

권기덕은 허리를 90도 숙이고 인사했다.

"안녕하셨습니까? 평소에 늘 회장님의 신화를 존경해왔습니다."

"아, 그래요? 근데 뭔 일로..."

"네, 명예회장님!  제가 한강에 건물을 세워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회장님께서도 맨손으로 노가다를 해서 오늘날 세계적인 굴지의 기업을 일으켰듯이 저도 건물을 지어서 일어서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힘이 되도록 한 말씀만 해주십시요."

 

"아, 내가 젊었을 적에  모습을 보는 것 같구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정말 일을 많이 했지. 배만들겠다고, 자동차 만들겠다고, 우리나라가 달러 부도가 나기 일보 직전 사우디로 날아가 주베일 항만 공사를 따내서 당시 우리나라 일 년 예산의 3분지 1에 달하는 공사를 따내어 공사기간을 단축한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저런 패기가 있었기 때문이지.

그 때는 달러가 없어서 국가부도가 나기 일보 직전이었어. 공장에서는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였고, 신발과 섬유만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수출산업이었는데 말이야.

 

 

                                                 310

 

 

지금이야 대진전자가 반도체로 수출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대진전자는 일본 소니에 눌려 기를 펼 수가 없었지. 나라가 외화가 많을 때, 수출보다도 달러 부족으로 외국에서 달러를 빌려와야 할 시대에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우리 만이 할 수 있어서 국가 경제 기여에 지대한 공을 한 것은 정말 자랑해도 된다.

 

외국에서는 우리 화성건설이 시공능력을 의심했지. 박대통령께서 많은 지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두팔을 걷어붙이고 도전 정신이 중요한거야. 우리나라에 이렇게 용기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나라가 발전할텐데... 최사장 오라고 해 !"

명예회장은 자신의 영웅담을 한참 늘어놓다가 비서에게 말했다.

"최사장님은 사우디에 출장 중이십니다."

"그래? 그럼 회장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젊은이 앉아요. 그래 어디에 삽니까?"

"네,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장회장이 도착하자 명예회장은 지시했다.

 

 

                                                         311

 

 

"이 사람 도와주도록 해. 젊은 사람이 됐어. 패기가 넘치거든. 요즘 젊은이들은 꿈이 없단 말이야. 건물을 지어서 분양하고 싶다고 하니까 우리 건설쪽에 연결해서 도와주도록 해. 그리고 진행 상황을 보고해라.

이왕 도와줄려면 확실하게 도와줘서 사회 일꾼이 되도록 해야 도와줬다는 소리 듣는 거야. 최사장이 사우디 출장 중이라니까 귀국하는 대로 내게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장회장은 아버지인 명예회장에게 허리를 숙이고 대답했다.

"내려가서 사업계획서를 봅시다."

장회장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말하며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사무실로 들어오자, 언제 내가 울상을 지었는가? 하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잘 왔습니다. 자, 앉으시죠."

비서가 들어오자, 장회장은 말했다.

"좋은 차 가져와!"

짜증난 듯이 말했다.

비서가 접시에 향기가 가득한 차를 놓고 나갔다.

"그래, 구체적인 계획 있습니까?"

"네, 저희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철역 주변에 40층 건물을 짓고자 합니다.

조망권이 있어야 많은 사람들이 쇼핑과 가족 나들이를 올 수 있게 합니다. 영화관도 장르별로 상영하고 연극관도 들어서게 되면 남여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품 상가될 것입니다.

 

 

                                                   312

 

 

지금이 인건비와 땅값이 가장 저렴할 시기이기에 높이 질수록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수년 후 건물이 완공될 시점이면 경기가 활성화 될 것이죠"

"그래요? 휴...40층 복합상가라...."

장회장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연기를 들이마신고 천장을 향해 후- 불어댔다.

권기덕은 선배인 비서실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대로 말했다.

"그래요.알았습니다. 그런데 한강이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 생각해둔 곳이 있습니까? "

"네, 워커힐 근방이 상류이고 조망권도 있고 전철도 근처라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워커힐 못미쳐서라...아무튼 알았습니다.  최사장이 사우디 출장 중인데 오는 대로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장회장은 말하면서 자신의 명함을 주었다.

 

권기덕은 워커힐 커피숍에서 창업준비를 구상하고 있었다. 동창생 5명이 모여앉아서 선진국 상가 잡지를 보고 입주시킬 분야를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있었다.

"야, 권력이 좋긴 좋다. 뭐, 안되는 게 없으니까. 이러니 서로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될 수 밖에 없구나."

 

                                                     313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거야. 성욕이 채워지면 돈욕심이 무럭무럭 피어나고, 돈이 있으면 명예를 얻기 위해 바뻐지고, 명예를 얻고 나면 권력을 갖고 싶어하는 게 인간이거든."

"광장동에 40층 복합상가를 지려면 비용이 얼마이고 공사기간은 몇년일까?"

"글쎄, 어림잡아도 6천억 정도는 들지 않을까? 공사기간이야 뭐 국내 최고의 건설사이니 3년 정도 소요될 것이고, 토지 매입 보상 기간까지  합치면 4년 후에는 한강 명물이 탄생하게 될거야. 이곳 땅값이 의외로 비싸단 말야. 화성건설이 시공한 아파트가 많은데 가격이 여의도 못지 않아."

"잘됐군."

"뭐가 잘됐단 말인가?"

"시장이 비싸게 형성됐으면 수준급 아닌가. 돈 있는 사람들이 상권을 만들어 놨으니까."

"회사 이름을 뭐라고 할까?"

"선진국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해."

"워커힐 프라임 어때?"

"야, 워커힐을 사용하면 선경그룹으로 오인 받지 않나?"

"맞아. 광장 프라임? 어때, 좋지 않아?"

"프라임이 뭔뜻이냐?"

"가장 중요한, 제1의, 최상의,혈기왕성한, 등 형용사이고, 명사로는 최상품이란 뜻이야."

"야, 좋다. 프라임! 우리의 뜻과 일치한다~"

"그래, 광장 프라임 결정했다. 만장일치? 큐~"

 

 

                                                     314

 

 

 장회장은 백두산과 금강산 독점 개발을 따내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댓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이스 프로젝트만 독점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1조원이 든다고 해도 그것은 나무의 가지 정도라고 해도 좋았던 것이다.

5년 내에 워더맨을 요리할 시간은 확보된 셈이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금강산을 개발하여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국민의 눈물을 받아놓기만 하면 만사는 오케이인 것이다.

 

그리고...

다음 정권에는 누가 되던지 대북사업은 지속될 것은 틀림없다. 이미 흘러간 세월이 한강물처럼 커다란 기세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 하 하..."

장회장은 생각하면 즐겁고 통쾌했다. 계열사 자금줄은 이곳에서 온천처럼 끓임없이 용솟음쳐 나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재계의 왕으로 군림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로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대진 반도체를 따라잡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며 자동차 시장을 인수와 합병으로 기술을 이전받아 박차를 가해 소화하고 나면 자동차 기술이 한 단계 올라서게 되면 에이스 브랜드로 보다 더 

선진 국민들에게 친숙해질 것이며 기술력이 향상된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315

 

 

일본 도요다 자동차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렉서스가 고급차로 친숙하게 됐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다.

또 숙원이던 제철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다.

은행을 인수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금 5년 안에 이 모든 것을 해치워야 안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펭귄대통령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기쁜 마음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사우디에 출장 중인 최사장 귀국 날짜는 언제인가?"

비서를 불러서 물었다.

곤색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와 파란 넥타이를 매고 온 비서는 대답했다.

"이번 주말 쯤 귀국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일 마치자마자 바로 귀국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가자, 부회장이 들어왔다.

"형님, 아버지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펭귄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그래야 만이 우리가 선진열강 세계적인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5년이 우리가 대진그룹과 격차를 벌여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말이야."

"우리 화성반도체를 이번 기회에 입지를 다져야 하지 않아?"

"반도체? 어떵게?"

"국도반도체를 인수하면 도약할 수 있는데..."

"어떻게?"

장회장은 궁금해서 물었다.

 

                                                       316

 

 

"서울그룹 고회장을 움직이는 겁니다."

"고회장을 움직여? 그게 무슨 말이야?"

장회장은 이해가 안돼서 물었다.

"반도체 회사가 많아 통합해야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외치게 하는 겁니다."

"그사람이 우리 말을 쉽게 듣겠어? 과거에 아버지가 고회장을 비판한 것 기억 나지 않니?"

"뭐라고 했는데...?"

"고회장은 창업한 것은 하나도 없고 정권에 밀착해서 인수를 통해 쉽게 그룹이 되었다고..."

"아, 그거?"

부회장은 생각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어요. 그런 사람일수록 대통령이 명령하면 -나죽네-

하고 엎드릴 사람이니까. 역사를 들쳐봐도 그런 사람은 권력 앞에서 꼼짝못하고 주문하는 대로 하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긴 하지만 그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단 말이야?"

"비서실장의 주문을 우리가 해주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비서실장에게 주문을 하는 것입니다."

"뭐라고 주문을?"

장회장은 알 수가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동생을 보았다.

"빅딜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입니다."

 

                                                   317

 

 

"빅딜? 그게 뭔데?"

"같은 업종기업은 합병해야 만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 화성반도체를 국도반도체에 줘버리고 뭘 받자는 거지?"

"에이, 형님도... 우리가 국도반도체를 인수해야지요?"

"우리가 국도반도체를 인수해? 우리보다 두 배나 더 큰 기업을...?"

"비서실장이 호남지역 출신이고 돈6억 밖에 없는 사람에게 우리가 7천억 가까이 보증을 서면서 45층 고층건물을 외상으로 해주는데 그만큼 본전을 뽑아야 하지 않습니까?"

장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왕이면 다홍치마 이다 이말이지~"

 

그로부터 며칠 후, 서울그룹 고회장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호텔방에서 테이블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는 그렇게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렇죠. 고회장은 그저 필요성을 외치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거야 뭐 돈드는 것도 아닌데 쉽습니다."

고회장의 머리는 천정에서 뿌리는 샹그릴라의 빛을 반사시키면서 두꺼운 안경을 벗어 닦고 다시 콧등에 걸치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대통령께 말씀 잘 부탁합니다."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먼저 나갈테니 천천히 나오십시요. 같이 나가면 이목을 끌 수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김실장은 콧노래부르며 대답했다.

 

                                                    318

 

 

이튿날 김실장은 출근해서 외국사절 일정을 펭귄에게 보고하고 덧붙여 말했다.

"어제 고회장에게 주문을 말했습니다."

짤막하게 보고했다.

"뭐래요?"

"여부가 있겠냐고 하면서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꺼럼 꺼럼, 당연하지. 국무총리와도 협조를 긴밀하게 해요."

"네, 알겠습니다. 총리께서 국도그룹 회장과 골프 약속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알았소. 통일부장관 불러서 화성그룹 북한 사업을 지원하라 해요."

"네, 알겠습니다."

김실장은 다음 주 일정을 말하고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왔다.

 

장회장은 통일부에 장관과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었다.

"장회장님, 운세가 나날이 뻗어가고 있습니다."

장관은 특유의 주걱턱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다 나라를 위하고 민족을 위하는 사업인데요."

장회장은 껄껄거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럼요. 화성그룹이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북한 사업을 할 그룹이 없습니다.

정말 명예회장님은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영웅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제 아버님이시지만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고 또 계획중에

있습니다. 만일 아버님이 우리나라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커녕 뒷걸음치고 말았을 겁니다."

"그럼요. 맞아요 맞아."

장관은 두손을 붙이고 전기를 일으키려는 듯이 비벼대면서 상체를 숙이며 머리를 끄덕였다.

 

 

                                                       319

 

 

한편 서울그룹 고회장은 재벌회장들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전경련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기자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연막전술을 펴고 있었다.

기자들은 고회장 사진을 크게 실고 -빅딜-에 대해 상세하게 기사를 싣고 있었고 덧붙여 외국의 성공사례를 계속 연재하였다.

국도그룹 박회장은 전경련에 와서 빅딜을 외치는 고회장과 점심을 같이 하고 있었다.

"박회장님, 펭귄이 빅딜을 해야 만이 우리 기업이 국제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고회장은 두꺼운 안경알을 닦으면서 능청스럽게 물었다.

"글쎄. 웬 갑자기 빅딜을...."

박회장은 곤혹스럽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고회장은 선친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정치권을 멀리해라.- 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던 것이다.

"IMF를 빨리 졸업하기 위해서는 빅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이겠죠."

"그럼 고회장은 어떤 업종을 빅딜하라는 것 같습니까?"

" 조선, 중공업,반도체가 해당되지 않겠습니까?

 "음, 반도체라..."

박회장은 긴장해서 물었다.

"그럼 고회장은 반도체라면 화성과 국도가 합병이라도 시킬 것 같습니까?"

걱정되듯이 박회장은 고회장 표정을 읽으려고 뚫어져라 보았다.

 

                                           

                                               320

 

 

"반도체만이라면 걱정없죠. 조선과 중공업까지 포괄적으로 계획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외국 컨설팅에 의뢰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박회장은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물었다.

