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3부 부러진 날개

용의 눈물 153~231

방형석 2007. 8. 23. 22:07

족의 영산 태백산 주목,  살아 년 죽어 이라는 주목은 하늘의 꽃 설목이 되었다. 

 

 

 

 



국가 안전 기획부의 박기준 실장은 육사 졸업후 1군 사령관 부관으로 있다가 사령관이 국방부로 옮겨가면서 박실장은 곧바로 안기부의 과장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실장으로 있기까지 근 10여년이 넘게 안기부에서만 근무를 하였는데 최근 낙하산 인사로 인해 차장으로 승진이 좌절되자 병가를 신청하여 지리산 기슭에 있는 실상사로 내려와 있었다.

그는 매년 휴가를 얻어 이곳에 내려와서 무더위를 식히고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나라를 위하는 일인가를 집사람에게 이해를 시키기 위해서도 그랬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기 위해 해마다 내려와서 머물렀다.

자신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도 내려와서 스님과 대화를 통하여 나라를 위해 일하는 초지의 마음을 더욱 다지기 위해서도 이따금 내려와 하루 이틀을 쉬고 가곤 하였다.

지리산 백무동 기슭에 위치한 실상사는 사적 309호로 구산선문 최초사찰로서 신라 흥덕왕 3년에 흥척국사께서 현 위치에 실상산파를 개척하였고 풍수지리설에 의하여 우리나라 땅의 정기가 일본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도록 4천근의 약사여래불을 봉안하고 3층석탑을 세워 지맥을 누르게 하였다는 전설과 함께 보광전 법당에 있는 동종에는 일본열도가 새겨져 있었다.

타종시 동경을 강타하여 우리나라 국운을 융창하게 한다는 호국사찰이기에 박실장은 시간이 나면 이곳 실상사로 내려와 헤쳐나가야 할 문제의 해법을 찾을 때는 늘 이곳에 와서 머물고는 했던 것이다.
화엄사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화려하지 않고 신도와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조용하기가 그지없어 박실장은 책을 읽으면서 옛 스님들이 선견지명을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

대웅전 앞에는 줄기가 8개나 되는 소나무가 푸르름을 자랑하며 있었고 박실장은 스님들이 공부하는 방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박실장은 점심공양을 드린 후 대웅전 앞에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굳건히 자리잡고 앉아서 진리를 설하시는 궁전입니다.

 

회의와 절망, 아만과 질투, 끝없는 욕망에 모든 중생들에게 새벽이슬 감로의 가르침을 펴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향기가 언제나 머물러 있는 따스한 공간이 있는 곳이 바로 대웅전이죠."
"부도라는 것은 뭡니까? 스님."
박실장은 평소에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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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라는 것은 고승들의 사리나 유골을 모신 묘탑을 말합니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탑을 사리탑이라 한다면, 훌륭하신 스님이 열반하신 후 사리를 모시는 탑을 부도탑이라 합니다.
본래 오고감이 없거늘 뉘라서 사바세계를 다녀간다 말하랴.

태어나도 태어남이 아니요, 죽어도 죽음이 아닌데 한 인연이 이에서 만나 증표로 삼아서 역대 고승의 사리가 돌증에 맺혀 영겁을 울립니다."
스님을 말하고 '나무아미타불' 하고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박실장은 대답하고 재차 물었다.
"스님중에 말씀하시는 것 중에서 '이뭣고'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기위해 선을 참구하는데 의제로 하는 것을 화두라 하고 화두는 천 칠백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시심마라는 것이 있 습니다.

이뜻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에 '나의 참 모습은 무엇인가?' 골똘히 참
구하면 본래면목, 즉, 참나를 깨달어 생사를 해탈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박실장은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와서는 말했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네, 손님이?"
박실장은 자기에게 손님이 왔다는 말에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돌아서서 보니 양부장이 다가오는 것이 보여서 얼른 다가가 인사를 하고는 맞았다.

"아니 부장님이 이곳에 웬일이십니까?"
박실장은 놀라서 묻는다.
"박실장 나도 머리 좀 식히려고 왔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응,"
박실장에게 강의를 하던 스님은 머리를 숙이고 합장을 하고는 '두분 말씀을 나누십시오.' 하고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자네가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래서 이야기하려고 이렇게 내려왔네."
"제가 이곳에 있는 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집에 전화를 하니 부인이 가르쳐 주더군. 대통령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리셨 는데 박실장이 맡아 주어야겠어."
"대통령이 프로젝트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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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대통령이 워더맨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렸어."
"워더맨이라뇨?"
양부장은 오준호에 얽힌 이야기를 대략 해주었다. 그리고 화성그룹이 뭔가 음모를 세우고 있음이 불을 보듯 뻔하니 24시간을 감시하는 팀을 만들어 오준호를 감시하라는 일을 맡아달라고 하였다.
"화성그룹의 장 명예회장은 어떻게 하려고 매듭을 짓지않고 여지껏 질질 끄는 겁니까?"


"그야 혼자 독차지 하려는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겠나?"
"그럼 그 넓은 시장을 조금도 주지않고 다 차지한다구요?"
"그렇지않고서야 아직껏 워더맨에게 직장 하나 제공하지않고 있지않는가?"
"그럼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려는 수작이 아닙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다음 정권에서 적당히 돈 몇푼을 떼어주고 정권과 타협하겠지."
"그럼 대통령이 다음 정권으로 넘기기 전에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겠습니까?"
"글세, 아직 거기까지는 뭐라고 확답을 할 수가 없겠지."
"필리핀에 있는 맥주공장도 거의 다 완성이 되어가고, 르네상스의 조각품이    전세계로 보급이 되기시작하고 장회장은 어떠하던지 시간만 끌면 된다고 생각할걸세.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언제까지 워더맨을 보호해야 합니까?"
"이 사건이 매듭이 질때까지. 장회장이 굴복하여 대통령 명령대로 워더맨에게 50%를 주던지 아니면 강대통령 정권이 바뀌때까지 끌어서 펭귄총재가 대선에 당선되어 해결하려고 할걸세."

"대통령께선 적당한 선에서 체면만 세우고 양보를 하시면 머리도 아프지 않을텐데요. 뭣 때문에 일을 만드시는지..."
"한때 통일교주 문선명도 통일교를 국교로 삼아준다면 남한의 빛을 다 갚아준다고 천명한 소문을 듣지도 못했는가?

대통령은 이 사건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그보다 더한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걸세. 국가가 한 그룹에 휘둘려서야 행정력을 제대로 펼수가 없다는 거지.

아마 그대로 놔두게 되면 화성그룹은 이 나라를 자신의 손아귀에 쥘 수도 있다는 말이네.

모든 사람들이 장 명예회장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대출해달라고 할텐데. 그럼 이나라 경제와 행정 그리고 정치권까지도 장명예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좌지우지 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각하의 판단이지."
"그럼 그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 워더맨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군요."
"그렇지. 워더맨이 끝까지 살아주어야 만이 독점을 막아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을 유일한 처방인 셈이지."
박실장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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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곳 실상사에 내려와 있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풍수지리설에 의해 이곳을 막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정기가 일본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하여서 이곳에 절을 세워 우리의 정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조상들은 이렇게 국가를 위해 노심초사하는데 장회장은 자신의 사시사욕 때문에 국가의 안위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니 참 격세지감을 안느낄 수가 없군요.
일본놈들이 잔인성이야 이미 다 알려진 것이지만, 북한산의 인수봉 위에 쇠말뚝박아 우리의 맥을 끓으려고 한 짓은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풍수지리설에 근거로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받아들여야겠죠.

거문도 근해에 있는 백도에도 놈들이 쇠말뚝을 박아놓았으니 제가 어떻게 믿지 않겠습니까? 부장님 말씀대로 이 프로젝트를 맡겠습니다."
"그럼 나는 안심이 되는군. 워더맨에 따르는 경비와 그 외에 모든 것은 무제한으로 지원되며 대통령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보고가 되어야 하네. 그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보고 했지만 벌써 두 해가 지나가서 경계를 늦추면 안되니 긴장을 풀지 않도록 해주게."
"알겠습니다."

"나는 지금 올라갈 것인데 더 있다가 올 것인가?"
"아닙니다. 곧 짐을 챙겨 부장님과 같이 올라가겠습니다."
"그럼 같이 올라가지."
양부장은 박실장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쉬고 싶으면 이곳에 와서 쉴 수 있는 자네가 나는 한없이 부럽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는 단지 편할려고 쉬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끓어오르 는 물욕과 탐욕을 삭히려고 내려와 있는 것이지요."

"그 낙하산 인사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인데요."
"그렇군. 그런데 오히려 잘되었지 뭔가. 중요한 임무를 맡았으니 말이지."
"정말 그렇습니다. 이보다 중요한 업무가 없지요. 오히려 전화위복인 셈이지요."
"대통령 임기도 이제는 삼년 밖에 남지가 않았는데 임기내에 해결이 되었으면 좋으 련만."

양부장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박실장과 함께 두사람은 하늘을 바라본다.
"그렇지요. 우리나라도 빌 게이츠가 탄생해야 할텐데요."
박실장은 짐을 꾸리러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큰 배낭 하나를 메고 나오자 양부장이 물었다.
"뭔가? 그 큰 배낭은?"
"인생은 큰 짐을 지고 가는 긴 여정과 같다고 도꾸가와 이에야스는 말했지요. 늘 인생의 좌우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일본 소설 대망 책도 가져왔지요."