"중공업은 한국중공업과 화성 그리고 제 계열사인 서울중공업과 조선이 있습니다. 저도 걱정이 돼서 잠이 안옵니다. 우리 총리를 만나서 계획이 어떤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비서실장과도 만나보고 경제기획원장관과도 만나서 대책을 마련합시다."

"알겠습니다."

고회장은 차안에서 미소를 띠는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박회장은 국무총리 비서실장에게 골프 계획을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박회장은 총리와 골프를 치고 있었다.

"총리께서는 대통령이 빅딜을 해야 한다고 외국 컨설팅에 의뢰했다는데 결과가 나왔습니까?"

"아, 그것 말이요. 나왔습니다. 부총리와 어제 식사를 했는데 반도체가 시급하다는 보고를 들었어요."

총리는 시치미떼고 뜻밖이라는 듯이 말했다..

"네? 반도체요?"

"그렇다고 합니다."

 

 

                                                  321

 

 

"아니,그럼 저희보고 화성반도체를 인수하라는 겁니까?"

"아니요.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총리는 고저장단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말했다.

"내가 잘못들었나? 화성이 국도반도체를 인수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네에? 우리가 합병을 당해요? 그...그것은 말도 안돼요. 그 ..그..그렇지 않습니까?"

"당연하지요. 화성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데..."

"그럼, 우리는 화성 계열사 중에서 뭘 받으라는 것입니까?"

"나도 이상해서 부총리한테 물었더니 뭘 주라는 것은 없다던데...."

총리는 말끝을 흐리고 박회장을 슬쩍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박회장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골프채를 잡고 멍하니 파란 잔디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돈으로 지불한다고 하는데..."

"넷, 돈이요? 왜 돈으로 빅딜이면 화성건설이라도 맞봐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글쎄요. 그렇게라도 해야하는데... 어쨋든 나는 그렇게 들었소이다. 내가 잘못들었을까?"

"아니 화성그룹이 생돈을 주고 산다는 말입니까? 돈을 주고서라도 꼭 반도체를 사야겠다는 것은 뭣 때문입니까? 대진반도체가 인수한다면 몰라도 이제 갓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화성을 우리에게 인수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히려...? 그럼 얼마에 인수하겠다는 것입니까?"

 

 

                                                   322

 

 

" 국도반도체를 5조원이면 넉넉하다고 외국 컨설팅에서 제출했으니 아마 그 가격으로 인정할거요."

총리는 안경쓴 너구리 웃음을 입가로 흘리면서 또 한번 박회장 얼굴을 훔쳐보며 말했다.

"5조요?"

박회장은 놀라서 하늘을 멍하니 보았다. 표정은 일그러져 가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는 흰구름이 머물러 있었다. 햇빛은 흰구름이 가린 곳 만을 그늘을 만들었다.

"총리님, 이만 가봐야 겠습니다."

"그럽시다. 박회장 얼굴이 피곤해보이는데...내가 괜한 말을 했나봐요."

"별말씀을...오늘 말씀 감사했습니다."

 

한편 사우디에서 돌아온 화성건설 최사장은 장회장에게 출장 결과를 보고했다.

새로 발주 될 예정인 공사을 따내기 위해 정부의 지원과 현지 파견할 임원에 대해서였다.

"최사장, 수고했어. 명예회장님께서 워커힐 광장에 상가 분양할 건물을 짓겠다는 시행사가 있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주라는 지시야."

"네, 상가를 말입니까?"

"응, 빌딩을!"

장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323

 

 

"누군데 회장님이 직접 지시를..."

"회장님 자서전을 읽고 무작정 찾아가서 열변을 토했다더군. 명예회장님은

젊은 날의 자신의 초상을 보는 듯하다면서 흔쾌히 승낙하셨어."

"상가라면 우리 계열 건설사도 있지 않습니까? 국내 1위 건설사가 상가 건축에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층이야."

"고층이요? 몇층을....?"

"45층 정도!"

"네? 45층을요?"

"응 45층!"

장회장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듯이 잘라 말했다.

"회장님, 45층이면 견적이 얼마나오는데 도와주라는 겁니까?"

"얼마이든지 간에 추진하게."

"시행사는 자본금이 얼마 있는 회사입니까?"

"글쎄 조금 밖에 없어."

"그러면 잔돈가지고 45층 빌딩을 짓는데 도와주라는 말입니까?"

"음. 강변이니까 계열사가 할 수 없네 완공 후 분양을 위해서는 우리 화성건설이 시공해야 만이 성공리에 분양을 마칠 수 있어. 완공 될 쯤이면 경기도 살아날 것이고 분양에는 문제가 없을 거야."
"그러면 비용은 어떻게 조달합니까?"

최사장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조달하게. 부지 매입에서부터 완공까지!"

"네?"

                    

 

                                                        324

 

 

최사장은 놀라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회장님, 부지만 해도 만평이 넘을 듯 합니다. 45층 건물이면... 공사기간도

3년 소요될 것이며 부지 매입까지 약 4년 예상합니다. 정확히 산출해야 하겠지만 약 6~7천억 정도 들어가는데 4년이란 기간을 우리가 생돈을 지출해가며 공사를 맡아야 할 어떤 이유라도 있습니까?"

최사장은 목소리를 떨구어 물었다.

"아니, 명예회장님은 그때쯤이면 경기가 완전히 살아날 것이니까 분양하면 충분히 투자한 돈은 뽑을 수가 있다는 말씀이야. 그러니까 인력을 배치하게. 결재는 내게 바로 올리게. 서두르게."

장회장의 단호한 어조에 기가 죽은 최사장은 회장실을 나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튿날 장회장은 대통령비서실장과 호텔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장회장님,  축하드립니다. 박회장에게 반도체 빅딜을 총리께서 귀띰을 주었습니다.  서울그룹의 고회장은 전경련을 방문하는 30대 그룹 회장들에게 빅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비서실장은 신이나서 말했다.

"고회장이 생각보다는 열정적인데요. 아버님께서 고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었거든요."

"아, 언제가 나도 기억납니다. 고회장은 남들이 일구어 놓은 기업을 인수만 하고 창업한 것이 없다고... 자동차,전자 등"

"맞습니다. 뜻밖입니다. 그래 국도그룹 박회장은 뭐라 말합니까?"

장회장은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325

 

 

"총리께서 잘 구워삼았습니다. 안심하십시요. 참, 광장동에 짓는 건물은 추진하고 있는 거지요?"

비서실장은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아, 네 그럼요. 사우디에 출장갔던 최사장에게 초지급으로 추진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수시로 보고를 받을 것이니 안심하십시요."

"네. 펭귄대통령께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럼 국도 반도체를 언제쯤 인수 가능할까요?"

6개월 후면 고회장이 '빅딜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고 재벌총수를 설득하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요."

"네, 실장님만 믿겠습니다."

 

펭귄에게 다음 주 일정을 보고를 마치고 김실장은 말했다.

"장회장이 광장동 상가빌딩을 최대한 빨리 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잘됐스라 잉. 북한사업도 지원을 아끼지 말랑께."

"알겠습니다. 화성은 북한사업을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할까요?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텐데요."

궁금해서 김실장이 물었다.

"그래야 만이 국민들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겠소? 에이스 프로젝트를 다 차지하려면 뒷말이 많을테니까.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개발을 밀어줘서 북한 요구를

들어주고 지원도 해야 하는데... 정부로서는 더욱 잘된것 아니오? 밑빠진 독에 어느 그룹이 돈을 퍼주겠냐 이말이오."

"에이스 프로젝트가 그만큼 이익이 날까요?"

"암은,암은."

 

 

                                                        326

 

 

펭귄은 고개를 펭귄이 하는 모습 그대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무한한 시장이요. 장명예회장이 달려들 적에는 틀림 없당께. 그 양반이 어디 보통사람입니까? 하늘이 만든 사람이 아니고 누가 그렇게 선진열강기업을 젖히고 외화를 국가 예산의 3분지 1을 벌어들이겠습니까?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당께라!"

"명심하겠습니다. 국정원장이 도착했을 겁니다."

"들여 보내시요."

"안녕하셨습니까? "

"어떻습니까? 북한 김대사의 말은?"

"네, 달러를 보내달라고 합니다. 아시지요? 북한이 달러가 바닥이 난 것을..."

"그렇겠지. 얼마나 달라고 합니까?"

"십억달러를 말합니다. 그래서 대통령께 보고드리고 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십억달러를?"

"네. 현금화 할 수 있는 채권으로 십억달러를 일시불은 아니더라도 나누어서 보내달라고 합니다."

"보내줘야지. 오데로 송금해달라는가?"

"동남아시아 은행을 지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음, 해야지 송금을...그래야 나의 오랜 숙원이던 정상회담을 이끌어 내서 역대 대통령들이 못했던 공을 세워야한당께로!"

"화성그룹이 단독으로 할 수 있을까요?"

 

 

                                                    327

 

 

"지금은 감당할 수 있지. 그동안 중동에서 벌어서 모아놓은 것이 있지 않는가. 금융감독원장에게 지원해주라고 하면 된당께."

"화성이 과연 그만큼 북한에 퍼줄까요?"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스라. 더 주라고 해도 더 줄거랑께."

"그럼 김대사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펭귄은 끄덕였다.

"그리고,  워더맨은 뭐하고 있나?"

 

대통령은 궁금한 듯이 물었다.

"지금 고소사건으로 만들었습니다."

"고소를...?"

"네, 시간제 일을 하다가 미끄러져서 치료비를 과하게 달라고 해서 피의자 측에서 사기로 고소했습니다."

"미끄러지다니? "

"네, 통신공사에서 공사 후 모래를 바닥에 깔린 것을 방치했는데 그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다가 미끄러져 관절을 다쳤습니다."

"그럼, 진행은 어떻게 되는가?"

"총리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마 검찰총장이 서울지검장에게 지시를 내리고 지검장은 북부지청장에게 처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가 문제랑께! "

펭귄은 눈을 빛내며 반문했다.

 

                                                           328

 

 

"담당 검사가 통신회사 고소를 인정을 하지 않고 고소인 즉 피의자를 조사하겠다고 합니다."

"하극상이 항명하겠다는 건가? 누군가? 고향은? "

"부산입니다. 차검사인데 경력이 4년 차입니다."

"부산이래이...!"

펭귄은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아니랑께."

대답하고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생각에 들어갔다. 집무실은 갑자기 정적으로 가득찼다. 천정에서 쏟아지는 샹그리라의 불빛 만이 어둠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등 뒤로 봉황 한 쌍이 펭귄을 내려보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하기로 했나?"

" 군대에서 부대가 목표을 위해 행군하는데 튀어나온 돌은 자연히 밟히다 보면 없어집니다. 닳아서... 구두창에 말이지요."

"뭐라고 했담?"

"방 빼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는...?"

"다른 검사에게 배정돼서 기소해서 겁을 줘야한다고 총리께서 화를 내셨습니다. 국가적인 일에 하찮은 사람이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른다고 하시면서...격노하셨습니다. "

"판사가 기소하겠나?"

"손을 써놨습니다. 이미...!"

"어떻게?"

실장은 펭귄 귀에다 대고 귀 속에 집어넣었다.

"좋아! 빨리 워더맨 사건을 처리해야  될텐데...그래야 장회장이 대북사업에 돈을 풀텐데 말이지. 장회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알리고 뭐고 있겠습니까? 하나 하나 다 인정하면 대기업이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주는 대로 받게 될 겁니다.

따끔한 맛을 보여 줘야 만이 무서운 것을 알지 않겠습니까?"

 

 

                                            329

 

 

 

차검사는 출근하자 마자, 부장검사실로 호출 명령을 받았다.

"차검사, 이상하군."

"네? 뭐가 이상합니꺼?"

경상도 사투리로 차검사는 말했다.

"차장검사가 자네가 수사하는 일이 늦다는 거야. 부장검사 할 일을 왜 일일이 참견하는지 알 수가 없군."

"평소에도 그랬습니꺼?"

"아니, 처음 있는 일이네."

차검사는 자신에게 배당된 사건을 생각했다. 

"잘 모르겠습니더."
 "자네가 맡고 있는 사건을 가져와 보게. 한 번 봐야겠네."

"알겠습니더."

차검사는 기소사건 서류를 부장검사에게 갖다 놓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담배를 깊이 폐로 마시면서 자신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에 민원이 들어갔는지 생각해봤다. 혹시 청와대에 배경있는 피의자가 손을 쓰고 있는 것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부장검사는 차검사 사건을 정밀 검사했다. 큰 사건은 없는데... 알 수가 없었다.

이튿날 지청장이 회의를 주관했다.

"사건이 밀리는데 이렇게 늦어서야 되겠어?"

지청장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차장검사는 누가 일처리를 못하는지 찾았나?"

"네, 차검사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뭔데?"

 

 

                                                 330

 

 

"글쎄, 통신회사가 조그만 부주의로 해서 협박을 받고 있어서 고소 사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지청장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오히려 피의자 편을 들어서 통신회사를 조사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담당 주사를 불러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민사사건을 형사로 만든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차검사는 말했답니다.   사기와 협박으로 피해 본 것이 전혀 없는데 치료를 중단하고 고소했는지 사업체가 질이 아주 안좋다고 했답니다."

부장검사는 자신이 관리하는 사건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음, 손발이 척척 맞는군 그래. 지청장과 차장검사가 하찮은 사건을 회의 석상에서 분석하고 있다니...) 부장검사는 뭔지 모르지만 이유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떻게 생각해?"

지청장은 부장검사에게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검사가 소신을 갖고 일을 하는데 선배가 원칙을 무시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31

 

 

부장검사는 지청장을 마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청와대 민원이 들어가면 당연히 대검으로 갈 것이 아닌가? 고소했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지청장은 자신도 어쩔수없다는 듯이 말했다.

"방 한개 비워야 할 듯 한데요."

차장검사는 지청장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래. 방 빼도록 해!"

지청장은 부장검사를 보며 명령했다. 그리고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차장검사도 뒤따라 나가자, 다른 두 명의 부장검사도 일별도 하지 않고 회의실을 나갔다. 회의실 긴 테이블 좌우로 의자가 텅비어있고 냉냉한 정적 만이 감돌았다.

 

부장검사실로 호출받은 차검사는 쇼파에 부장검사와 마주 앉아 있었다.

"거, 왜 화성 명예회장 이름과 같은 통신회사 사건을 가지고 간부회의에 지청장이 언급했는데...자신도 상부로부터 시달림을 받는가 봐. 차검사 그 통신회사 사장을 불러서 조사해봤나?"

"네, 서류 그대로 피의자가 치료비 가지고 더 뜯어낼려고 협박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협박을...?"

"청와대에 민원을 넣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통신부에도..."

"그래서 사기 협박으로 고소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통신부에 민원이 들어가면 하청받는데 막대한 피해를 본다면서."

"그러면 양측을 불러서 적당한 선을 정해주지 그랬어. 그 통신회사가 배경이 대단한 가봐. 지청장이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지."

 

 

                                                      332

 

 

 

"그래요? 뭐하고 하셨습니까?"

"검사가 하는 일을 선배가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지."

"그랬더니요?"

"신경질적으로... 방 빼라는 거야."

"네? 방빼요!"

차검사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부장검사를 보았다. 고시공부하느냐고 초지일관으로 밤을 새우고 낙방하고 또 세번에 도전해서 패스했는데...

부장검사는 차검사 충격을 이해한다는 듯이 조그많게 말했다.

"누구나 다 공직을 시작할 때는 꿈이 있지만, 관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있어. 그때는 미련없이 변호사 생활하는 거야. 뭐,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니까 일부로 공직 조금만 하다가 변호사 길을 택하는 것은 늘 봐왔잖나?"

부장검사는 허탈해하는 차검사를이해시키려고 말했다.
 

" 응급치료 받은 영수증이 있으니 당연히 시공사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고 치료를 해주고 나서 양쪽이 합의를 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치료가 끝나기도 전에 고소를 하니까 도저히 납득이 안됐습니다."

"그랬군. 도대체 그 통신회사 사장은 화성그룹 명예회장과 사둔의 팔촌이라도 되는가? 알 수가 없군 그래."

 

                                       

                                                    333

 

 

부장검사는 화가나서 책상으로 가더니 서랍에서 양주를 꺼내 잔을 두 개 꺼내어

왔다.

글라스에 호박빛 술을 따르고 맥주를 타서 차검사에게 건넸다.

"마시세. 이렇게 쉽게 공직의 꿈이 허물어지다니 어디 화가나서 풀 수가 있나? 정말 폭탄주 마시지 않으면 암이라도 걸릴 것 같군."

"자네 방은 휴계실이 된다네."

"차검사는 고개를 숙이고 허탈감 속에 젖어 있었다."

"그런 법이 이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어디긴 어딘가 북부지청에 일어나는 일이지. 나도 더러워서 못해먹겠군. "

부장검사는 양주병을 들고 다시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맥주를 따서 차검사 잔에 <폭탄주>를 만들어 주면서 말했다.

"마시세... "                             

 

그로부터 13일 북부지청 부장판사실에는 관계되는 사람들로 북적됐다.

"고소인이 치료비를 부풀려 요구하고 협박한 것은 엄격한 사기죄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비록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피해본 사실로 기업 활동을 가로막고 피해를 입히려는 사례는 사회정화를 위해서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김부장판사는 오준호를 보며 물었다.

 

 

                                                     334

 

 

"피고는 할 말 있습니까?"

"네, 재판장님. 검찰 측에서 제가 과하게 돈을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로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치료비와 물리치료 활동을 제한 받는 것을 정확하게 산출하지 못하고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절대로 협박하지도 않았고 제 위치에서 그럴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고소를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닙니까?"

"북부경찰서 형사가 제가 사는 곳까지 찾아와서 범죄가 있느냐  질문을 하는데

조사할 일이 있으면 경찰서로 불러야지 왜 제 방으로 와서 찾아오느냐 말입니다. 제가 답답해서 판사님께 전화드렸지만 저는 여지껏 남에게 피해를 입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재판장님께서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하러 간다고 말씀하셨는데 판사님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오준호는 화가 나서 목소리에 힘을 주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또 통신회사가 전화선 케이블을 깔고 난 모래를 잘 관리해야지 비가 온 후에 언덕으로 쓸려내려 간 것을 방치한 것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그들도 인정했습니다. 물론 제가 오토바이 운전을 잘 하진 못했지만, 화가 나서 치료비를 과하게 요구했는데, 이것이 어떻게 형사사건이 될 수 있습니까?

 

 

                                                     335

 

 

고소인은 제가 협박을 했다고 하는데 제가 협박할 배경이 없는 사람입니다. 경찰서에서 수시로 조사받아라 하고, 형사가 제 방문을 노크하고, 판사님은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한다고 하시고, 생업에 종사할 수가 있겠습니까?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오준호는 법정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안경을 끼고 사각형 얼굴을 가진 판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강철은 볼 수 있었다.

 

"내 참, 판사 생활 20년 동안 재판장에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참, 기가 막히군. 그래. 다음 재판은 15日 뒤에 선고하겠습니다. 나오세요."

부장판사는 강철에게 말했다. 오준호는 보지 못했다. 부장판사 눈에 살기가

스쳐지나간 것을...

 

오준호는 설마 자신에게 불이익이 닥칠 줄은 전혀 몰랐다. 자신은 쌓인 스트레스로 말하고 싶었던 것을 말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판사가 한 말을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은 결백하니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신이 절도와 사기와 전혀 관계없으며 치료비를 요구한 것에 불과한 것인데 왜 재판에 서야하는지 시공사는 왜 치료비 협상하다가 갑자기 사기로 고소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336

 

 

그날! 부장판사가 선고하겠다고 선언한 바로 그날 오준호는 시간 전에 법정에 나가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이윽고 판사가 자신과 회사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자리로 나갔다.

민사가 무엇인지,형사가 그리고 가정법원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강철을 지나온 젊은 날 모든 시간을 사회에서 일해왔던 터라 지식이 전무했다.

자신이 지금 형사사건 법정에 서있는 줄도 모르고 빨리 치료비를 받기를 갈망했던 것이다.

오준호는 피고소인이 되어 자리에 섰으며 고소인 회사 측에서는 간부가 나왔다.

재판장은 오준호가 출석하여 자리에서 일어나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을 오준호는 알지 못했다.

"고소인의 내용을 볼 때 고소인이 제시하는 치료비와 위자료를 거부하고 더 요구하는 것은 기업이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따라서 피고소인의 행적이 의심스럽고 직업이 일정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도주의 우려가 있으므로 <법정구속>을 선고합니다."

부장판사는 재빨리 말하고 선고망치를 땅! 땅! 땅! 내리쳤다.

 

 

                                                      337

 

 

그러자 경관이 다가와 오준호의 양팔을 붙들고 법원 내 영창으로 끌고 가두었다.

장내에서는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서기들고 뜻밖이라는 듯이 기록하고 재판장을 올려다 보았다.

 

잠시후 오준호는 북부지원에 있는 구치소에서 차거운 마루바닥에 누워 울고 있었다. 충격을 감출 수 없었고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누군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준호씨... 오준호씨..."

"네?"

" 집에 연락해서 면회오라고 해드릴테니 주소 알려주세요."

안경쓴 서기였다. 연민의 눈으로 강철을 창살 사이로 보면서 힘없이 말했다.

"없어요. 알릴 필요 없습니다. "

"그래도 되겠습니까?  걱정하실텐데요.."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알았습니다."

서기는 뒤돌아 갔다. 창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음식을 시켜놓고 먹고 있었다.

저녁 9시

"다 나와! "

교정직원이 창살 문을 열고 손짓했다. 창문에 창살로 유리를 막은 호송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인원을 점검한 교정직원은 출발시켰다.

 

 

                                                       338

 

 

철장으로 가린 호송버스는 준호와 다른 죄수를 실고 어둔 법원을 빠져나가 시내를 지나서 어디론가 달렸다. 준호는 도대체 자기가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양 손목에 굵은 밧줄로 묶여져 있다는 것이었다.

추웠다. 빈 속이라 창문으로 들어오는 초겨울 찬 바람은 이를 덜덜 떨게 만들었다.

한참을 달린 후에 도착한 곳은 커다란 문이 있는 곳이었다.  문 앞에는 대낮처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성동구치소에 도착하자 짐과 휴대폰을 보관증에 서명하고 죄수복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교정직원 지시대로 입고 있는 옷을 다 벗었다.

알몸이 된 강철을 교도관은 막대기로 성기를 건드리고 위 아래로 움직였다.

"툭!"

성기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알자, 교도관은 준호 다리 사이를 막대기로 넣어 양쪽으로 치면서 말했다.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

말하고 눈을 들어 자세해 준호의  항문을 들여다 보고, 우측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죄수복을 입은 오준호는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싸늘한 죄수복의 번호가 강철의 눈을 찌르고 있었다. 방으로 배치되자, 죄수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9명이 한 방에 엇갈려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감방에서 나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코고는 소리가 여기저기 드르렁거렸다.

 

 

                                                        339

 

 

아침이 돼자, 한 잠도 못잔 강철은 죄수와 함께 이불을 개고 식탁을 놓고 음식을 옮겨놓았다.

"여봐, 왜 안먹는거야?"

"네, 밥 맛이 없어서 그럽니다."

"첨엔 다 그래."

화장실에서 나오는 악취는 코를 찌르고 있었으나 죄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밥입에 넣고 있었다.

"여봐, 설겆이 해."

우락부락한 젊은 죄수가 오준호에게 말했다. 그러자 신입을 면했다는 듯이 즐거운 표정으로 한 사람이 다가와서 화장실에서 설겆이 하는 것을 시범을 보이며 해보라고 했다.

"설겆이 다 한 다음에는 퐁퐁으로 바닥을 닦어야 만이 냄새가 안난다 이말이야.

해봐! "

 

 

준호는 시간이 나는 데로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설겆이를 넘겨준 젊은 죄수가 다가와서 물었다.

"여봐, 당신 전과있어?"

"네? 전과라니요?"

준호는 처음 듣는 소리라서 쳐다보며 물었다.

"아, 참 이런. 빵에 몇번 드나들었냐구."

"빵이 뭡니까?"

"이사람, 감방에 몇 번 드나들었냐고?"

"저, 처음인데요."

"그래? 그런데 어떻게 들어왔는데..."

"오토바이 타다가 넘어져서 치료비를 많이 불렀더니 고소당했습니다."

"어떤 오토바이?"

 

 

                                                    340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데 타는 배달용 오토바이 있잖습니까?"

"아니, 자신이 다치고 치료비도 받지 못하고 고소당하고 구속됐어?"

"모르겠습니다. 내가 왜 구속당했는지..."

"재판에서 검사가 형을 얼마 때렸는데?"

"아니, 검사가 판사에게  말한 것 못들었는데..갑자기 판사가 뭐라고 읽더니 땅

! 땅! 땅!  세번 나무망치를 때리니까 바로 경찰이 ..."

"경찰이 뭐?"

"판사가 갑자기 뭐...구속한다 하니까 경찰이 바로 양팔을 잡아 법정 옆 작은 문을 열고 데리고 나가 영창에 바로 쳐넣던데요."

"뭐? 아니 당신 그럼 법정구속 당했다는 거야?"

"그게 법정구속입니까?"

"판사가 법정에서 바로 구속하는 게 법정구속이야. 아니,왜 당신을 법정구속했다는 거야?"

"모르겠어요. 내가 왜 법정구속을 당했는지도...나는 치료비라도 받으려고 재판에 나갔던 것인데 그럴줄 알았으면 나가지 않고 판사에게 잘못했다고 말하고 치료비만 받게 해달라고 말하고 도망다니지 내가 미쳤다고 구속당할려고 법정까지 가겠습니까?  그게 법정구속입니까?"

 

 

                                                 341

 

 

 

"아니, 그 판사 또라이 아냐? 초범인데 그것도 뭘 훔친것도 아니고 강도짓도 한 것이 없는데...치료비를 부풀려서 달라고 했다고 법정구속을 시켜? 여지껏 들어본 적이 없는 사건이네."

죄수는 이해가 안된다고 하면서 다른 왕초 방장에게 가서 물었다.

"형님,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습니까?"