"그 속에 짐을 다 넣었군."
"네, 그렇습니다."
"간편하군 그래. 배낭 하나만 메면 되니까. 참, 좋다. 이런 공기 좋은 유명한 절에서 그것도 일본의 정기를 깨뜨리려는 조상이 만든 종소리를 들으면서 대망소설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자네 밖에 없을 걸세."
양부장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등산을 다녀보니 짐을 운반하는 데는 이것보다는 더 좋은 방법은 없지요."
"차는 안가져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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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장하고 같이 왔었습니다. 그날은 밤새도록 손과장하고 코가 삐뚤어지게 마셨습니다."
"뭐, 막걸리?"
"네 시골에 오면 막걸리이상 더 좋은 것이 없죠. 시골에서 만든 두부에다 김치를 척! 얹어서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앉아 주거니 받거니 서울에서는 맛볼 수가 없죠."
"좋았겠군. 맑은 공기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밤을 세워본지가 언제인지. 나는 자네가 정말 부럽네. 언제던지 자리를 털고 훌훌 떠날 수 있는 자네가 말일세."
양부장은 정말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그럴수가 있는 것은 늘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왔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마음속에 새겨왔기에 조그만 이해타산에 얽매이지
않은 탓이죠."
"그랬군."
두 사람은 절을 나서서 백무동 계곡으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면서 대기하여 놓은 승용차에 타고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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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는 지루함을 참고 한성그룹으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자 신경과민 반응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500만원 받은지도 벌써 두 해가 지나갔고 연락을 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부회장의 명령을 어길 수가 없어 찾아 가기에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부회장과 자신의 사이에 있었던 사실을 형에게 설명하고 형수를 설득해서 또 돈을 빌렸으나 그것도 이제는 바닥이 나서 고시원 방세가 다시 밀리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한 번 잠을 깬 후부터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날이 새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면 그 이튿날은 낮에 잠을 자지 않고는 견뎌내지 못해서 낮잠을 자게되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날이 밝게되고 그제서야 자신이 불면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면증은 육체를 피곤하게 해서 수면을 취하게 함으로서 불면증을 극복할 수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막일을 함으로서 돈을 벌고 밤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 노동판에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불면증이란 무서웠다. 모든 병이 다 그렇듯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지만 몸과 정신적으로 쇠약하게 하는 불면증은 급격히 체력을 소모시키는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편만 좋다면 헬스를 하고 레포츠를 즐기면 되는데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으니 노동 외에는 몸을 피곤하게 하는 방법 외에는 없어 하루하고 이틀을 쉬고 이렇게 하니까 그동안 쇠약했던 심신이 어느 정도 보충되고 예전처럼 잠을 이룰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고 어느 덧 두 해가 바뀌도록 연락이 없자 결국에는 찾아가기로 마음 먹기에 이르렀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양복이었다.
두 해가 다 가도록 침식을 잊어버리고 나머지 기획에 파묻혀 양복을 입어볼 기회가 없었고, 아니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눌러참고 서초동으로 가는 좌석버스에 몸을 실었다.

삼년 전에도 똑같은 양복을 입고 부회장을 찾아갔던 기억이 떠올라 준호는 씁쓰레 웃었다.
-- 자식이 나를 잊어 버렸나? 삼년이 다 돼가는데 연락이 없다니. 설마 서류에 기록한 나의 전화번호를 못찾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왜 연락을 주지 않는 것일까.
개발에 실패라도 아니 늦어서 해외시장에다 판매망 구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일까?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썩을 놈은 밤마다 즐겁게 희희낙낙하고 맛있는 것은 언제던지 먹을텐데 그 때마다 나를 생각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배신하지 않겠다고 자기 입으로 내게 말해놓고 잊었단 말인가.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설마 검은 머리가 파 뿌리처럼 하얗게 셀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아닐테지.

분명이 이것은 나를 이용한 것이 분명한데 가서 어떻게 하지? 나보고 서류를 다 했냐 고 묻는다면 다했노라고 말하고 술술 불어버려? 개자식 같으니라구!
설마 그런 질문을 한다면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쳐버릴까. 그러면 자식은 경찰에 신고하겠지.

아니면 먼저 돈부터 줘야 민생고를 해결할 것이 아니냐고 따져야겠지. 법이 허용하는 나라, 미국이었다면 권총으로 외국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식의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꽉 잡고 권총을 뒤통수에 대고서 -- 말해! 이자식아, 너가 원하는 것은 뭐냐! 하고 고문을 해서 그놈의 뱃속에 있는 음흉한 계획을 알 수가 있을텐데...
어쩌면 그자식들이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슬쩍! 하려는 것인지도, 아니 분명히 그럴꺼야 자, 준호야 냉정하고 정밀하게 생각하고 침착해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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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를 실은 좌석버스는 한남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 위로 반사되는 빛은 눈부셨다.

하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유유이 흘러가는 강물을 밀어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속도를 떨어뜨리면서 강물의 표면을 물고기 비늘같은 무늬를 만들고 있었는데 마치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버스는 예전과 변함없이 똑같은 코스로 준호를 서초동에 내려놓고는 휑하고 가버렸다. 마치 다음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듯이 매연을 내뿜고 가버리는 버스를 바라보고 준호는 한성그룹사옥을 향해서 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정문에 들어서자 감회가 일었다. 벌써 3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는 예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 뿐이고 단지 들리는 것은 준호의 발걸음 소리만이 있을 뿐이다.
똑,똑,똑, 노크를 세 번한다. 마치 자신이 다시 왔다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안에서 뭐라고 하는지 밖에서는 귀를 문에 가까이 대지 않고서야 들을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설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뜻밖이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설희씨."
"어머,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냈나요? 부회장님도 안녕하시죠?"
"예, 잘 지내시죠. 그런데 어쩐 일이예요, 그 때 다 끝난 것 아닌가요?"
"아, 실은 그 때 부회장님이 연락을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어떻게 된 것인가 궁금해서 왔습니다."
준호는 망설이다 말하고 설희를 바라보았다. 지난 삼년 동안 변한 것을 찾기라도 하듯이...

"그래요? 저는 처음 듣는 말인데요? 부회장님께서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어요."
준호는 속으로 "개자식 같으니라구!" 외치고 말을 이었다.
"실은 그때 제가 보여드린 프로젝트 서류를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개발을 끝내고 해외시장에 마케팅 구축을 완료해서 팔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혹시 부회장님께서 잊으신 것은 아닌가요?"
"글쎄요, 저는 전혀 어떤 지시도 듣지 못했는데요?"
준호는 TAKE FIVE CLUB에 대해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설사 설희가 그 등기를 받았을 지라도 준호가 언급한다면 놀랄 것이 분명하고 화를 낼 것이 틀림없을 터였다.

그리고 자신이 혼날 것을 염려해서 시치미 뗄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비서는 부회장 편이니까. 자신을 도와줄 리는 전혀 없는 것이다.
클럽을 언급하면 부회장님과 함께 활동을 했냐고 물을 것이며, 자신이 보낸 것을 알지 못하게 기획서류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면 왜 지금와서 말하는 것인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을 것 같아 피하기로 했다.

일만 쉽게 풀렸다면 자신은 어쩌면 설희에게 프로포즈하여 지금은 결혼을 했을지도 모를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고서 준호는 설희를 간절한 눈빛으로 보았다.
이런 준호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설희는 말했다.
"부회장님께서는 지금 외출하셔서 안계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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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올테니까 말씀을 올려주십시오."
"말씀은 올려 보겠는데 여지껏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는데 다시 올리면 혼날 것 같아요."
설희는 연민이 섞인 사슴 같은 눈으로 보면서 준호에게 말했다.
"아니,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당시 제게 500만원을 주시고 설희씨가 맥주를 사러 간 사이 '기다리라' 면서 악수를 청했거든요. 분명히 큰 걱정을 하셨을 것입니다."
준호가 자신있게 말하자 설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하여튼 말씀을 올려 볼께요. 안녕히 가세요."

준호는 고시원에 돌아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멍하니 방바닥에 누워 천정만 바라다 볼 뿐이었다.
--- 뭐 이용을 하지 않는다고? 죽일놈, 비서에게 아무런 지시도 하지않고서, 개자식 같으니라구! ---
준호는 이를 갈았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이제는 어떻게 하나? 스스로 자문을 해보아도 뚜렸한 묘안이 서지를 않는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고 3년을 물처럼 흘러갔기 때문이다.

-- 그자식이 서류를 가져왔느냐고 물으면 나는 어떻게 한다? 우선 민생고부터 해결을 해달라고 요구할까? 그 자식은 어떤 얼굴로 나올까 뻔뻔스런 얼굴을 보기는 봐야 할텐데. 부리부리한 눈은 나를 위압을 하겠지. 절대로 굴복할 수는 없지.---

이튿날 설희는 태호가 출근을 하자,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고 차를 찻잔에 받쳐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결재가 있나?"
태호는 평소와 다름없이 물었다.
"건설사 김사장님께서 뵙겠다고 했고 그외에는 없습니다."
"알았어. 잠시후에 결재하도록 하지."
"그전에 왔던 사람이 왔었는데요. 부회장님."
설희는 잠시 갈등을 하고 말했다.
"그사람이라니..."
태호는 흥신소로부터 준호가 왔다가 갔다는 사실을 보고 받아서 알고 있었지만, 시치미떼고 물었다.
"3년 전에 회장님이 500만원을 주시고 돌려 보낸 준호라는 사람 말이지요."
설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그래. 근데 왜?"
태호는 생각난다는 듯이 물었다.
"회장님이 기다리라고 했다면서 뵈려고 왔었습니다."
"아니, 나는 그런 말을 한적이 없는데..."
태호는 시치미 떼고 말을 흐렸다.

태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설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인터폰으로 태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재를 가져오라고 하고 차 대기해라."
"네.알겠습니다."

준호는 어제와 같은 시간에 서초동에 도착한 후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
8층에 도착한 후 준호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그 동안 고생한 보람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 다가오는 듯하여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크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3년 전과 똑같이 노크를 세 번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준호가 들어오자 설희는 준호를 쳐다보고 말했다.

부회장실로 들어가는 문은 닫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부회장님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던가요?"
준호는 조심스럽게 가슴을 조이며 물었다. 부회장실 출입문이 닫혀 있는 것이 불안했다.
"아무런 말씀도 안계시고 외출하셨어요? 그리고 그런 사실을 모르니까 더이상 오시지 마세요. 제가 힘들어요."
설희는 부탁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요?"
준호는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았고 마치 썰물이 쭉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았다.
순간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으며 현기증을 일어 손을 뒤로 뻗어 벽에 댄 후 준호는 말했다.
"잠시 앉아도 될까요?"
"괜찮지만 오래는 안돼요. 차 한 잔 드시고 이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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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차를 마시면서 마음이 안정을 시키면서 설희에게 물었다.
"혹시 서류를 가져왔냐는 말씀은 없었습니까?"
"아니요. 그런 말씀 없으셨어요."
설희는 준호를 바라보면서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 참..."
준호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자 설희는 궁금한 듯이 물었다.
"회장님께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셨나요?"

"그랬어요. 500만원을 주실 때, 그리고 설희씨에게 맥주를 사오라고 말한 후에 분명히 내게 말했어요.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삼 년 동안 준비를 해왔는데 왜 부회장님은 어떤 지시가 없을까.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는데..."
"삼년씩이나요?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부회장님이 그렇게 지시를 내리셨다면 분명히 어떤 말씀이 계실거예요. 조금 더 기다려 보시죠. 제가 왔었다고 보고를 했으니까요."