"글쎄, 그것 참!  판사가 이삼십년 판결에서 과연 법정구속할 수 있는 사건을 몇 번이나 맡을 수 있을까 할 만큼 드문 사건인데...돈도 받은 것이 없고,초범인데 부상당해서 치료비를 과하게 요구하고 정통부에다 민원을 제기했다...정통부에서 뭐 하청회사 일은 정보통신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할텐데 말이야."

몇 년 동안 방장을 하면서 드나드는 범죄 사건을 다 듣고 배운 조폭방장도 머리를 갸우뚱하였다.

"법정구속은 뭡니까?"

"법정구속은 판사가 피의자가 중요한 일을 가지고 도주할 우려가 있고, 전과가 있는 경우, 아주 특별한 케이스을 제외하고는 휘둘르지 않는데...."

 

 

                                                    342

 

 

준호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자신이 법정구속을 당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검사가 선고를 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판사가 그렇게 쉽게 법정구속을 선고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고, 자신은 초범이니까 항소심에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다시는 안하겠다고 하면 판사는 집행유예로 풀어줄 것이라고... 두달에서 석달 사이에 풀려나가니까 안심하라고 했다.

 

각 방에는 전과가 많은 방장이 하나 둘씩 있었는데 술집 깡패들이 대부분이었다. 조직폭력배들은 교도소를 수없이 들어오면서 그들은 법에 대해서 훤한 실무적 박사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살인미수로 잡혀 들어와 10년을 복역하고 나면 사법고시 패스 그 이상의 실무 이론을 마스터했다고 변호사들도 인정하고 사무장으로 채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각 방에 8~10명씩 있는데 한 달에 두 세명은 세상으로 풀려나가면 다음 죄수가 들어오고, 그러면 방장이 식사 후에 빙 둘러 앉아 형사소송법에 대해 적용되는 법을 말해주는데 정말 그랬다.

 

 

                                                    343

 

 

준호는 운동시간에 나가서 하늘을 보고 서울구치소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고 있었다.

(아, 언제 제주도에 갈까. 항소심은 언제 배당되는가. ㅏ탈출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그리고 그 판사를 죽여버리고 나도 죽을까. 김가들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

면도를하지 않아서 수염이 길게 자라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식사를 담은 리어커가 다가와 조그만 문을 열고 보리밥과 국을 퍼주고 오징어 젓갈과 함께 고추가루도 없는 익지 않는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넣고는 탁! 조그만 문을 닫고 옆방으로 가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5명 입니다."

다음 방에서 죄수가 인원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준호는 한 달이 됐는데도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수세식이 아니라 시골 변소와 같아 변을 치우지 않아 쌓인 변냄새는 두통을 안겨주었다.

 

 

                                                   344

 

 

식사 후에 누워있으면 쥐가 머리 맡을 휙 지나갔다. 영화 (빠삐용)이 생각났다. 스티브매퀸이 영국령 감방에서 바퀴벌레를 잡아먹으면서 생명을 연장한 것이 떠올랐다.

자유! 무인도에 갖혀 뗏목을 만들어 자유를 찾아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장면이 오버랩이 되어 영화보며 감동하고 울었던 젊은 날을 떠올렸다.

준호는 놀랐다. 판사가 이렇게 무서운줄을...검은 옷입은 사람  한마디에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준호는 결심했다. 집행유예로 나가면 반드시 그 부장판사를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준호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낙서를 하는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턱을 벼개에 고이고 무협지를 읽고 자는 것이 하루 일 마감이었다.

우선 인천에 있는 우건이를 찾아가서 의논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완벽한 범죄를  할 수 있는지를...

살인사건 사례를 연구하고 수사는 어떻게 하는지도... 완전범죄가 안됐을 때는 어떻할 것인가. 바로 목숨을 끓을려면 동맥을 면도칼로 자르면 될까. 아니었다.영화에서 보니까 자살미수가 되기도 했다. 혀를 깨문다면...

총이 있다면 간단할텐데... 삶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345

 

 

완전범죄를 해야 겠다. 복수를 해야겠다. 나는 살고 부장판사는 죽여야 겠다.그 가족까지도... 아니 가족이 뭔 죄가 있단 말인가. 그 부장검사만 죽여야겠다.  선을 베풀어서 종을 울려...?"

석궁으로 쏴죽일까. 아니면 어둠을 틈타 집에 들어가는 찰나 전봇대에 숨어 있다가 칼로 목을 끓으면 어떨까. 지문이 남겠지. 장갑끼면 된다. 알리바이는 어떻게....?

분명히 수사관은 원한관계를 본다면 내가 1순위로 지목될 것이다. 부장판사가 피살되는 경우는 당연히 원한사건이라는 것을 경찰을 범위를 좁힐 것이고, 부장판사 주변 사람을 조사하고, 판결한 것 중에서 원한 살만한 사람을 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정구속> 사례를 찾으면 당연히 내가 수사 제 1순위 촛점이면 나는 부장검사를 살해하는 시간  바로 그 시간! 에 어디에서 무엇을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만이 완전범죄가 되는데 <알리바이>를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쌍둥이가 있다면 좋을텐데...

부장검사가 영화관에 간다면...어둠속에서 불을 지르면 관객이 날뛸것이다.

그때는 어떨까...안될 것이다. 노림수가 엿보인다. 우연으로 검찰은 보지 않는다.

 

 

 

                                                       346

 

 

 

<태양은 가득히> 아랑드롱의 젊은 날 데뷔작에서 아랑들롱은 돈과 여자가 탐나서 주인과 함께 배를 타고 대서양으로 나가 주인을 죽이고,시체를 바다 속에 던졌는데... 완벽한 범죄라고 만족한 미소를 띠우는 아랑들롱.

 주인 애인에게는 사고로 실종됐다고 말하고 차지하고는... 부모에게는 우편으로 필체를 모방해서 실종됐다고 편지를 부쳤다. 

득의의 미소로 눈을 빛내던 아랑들롱!  두 팔을 벌리고 태양의 빛을 가득히 받으면서 해변에 내리쬐는 빛을 받으며 <태양이 너무 뜨겁군.> 말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그때 형사는 아랑드롱을 체포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형사는 추적하여도 증거가 없어서 수사는 제자리로 맴돌고...아랑들롱이 타고 나갔던 배가 정박해 있던 항구로 가고 바닷물은 썰물이 되어 서서히 빠져나가자, 스쿠루에는 줄이 걸려 있었다.

정박된 배로 가서 살펴보는 형사.  썰물이 되어 배가 바닥을 들어내기 시작하고 배 뒷쪽에 프로펠러에 웬 줄이... 형사는 이상해서 프로펠러를 돌려 본다. 줄을 당겨지고, 딸려나오는 것은... 주인의 시체가 !   아랑들롱 영화가 파노라마가 되어 스쳐지나갔다. 완벽한 범죄가 될 줄 알았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

 

 

                                                       347

 

 

살인청부는 어떨까? 돈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돈...

삶이 지겨웠다.  왜 자신에게 행복은 어디로 가고 이처럼 고통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가. 사람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지 고생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쥐가 까만 눈을 빛내면서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준호의 눈을 보고 있었다.

상대의 조그만 움직임도 없으니까 쥐도 여유를 갖고 있다. 천정에 매달린 흐린 전구는 빛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쥐가 태연한 것은 내가 움직인다 해도 사정권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빤히 쳐다보는 쥐눈은 까맣게 전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오히려 쥐는 깨끗한 동물이라고도 생각했다. 세균을 옮기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조물주로부터 멍에를 받은 동물이지만, 사람답지 못한 인간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고, 그냥 자살을 하면 어떨까.

아니,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사회에서 없어져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준호의 눈은 어둠 속에 빛나는 굶주린 늑대의 눈이 되어 모닥불처럼 활활타고 있었다.

 <알리바이> 만 완벽하면 되는데... 그게 문제였다.

 

 

                                          

                                                    348

 

 

준호는 알리바이가 성립이 안되면 완전범죄는 성립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이처럼 감옥에 와서 십년을 넘게 살아야 할 것이었다.

차라리 납치해서 잔인하게 죽이고 자신도 죽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 그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신문과 방송은 취재를 할 것이며, 왜 <법정구속>을 했는지 기자들은 부장판사에게 물을 것이다.  아니. 내가 말하라고 할 것이다. 칼을 목에 대고서...그러면 부장판사는 살기 위해서 자기가 왜 법정구속을 내렸는지 목소리를 덜덜떨면서...언론과 국민은 알게 될 것이지만, 자신의 죄는 죗값을 치뤄야 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하여도 법을 어기면 그것은 법치국가에서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죗값을 치루나. 부장검사를 죽이고 자신도 삶을 마감하면 된다고 마음 먹었다. 준호는 자신이 화성그룹 로얄과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349

 

 

서울고등법원 곽부장판사실은 법원 건물 왼편에 20층에 있었다. 곽부장판사는 항소심 서류를 눈을 빛내며 보고 있었다.

북부지원에서 부장판사가 <법정구속>한 사건은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흥미를 끌었다.  세밀이 읽고 한번 더 읽기를 마친 곽판사는 창가로 가서 강남을 내려다 보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한모금 길게 빨고 후~ 유리에 붙이기라도 하려는 듯이 불어댔다.

 

판사 생활 30년 동안 자신도 많은 판결을 했지만... <법정구속>을 과연  몇 번 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초범이고, 중요한 서류위조 사건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형 금융사건에 관련될 만큼 사회적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어린이 유괴범에 관련된 것도 아니다. 

가정 파괴범도 아니고, 방화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바이러스를 퍼뜨려 사회에 커다란 피해를 입힐 사건도 아니다. 돈을 뜯어내기 위한 유괴사건도 아니고, 첨단 기술을 해외에 유출 방지도 아니다... 왜? 라는 의구심을 곽부장판사는 떨쳐버릴 수 없다.  

버릇을 고치려고 소위 <괘심죄>로 맛좀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떠올랐다.

 

 

                                                      350

 

 

곽 부장판사는 결심했다. 자신도 이제는 <변호사>가 될 때가 온 것이라고...

많은 판사들은 나름대로 변호사가 되는 계기가 있다. 승진이나 대기업 고문변호사 또는 수입이 필요해서 나름대로  공직을 떠나는 이유가 있지만, 곽 부장판사는 여느 사람과 달랐다.

자신은 법의 길을 걸으면서 무죄의 사람을 자신이 집행하게  되었을 경우, 그것도 약자였을 때가 자신이 변호사로 나갈 때라고 다짐했던 것이다.

 

준호는 색이 갈색 죄수복을 입고 양손에 밧줄을 감고 있었다. 교도관이 항소심에 나가니까 수염을 깨끗히 깍아서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보여야 만이 죄를 뉘우치는 것으로 알고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했다.

그동안 길렀던 수염은 인지 손가락 절반으로 자라 있었고 머리카락 보다도 깍기가 더 힘들었다.

할수없이 면도칼이 안되서 가위로 피부 바짝 대서 자르고 면도를 했다. 생전 처음 수염을 길러본 적이 없는 준호는 40여일을 길러온 턱과 콧수염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파랬고 흰구름은 어릴 적에 보던 구름이 집으로 돌아온 듯한 모양을 만들었다.

 

 

                                                     

                                                     351

 

 

교도관이 굵은 밧줄을 두 손목에 매는 것을 보면서 국가와 법 그리고 사회를 생각했다. 삶을 마칠 때까지 나는 이 테두리에서 살아야 했다. 만일 또다시 이런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하나. 나는 착하게 살려고 해도 나를 함정에 빠뜨리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헤쳐나오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조폭 방장은 말했다. <당신은 초범이고 오히려 엄밀히 따지면 피해자이다. 그러니까 묻는대로 대답하고 다신 안그러겠습니다. 하면 2년 형에 10개월 집행유예를 선고할 것이고, 여기에 오자마자 바로 나가니까 내일은 집에 가서 먹고 싶은 것 먹고 가끔 내게 면회와서 심부름을 해 줘.>

그 10개월 내에 죄를 지으면 감옥에 다시 와서 나머지 형량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만큼 준호는 두려웠다. 2년 내에 어떤 사건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우건이는 준호가 성동구치소에서 서울교도소로 이전 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통  형이 확정돼야 이송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면회를 다녀온 후 우건은 생각에 잠겼다.

 

 

                                                          352

 

 

<어떻게 감쪽같이 복수를 한다?>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알고 있는 인천에는 항구라서 조폭이 많았고, 자신은 그들과 원만하게 돈을 줘가며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사망이 좁혀오게 되면 과연 어떨까 하는 것이다. 단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고, 반 죽음으로 만들면 경찰이 과연 가만히 있을 것인가.

오랫동안 숙고하던 우건은 <용병> 쪽으로 방향을 잡기로 했다.

 

준호는 자신이 교대 전철역을 지나면서 보아온 검은 검찰청 빌딩과 오른편에 쌍둥이 법원 건물을 보아 왔다. 하지만 자신이 오른쪽 지원이 아닌 고등법원 건물로 항소심을 하기 위해 재판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버스는 서초경찰서를 지나 향나무가 있는 서초역 사거리를 유턴해서 들어갔다. 검찰청 옆에 버스는 서고, 준호는 밧줄에 묶여 굴비처럼 줄줄이 밧줄로 연결되어 지하로 끌려갔다.