"물론이죠. 서류를 작석하는데 만 소요된 것은 아니고 부회장님 지시가 오기를 기다렸던 이유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기다린다는 것 만큼 지루하고 초조한 것은 없죠."
준호는 말하고 일어섰다.
"그럼 부회장님께 내일 온다고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알았습니다."
준호가 한성그룹 사옥을 나서자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양복입은 사람이 전화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띠었지만 준호는 개이치 않고 사옥을 나왔다.

태호는 준호가 온다는 흥신소로부터 연락을 받고 화성그룹으로 향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리자 통화를 눌렀다.
"여보세요?"
"부회장님 이시죠."
상대방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요?"
"흥신소 직원입니다. 그 사람이 방금 사옥에서 나와 버스 타러 나갔습니다."
"아, 그래요? 수고 했어요. 계속 수고해줘요."
"알겠습니다."
화성그룹에 도착한 태호는 부 회장실에 들어가니 비서가 정중하게 부회장실로 안내한다.
화성그룹 부회장인 태현이 태호를 기다리고 있다.
"어서와."
"형 그 친구가 왔다 갔어."
태호는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태현에게 말했다.
"그래? 뭐래?"
궁금함을 금치 못한 태현은 조급하게 물었다.
"서류는 안가져오고 그냥 나를 만나러 왔다는 거야. 그리고 아마 내가 아무런 지시도 없으니까 그 친구는 분명히 비서에게 내가 서류를 가져오라고 한 것을 아마 얘기하고 그러면 미스 박은 언제 그랬냐고 물을 것이고 그 친구는 내가 돈 500만원을 줄 때 말했다고 말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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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미스 박은 의아하겠는걸. 모르던 사실이 이었으니까."
태헌은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했다.
"형, 사실 나는 결혼하기 전 교제하던 여자가 있었어, 그런데 아버지 성화에 더 이상 교제를 못하고 지금 욱이 엄마하고 결혼을 했지만, 연애하던 그 시절에 사귀었던 여자가 지금 비서인 미스 박과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말하는 것도 웃는 모습도 똑같애."
"그랬어?"

새로운 사실을 알기라도 한 듯이 태현이 말했다.
"실은 나는 나중에 법정에서 미스 박이 증언을 하는 것을 원치않아, 그래서 지금 연애시절 사랑을 찾을려고 하고있어."
태호는 목소리를 낮추고 은근히 말했다.
태현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할 수 없지. 큰 일을 앞두고 작은 일에 ?매일 수는 없겠지."
납득을 한다는 듯이 태현이 말했다.

만족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두사람. 태호는 일어나서 서재로 가더니 책 옆에 비취된 양주와 글라스를 가져와 호박 색의 술을 따르고는 외친다.
"건배!"
두 사람은 외치고는 잔을 부?힌다.

준호는 그 이튿날에 방문을 하였으나 설희로부터 똑같은 대답만 듣자 할 수 없이 돌아와 허탈감과 배신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벌렁 누워서 천정만을 바라보고 있다.
준호는 식사도 거른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마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도 풀려는 듯이...
'도데체 어떻게 된 것이지? 나를 잊기라도 했단 말인가? 비서가 보고를 했는데도 아무런 지시가 없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한데. 계획이 바뀌어 나를 만날 일고의 가치 가 없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슨 말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프로젝트가 취소됐다고. 아무런 지시도 없으면 뭐 어떻하라는 거지? 젠장!'
준호는 천정을 쳐다보다 몸을 돌아누우며 바닥을 보고 있다.

한 동안 그렇게 있다가 준호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탁! 치면서 외친다.
"좋아. 서류를 건네주자. 어차피 화성에서 소용이 안된다면 라이벌 그룹인 대진그룹에서도 소용이 안되겠지. 또 어쩌면 나의 충성심을 알아보려고 일부러 그러는 지도 모르고 어차피 나로서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으니 믿어보는 수밖에.'
이튿날 준호는 아침을 먹으면서 서류를 건네주기로 마음을 먹고는 워드를 치는 곳으로 갔다.

덕성여대 앞에 도착한 준호는 '서류작성 대행'이라고 씌여진 문을 밀고 들어간다.
"워드를 치려고 하는데요?"
사무실 안에는 중년의 여자가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다가 물었다.
"어떤 거지요?"
안경을 쓰고 조금 뚱뚱한 몸에 둥그스런 얼굴을 한 여자가 물었다.
"일반 글을 워드로 치려고 하는데요. 넉 장 정도 됩니다."
"지금 해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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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숙달된 솜씨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준호는 서류를 가지고 나오고 한성그룹으로 가지고 갈까 하다가 설희에게로 생각이 미치자, 곧장 우체국으로 향했다.
준호가 우체국으로 들어가자 양복차림의 신사가 뒤를 따르고 또 한 사람 잠바차림에 허수룩한 사람이 우체국으로 들어갔다.

서류를 등기로 보낸 후에 준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4.19 국립묘지에 들려 벤치에 앉아 북한산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암괴석의 위용을 바라보면서 늘 저처럼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위세와 장관인 기획을 작성해야 된다고 늘 가슴속에 외쳐왔기에 서류를 보내고 나서 벤치에 앉아 있으니 감회가 일지 않을 수가 없다.

'지인사 득천명' 이라고 했으니 자신은 할 만큼 다 했으니 결과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고 체념을 하였다.
독재에 항거하여 총탄에 쓰러진 넋들이 있는 이 곳에서 준호는 늘 이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었다.

한편 지리산 실상사에서 올라온 박실장은 안기부장으로부터 워더맨 프로젝트를 맡고 워더맨을 보기 위해 미행하고 있다가 부하의 보고를 받고는 준호가 워드를 치러 들어갔다는 정보를 받고 준호가 우체국에 들어갈 때에 이미 도착하고 있었다.
우체국 맞은 편에는 검은색 승합차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세 명이 타고 있었다.
차 지붕에는 안테나가 나와 있었고 차내에는 팩스까지 장치되어 있었으며 12인치 모니터 화면이 3가 장치되어 있으며 무전기가 장치되어 있었다.

박실장이 우체국 국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또 한 사람 허수름한 잠바차림의 사람이 준호를 따라 4.19 국립묘지로 뒤따라 가면서 핸드폰으로 어디론다 전화를 하는 것이 보였다.
"이 서류를 우리가 가지고 가서 확인해보고 돌려줄 수 있으면 주고 안되면 그런줄 아시오."
박실장이 말하자 우체국 국장은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웃음을 아끼지 않고 흘리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처럼 중요하다면 저희로서도 어쩔 수가 없지요. 하지만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저희도 난처하니까 저희 입장을 생각해 주십시오."
"알았습니다. 우리가 보안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에서 내용을 바꾸어서라도 돌려드리겠습니 다."
"감사합니다."
박실장은 커다란 등기봉투 가지고 나와 곧바로 세워둔 차로 갔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김전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일개 영업사원 관리를 잘못했다고 창단멤버이자 일등공신인 전무를 자른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를 않아 준호의 하숙집을 수소문하여 찾아 준호를 미행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조그만 망원경으로 준호를 감시하다가 준호가 워드를 치러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다가 준호가 나오고 나서 바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만 조금전에 워드를 치고 간 사람 서류를 복사를 할 수가 없을까요? 사례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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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김전무를 유심히 살펴본 후에 물었다.
"그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남의 것을 함부로 달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죠?"
여자는 은근히 거절하고 김전무의 표정을 살피고 있는 듯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도의적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제 말을 들어보면 제가 왜 그 서류가 필요한지 알 것입니다."

김전무는 자신이 사표를 쓰게 된 동기를 대충 말하고 호소를 하였다. 마침내 서류를 받아든 김전무는 눈을 번득이며 읽고는 천정을 올려다 보고 나서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그여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사례를 하고 나온 김전무는 택시를 타고 남대문에 있는 대진그룹으로 향했다.

남대문에 있는 대진그룹은 화성그룹과 함께 국내 1,2위를 다투는 그룹으로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홍보는 물론이고 사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었다.
화성그룹 사원들이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 타입이라면 대진그룹 사원들은 회와 양주를 먹는 타입이라고도 할 수가 있었다.

대진그룹은 화성그룹과는 달리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반면에 화성그룹은 중화학공업으로 그룹을 일군 것이기에 스타일이 달랐다.
김전무는 대진그룹 사옥으로 들어갔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탄 그는 기획실이 있는 층에 내려 기획실로 향했다.

입구에는 안내하는 여직원이 머리카락을 화려하게 뒤로 빗어 넘기고 김전무를 맞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여직원은 상냥하게 물었다.
"김실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 물론 전화를 하고 오는 중입니다."
"아, 김전무님이시죠? 오시면 안내를 하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여직원은 화려한 유니폼을 다 나타내며 앞서서 걸었다. 뒤따라가는 김전무는 여직원의 안내로 복도를 걷는 하이힐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면서 뒤따라갔다.

여직원은 연두색 카페트가 깔려있는 나무로 된 문을 열고는 말했다.
"실장님, 말씀하신 손님이 오셨습니다."
안에는 커다란 쇼파가 있고, 그 뒤에 고동색의 커다란 책상과 회전의자가 눈에 띠었다.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있었는데, 안경을 쓰고 희끗한 머리카락을 가진, 체격이 호리호리한 사람이 일어나 김전무에게 다가와 말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는게... 미스 유 차좀 가져와."
"알겠습니다."
여비서가 나가자 김실장은 김전무와 쇼파에 앉았다.
김실장과는 대학동창으로 그 동안 막역한 사이로 다른 친구 보다도 가깝고 허심탄회하게 지내왔었고 김전무는 자신이 왜 사표를 내게 되었는지 이미 말해놓았고 의논하고 있었다.