 

 

                                                        353

 

 

 

대기하고 있으니 많은 죄수들이 있었고, 여자들도 있었다.  외모가 팔방미인이라고 할 정도로 미녀도 있었다. 준호는 궁금해서 옆 전과자에게 물었다.

"저렇게 이쁜 여자가 왜 이런 곳에 왔을까. 부자집 아들이 결혼해 달라고 ?아다닐텐데.."

"대마초 판매하기도 하고... 피웠다든가...술팔면서..."

고등법원은 복도에 붉은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지방법원은 시골학교라면 고등법원은 죄수를 벌하는 곳이 아닌 사교장 같이 아늑했다.

자신의 차례가 오자 준호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문을 열고 교정관이 가르쳐 준대로 단상에 섰다.

마주하고 있는 판사를 보았다  검은 상징복을 입고 안경을 쓴 부장판사 좌우에 여성 한명과 남자 판사가 보좌하고 있었다. 천정을 문득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의 죄를 벌하다니...>  준호는 오직 神 만이 ... 조물주 만이 인간을 벌하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354

 

 

곽부장판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준호를 주시하면서 물었다.

 "최종 학교는?"

"00 학교 중퇴했습니다."

"항소 내용을 보니까 무죄를 주장하는데 자신은 정말 죄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는 치료비를 과하게 요구했을 뿐입니다."

"고소인은 당신이 청와대 민원실에 정보통신부에 찾아가서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데 왜 그렇게 많이 요구했습니까?"

"화가나서 그랬습니다. 그 후 저는 고소인이 치료비와 한 달 쉬는 비용이면 합의 보려고 했습니다."

"고소인은 당신이 민원을 제기한 관계로 회사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얼마나 입었는지 제가 민원을 제기하기 전과 그 후 수주현황과 재무재표를 비교한다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검사측에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네, 서류 갖추어 제출하겠습니다."

"선고 재판은 다음 주 수요일 합니다. 땅! 땅! 땅!"

 

 

                                                   355

 

 

 

준호는 교도소로 돌아와서 생각했다.

무죄를 주장해서 몇개월 감옥에서 썩는 것보다 죄를 인정하고 <집행유예>를 받는 게 낫다고 옆에 죄수도 말했다. 판사가 학교를 묻는 것은 알아보고 진실성이 있는가. 또 항소 내용을 보고 재판에 참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선고 날짜를 기다렸다. 일주일 후 준호는 재판에 나갈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됐다. 교도관에게 물었다.

"아니, 수요일 출석 명단에 왜 내이름이 없읍니까?"

교도관은 명단을 다시 보더니 말했다.

"아니, 자네 이름이 없는데... 그 때 담당 교도관이 누구였지?"

"잘 모르겠습니다."

"알아볼께."

준호는 불길한 생각이 퍼득 들었다. 부랴부랴  판사에게 편지를 썼다. < 몸이 아퍼서 빨리 나가게 해주십시요.  민원을 제기하고 치료비를 요구한 것은 잘못했습니다. 아무쪼록 살피시어 자유인이 되게 해주십시요.>

 

 

 

                                     356

 

 

 선고일이었다. 그러나 준호는  자신의 이름이 명단에 없다고 하여서 방에 멍하고 있었다. 판사님께 편지를 썼는데도 호출이 없다니...

그렇다면 한 달을 더 감방에 살아야 한단 말인가.

오후 2시가 되자, 재판 받은 죄수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교도관이 헐떡거리며 달려와서 준호 이름을 불렀다.

"오준호! 빨리 나와!"

준호는 영문을 몰랐다. 문을 지키고 있던 교도관에게 달려온 교도관이 말했다.

"판사가 왜 빠졌냐고 묻고 지금 데려오라는 거야."

"허,참 .."

교도관은 난생 처음 본다는 듯이 혀를 찼다.

감방 문이 열리자, 준호는 천사의 날개를 본 듯했다. 버스에  준호 혼자만 태우고 운전하는 기사는 첨 본다는 듯이 준호를 몇 번 아래 위를 쳐다보았다.

마치 준호가 대단한 배경이라도 있는지 엿보려는 눈이였다.

 

 

                                                  357

 

 

검찰청 지하를 지나 내려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도관이 안내하는 부장판사실로 들어갔다.

호리호리한 판사는 준호를 보고 말했다.

"이상하군. 무슨 착오가 있나 봐 자, 선고합니다. 집행유예 2년에 징역 10월을 선고합니다."

판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준호를 마주하고 선고내용을 기록한 것을 읽고 선고했다. 판사 뒤에는 여직원과 남자 직원 다섯명이 열심히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왼편에는 강남이 보이는 유리가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 감옥에 있었던 기간이 두 달인데,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조심해서 살아가도록 해요."

판사는 말하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당신은 함정에 빠졌으니 앞으로 조심해서 다시는 감옥에 오면 안돼!> 하고 눈으로 말하는 것을 준호는 보았다.

 

                                               

                                                358

 

 

커다란 버스는 다시 준호를 태우고 개봉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을 나서자 버스는 88올림픽도로를 타기 위해 우회전 했다. 준호는 왼쪽에 있는 향나무를 보면서 생각했다. <향나무를 다시 보게 됐구나.>

기사는 운전하면서 궁금함을 참지 못해 물었다.

"여보게. 판사가 자네를 왜 불렀나?"

"선고일인데 교도관이 나를 빠뜨렸어요. 선고출석 명단에 내이름이 없어서 판사한테 편지를 썼지요. 잘못했다고... 몸이 아프니 집행유예를 해달라고..."

"그런데, 왜 자네 이름을 빠뜨렸을까. 여지껏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참, 이상하군 그래."

 

준호는 버스가 대문에 도착하자, 큰 대문이 열리고 버스가 들어가서 내렸다. 이제는 그토록 나가고 싶어했던 날이 온 것이다. 기뻤다. 자유의 품에 안겨서...

방에 들어오자 함께 있던 은행 대리 전과자는 실형 2년을 받고 달력에 하루하루 지나면 동그라미를 하고 언제 2년을 마치나. 한탄을 하였다.

 

 

                                                  359

                                                

 

"아이고, 나는 내일 목을 매야겠다. 저렇게 나가는데 나는 이제 6개월인데 어느세월에 2년을 채운단 말인가."

은행대리였던 죄수는 불법 대출을 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실형 2년을 선고 받았는데, 돈이 있어서 부식<훈제 닭고기, 김치, 우유, 과자, 빵>등을 잔뜩사서 준호는 덕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자 준호는 청소하러 죄수 복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제일은행장이 자신의 동생 사업에 불법대출로 구속돼서 아침에는 밖으로 나가서 조경일을 하고 식사도 하고 저녁 5시에 들어와 생활한다고 들었다.

 

문을 나서자 죄수들은 그동안 좁은 방에서 함께 생활했던 이별의 말을 했다.

두달 전에 들어올 때에 소지했던 돈과 핸드폰을 확인하고 몇 번의 문을 통과해서 마침내 마지막 대문 앞에 이르자, 준호는 이제는 사회나가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났다.

 

 

                                                 360

 

 

대문 옆에 작은 문이 열리고 경비는 등을 밀고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준호는 떠밀려 바닥에 엎어졌다. 자신이 왜 엎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캄캄한 밤하늘에 달이 휘영청 밝게 비추고 있었고, 초겨울 11월 날씨는 창자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준호는 한참을 교도소 대문을 보다가 일어났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불빛이 비추는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불빛이 보였다. 반가웠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만오천원이 나왔다. 호빵을 사서 먹고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는 준호를 아래 위 쳐다보았다.

더 머물고 맥주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챙피해서 얼른 가게를 나와 형님 집으로향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후 준호는 그 날을 잊지 못했다. 법정이 아닌 판사실  직원이 일하는 곳에서 집행유예를 내려준 것을 ... 그것은 마치 신부님이 준호에게 고해성사를 주는 것과 같았던 것이다.    준호에게는...

준호는 곽판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집행유예를 주면서 말한 내용을 잊지 못하고 인사드리려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변호사가 되었던 것이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361

 

 

장회장 사촌인 위성그룹 장태호는 준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장회장 형제는 태호로부터 보고받고 나서 말했다.

"이제 마무리 할 때다. 태호 너 가서 받아와!"

"얼마를 줘야 할까요?"

"프로젝트가 TAKE FIVE 야.  조금 더 가져 가~"

"알았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수출광고를 할 수 있겠군."

부회장 태헌은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말했다.

"빨리 마무리해야 돈을 갖다 쓰지 원, 프라임 빌딩 45층에 돈을 쏟아부으랴, 대북사업에 10억 달러를 보내랴. 김정일이 주문이 많아서 말이지."

"10억달러를 줄여서 호텔 등을 지어주면 어떨까요?"

"그래, 그것도 좋은 방법이야. 추진해보자. 아버님께 말씀드려야지."

장회장이 말하자, 부회장이 덧붙였다.

"지금 북한에 10억달러를 쏟아붓고 나면 은행돈을 써야해요. 태호는 빨리 워더맨 찾아가서 해결하고 도장 받아와."

"알았어요."

 

 

                                                      362

 

 

그후 태호는 63억을 들고 워더맨과 가까운 사람을 찾아가기 위해 워더맨 핸드폰을 감청한 내용 중에서 가장 녹녹하고 탐욕이 있는 사람이 누굴까 하고 찾아 보았다. 워더맨은 한강을 좋아하니까 대한생명빌딩 높이인 63억을 가지고 가기로 했다.

워더맨하고 좀 가까운 사람이 부동산  상가 분양했던 사람이 있는데, 기원에 가서 바둑도 두고 워더맨 친구 매형되는 사람이었다.

홍승표는 부동산에 종사했던 사람이라 수완이 좋을 것이고,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슬그머니 도장을 받아줄 가장 유력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홍승표는 돈을 받아들고 20억을 챙기려고 고심하고 있었다. 일생에 기회는 세 번 찾아온다는데, 자신은 논노패션에 투자해서 한번에 10억 날려 알거지가 됐던 것이다. 이번 일만 잘하면 팔자는 그야말로 늘어지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홍승표는 어떻게 서두를 꺼내서 40억 정도 주고 도장을 받아내느냐 생각에 치우진 나머지 집에 가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저 친구가 성깔이 보통이 아니란 말이야.> 잘못했다가는 고소당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경 속에 눈을 빛내고 있는 홍승표는 마치 쥐눈이 되어 오준호 눈치를 보면서 작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363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새 한 달이 다가오자, 태호는 안되겠다 싶어 돈을 회수하였다.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태호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패여지고 있었다.

섣부리 나섰다가는 매스콤타면 그룹이미지는 물론이고 형사소송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공소시효는 지난 듯 했지만, 사실을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대통령의 대출 압력으로 두개 회사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2조원을 장기 저금리로 융자받았기 때문이었다.  강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고 은행장을 경질시켰던 것이다.

 

간신히 워더맨을 내세워 국가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팔아 화해하고, 열린음악회를 청와대에서 열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자금압박을 풀어 한시름을 놓았다지만, 시간이 자꾸 흘러감에 태호는 초조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머지않아 월드컵과 중국 개최가 유력한 북경 올림픽에 진출해야 하는데 서둘러야 하지만 진척이 되지 않아 때로는 번쩍 스쳐가는 영감이 휙~ 하고 지나갔다.

그것은 자연사 즉, 살인이었다.

 

 

                                                364

 

 

성공하면 로비를 해서 수사를 무마할 수 있다. 펭귄 대통령이 적극 대북사업에 밀어주고 있는 지금이 기회인데... 대북사업을 하는 이유는 물론 백두 금강산 개발과 기업진출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궁극적으로 여론의 눈을 <이산가족 상봉>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서, 눈물바다를 만들고, 눈물을 등에 얻고 도덕성에 흠이 가는 것을 방지하는데  최고의 비책인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돈으로 틀어막으면서 동조해달라고 로비하면 되니 크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야당의 다수 국회의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권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것을 무기로 여당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고, 자신이 <미운 오리>가 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돈과 명예가 주어지고 행정으로 진출해 장관도 하고 또, 화려한 경력을 쌓아 놓으면 3선이 아니라 8선까지도 장수 할 수 있는데 뭐하러 자신이 표적이 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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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때문에 굳이 <예수>가 되어 시끄럽고 고난의 길을 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기가 되면 누군가 터뜨릴 것이다.

언론도 대그룹은 건들지 않는다. 광고가 실리지 않으면 신문사라고 땅팔아 장사할 수는 없다. 결국은 언론사들도 기업인 것이다. 이익이 남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광고가 나가야 만이 광고비로 월급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진그룹과 밀회를 해서 세계 판매망 독점권을 넘겨주고 워더맨을 잠재우면 만사 오케인 것이다.  나중에 언론이 의구심을 제기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국내 최대그룹 대진과 화성그룹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경제를 이끌고 왔고, 또 도덕성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던지 작은 소음은 늘 있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혀져 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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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해법의 키는 <워더맨이 지구를 떠나줘야 만이 되는 것인데...> 잠을 자면서도 태호는 꿈 속에서라도 답을 찾을려고 고심에 고심하느냐고 얼굴이 수척해졌다.

"당신 왜 그래요? 요즘 말도 안하고 부부관계도 멀리하고.... 당신 ! 좋은 여자 숨겨둔 것 아니예요? 말해봐요. 왜 섹스를 거절하는지... "

마누라는 침대에서 일어나 닥달거리며 할퀴고 있었다.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편네가 굶주려서 독이 올라있는데...