김전무는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
"이 서류인데 내가 읽어보니까 이것 때문에 내가 잘리게 된 이유야."
김전무는 흥분하면서 말했다.
서류를 한참 훑어보던 김실장은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김전무를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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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것 그 사람이 작성한게 맞아?"
"응, 틀림없이 그 사람이 작성해서 아마 2년 전에 그 자식한테 갖다 주었을거야. 그래서 비밀을 유지하려고 나를 자른 거야. 그 친구에게 우리가 기획을 작성해보라고 그랬거든."
김전무의 말을 들은 김실장은 말했다.
"두 해 전이라면 이미 개발을 다 끝내고 해외에다 내다 팔고 있을걸? 이미 늦었어."
"그렇겠지. 그럼 왜 그사람을 놔두지?"
김전무는 한숨을 내쉬며 의아해서 물었다.
"일회용이지. 일회용이야! 2년이 흘러서 우리로서도 어떻게 해볼 수가 없겠는걸."
김전무가 대답이 없자, 김실장은 그 마음을 안다는 듯이 침묵을 지켰다.
"그런데 이 선은 뭐지? 그림 같기도 하고 지도 같기도 한데 그 안에 고구려인이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그림이 그려져 있군. 그리고 배안에 자동차와 TV가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 가 없는걸. 또한 프리능률제도라? 이것 정말 가능한지 알 수가 없는 걸."
고개를 갸웃거리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김전무는 허탈감에 젖어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야,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되냐?"
풀린 눈으로 김전무는 말했다.
"찾아줘, 그 상품을."
"그래, 종합상사 해외 마케팅 본부장을 만나서 말해보지. 지금 외국에 있는데 곧 오게 될거야. 사장단 회의가 분기별로 있거던."
"그래. 고맙다."
"하여튼 힘을 내. 전화 줄게."
"알았어."
김전무는 대진그룹 사옥을 나와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가 쇼파에 털썩! 소리가 날 정도로 앉았다. 그리고 태평로에 오가는 차량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태호는 화성그룹을 나와서 차를 타고 서초동으로 향하고 있다. 이른 저녁에 양주를 마셔서 그런지 얼굴이 달아 오른다. 손을 뻗어 모아놓은 수필과 시집을 집어든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설희에게 전화를 했다.
"응, 난데 사무실 들어가니까 기다려 줘."
전화를 내려놓고는 눈을 감고 피로를 풀려는 듯이 의자에 깊숙이 상체를 묻었다.
사옥 앞에 도착하자 운전수가 문을 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설희는 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태호는 차에서 가지고 내린 시집을 테이블에 놓았다.

설희는 평소대로 태호의 상의를 받아 옷걸이에 걸고는 차를 준비하러 나갔다.
태호는 시집을 들어 읽었다. 설희는 차를 가져와서 테이블에 놓고 나가려 하자 태호는 설희의 하얀 손을 잡고 말했다.
"설희, 문을 닫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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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는 시키는대로 나가 문을 닫고 그리고 부회장실 문을 닫았다.
문을 닫지 않아도 퇴근할 시간이 다되어 임원들이 올 리가 없건만 그래도 문을 닫고 와서 쇼파에 앉았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난 태호는 설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시를 읽어줄래?"
"시를요?"
여지껏 시를 읽어 달라는 부탁은 있었지만 오전에 읽었지 저녁에 읽어 달라고 한 적은 없었기에 설희는 조금 이상했다. 문을 닫으라는 말에도 조금 놀랐지만 별다르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집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다. 설희의 고운 목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맴돌았다.

- 사슴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고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바라본다

설희가 잠시 멈추자 태호가 말한다.
그 시도 내가 이따금 읽는 시 인데 그대가 읽으니 더욱 가슴에 와 닿는구나.
계속 읽어다오.
설희는 다음 장으로 눈을 옮겨간다.

진달래 꽃

나 보기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니
드리오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라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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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설희가 다 읽자 태호는 상체를 설희의 무릎에 머리를 올려놓고 있다.
마치 베게를 삼듯이...
그리고 안심했다. 설희의 마음이 수긍했음을 알 수 있기에...
설희의 고운 목소리는 붉은 카페트가 깔린 공간에 낭랑하게 울리고 있다.
설희는 자신의 무릎에 누워있는 태호를 내려다 보았다. 태호는 눈을 감고 있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 설희.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유난히 두 사람 귀에 들리는 듯하다.

- 그래도 누이야 -

누이야
아직도 꽃잎같은 세월을

흘러가는 강촌의 흰 조약돌만
만지작 거리며 살고 있느냐

눈썹을 가리우던 산 그림자가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물을 지우고

달빛마저 즈믄 밤을 헤우고 나면
별의 가슴에서 울렁거리는
님의 사랑굿만 들으려고 하느냐

그래도 누이야
천년을 두고 별들은 지고

꽃잎마저 다 떨어진다 해도
안개짙은 외로운 뜰에

살포시 내려서 보거라
네가 두고간

영혼의 발자국 소리
지금도 들리고 있느니

설희는 다 읽고서 한 동안 태호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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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는 설희가 시를 읽기를 멈추자 눈을 감고 말했다.
"설희, 지금까지 읽은 시는 내가 사모하는 시이기도 하고 그것은 바로 설희에게 향한 나의 마음이기도 해."
태호는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얼굴을 설희의 배로 향했다.
설희는 태호의 말을 듣고만 있다. 태호는 팔을 뻗어 설희의 가냘픈 허리를 감았다.

설희는 마음이 흩으러져 시를 읽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집중해서 또 한 페이지를 넘겼다.

-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

기다리는 님이 오지 않았기에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오지 않았기에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기다리는 님은 오지 않았기에
나는 님을 누군지 알 것만 같다.

김형영

설희가 시를 읽고 시인의 이름을 조그맣게 말하자 태호는 고백하듯이 말했다.
"설희 나는 나도 모르게 너를 좋아하고 있어. 아니 사랑하고 있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지."
말을 하고는 설희의 양어깨에 감은 팔에 힘을 주고 자신의 안았다.
"부회장님 아파요."
설희는 숨을 헐떡이며 조그맣게 속삭이 듯이 말했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계속 읽어줘"
설희는 다시 시를 읽는다.

- 사랑한다는 말은 -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 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168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해인


설희는 시를 읽고 기쁜 듯이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이 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에요."
"설희 나는 시로 통해서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 줄 몰라?"
설희는 태호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어머, 몰랐어요."
"마저 읽어봐."
설희는 시를 마저 읽었다.

- 하늘을 바라보며 -

나의 생애가 긴 여로처럼 느낄 때
내 삶이 이 순간으로 끝일라면...
하는 생각으로 옷깃을 여밉니다

삶의 나날에
노오란 개나리가 활짝 핀 들
이끼가 까맣게 낀 터널도 지나가야 하지만

정상을 오르는 등반자처럼
여기저기 한눈 팔지 않고
항상 당신만을 향해 오르겠습니다

언젠가는 꼭 돌아가야 할 내 고향
자주 하늘을 바라보며
내려앉으려는 마음을 드높이겠습니다

파랗게 파랗게 이슬이 방울지듯
맑은 마음으로 희망을 갖고
최선의 삶을 살겠습니다

최남순

설희는 시인의 이름을 마저 읽었다. 그리고 태호의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보조개를 살며시 드러내놓고...





169



그리고는 다음 장으로 눈을 돌린다.

- 함께 가는 길 -

탐진치로 마음이 요동치고 있을 때,
고요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처진 소나무가 있습니다.

나를 내세울 때
곧게 뻗은 은행나무가 둘 아닌 도리를 일러 줍니다.

오랜 마음의 습기로 한 마음을 잊어버리고 진리를 역행할 때,
이목소의 물은 말없이 낮은 데로 흘러 가고
바위가 있으면 돌아서 가는 법을 가르칩니다.

자신이 아주 초라하게 느껴질 때,
담장에 낀 작은 돌은
당신이 꼭 필요한 존재임을 일깨워 줍니다.

금당의 이끼 낀 기와에서
삶의 깊이와 여유를 배웁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면서
내가 곧 우주이고
우주가 곧 나 임을 깨닫습니다.

만물 만생은 소리 없는 침묵으로,
때론 미소로 때론 울음으로
실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들의 생각에 가득 차서
실상을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르침을 주고받으며

서로서로 연계되어 살고 있기에
우리들은 그냥 갈 수가 없습니다.

서로에게 길이 되어
이 끝없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혜룡 (스님)

 

 

 

170

 

 

 

 

 



설희가 다 읽자 태호는 손을 뻗어 설희의 목을 자기에게 당긴다. 설희는 마치 마술에 걸린 사람처럼 허리를 숙여 얼굴을 태호의 얼굴과 맞닿고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태호의 입에서 양주의 향기가 아닌 냄새를 맡게 되었고 그 냄새가 자신의 입 속으로 흘러 들어가 몸 속에 퍼져 버리고, 붉은 카페트에 설희는 자신의 상체를  던졌다.

자신의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고, 가슴은 쉬지않고 뛰고 있었다. 그리고 언니의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설희는 언니의 말을 기억하면서 자신에게 행운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조금도 부끄럼 없이...
태호의 손 끝이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겨 갈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옷을 잡아 당겼지만 태호의 숨소리와 언니와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힘이 빠져감을 느꼈다.

그러자 점차 흥분을 느꼈고 태호의 손이 자신의 상체를 애무할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었으며, 마치 취면제 주사를 맞은 것처럼 웬지 몸이 노근해져서 조금도 항거할 수가 없었다.

설희는 태호가 자신의 몸을 유린하게 맡겨 두게 되었는데 이렇게 해서 그 날 저녁 설희는 태호로부터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상처라는 울타리에 갇혀서 고뇌와 슬픔 속에서 살게 될은 미처 몰랐으리라.

한편 준호는 서류를 보내도 소식이 없어 일 주일이 지난 뒤에 한성사옥을 방문하였으니 설희로부터 조금도 달라진 지시가 없어 마침내 자신이 이용을 당하였거나 아니면 자신의 프로젝트가 무의미로 끝나서 그 동안 시간과 은행빚을 부회장이 변제해 주기가 싫어서 만나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후 한동안 막일과 술로 시간을 보내다 동네에 있는 제일약국 약사 소개로 서초동에서 현철이가 운영하는 서초관에 취직하게 되었는데 약사와 현철이와는 사촌지간 이었다.
그 때쯤에는 현철과 선경이는 극과 극을 달리듯이 진경은 이혼을 요구하고 있었고 현철은 피하고 옆에 있는 어머니 집에서 잠을 자기도 하며 집에는 들어가지 않는 날도 이따금 있었다.

진경은 현철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그 이튿날 서초관에 가보니 오준호가 근무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호는 직원으로부터 사모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깍듯이 인사를 하였으며 나이가 자신보다 6살이나 적다는 것을, 그리고 부부싸움을 가게 안에서도 자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초관은 그럭저럭 장사가 잘되어 현철은 그나마 위로가 되었는데, 둘째 아이를 낳은 지가 벌써 1년이 지나가는데 아직까지 진경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고, 부부간의 사랑을 한 번도 하지 못하여 결국에는 형들에게 이번에 선산에서 모이게 되면 의논을 하려고 생각했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선산에 모이기로 했는데, 슈퍼를 하는 큰 하인과 아들, 명문대 무역학과에 다니는 광수, 그리고 오준호도 같이 가게 되었다.
오준호는 현철의 십만평이나 되는 선산에 가서 으리으리하게 꾸며놓은 호화스런 묘에 놀랐다.




171

 

 

그 무덤은 경주에 있는 삼국시대 통일 신라의 왕들의 무덤과 다를 바가 없이 크게 꾸며 놓았는데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장군의 묘 만큼은 컸던 것이다.
준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수만평되는 산에다가 호화스런 묘를 만들어 놨는지 그리고 무덤에 안치되어 있는 사람이 생전에 어떤 명성을 가졌는지도 궁금했다.

서초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 꾸며놓을 무덤이 아니었기에 궁금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준호는 서초관에서 가져온 물품들을 광수와 함께 부지런히 내려 놓고서 산지기인 둘째하인 즉, 광수의 작은 아버지가 차에서 내려놓는 것을 어깨에 메고 묘 앞으로 함께 운반하였다.
곧 풀을 베고 점심을 먹을 쯤에 현철은 형들과 따로 떨어져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형님, 제가 드릴 말씀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럽니다."
말을 하고 현철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혼?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사촌형과 작은 아버지가 동시에 놀라며 반문했다.
"말씀을 안드려서 그렇지만 벌써 1년이 지났는데도 한 번도 부부관계를 갖지 못했다는 겁니다."
형 현권이 현철을 바라보며 모르는척하고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뭐, 부부관계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구? 왜, 뭣 땜시?"
환갑을 지난해 넘긴 작은 아버지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모르겠어요. 둘째아이를 낳고 부터는 완전히 변해버렸어요. 성격도 변해버렸고 밥도 안차려주는가 하면 툭 하면 말끝을 잡고는 싸움을 하려고 하니 죽겠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어떤 때는 두둘겨 주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죠."
"아니 고년이 제 서방 밥도 안차려 준단 말이야?"
작은 아버지는 화를 벌컥 내면서 언성을 높였다. 그 소리에 일을 하던 준호와 광수 그리고 큰 하인과 작은 하인인 산지기 형제도 일제히 현철이 있는 쪽을 향해서 돌아다 보았다.

"그것 뿐이면 괜찮겠어요. 밥이야 뭐 서초관에서 먹고 들어가면 되지만 이거 원 툭 하면 이혼하자는 얘기만 하고 하루하루가 지겹다고 하면서 사정을 하는 거예요.

이혼을 제발 해달라고 말이지요. 가뜩이나 일 년동안 굶었서 생각이 나서 미치겠는데 사사건건 말싸움을 불러일으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니, 고년이 그 찢어진 아가리로 이혼을 하자고 한단 말이냐? 고런 괘씸한 년 같으니라 구! 어디 내가 서울 가서 한 번 물어 봐야겠다. 아니 아무리 세상이 변해서 부모를 제주도에 버려두고 오는 세상이고 제 스승을 112에 신고하는 세상이지만 명문대 나오면 다 그러냐!
하지만 제 맘대로 위자료 줘 가면서 누가 이혼을 시켜준대? 어린 것들은 어쩌고? 낳아 놓기만 하면 장땡이냐? 누가 키울거냐? 요년이 아직 따끔한 맛을 못봐서 요러지.
나쁜년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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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버지 고정하십시오. 지금 작은 아버지가 나서서 그러시면 집 사람 뜻대로 되게 해 주는 겁니다. 이미 일 년을 끌어왔기 때문에 도저히 합쳐질 수는 없을 겁니다.


뭔가가 있으니까 저렇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다른 남자가 있다던가, 아니면 재혼을 하려 고 생각을 가지고 있다던가."
현철은 작은 아버지가 화를 내자 용기를 얻은 듯이 말했다.


"맞아요, 작은 아버지 현철이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만약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한 다면 마음을 돌릴 수는 없을 겁니다.

시간을 질질 끌다가 바람을 피울 때 현장을 덮쳐서 간통죄로 고소하면 위자료도 주지 않고 이혼을 할 수가 있습니다."
현건이 말하자 사촌 형이 말을 이었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음력이 세져서 참을 수가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일 년을 참을 수 가 있단 말이냐? 정말 독한 여자하고 결혼을 했구나."
작은 아버지는 머리카락이 다 빠져서 대머리에 난 땀을 손수건을로 닦으면서 쯧쯧! 혀를 차면서 말했다.
"작은 아버지 제 동창중에 하나가 강력계 형사 반장을 정년 퇴직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부탁 좀 해야 할까봐요?"
사촌 형인 승건이는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말했다.

"어, 그래. 무슨 부탁?"
반가운 듯이 작은 아버지는 어서 말하라는 듯이 반문하고 승건을 쳐다보았다.
"먼저 전화 감청을 해야겠어요. 그래야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 것 아니겠어요?"
"감청이 뭐냐?"
"전화를 도청하겠다는 거지요. 그러면 누구하고 어떤 얘기가 오고 가는지 다 알 수가 있고 또 녹음을 해서 증거를 삼아 녹취록을 만들어 법정에서 유리하게 이끌 수가 있는 겁니다."
"그거 아무나 할 수가 있는 거예요?"
현철은 희색을 띄며 물었다.

"뭐 간단해. 청계천에 가면 돈 이 삼백만원이면 아마 설치할 수가 있을꺼야. 청계천에는 없는게 없고 또 구해 달라고 하면 외국에서 수입해다가 구해 줄거야. 돈만 많이 준다면 아마 권총도 구해 줄꺼다. 청계천에는 없는 게 없거든."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그러면 꼬투리를 탁 잡아서 요년을 돈 한 푼을 안주고 보따리 하나만 달랑 줘서 내쫓아 버릴 수가 있겠구나."

"맞어요. 그러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을 때 최소한도 우리 입맛에 맞게 돈을 주고 이혼을 할 수가 있어요."
형인 현권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현철은 잔을 가져다가 돌려가며 술을 따랐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작은 아버지, 건배를 해요!"
"그래, 우리 모두 건배를 하자."
네 사람을 술잔을 들어 부딪치고 건배를 외쳤다.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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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아, 어머님도 아시냐?"
사촌형이 물었다.
"아직 모르셔, 아무것도."
"그래, 연세가 많으셔서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낫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되서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 괜히 노인네 한테 근심을 드리지 말아야지. 형수님도 이젠 늙으셨거던."
작은 아버지가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남자야 여자 생각이 나면 오입을 하면 된다지만 여자는 안그렇거든 어떻게 일 년을 홀로 독수공방을 지킬 수가 있냐는 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월급을 타서 꼬박꼬박 집으로 송금을 하면 마누라들은 춤바람이 나서 땀흘려 보내온 돈을 카바레 다 뭐다 해서 제비족하고 눈이 맞아 탕진하는데 걔는 참 신기하기도 하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처녀 때 보다 더 남자 생각이 간절하다고 하는데 너 일하는 사이 바람피는 것 아니 냐? 서방질 하는 것 아니냐구.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구나."
작은 아버지는 틀림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리야 있겠어요? 그 여자도 명문대를 나온 여자인데..."
현권이 말을 받았다.

"야, 명문대 나온 얘들이 더 까졌다는 것 몰르냐?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궁극적에는 그런 학벌이 큰 문제가 되는게 아닌 법이다.

그건 결혼을 생각하고 처녀 때 시절 이야기지 지금은 얘가 딸리고 다른 남자와 사는 게 급한데 명문대가 무슨 얼어죽을 명문대냐, 명문대가 해결해준다냐?"
사촌형인 승일이 말했다.

"그럼 지금 재혼 할 남자가 나타났다는 말이냐?
작은 아버지가 현철을 보면서 물었다.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죠. 약국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어요."
"사람을 시켜서 미행을 해봐야 겠어요. 그러면 알지 않을까요?"
현권이가 말하자 사촌형이 대답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전화를 감청하고 미행을 하면 제 년이 꼬리가 잡히지 않고 서방질을 할 수가 있겠어."
"잡히기만 하면 두 연놈의 모가지를 팍! 비틀어버려야지."
현철은 씩씩대며 거친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안돼, 손대면 큰일나. 오히려 구실을 만들어 주게 돼, 그러니 참고 견디는 것 만이 이기는 거야. 손대서 무슨 불상사라도 생기면 법정에서 여자에게 폭력을 사용했다는 것은 지기 마련이야. 여지껏 전례가 여자에게 폭력을 해서 이긴 적은 아무도 없어.
시간을 끌어서 둘이 착! 달라붙었을 때 급습을 해서 바로 간통죄로 고소하는 거야. 그리고는 옷 보따리만 달랑 줘서 내?는 거야."
사촌형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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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형 말이 맞아. 설사 바람을 피우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왕 그 년이 몸을 안주면 남의 품에 안길 여자이니 위자료를 줘서 내보낼 필요가 없지. 시간을 몇 년이고 끌면 제년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던가, 아니면 제발 위자료 필요가 없으니 도장만이라 도 찍어 달라고 사정을 할 때까지 두고 보는 거야.

너는 여자 생각이 나면 술집에 가서 바람 피우면 되잖아. 남자는 바람을 마음대로 피울 수 있지만 여자는 이 시점이 되면 간통이라는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지."
현권이 말했
다.

 
"그래, 어찌됐던 고런 년에게는 아주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해, 여기가 어디라고 까불고 있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래, 현철이도 지금부터는 괴롭혀서 달달 볶아.

그러나 절대로 폭력을 쓰면 안돼. 성질만 사납게 만들어 제풀에 발버둥치게만 만들고는 어머님 집에서 자고 출근 하도록 해라.

그러면 제년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아 돌아다니겠지.

그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독수공방이라는 것은 아무나 지키는 것이 아니니까."
작은 아버지가 결론을 짓듯이 말한다.