 

장명예회장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프라임 광장 건설이 토지 보상문제로 예상보다 건설비용이 늘어났고, 대북사업에 투자하고 송금하다 보니 우량기업이던 화성건설이 자금이 바닥나서 채권단으로 넘어갈 지경이었다.

화성건설은 자신이 노동일하면서 오늘날 화성그룹을 세계 굴지 그룹으로 올라서게 한 모기업인 것이기에 마음이 쓰라렸다. 계열사를 다 희생하더라도 건설 만은 반드시 남겨야 했다.

화성건설은 곧 자신 명예의 금자탑이고 화신이기 때문에 채권단 관리로 넘어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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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대통령은 총리와 비서실장, 보좌관, 국정원장,통일부장관과 외교통상부장관,주미대사를 불러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미국무부 차관보가 가져온 미대통령 의견을 듣고 회의를 소집했던 것이다.

"그래요? 화성그룹이 자금이 쪼들려서 은행 채권을 연기해달라고 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거야 뭐랑께. 걱정일랑 팍 놓으라 하래이. 워더맨도 재벌과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을 알만큼 쓴 맛을 봤을거니까. 그리고 우리는..."

대통령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우리는 <위해서> 어떤 것을 희생시켜도 좋은 것입니다."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장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다면 아마 미국 뉴욕타임지 화제 인물로 대통령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대잉..."

"뉴욕,워싱턴 타임지, 르몽드지, 영국 썬데일지, 아사이등 선진국 주간지와 월간지 그리고 일간 신문 1면 톱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실려지고, 황제 펭귄 사진도 올라오면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됩니다.

이는 한국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며 전세계인이 한국을 주목하게 될 것이며 또 알릴 수 있는 국가를 위한 일입니다."

비서실장과 보좌관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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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재, 그러재~"

펭귄은 큰 코를 오른손으로 만지며 코에 힘주면서 킁킁거리며 아래 위로 움직였다.

"그렇게 되면 대북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며, 장명예회장은 은행돈을 과감하게 당겨 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드시 <핵무기>를 보유해야 만이 됩니다. 우리가 개발할 수는 없으니까 북한이 보유할 수 있도록 자금지원을 무슨일이 있더라도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그까짓 화성그룹 하나 소멸되도 괜찮습니다."

"그럼 다 국가를 위한 일에는 어떤 누구든 다 희생을 시켜도 되는 것 아니랑가?"

"일본은 지금 미국의 지원아래 이지스함을 5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핵무기를 보유해야 만이 일본이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이지스함이 뭐랑가?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입니다. 첨단 레이더망과 미사일을 보유한 구축함인데, 전투기 100여대가 동시에 항공모함과 국토를 공격한다면 일시에 미사일

100 발을 발사해서 바다에 격추시킬 수 있는 위력이 가공할 만한 구축함입니다."

"그러니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핵무기를 북한이 만들도록 자금을 보내줘야 하는데 화성그룹 만이 하기에 적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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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일본에게 이지스함을 건조하도록 허가하면서 우리에게는 장거리 미사일을 만드는 것초차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옛날의 미국이지 지금은 현해탄을 건너가버린 초를 친 나라입니다."

"일본이 워낙 돈을 잘벌고 기술이 좋으니 어쩔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급속도로 초강대국이 되가니 견재하기 위해서도 일본에게 첨단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을 견제하려면 미국 혼자 힘으로는 벅차거든요. 그렇다고 러시아가 중국에 등을 돌리는 일은 절대로 없기 때문입니다."

 

외교통상부장관이 안경을 벗어 수건을 꺼내 닦으면서 침울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우리에게 무기개발을 허용하면 일본을 자극하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 또한 북한을 자신의 속국에서 풀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통일돼서 하나로 뭉쳐 일본,미국과 연대한다면 뿌리 한 개가 잘려나가는 것 만큼 한반도에 행사할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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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국의 시녀인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분단된 우리로서는 긴장완화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지원을 계속해야하고, 지원을 멈추면 안된당께."

"네, 동감합니다."

각료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비서실장과 후배들은 많은 인사들을 초빙한 가운데 프라임광장 오픈식을 가졌다. 수려한 한강과 강남 조망권을 가진 프라임은 선풍적인 인기로 영화관 오락실 전자상가들이 앞을 다투어 입주하였다.

용산전자상가는 교통과 혼잡하여 싸구려와 바가지라는 혐오감에 시달려온 터라 프라임은 신선했다. 국내 최고 건설사가 심혈을 기울여 시공한 것은 당연히 임대료와 분양가가 높아도 먹혀들었다. 영화관 백화점 못지 않은 시설은 사람들의 감탄은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너도나도 줄을 서며 대호황을 맞았다.

 

" 자, 건배!  위하여~"

화려한 체트무늬 카페트에는 내노라 하는 저명인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광주제일고 총학생회장이었던 권기덕의 건배 제의에 모두 글라스를 높이 들어 챙~ 부딪치며 자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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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장회장은 속이 불편했다. 출혈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프라임광장을 시공하기 위해 자금이 몰려 타격이 심했기 때문이었다. 수 년동안 소득이 하나도 없었고, 돈을 뿌리기만 하였지 결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고층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정말 최고였다. 강남에서 뿜어져 나오는 네온사인과 강변북로와 올림픽도로를 오가는 많은 자동차 불빛은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글라스에 포도주를 가득 채운 뒤 원 샷으로 마셔버렸다.

"형님, 경치가 참 좋군요."

태호는 사촌 형을 위로하였다.

"그러게 말이야. 명당자리야. 경기도 회복되었고."

"이제 좀 숨통이 트이겠어요. 입주가 시작되면 100% 분양 되겠어요."

부회장이 말했다.

"그렇겠지. 우리는 돈만지는 것이 없지만, 프라임광장 6인은 떼돈을 벌었어.

그동안 은행이자 마저도 우리가 물어왔으니까.  경쟁이 높아져서 분양 "피"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니 말이야."

장회장은 후~ 하고 담배연기를 창으로 불었다. 연기는 강남이 보이는 창으로 부딪치고 옆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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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은 흑룡강에서 태어났다.  북경대학을 마치고 조총련에서 몸담고 일본지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일본어와 중국어에 능통했다.

170 cm 조금 넘고 군살이 없는 체격을 가졌으나 얼굴 만은 조금 말라 있었다.

그가 삼합회에 들어간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조총련 일본지부에 근무하면서 야쿠자와 삼합회간에 싸움에 끼어들게 되었다. 삼합회와 야쿠자와의 지역 싸움이 벌어졌는데, 당시 삼합회회장 아들은 일본 유학중이었다.

 

회장아들이 일본에 유학중인 것을 알리가 없는 야쿠자는 데이트 중이던 여자를

희롱하자, 아들과 경호원 세명이 주먹을 휘둘렀고 마침내 야쿠자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경호원은 칼에 찔려 바닥에 피를 뿌리면 나뒹굴고 신음하고 있었다.

 

김영철은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보고 소리쳤다.

"멈춰라. 나주지 않으면 나한테 혼날줄 알아라."

그러자, 야쿠자들은 아무말도 없이 칼을 뽑아들고 김영철에게 달려들었다.

달려오는 야쿠자에게 김영철은 팔을 슬쩍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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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의 팔에서 흰빛이 쏟아지더니 달려오던 야쿠자 목에 꽂혔다.

"악! "

달려오던 녀석은 두손을 목을 쥐고 피를 쏟으며 나뒹굴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다른 녀석이 칼을 자신의 몸에 대각선으로 잡고 덤벼들었다.

김영철의 왼손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흰 빛이 쒹~ 빛나더니 달려오던 녀석의 가슴에 꽂히고 또 다른 칼은 녀석의 눈에 찌르ㅡ고 김영철 손에 돌아왔다.

단숨에 가슴과 눈에 찔린 사무라이는 쓰러지면서 두팔과 다리를 막 떨더니 멈추었다. 순식간에, 동료 두사람이 죽어버리자, 간이 크기로 소문난 사무라이 일당들은

접착제로 발을 붙인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다섯 쉴 때까지 사라지지 않으면 각오하랏 ! "

김영철은 외쳤다. 

"하나, 둘,셋 "

3초 간격으로 세자 야쿠자들은 <걸음아 나살려라 !> 서로 다투며 도망갔다.

아들은 김영철에게 다가가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중국에 오면 꼭 찾아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아버지 명함을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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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김영철은 삼합회 회장 사무실에 찾아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아들로부터 들은 삼합회 회장은, 자신의 아래에서 근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삼합회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다.

마피아는 대부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대명사이고, 야쿠자는 일본의 깡패 조직이다.

삼합회는 마카오와 홍콩 중국은 물론 전세계에 거대한 조직을 두고 있는 중국의

마피아와 같은 암흑가 조직이다.

마약과 아편 그리고 도박, 술집을 거느리고 또 무역을 통해 무기밀수도 하였다.

지구촌에는 이렇게 삼대조직이 있는데, 그중에 삼합회가 전세계에 조직을 두고

있고, 마피아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데 주로 총을, 야쿠자는 칼을 주요 무기로 사용하지만, 삼합회는 총과 칼,그리고 독극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거대조직이다.

 

김영철은 나이가 어느덧 환갑을 넘기게 되고 은퇴한 후, 만리장성 매표소 앞에서 관광상품을 팔고 있었다. 전세계인들이 관광하는 이곳은 암살을 청부받는

접선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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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광객들이 붐비는 이곳은, 감시와 미행을 피하기 최고로 좋은 곳이다.

김영철의 흰머리카락은 검은머리와 조화가 되어 보기좋았고, 눈빛이 날카로웠다.

타고난 천성으로 눈이 날카로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검술을 익히기 위해 중국 숭산 소림사 장로<주지의 스승과 동등한 신분>

로부터 단전<배꼽 아래에서 뿜어나오는 힘>수업을 받았고, 영하 20도가 넘는

산 속에서 상의를 벗고 기<氣>를 받았으며, 깊은 산 속에서만 자라는 약초를

복용하여 순간의 강력한 힘을 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소매 속에 단도에 줄을 묶어 던지고 회수하는 시간은 불과 6초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순간의 내뿜는 힘이 얼만큼인지 알 수 있다.

그가 휙~ 팔을 들어올리는 액션은, 대통령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연설을

하면서 마이크 앞에서 팔을 휘둘르는 후보자 보다도 더 부드러운 제스처이다.

기계, 즉 자동차의 토크로 비교된다면 손으로 당기는 힘이라든가, 순간 들어올리는

힘은 프리미엄급 만이 갖을 수 있는 토크로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는 삼합회 부회장으로부터 소개장을 들고 온 우건을 만나서 부장판사 살인

청탁에 대해 흔쾌히 승낙했다.

삼합회 부보스가  부탁하는 것이라, 은퇴한 김영일이지만, 흔쾌히 승낙했다.

유명인사 암살을 셀 수도 없이 성공했는데, 일개 무명인 부장판사는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보안도 없고, 경계하는 사람도 없는 것은, 장님이 길을 걸어가는 것 보다도 쉽고, 누워서 헤엄치기 보다도 더 쉬운 일이다.

그리고 한국이 발전했다고 했는데, 가본 기억도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눈부신 한국을 보고 싶기도 했다.

과연 한강은 홍콩야경처럼 아름답다고 했는데, 서해로 흘러가는 황홀한 야경

 속에서 소주도 마시고 추억을 담아오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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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은 삼합회 <三合會>에서 싹!, 후~ 으로 통하였다. 작은 칼을 귀신같이

사용해서 싹! 이라는 별명이 붙여졌고, 독침을 입으로 불어 상대를 처치하는데 2분

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후~라는 닉네임이 함께 따라다녔다.

삼합회 간부들을 모아놓고 홍콩에서 회의를 소집한 보스는 김영철이 청부맡은

요인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그 능력을 설명했다.

 

간부들이 못믿겠다고 하자, 보스는 김영철에게 청했다.

"김선생, 녀석들에게 선생의 솜씨를 한번 보여주시오."

"별말씀을..."

김영철을 사양했다.

그러자, 미국과 일본지국 총책임자들이 일어서서 강력하게 보여줄 것을 권했다.

그러자, 삼합회 보스 옆에 있던 30대 중반인 부회장이 김영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리를 빗어 이마 위로 넘긴 둥근 얼굴의 부회장은 바로 김영철이가 일본에서

사무라이 십여명을 순식간에 쓸어뜨리고 피를 토하게 했던 내용을 설명했다.

"김선생 솜씨를 보여주시오. 옛날 일본 오사까에서 나를 구했던 솜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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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누가 나오시겠습니까?"

장내에는 전세계에서 소집된 지국장,부지국장, 각 나라 수도에 있는 지사장등

약 200여명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일어서서 누가 나오는지를 주시했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미국주재국장이  말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서로 나서겠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세계를 주름잡는 삼합회 보스가 김영철을 존경하는 대접에 화가

나있던 것이다.

장내는 바늘 하나 떨어져도 들릴 것 같은 적막이 흘렀다. 누구 하나 기침하는

소리도 없었고, 숨을 쉬지도 않는지 무거운 고요 속에 수많은 눈들이 한 곳으로

쏠렸다.