준호는 서초관에서 일하면서 차츰 일이 익숙해져갔다.
현철은 준호가 들어오고 부터는 매상도 늘고 수익도 좋아져 준호를 지배인으로 앉히게 하고 자신은 친구들과 술마시러 다니고 골프를 치러 다니고 있었다.
선경은 현철이 성묘를 다녀온 후로부터는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전에는 자신이 현철의 성질을 글겄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신이 약이 오르는 일이 많아 욕을 해대며 싸움을 걸어도 현철이는 약만 올려놓고는 휙 하니 나가서 들어오지도 않는 일이 허다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하여야 될지 선경은 마치 감옥이 갇혀 사는 것처럼 느껴져 하루하루가 길기만 하였다.
아이는 어느새 돌이 지나고 있건만 현철과의 다툼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서초관에 가보니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이 지배인이 되어 자연히 선경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선경은 준호를 볼 때마다 호감이 가게 되었다.
아이는 친정 작은 어머니에게 맡기고 선경은 서초관에 나와서 있는 시간이 많게 되었고 점심도 서초관에서 먹을 때가 많았다.
"오 지배인 나 점심 부탁해요."
선경은 준호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녜, 사모님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준호는 깍듯이 말했
다.
"같이 식사하지 않을래요?"
선경은 후리후리한 준호의 몸을 아래 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
"저는 직원들고 같이 하는데요."
"괜찮아요, 자, 이리 앉아요."

 


175



"녜, 그러지요."
준호는 대답을 하고 선경과 마주보고 앉는다.
준호는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선경이 질문을 한다.
"여기 어떻게 오게 되었죠."
"녜, 사장님의 사촌형인 제일약국 약사님이 소개해서 왔습니다."
"그랬군요,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지요?"
"36세입니다."
"어머, 우리 오빠하고 동갑이네. 그 전에는 무얼 했나요?"

"무역회사 다니다가 환경업에서 세일을 하다가 조금 막일도 했습니다."
"대학을 안나왔나요? 막일을 하게."
"대학을 졸업했지만 약간의 사정이 있어서 막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일을 해보니 어때요?"
"좋습니다. 사장님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한 것 같습니다."
"잘되었군요. 내가 오빠로 삼아야겠네."
"별말씀을 다..."
준호는 어쩔줄몰라 말끝을 흐렸다.
"집은 어디에요?"
"삼선교 근처입니다."
"아, 현사장 사촌형이 약국을 하는 동네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준호는 퇴근을 하고 고시원으로 와서는 곰곰히 생각하며 선경이 왜
그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퍼부어 대는지 알 수가 없다.


 

 

 


176







 

 

 

준호는 어려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성당을 다니게 되었고 밥을 먹기 전에는 꼭 기도문을 읽고 나서야 밥을 먹을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아버지가 엄격하였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요일이면 주일학교를 다녔으며 대학을 들어가고 부터는 주일학교 교사로 학생들에게 성서를 가르쳤다.

저녁에는 요한 교육원에서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하는 청소년에게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을 가르쳤기에 누구보다도 신앙이 깊었다.

성장하면서 늘 하느님이 두려웠으며, 마치 하나님이 하늘에서 다 내려다 보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준호는 남에게 거짓말을 한 번 하려면 하늘을 올려다 보고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또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짧다는 것을 역사를 통하여 알게 되었고 성서의 기록된 것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 박해를 당하고 순교한 성인들을 가슴 속에 새기면서 준호는 그 시공을 뛰어넘을 수가 있는 옛 어른들의 용기와 하나님의 진리를 목숨을 바쳐가면서 지키고 실행할 수가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하고 늘 생각했다.

그 분들은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명분있는 삶을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갈파하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일년 전이나 그리고 십년이 지나 추억을 잠기면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것과 같이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삶은 일 년을 사나 십 년을 더 사는 것이나 설사 백 년을 산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에다 의미를 두어야 하는가? 하는 결론을 추론하고 나면 성인이 왜 하느님의 진리를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과 부귀와 명예를 다 뿌리치고 순교를 하여야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산화한, 가족과 부모형제들을 생각하면서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삶의 정의를 받아들일 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지게 되었다.

순교자와 순국선열은 이처럼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는 것을 준호는 깨달았고, 자신도 나라를 위해 일을 하였을 뿐이고, 고통을 당한다 하더라도 자신은 국가에서 선택된 사람이라는 사명을 가지게 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다바쳐 기획을 작성한 것에 대하여 조금도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준호도 피와 살로 만들어진 인간이게에 설희의 모습은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진경이가 은근히 접근해오는 듯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준호는 서초관에 근무하기가 거북스러웠다.

사장 부인인 선경이는 왜 자신에게 가까이 오려고 하는 지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서초관에서 사장과 말다툼을 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지만 그런 것은 흔히 부부사이에 늘 있는 일이 아닌가.
그 때부터 준호는 퇴근 길에는 서초동 성당을 들려서 묵상의 기도를 하고 성모상 옆에 있는 소나무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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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자신이 작성한 기획이 너무나 터무니가 없어 부회장이 일고의 가치가 없어 연락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준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중국은 산업발전과 금융구조 조정 그리고 삼협댐 공사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할 것이며 황사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또한 막대한 자금이 소요가 된다는 것을 신문을 통하여 잘 알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영국의 홍콩을 반환하면 중국인들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고 양쯔강의 삼협댐과 같은 거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회 간접시설과 국유산업을 민영화 하기위해 수많은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할 판 이었다.

빈부의 격차가 너무나 큰 것도 크게 대두되는 문제점 중에 하나였고 국방을 튼튼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최신식 무기 도입이 또한 필수이기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돈이 들어가 그러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으로부터 무역특혜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고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고구려 선조들이 살던 땅은 역사를 통하여 엄연히 대한민국의 소유가 되어야 하는데, 홍콩처럼 반환을 하려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니 아예 그 땅을 사겠다고 제의한 것이 무엇이 잘못된 생각이란 말인가?
누구나 기가막혀 말이 안나온다는 소리를 할만 하지만 중국의 속사정을 알고나면 그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준호는 확신했다.

다행이 장쩌민은 근대적인 교육과 사고를 가진 유일한 중국 지도자이기에 더욱 가능한 것이라고 여겼고, 지금의 절호의 기회라고 서류에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통일은 자연히 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만세가 아니겠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나라도 대국이 되는 것이라고 준호는 확신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 오면 중국이 대만을 흡수하려는 시도에도 미국으로서는 여지껏 취해왔던 강력한 저지도 수그러들 것 이라는 또 하나의 잇점이 있는 것 이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냉기가 흐르고 있는 이 한반도에 그 때는 평화가 찾아 오는 것이다.
준호는 천정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몸을 돌려 벼게를 마주하고 방바닥을 내려다 보고 생각에 몰두해 있다.

ㅡ 정말 부회장은 이 프로젝트를 묵살하고 말은 것일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대진그룹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가서 브리핑을 할텐데... 가정을 해보자, 만일
부회장이 서류를 화성그룹으로 가져가서 개발을 해서 해외 판매에 성공을 하였다면
당연히 맥주공장도 필리핀에 세웠을 것인데, 그 사실이 왜 신문에 안나오지?
물론 외국 기업들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비밀을 유지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완성이
되어 선진 열강국에다 내다 팔텐데 언론도 모르고 있는 것일까? 하긴 방문 판매를
하면 좀처럼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외국에 맥주공장을 세우는데는 적어도 3,000억원 정도가 들텐데 정부의 허락
없이 화성그룹이 착공을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이렇게 엄청난 프로젝트를 정부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정부는 언제까지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일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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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해 견딜 수가 없었다.
자기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일까.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답답해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이 기획했던 서류들을 재검토 하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검토를 마친 준호는 녹초가 되어 책상 위에 엎어져 자고 있다.

평소와 다름없이 준호는 서초관에서 카운터에 앉아 손님과 계산을 마치고 점심을 하려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진경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준호는 일어나서 인사했다.
"준호 오빠, 일어나지 않아도 돼."
진경은 화장을 제법 진하게 하고 테이블에 준호와 마주하고 앉는다.
두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현철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 둘이서 식사를하고 있자 진경 옆자리에 앉았다.

"준호오빠, 왜 여지껏 장가를 안갔어요?"
진경은 상냥하게 물었다.
"뭐, 오빠?"
현철은 얼굴을 찡그리며 진경을 노려보았다.
"그래, 오빠 우리 큰 오빠하고 나이가 똑 같아. 그러니까 오빠지 뭐."
현철은 이번에는 준호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웠지?"
현철은 마치 돌 씹은 얼굴로 준호를 험상궂게 노려보며 추궁하듯이 말했다.
벌써 흥분해서 거칠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옆 사람에게까지 들려왔다.
"사모님, 말씀을 낮추십시오. 제가 듣기가 부담스럽습니다."
"뭐가 부담스러워요? 나이가 많으니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그래도 여기는 회사니까요."

"나는 그런 것 안 따져요."
진경은 들으라는 듯이 앙칼지게 소리쳐 외치듯이 말했다.
현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서 앉았다.
"신경을 쓰지 말고 식사나 하세요."
"녜, 알겠습니다."

준호는 식사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와 지나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현철이 문을 나오자 준호는 인사를 하자 현철은 머리를 끄덕이고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
현철이 없자 준호는 선경에게 말했다.
"사모님, 오빠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오부장이라고 부르십시오."
"내가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는 거지 뭐 그것까지 구속을 받아야 해요?"
진경은 날카롭게 말을 받았다.
"사장님이 불쾌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런 것 신경을 쓸 필요 없어요. 그 인간은 약좀 올라야 하니까."
말하고 나서 진경은 준호를 바라보았다.

 

 

179





 

 

 

"오빠, 나 운전을 할려고 하는데 내 옆에 있어줘요. 운전을 이제 배우기 시작하는데 옆에 아무도 없으면 떨려서 그래요."
"사장님이 계시잖아요?"
준호는 부담이 되어서 말했다.
"그 사람 내 앞에서 언급하지 말아요. 우리는 말이 부부이지 이미 남남이나 다를바 없어요.
가요."
진경은 말하고 일어서 준호가 일어나기를 재촉했다.
준호는 일어나 진경을 따라갔다.
준호는 조수석에 앉아서 진경이 운전하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운전 잘 하는데요?"
"그래도 아직 떨려요. 시내에 나오면 당황하게 돼요. 오빠 우리 차 한 잔 마시고 가요."
"그러죠."
"아이, 오빠 아무도 없을 때는 말을 놓아요. 네?"
"알았어요."
준호는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
두 사람은 차를 파킹해놓고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숍에 앉자 진경은 말을 꺼냈다.
"오빠, 나는 속아서 결혼을 했어요. 그리고 성격이 맞지않아 지금 별거를 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준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별거는 뭐..."
말끝을 흐리자 진경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니, 진짜예요. 둘째 아이 경아를 낳고는 한 번도 같이 잠을 안잤어요.