 

장내에는 6명의 각 나라, 미국,일본,이탈리아,러시아,중국,태국,독일 등  삼합회

핵심간부 지국장들이 넥타리이를 풀르고, 와이셔츠 차림에 소매를 걷어올리고

있었다.

김영철은 잠시 커텐 뒤로 갔다가 잠시뒤에 나왔다.

200명의 눈들은 모두 김영철에게 집중됐다. 양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김영철에게 이탈리아 지국장이 물었다.

"그 옷은 어느나라 차림이요?"

그러자, 한국지국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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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 한복이오."

"여러분 몸을 다치면 안되니 가슴에 칼이 들어가지 않도록 방탄복을 입으시오."

김영철이 말했다.

"지국장들은 자신을 보호할 무기를 손에 드시요. 곤봉,파이프,등"

삼합회보스가 말했다.

"여섯분인데, 함께 나를 공격하는 자세를 취해주시오."

김영철은 말하고 자세를 취했다.

거대한 몸집을 한 이탈리아 지국장과 미국지국장이 한번에 앞으로 나서자,

영철은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두 팔을 앞으로 펼쳤다.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장풍을 밀어내는 것처럼...

양손에 파이프와 곤봉을 들고 나오던 두 사람에게 흰빛이 번쩍하더니 곧 사라졌다.

김영철 두손에는 빛을 받아 번쩍이는 날카로운 단도<짧은칼>가 하나씩 손에 들려있었다. 

두 지국장이 세발짝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영철은 소매 속에 숨겨둔 단도를 날려서

두사람 가슴을 찌르고 회수했던 것이다.

"그만 !"

보스는 일어서서 외쳤다.

 

 

 

                                                          380

 

 

"두 사람 와이셔츠를 벗어보라."

튀어나오던 두 사람은 보스의 명령에 무기를 내려놓고 옷을 벗었다.

순간, 장내에는 술렁거렸다. 가슴을 보호하려고 줄로 매어놓은 나무판자에

칼끝이 찍혀있는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순간, 이탈리아, 미국,일본, 홍콩, 태국지국장들은 가슴이 서늘했다.

만약 실전이었다면 자신들은 몇발자욱 나가지도 못하고 숨이 끓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렸다. 

장내에는 박수소리로 끓어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보스가 손을 들자, 박수가 멈췄다.

"자, 여러분 잘 봤습니까? 이 외에도 또 무기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하면..."

옆에 있던 아들인 부회장이 말문을 막았다.

"회장님, 그건 좀..."

그러자, 보스는 아차 싶었던지 말을 끝냈다.

"또하나는 공개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극비사항이라서..."

 

부회장이 일어서서 장내를 향해 말했다.

"제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중 오사까에서 머물때, 여자친구와 저녁에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사무라이들 십여명이 나를 습격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여기

김선생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었을 것입니다.

 

 

 

                                                      381

 

 

사무라이들이 나에게 몰려와 납치하려는 그 순간, 김선생이 나타나자, 사무라이

들이 덤벼들었습니다.

게다짝을 신고 긴 칼을 뽑아 달려오자, 아까처럼 김선생 팔에서 빛이 번쩍거리며  

비수가 휙~ 날라오더니 사무라이 목을 스치고 옆녀석으로 날아가서는 가슴으로

날아가는 그 순간,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목에 칼이 베인 녀석은

목을 두손으로 잡고 피를 흘리자, 사무라이 일당은 주춤했습니다.

 

우리 중국 고전을 들춰보면...어검술<漁劍術>이 있습니다.

칼이 공중에서 날아다니면서 목표를 쓰러뜨리는 검술입니다.

신의 경지에 이른 검술인데... 어둠 속에서 보는 김선생의 검술이 사람은 없고

칼만 어두운 밤에 달빛에 번쩍거리면서 멀리 있는 사무라이 목과 가슴을 베는

검술에 어검술인줄 알았습니다."

그러자, 장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382

 

 

"부보스, 어떻게 먼거리에 있는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까?"

"아, 그것은 김선생 팔 소매 속에 칼이 숨겨져 있고, 흰 줄이 손잡이에 묶여져

있어 상대를 찌르고 당겨서 소매로 넣는 기술입니다.

줄은 칼을 던지는 순간, 속도에 늘어났다가 당기면 다시 수축하는 특수한 줄

입니다. 흰색이라서 밤에는 빛이 번쩍~ 비추면 상대는 목을 잡고 피를 토합니다."

모두들 일어나서 박수치는 소리가 끓이지 않자, 김영철은 일어나서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남파간첩을 훈련시키는 교관을 하였던 것이며 KAL기를 폭파한 김현희도 훈련시켰던 것이다.  일본 조총련지부에 근무할 당시 김현희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정보수집을 위해 남한에도 자주 드나들었다.

 

그는 중지 손가락의 두배의 길이 짧고 예리한 칼을 소매에 넣고 다녔는데 삼합회 회장은 김영철을 어검사<御劍士>라고 지어주었다. 칼 끝에는 홈이 손잡이를 돌아가면서 홈이 파였는데 줄이 그 곳에 연결되어 있었다.

팔을 슬쩍 들어 휘두르면 소매 속에 있던 단도는 어느새 허공을 날라 8m 떨어진

상대의 가슴에 박혔다.

칼을 빼는 동시에 피가 밖으로 솟구쳐 주위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동시에 칼은 소매 속으로 들어와 있다. 귀신같은 칼 솜씨에 야쿠자들도 혼비백산하여 김선생

소리만 들어도 눈에는 공포가 서렸던 것이다.

 

 

 

                                                      383

 

가슴 속주머니에는 소년의 손바닥 길이와 담배보다 약간 굵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특수재질로 된 종이 파이프를 항상 소지하고 다녔다.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클린트이우스트와 존웨인이 즐겨 피는 시가와 흡사해서 속주머니에서 꺼내면 누구나 담배를 꺼내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그 속에는 태국에서 서식하는 300년이 넘은 구렁이와 인도 코브라에서 혀에서

뽑아낸 독액 속에 일년 넘게 담가 두었던 독침이었다.

 

한약방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짧은 바늘침이 들어있는데, 그 침에 한 번 맞으면

그 순간부터 얼굴에 구렁이와 코브라 맹독이 바로 퍼져서 얼굴이 푸르스름해지고30초 내에 독이 퍼져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특이한 것은 코,입,눈,귀 등으로 피가 전혀 나오지 않아 누워있는 것으로 보이며

사망했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삼합회에서 김영철에게 호칭을 <김선생>하고 부르는 것을 봐도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나타나고 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완벽한 살인> 이었다.

그에게 부탁한 청부살인은 실패가 없었다.

어떤 요인이든 겹겹히 둘러쌓인 경호원을 뚫고 그의 표적을 피할 수가 없었다.

삼합회 회장인 보스도 그에게는 깎듯히 예의를 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384

 

 

경찰이 수사하여도 일반적인 원한 살인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죽은 사람이 왜 독침을 맞아야 했는지가 수사대상이 되어왔다.

결국에는 중국과 일본,북한에 수사 협조를 의뢰해도 진전이 없었다. 국제 외교적인 마찰로 인해 인터폴을 동원해도 중국과 일본의 무반응에는 수사하는데 한계일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신문에 유명인사 심장마비 사망 기사 나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김포공항 출입국에 김영철이 줄지어 세관검사를 기다리고 있고, 바로 앞에 마음씨 좋은 사람, 비단의 장수 왕서방처럼 호인이 있다. 왕서방은 세관원과 친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바쁘시죠?"

"아하, 왕사장이시군. 그래 이번에는 어떤 술을 가져왔습니까?"

"별거 아닙니다. 친구가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세관원은 흘낏 김영철을 보고 끄덕였다. 김영철은 짐을 풀었다. 세관원은 훑어보다가 한 곳에 시선을 멈추었다.

 

 

 

                                                         385

 

 

"이건 뭡니까?"

"침입니다. 한약에 달여서 색이 까맣습니다. 혈관을 타고 약효가 들어가기 때문에 효과가 일반 백색 침보다도 수 배가 높습니다."

"그래요? 첨 보는데..."

"걱정마십시요. 이 왕서방만 믿으시오."

왕사장은 가슴을 탁! 치면서 말했다.

"중국 고전에 전설로 내려오는 명의가 있습니다. 화타와 편작이라는 명의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렸다는 신화가 있었는데, 이 침도 그 두사람이 사용하던 비법을 전수받은 것이니까 안심하십시요."

김영철은 침을 감싼 하얀 천을 감으면서 말했다.

왕사장은 중국을 일주일에 한 번씩 출입하면서 때로는 세관원에게 수십년 된 죽엽주와 귀중품을 제공하여온 사이였다.

"하하. 알았어. 나에게도 침을 놔줘요. 알았소? 왕사장이 칭찬하는 것을 보니 나도 장수해야지...오늘은 정말 행운이 있는 날이군. 통과!"

 

두사람은 공항을 빠져나오자 두사람은 콜택시를 타고 한강을 보면서 곧바로

인천으로 진입하였다.

왕사장은 중국이 개방한 초창기부터 항구로 많은 물건을 수입하였다. 인천항구

근처에 있는 많은 나이트크럽과 룸싸롱에 중국의 귀한 술이 있는데, 거의 다

왕사장이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사장은 우건에게 전화해서 지금 도착했다고 알리고 저녁에 나이트크럽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386

 

 

우건과 준호는 부장판사가 심리중인 사건 관람석에서 부장판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부장판사는 검은 판사복을 입고 네모난 마른 얼굴에 사각 안경을 쓰고 서류를 보고 사건번호를 호출하였다.

우건은 옆에 있는 똘마니 세명에게 지시해서 북부지원 부장판사실 위치와 건물

설계도를 작성했다. 또 부장판사를 미행하라고 시켜놓고 있었다. 어디가 명당자리인지 우건과 준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위하여>였다.      

                                   = 완벽한 살인을...위하여 ! = 

 

 

                                                387   

 

 

한편 장명예회장은 고심하고 있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이렇게 장기전으로 끌고가다가는 야당의원이 펑! 터트리게 된다면 뭐라 할 것인가.

정말 고민이었다.  어떤 때는 신경과민으로 변비가 나오고 소화불량으로 약을 처방해서 먹기도 했다.

해외여행으로 공항에는 북적거리고 줄이 안보일 정도였다. 기자라도 사진을 찍어 신문에 싣는다면, 워더맨이 떠들것이고, 광고하지 않고 판매하는 합당한 이유를

대야했다.

 

한남동 아래는 동호대교가 휘황찬란하게 강을 비추고 있었고, 오가는 차량들에서 나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은 오색찬란했다. 강변북로와 88도로에는 금요일이라서 오가는 차량들이 정차하여 있고 차량 불빛은 농촌의 반딧불이 줄지어 날고 있는 것 같았다. 주5일제 근무로 교통체증으로 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어 문화로 정착한 듯 했다.

 

 

 

                                                  388

 

 

장명예회장은 아들을 모아놓고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워더맨 도장을 아직 못받았고 뭐했나?"

태호는 큰아버지 호통에 머리를 숙이고 잠자코 있었다.

"안되겠어. 이대로 가다가는 비난을 전부 다 감수하겠으니 계열사 선을 그어 줄테니까 준비들 해."

"네? 아버지 무슨 일이 있어요? 그룹을 분리하게요."

모여든 아들이 이구동성으로 의아함에 물었다.

" 고문 변호사가 자신의 가까운 대검 간부와 어제 <폭탄주>를 마셨는데, 폭탄 같은 말을 했다는 거다. 송대검기획관이 해외여행 중에 비너스 모델을 보았다는군. 수사를 해야하나 넘어가야 하나 하고 총장 주재로 회의를 했는데 다음 정권이 일년이 안남았으니까 그때 하기로 결정했다는 거다. 그러니 지금 총대를 한 사람이 짊어져야 한다. 그래야 만이 책임을 한 사람 만이 받을 것 아니냐? 이대로 있으면 너희 세명이 다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네. 알겠습니다."

 

 

 

                                              389

 

 

송기획관은 법부무 제1과장을 거쳐 서울지검 차장과 부산 대구 광주 지검장에 있다가 대검찰청 기획관으로 발령받았다.

오랫만에 휴가를 얻어 부인과 아이들을 동반해서 일본을 경유해서 유럽과 미주를 여행하고 있었다.

파리에서 에펠탑 최고층에서 노을과 야경을 보고 나서 식사하러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안내에 따라 테이블로 가서 앉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여행오기를 잘했다고 부인에게 말했다.

"아빠. 저거..."

유치원에 다니는 희야가 인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이가 가리키는 손가락으로 눈을 돌리자 그곳에는 석고상이 있었다. 부인은 희야에게 말했다.

"엄마가 집에 가서 사줄께."

"저게 뭐지?"

송기획관은 물었다.

"미대입시에 교재로 사용하는 뎃싱 소묘야."

"그런데 저게 왜 여기 있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 조각품인데... 장식용으로 학생들이 자기들 방에 갖다 놓기도 해. 아마 장식용으로 갖다 놓은 것 같아."

송기획관은 순간 기억을 떠올렸다. 대검 민원실에 저 석고상과 똑같은 사진 몇 장이 고소장에 첨부되어 있었던 것이다.

 

 

 

                                                         390

 

 

"흠."

음식을 가져온 웨이터에게 물었다.

"먹는 물이 나오는 기계입니다."

부인이 통역을 해서 알게 되었다.

"뭐라고? 그럼 정수기란 말이야?"

놀라서 부인을 보며 물었다.

"당신 왜 놀래요?"

"제조사를 보고 와!"

부인은 아리아스에 다가가서 요모조모 살피고 뒤에 생산회사를 보았다.

"영어로 써있는데 우리나라 것은 아닌가봐."

"뭐라고 써있지?"

궁금한 송검사는 물었다.

"ACE 뭐라고 써있는데...나는 한번도 못들어 봤는데."

송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펴보았다. 부인 말대로였다.

 

 

                                             391

 

 

대검찰청 총장실에는 총장이 중수부장, 송무부장,공안부장,마약부장,총무부장, 송기획관 등 주요 요직에 있는 간부를 수집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송기획관이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준호가 제기한 고소내용과 사진을 돌아가며 보고하였다.

"그러면 부회장을 소환해서 조사해보겠다는 것인가?"

검찰총장이 말문을 열었다. 회의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네, 일단 화성그룹에 통보해서 비공식으로 조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저녁에 직원들이 다 퇴근한 오후 8시경에 지하 엘리베이터로 올라오게 해서 밤에 수사하고 새벽에 돌려보냅니다."

송기획관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도대체 맥주공장이 고소인 말대로 있는지, 정수기를 수출하고 있는지 고소가 들어온 이상,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맥주공장이 있다면 언제 외국에 세웠으며, 언제 착공했는지도... 세금과 외화유출을 재무부에 허락을 받았는지도..."

"좋아. 모두들 의견이 일치하니 청와대에 의견을 물어보겠네."

 

 

 

                                                      392

 

 

"여지껏 모를리가 없습니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수사해도 되겠습니다. 육개월이 남았는데 지금 조사한다면 펭귄 콧털을 건드리게 됩니다.그러면 곧바로 인사이동을 단행하지 않는다고 보장 못합니다."

 

"다음 정권에..  하긴 몇 개월 안남았지."

검찰총장은 담배를 물고 후~ 연기를 천정으로 날려보내고 말했다.

"다들 생각이 일치하나?"

"네, 그렇습니다."

"좋아. 장관에게도 상의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하겠어. 모두 다음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입다물어."

"알겠습니다."

"다음 총장이 들어오면 송기획관이 언급해. 내가 연임이 안될 경우에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393        

 

 

북부지원 부장판사는 퇴근하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대게 7시 경에 퇴근하였다. 우건과 준호는 부장판사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부장판사는 검은색 그랜져를 몰고 법원 문에 다가오자, 경비가 거수경례하였다.

 

우건은 조수석에 김영철을 태우고 뒤를 밟았다. 부장판사 집은 일산이다. 복잡한 도시를 멈추다 달리고 강변북로를 들어서 그랜저는 속도를 내고 있었다.

강건너 올림픽도로에는 미사리 방면으로 가는 차들로 북적이고 있었지만 강변북로는 속도를 낼 수 있었고, 자유로로 접어들자, 계기판 바늘은 120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장판사는 주유소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우건은 차를 출구 옆에 대고 김영철에게 신호를 보냈다. 김영철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부장판사는 기름을 넣는 동안 화장실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있었다. 김영철은 부장판사가 나오려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것을 보았다. 두 손을 비볐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 하는 습관이었다. 경직되면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394

 

 

싹~ 두손을 비비고 손등을 마주하고 비볐다. 부장판사는 손에 젖은 물을 닦기 위해 수건에 손대고 있었다. 김영철은 다가가서 담배각을 꺼내 시가를 꺼냈다. 그리고 왼손에는 아기 팔 굵기의 손전등을 꺼냈다. 부장판사가 돌아서는 순간!,

랜턴 스위치를 켰다. 불빛이 돌아선 부장판사 얼굴에 꽂혔다. 부장판사는 깜짝놀라 눈을 크게 떴다.

 

<훅~> 김영철은 부장판사 미간을 향해 독침을 불어댔다. 독침은 어느새 부장판사 양눈의 정가운데 급소에 꽂혔다. 부장판사는 따끔한 것을 느끼고 손을 들어 후레쉬 불빛을 막았다. 그리고 김영철을 스쳐 지나가려 했다.

 

김영철은 부장판사 팔을 잡았다. 판사는 어깨에 힘을 주고 오른손으로 김영철을 밀고 팔을 빼려하였다. 김영철은 장갑낀 손으로 부장판사 양어깨를 잡고 벽을 향해 밀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부장판사 등은 벽에 부�치자 바로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구부러지면서 판사는 상체가 앞으로 구부러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395

 

김영철은 부장판사를 편안하게 눕혔다. 그리고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평화로운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듯이 보였다. 독침은 눈썹 아래 미간 한가운데 꽂혀있었다.

판사는 서류를 볼 때만 안경을 썼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영철은 판사 귀와 이마 중간에 독침을 쏘았을

것이다.

오른손 엄지와 인지로 독침을 뽑자, 검은 피가 맺혔다. 휴지를 꺼내 피가 맺힌 곳을 살짝 누르고 나서

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난 김영철은, 부장판사 주변을 둘러봤다.

이상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화장실 변기에 종이를 넣고 물을 흘려보냈다. 곧 변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는 구두로 바닥을 쓱! 문질렀다.

암살자에게는 한나씩 습관이 있다.  긴장감을 억제했다가 일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나면 하는 습관이었다. 

그리고는 다시한번 부장판사 얼굴을 보았다.

불과 1분 사이에 얼굴은 전신에 독이 퍼져 몸으로 신속히 번져갔다.

부장판사 팔둑은 서서히 검푸른색으로 변해갔다. 그의 손목에 보석이 박힌 금색 롤렉스시계는 초침을

부지런히 옮겨가고 있다.

"애인 만나러 가는 길이었군 ! "

김영철은 중얼거렸다.

 

다시한번 시체 부변을 휘둘러보고 난후 바닥을 유심히 살폈다.

자신의 신발자국이 있다면 수사관에게 추적의 흔적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출국서류까지 조사할 것이다.

신발바닥 같은 것은 괜찮지만, 프로이에게는 유비무한이 <有備無恨>  만사형통이기 때문이다.

화장실 전체를 천정에서 벽, 바닥을다시한번 살피고 등을 돌리고는 신발로 바닥을 긁어

부장판사에게 먼지를 날렸다.

마치 개가 길가에 전봇대에 한쪽 뒷다리를 들고 오줌을 뿌리고 뒷다리로 바닥을 긁어 흙으로

덮는 것처럼...

 

 

 

                                                396

 

 

차로 돌아오자, 우건은 화장실을 쳐다보았다. 준호는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김영철을 보고 손을

들었다. 그러자 김영철은 문을 잡고 있는 사이 얼굴을 내밀어 김판사 얼굴을 보았다.

얼굴은 푸르스름하게  변했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차로 돌아와 조수석에 앉아 창문을 올렸다.

방금 전 본 부장판사의 퍼렇게 멍들어 있는 얼굴을 떠올리면서... 

영철은 뒷자석에 파묻듯이 몸을 던지고 선그라스를 꼈다. 우건은  백밀러로 좌우 살폈다.

뒤쫒아오는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인천으로 향했다.

 

이튿날, 김영철은 김포공항 대합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부장판사 살인사건 기사라도 찾으려는 듯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선그라스를 꺼내 쓰고 김영철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이나 흥분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비행기표를 검사원이 체크하고 김영철은 비행기 게이트로 들어갔다.

우건과 준호는 대합실에서 김영철이 탄 홍콩행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합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두 사람은 김영철이 탄 점보기가 허공으로 멀리 가는 것을 보았다.

준호는 <법정구속>을 선고하던 당시 판사 얼굴을 떠올렸다. 선고하던 그 얼굴은 파란 하늘에 떠올랐다가 살아졌다. 영원히.. 

"깔끔하다!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화성그룹 로얄이 풀어놓은  검찰 사냥게들에게 쫒기게 됐을거야. "

우건은 준호를 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만족하게 웃었다.

"가자~"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학창시절부터 준호는 공부를 잘했지만, 우건은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했고 체격도 컸다. 시험이 다가오면 우건은 준호에게 영어와 수학을 배우는 학생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의 우정은 세월과 함께 형제처럼 다져졌다.

 

 

 

                                                         397

 

 

이튿날 아침, 5대 일간지 사회면에 "김부장판사 심장마비 사망" 이라는 간략한

기사가 실렸다.

독자들은 부장판사 죽음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5대 일간지 기사는 한결같았다.

짤막한 작은 머리기사 아래 설명의 글이 있었다.

일산 모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화장실에서 나오다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독률이 가장 많은 일간지 기자는 기사화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부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점을...

 

한편..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서울지검장은 차를 마시며 천정을 보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과학수사연구소에서 보내온 부검보고서가 놓여있다.

<부장판사가 왜 간첩으로부터 독침암살을 당해야 했나? >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공안부에서 파견된 수사팀은  부장판사에게 원한이 있을 만한 인물 리스트 목록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알 수 없다는 난감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책상 위 명단에는 법정구속된 오준호 이름이 상단 세번 째 있었다.

공안부장은 오준호 기소를 읽고 또 읽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왜냐하면 판사를 살해할 최고의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수사팀은 물론이고 대검찰청

수뇌부 또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오준호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이유는  오토바이타다 공사장에서 모래를 깔린 것을 치우지 않았고, 또 현장소장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1차로 무릎관절 병원치료를 했는데..

 

당시 수사검사는 소장이 제출한 무고죄를 인정하지 않고 피의자가 무고죄를 덮어씌웠다고 판단해

담담 주사를 현장파견,병원치료 등 사실을 수사하겠다고 했다.

그후 불과 며칠 안되서 북부지검 3층 302호 구검사실은 휴계실로 바뀌고 그는 사표냈다.

검사세계에도 수많은 사건을 부장,검사장이 보고 받고 먼지를 털 작정이라면 일찌감치

변호사 길이 속 편한 것이다. 당시 변호사 수입은 좋았기 때문이다.

그후 오준호는 무고죄를 쓰고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전락해 북부지청 김부장판사 심리에 출석했다.

피해자가 졸지에 무고죄를 뒤집어쓰고 법정구속 당한 예는 드물다.

부장판사가 갑자기 중풍이 와서 머리가 햇가닥 ! 돌아버리지 않았다면 모를까...

검찰총장이 지시해야 오준호를 불러 수사할 텐데...

 

                                                     398

 

 

< 왜, 부장판사가  독침을 맞아야 했나...? >

한결같은 의문점이었다.

그것도 외국 주요인사를 암살 목적으로 사용하는 독침으로...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담배와 양주가 놓여있다.

수사관들이 폭탄주로 차거운 캔맥주에 양주를 타마시고 쇼파에 누워흩어져 코를 골고있었다.

실내에는 자욱한 담배연기가 천정을 덮었다. 한 수사관은 담배를 입에 가득 담고 입술을

오물여 천정을 향해 붕어 입을 만들고 뻐끔거리며 입을 오므렸다가 다물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입속에 남은 연기를 후~ 불었다.

그러자 형광등 불빛에서 쏟아져내리는 빛을 향해 담배연기는 형광등 불빛이 희미하게 닿는 허공에

선명한 동그라미가 되어 봉화처럼 올라가다가 흩어졌다.

테이블 위 재떨이에는 장초가 수북히 쌓였고, 넘쳐서 떨어져있었다.

 

결국, 검찰총장은 회의를 열고 이 사건을 비밀리에 부치기로 결정하고,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했다.

이튿날 아침 검찰총장은 긴급한 결재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검찰수뇌부회의를 하고 결재사항을 지시할 때, 전화벨이 울렸다.

총장 책상에는 4대의 전화기가 놓였있다.

검은 색은 두꺼비 법무장관으로 연결되었고  비서실과 연결된 전화는 일반적인 색이며,

붉은 전화기는 안기부와 연결된 핫라인이며, 파란색은 청와대와 연결돼있다.

 

검은 전화기가 정적을 깨며 조그맣게 울렸다. 총장은 순간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심호흡 한 번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 네 "

"김총장,  오준호 사건 기자들이 냄새를 맡기 전에 신속, 정확하게 잠수시키도록...!"

불도저 법무장관은 두꺼비 같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 잠수를...알겠습니다."

장관은 총장 입에서 여운을 남기는 대답을 듣고 수화기를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작은 키에 얼굴은 살짝 곰보가 된 것은 사춘기에 난 여드름 때문이었다.

얼굴 형상이 두꺼비를 연상하게 하였고,  피부마저 두꺼비 패션이었다

둥근 얼굴에 짧은 목은 살이 더덕더덕 붙어 고개를 잘 돌리지 못해서 간부들 사이에

두꺼비로 불렸다.

어느날 간부들이 폭탄주를 마시며 룸싸롱에서 노래를 부르고 힘없이 소리나도록 털썩 앉더니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 음이온이 .. 음이온이 있어."

그는 신음하듯 침을 밷듯이 허공에 토해냈다.

 

                                             

 

                                        399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