이혼을 하자고 해도 들은 척도 않고 어머니 집에서 아주 살다시피하고 들어오지도 않아요.

그렇게 지내온지가 벌써 일년이 됐어요. 오빠, 나는 이곳을 떠나고 싶어요. 어떻게 돈 좀 받아줘요?"

"내가 그럴 권리가 있어야지. 그리고 아이는 어떻할려고 그래요?"
"큰 아이는 다 컸으니 고모도 있고, 할머니도 있으니 잘 클거에요. 유치원에 가면 친구랑 사귀면 차츰 엄마 생각도 덜 날 것이고 학교에서도 적응이 잘 될거에요."
"내가 뭔데 돈을 받아줄 수가 있어야지. 내가 나설 입장이 못돼요."
준호는 진경이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진경은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오빠도 참."
그리고는 눈물을 흘렸다.
"지금 울고 있어요?"
준호는 진경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
"아니에요."
진경은 손등으로 눈을 닦았다. 준호는 손수건을 꺼내 진경에게 건네주었다.

"이혼은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니에요. 그러니 시간을 갖고 인내하면서 설득을 시켜봐요."
"알았어. 오빠"
화장을 한 진경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려서 흐른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자, 화장을 해서 눈물자국을 감춰요. 알았지요?"
"알았어요."




181



태호는 평소와 같은 시간에 사무실에 출근했다.
설희는 사랑을 나눈 후로부터는 모시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연인을 대하는 다정한 모습으로 태호와 이야기를 하였다.
태호는 흥신소로부터 준호가 서류를 가지고 우체국에 갔다는 정보를 전해듣고는 우편물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나 한동안 기다려도 오지않자 이상하게 여기도 있었고 그 후 준호가 서초관에 취직을 했다는 정보도 흥신소를 통해서 듣고 있었고, 매일 하루 일과를 전해 듣고 있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신문을 보아도 집중이 안되자 설희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사무실에서 같이 앉아 차의 삼매경에 빠지기라도 한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태호는 생각에 잠겨있고 설희는 태호를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기다리고 있었다.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태호는 말했다.
"내가 중국에서 차에 매료가 된 이유가 있는데 설희는 궁금하지 않아?"
"궁금해요."
"차에는 다섯가지 아름다움이 있는데 차향과 차색, 차미 외에 효와 기를 포함하고 있다고 하고, 효는 차가 인체에 미치는 효능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것이고, 기는 차를 우려내는 다기로부터 찾아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말한다는 거지.

추사 김정희가 '고요히 앉은 자리에 차가 익어가며 향내를 뿜기 시작하고' 라고 묘사했던 대로 차색을 보거나 혀끝이 맛을 느끼기 전에 멀리서도 알아챌수 있으며 눈을 감고 있을 때, 더욱 잘 드러나는 아름다움이라는 거지.
차인들이 오래 전부터 '향내를 맡다.'라고 할 때 문향이란 말을 애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차향이란, 고요한 가운데 귀로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정신의 향기를 강조한 것은 아닐까하는 말을 쓰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거야."

"어머, 우리가 흔히 마시는 차에 그런 지식이 있는 줄 몰랐어요."
설희는 탄성을 발하며 말했다.
"또한 차의 미를 논할 때 다기가 주는 아름다움은 다관과 숙우, 찻잔과 차호, 다시, 퇴수기등이 차상 위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모습은 그 자체가 빼어난 아름다움이고 향, 미, 색, 효의 네 가지 아름다움이 배어나온다고 하지."

"그래서 차를 마실 때는 항상 명상에 잠겨 계셨어요?"
"그런 이유도 있고 또 이것 저것 경영을 해야되는 까닭에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함이야."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작설차는 눈을 밝게하고, 변을 이롭게 하며 갈증을 덜어주고, 잠을 적게 하며 온 몸의 독을 풀어준다. 라고 하는데 작설차를 많이 드셔요."

태호는 자신을 바라보는 설희의 눈은 사랑에 갓 눈을 뜬 소녀처럼 검은 눈동자에는 빛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설희는 선을 본 적이 있어?"
"선이요? 아직 한 번도."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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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왜요?"
"일백 번 선을 본 여자의 스토리가 있는데 말이야 들어 볼테야?"
"어머, 말해 주세요."
설화는 미소를 띠며 재촉했다.
"조 선녀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결혼 상담소에서 소개해준 남자를 만나는 날이기에 미용실에 다녀와서 외출 준비를 서둘렀지. 화장을 하면서 달력을 보니,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그 밑에 100이란 숫자가 적혀 있는 거야.

'오늘이 바로 일백 번째 선을 보는 날이구나.' 1992년에 선을 보았으니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러 100명의 남자를 만나보는 동안 나이를 먹어 33세가 되어 버렸지.
선을 보러 나가면 딱지를 맞았고, 다음에 만나자는 남자가 아무도 없었던 거지. 조선녀처럼 뚱뚱한 여자를 두 번 다시 만나려 하지 않았던 거야.

그래도 그녀는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자 백명 가운데 한 명은 뚱뚱한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라는 신념을 갖고 99명의 남자에게 퇴짜를 맞았기에 일백 번째 남자에게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었고, 그 남자를 만났을 때 약간 놀랐지. 키가 몹시 작았기 때문이었는데 상대방은 더 놀라고 있었던 거야."
"어머, 왜요?"

"조선녀가 몹시 뚱뚱했기 때문이지. 남자는 선녀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물어 우거지 상이 되어 말없이 빡빡 피워대며 연기를 조선녀에게 날리는 거야. 그러자 선녀가 그 남자에게 물었어. "저, 군대는 다녀오셨나요?" 하고 묻자 그 남자는 불쾌한 듯이 선녀를
노려 보았어."
"왜요?"

"그러자, 그 남자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세요? 키가 기준치에 미달되었으니 군대를 못갔는데 군대를 갔다 왔냐고 물으니까 그렇지요. 제 키가 153cm이하라 병역이 면제 되었어요. 됐나요?' 그 남자는 자신의 약점을 거론하는줄 알고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
그러나 선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직업군인 이었기에 대화를 이끌어 가려는 뜻이었는데 그 남자는 더 이상 선녀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 5분도 되지 않아 커피숍을 나가 버렸지 뭐야."
"그 남자는 성질이 무척 급해요."

"선녀는 멍하니 빈자리를 바라보았고, 일백 번째 남자도 퇴짜를 놓았으니 이제는 결혼에 대한 꿈은 접어 두어야 할 것 같았고, 지난 8년 동안 선을 본 일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

그 후에도 선녀는 결혼 정보 회사 , 미팅 정보 잡지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보내기도 하고 또 미팅 이벤트 회사에 열심히 드나 들었지.

 

미팅 정보 잡지에 자신의 생년월일, 주소, 직업, 취미, 싫은 사람, 이상형등이 실리는데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어 연락처를 알려주었는데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하는 남자는 하나도 없는거야.
그래도 선녀는 실망하지 않고 열심히 짝을 찾아 헤메었고, 더욱이 1999년에는 길하다는 숫자 9 가 연속으로 겹친 해인데다, 새 천년을 앞두고 있었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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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라는 숫자는 길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숫자였네요."
"그렇지, 새 천년을 외롭게 맞이할 생각을 하니 끔찍했고, 그래서 다른 해보다 선도 많아 보고 각종 컴퓨터 통신 대화방을 기웃거렸고 채팅을 통하여 상대와 만나기도 했는데 남자들은 그녀의 모습을 보자 기겁을 하고 달아났어."
"단지 뚱뚱해서요?"
"그렇지. 남자들은 뚱뚱한 것을 싫어하거든. 선녀는 일백 번째 남자와 선을 본 뒤에는 묘한 버릇이 생겼는데, 무슨 발작이라도 일어났는 것처럼 게걸스럽게 음식을 마구 먹는 버릇이었는데, 이것은 정신 의학적으로 '신경성 마구 먹기 병'이라 하고 맞선 실패에 따른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푼다고 할 수 있지.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어떤 남자가 만나자고 전화가 왔어. 선녀는 반가워서 누구시냐고 묻자 그 남자가 이름을 밝혔는데 그 이름이 생소하기만 했고, 하긴 그 동안 100명의 남자와 선을 봤으니 알 수가 없는 것이 당연했지.
선녀는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약속 장소로 나갔는데 그 남자를 보자 생각이 났지 뭐야.
첫 번째 선을 보았던 남자였는데 30대 중반인 자신의 나이 보다 더 겉늙어 있었고 놀라운 것은 머리숱이 몽땅 빠져 대머리가 되었다는 사실이지."

"대머리가 되었는데 알아 볼 수가 있었네요."
"아무래도 첫 번째 선을 본 남자이니 다른 남자보다 기억을 할 수가 있었겠지. 그 남자는 첫 번째 선을 볼 때와는 달리 무척 친절한 태도를 보이며 대뜸 이렇게 말하는 거야.
'선녀씨, 고맙습니다. 아직까지 시집을 가 주지 않으셔서... 저도 사실 상대를 고르느라 선을 많이 보았는데 20대 후반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몇 년 전에는 진짜 대머리가 되었어요. 그러자 선을 보는 여자들이 족족 퇴자를 놓는 거예요.

어떤 여자는 자기를 뭘로 보고 대머리를 소개해 주었느냐고 내 앞에서 결혼 정보 회사에 항의 전화를 하더라구요.

기가 막히지 않겠어요? 그래서 한 동안 선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지냈지요. 하지만 결혼을 해야겠기에 내가 옛날에 선을 보았던 여자들에게 연락을 해 보았어요.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저와 선을 보았던 여자들이 거의 다 시집을 가 버렸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선녀씨에게 연락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선녀씨는 아직 미혼이시군요. 선녀씨, 고맙습니다.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거야. 우습지?"
"정말 우스워요."
설희는 소리내어 웃었다.

"요즈음에는 선녀처럼 뚱뚱하지 않고 팔방미인인 노처녀가 많지. 고르고 또 고르고 그러다가 혼기를 놓친 여자가 생각보다 의외로 많아. 하나의 우스게 소리라기 보다는 한 번쯤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저는 행운이네요."
"나도 행운이야. 설희같이 아름답고 미인인 여자가 나의 곁에 언제까지 있어주니까."
태호는 말하고 설희 눈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설희는 태호 어깨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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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공사를 해야겠어."
"녜, 공사요?"
설희는 태호에게 기댄 채 올려다 보며 물었다.
"응, 옆에다 좀 쉴만한 공간을 꾸며야 겠어. 누워서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야."
태호는 말하면서 설희의 눈을 지긋이 응시하였다.
"알았어요."
태호는 이렇게 이해하여 주는 설희가 사랑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설희를 안고 가볍게 이마에 키스를 하였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안오지?"
"누구요?"
"오준호라는 사람 말이야."
태호는 혹시 서류를 놓고 갔는지 물어보았다.

"글쎄요, 부회장님이 아무 말씀도 없으시니까 그 후로는 한 번도 안오는데요. 어떻하지요?"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태호는 준호가 우체국에다 부쳤다는 서류가 궁금했다. 자신에게 말고 다른 곳에다 부쳤을까? 어디에다 부쳤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가질 않았다.
무슨 내용이 실려 있을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궁금증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24시간을 감시하고 있는데 그 누구하고 접촉을 했다는 정보는 오지 않았기에 태호는 더욱 이상했다.

그렇다고 불러올 수도 없는 일이고 그냥 두고 보는 수 밖에 달리 뾰족한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 흥신소 직원에게 전화를 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고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도 알 수가 있었다.
같은 젊은 사람으로서 태호는 준호에게 미안함을 늘 느끼고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 프로젝트가 자신의 손을 떠나 화성그룹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자신이 주장을 내세울 계기가 못되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그룹은 화영그룹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화성그룹으로부터 하청과 기술이전을 받고 있으며 혈연으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 사실 이었기 때문이었으며 만약 화성그룹이 자신의 그룹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낙후된 그룹으로 몰락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5조 달러 시장을 서류 하나로 해서 나눈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도 누구라도 이해를 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지금 끓지 못하면 약점을 잡히기에 더욱 조심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마치 외과의사가 완벽하게 수술을 하듯이 휴우증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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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준호가 서류를 부쳤다는 주소가 어딘지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 말고 다른 곳으로 부쳤다면 거기가 어딘인지 꼭 알아내어 대책을 세워야 했다.
태호는 흥신소 사장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외출을 하고 차 안에서 전화를 걸었다.
"한성의 장태호입니다."
태호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자 상대방은 곧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아, 예. 부회장님 안녕하십니까?"

"하나 더 부탁을 할게 있어서 그럽니다만 그 사람이 우체국에서 서류를 부쳤는데 아직 도착 하지 않아서 그 사람 우편물 영수증을 추적해서 그 서류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 줬으면 해서요."
"녜, 알겠습니다. 곧 알아보겠습니다."

"언제쯤이면 알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사람 숙소에 진입을 해야하니까 열흘 정도 걸리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추가 비용은 다음에 포함하겠습니다."
"몇 년을 이용해 주시는데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괜찮습니다."
태호는 전화를 내려놓고 열흘 후면 그 서류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한편 국가 안전기획부 박실장은 우체국장으로부터 서류를 건네받고는 안기부로 들어와서 면밀히 검토를 하고는 서류를 다시 돌려보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부장님께 건의해 우체국장들을 인사이동을 하게 하였다.
또한 준호의 등기 서류가 증발되지 않았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고등학교를 선택하여 교장 앞으로 서류를 만들어 놓았다.

또한 마케팅에 대해서 경영학 교수들을 초청하여 준호의 서류가 과연 실현될 수가 있는 것인가를 집중 조명하였다.
그 결과를 서류로 만들어 부장한테 보고하러 부장실로 들어갔다.
양부장은 박실장으로부터 서류를 받아 검토하고 박실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다.
양부장은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았다.
"박실장. 이거 가능한 거야?"
"예, 교수들의 조언을 통하여 확인 됐으니 대통령께 말씀드려도 괜찮습니다."
"하하하"
양부장은 통쾌하게 웃는다. 박실장도 따라 웃었다.

"가세, 각하에게 가서 말씀드리세. 아마 각하도 놀라실걸세."
두 사람은 저녁 무렵에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워라 광화문에는 차들이 쫙 깔려 정체현상이 극심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시야에 들어오고 잠시 후에는 거북선 모형을 지나게 되자 두 사람은 평소에 느낄 수가 없는 벅찬 마음이 생기는 것은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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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 청와대는 뒤에 어두운 하늘에 우뚝 솟은 삼각산의 봉우리 아래 어둠이 청와대로 밀려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잘 꾸며놓은 조경은 어둠과 새어나오는 불빛으로 눈부신 야경을 연출하였으며 곳곳에 세워놓은 가로등의 불빛은 훌륭한 조명이 되고 있었다.
야경 속에서도 청와대 건물의 지붕이 파란색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고 불빛은 흰 대리석에 반사되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곳곳에 있는 소나무들은 황홀한 야경을 나타내는데 일조를 하고 있었으며 깜깜한 하늘에는 별하나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을 태운 승용차가 청와대 정문에 도착하자 경비를 보던 대원이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고 운전수는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고 말했다.
"뒤에 계시는 분이 안기부장님이요."
운전수가 말하자 경비대원은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고 뒷 좌석으로 갔다.
박실장은 창문을 내리고 신분증을 내밀었다.

"나는 실장인데, 옆에 계신 분이 부장님이네."
박실장은 조용하게 말했다. 안을 힐끗 보던 경비대원은 허리를 쭉 펴고 차렷 자세를 취하고는 경례를 다이내믹하게 하였다.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차가 들어가자 문은 곧 닫히고 경비 대원은 다시 제 자리로 가서 섰다.

청와대 정문에 차가 멈춰서자 연락을 받은 비서실장이 계단에서 내려온다.
"어서 오시오, 양부장."
비서실장과 양부장은 악수를 서로 웃으며 악수를 하였다. 그러자 옆에 있는 비서실장이 박실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분은 누구?"

"아, 박실장인데 이번 프로젝트를 맡겼지요. 박실장 인사 드리지. 비서실장님 이시네."
"처음 뵙겠습니다. 실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박실장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군요."
비서실장은 박실장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각하는 안녕하시죠?"
"지금 기다리고 계시니 가서 뵙시다."

세 사람은 계단을 올라 서자 비서실장은 두 사람을 청와대 집무실로 향했다.
응접실로 들어가자 책을 읽고 있던 대통령이 멈추고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어서 오시오. 양부장."
양부장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하셨습니까? 각하."
"나야 건강하지. 아침에 하는 조깅 코스가 이직도 여전하지."
빙그레 미소를 띠며 대통령은 말했다.
"박실장, 인사드리게."
"인사드립니다. 각하. 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박 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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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말은 들었네, 양부장이 칭찬을 많이 하더군. 육사 출신이라며?"
"그렇습니다. 각하."
박실장은 차렷자세로 똑바로 섰다.
"자, 앉지."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세 사람도 따라 앉았다.
박 실장은 봉투를 양부장에게 건네주자, 그러자 양부장은 서류를 꺼내 대통령에게 드렸다.
"이게 무슨 내용인지 나는 모르겠는걸.?"
서류를 훑어보던 대통령이 뭔지 모르겠다는 듯이 물으며 안경을 내려 놓는다.

염색을 해서 흰 머리카락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양부장은 박실장을 쳐다보았다.
"설명드리겠습니다. 각하."
박실장은 양부장 옆에서 설명을 하려니 비서실장이 박실장에게 말했다.
"박실장, 각하 옆에서 설명을 드리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실장과 비서실장은 서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 우선 이걸 보십시오."
말하며 박실장은 서류를 펼쳐놓았다.
"이 점선은 중국 국경과 만주 그리고 압록강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안시성 양만춘 이름과 연개소문 이름이 써 있고, 고구려 벽화에서 볼 수 있는 고구려인들이 말을 타고 사냥하는 수렵도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대통령은 다시 안경을 걸치면서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를 본다.
"그렇군."
"또한 이점선은 우리의 선조인 고구려의 영토를 뜻하고 있습니다. 당태종의 대군을 맞아 싸 우는 고구려, 이 프로젝트에는 고구려 영토를 되찾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고구려 영토를 되찾아?"
대통령은 박실장을 쳐다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각하. 이 기획 서류에는 분명히 그렇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양부장 어떻게 되찮는다는 말이요?"
"돈을 주고 사자는 말이겠지요."
양부장은 미소를 띠면 대답했다.
"돈을 주고 사요?"
대통령은 어이가 없는지 비서실장을 쳐다보았다. 비서실장도 곤혹스러운 듯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이 없다.

"중국이 그 넓은 땅을 팔기난 한다는 말이요? 설사 판다고 해도 도데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 거요?"
"각하, 반드시 불가능 한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의 땅 알래스카를 사들인 것처럼 중국도 팔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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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 땅은 소련이 백해무익한 땅이라고 여겨 팔았지만, 만주 대륙은 옥토란 말이요, 더욱이 자신의 조상이 한 맺힌 땅이 아니겠소? 자신의 왕들이 목숨을 걸고 탈취한 피의 대가
인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겠소?"
대통령은 박실장의 설명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물론 그렇습니다. 역사적으로 조명을 하면 중국은 그 땅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임금인 당태종도 한쪽 눈을 잃고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을 잃을 만큼 수 많은 사람이 귀신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우리 고구려인들도 그 땅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난 많은 귀중한 생명을 잃었습니까?

이제 조금 있으면 홍콩도 영국으로부터 돌려받을 것이며 우리가 돈을 주고 우리의 옛 영토를 사겠다고 하는 것을 어쩌면 중국으로서도 바라고 있던 바 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지금 많은 자금이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국유화 된 기업들을 민영화 하려면 거기에 따르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며 중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인 것입니다.

또한 지금 공사중인 양쯔강의 삼협 댐 공사만 하더라도 수백억 달러가 소요되며, 지역 간접시설, 항만 고속도로, 황사현상으로 인한 수도 북경의 피해는 돈으로 계산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고비사막에 숲을 조성하는 문제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비용이 듭니다.

지역간의 빈부 격차가 큰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인데 또한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최신 무기를 도입하려면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 갈 것입니다.
지금 중국은 선진국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어있으며 자금이 달려 경제발전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통령은 박실장의 브리핑을 묵묵히 듣고 있다.

"다행인 것은 장쩌민은 근대적인 사고와 교육을 받아 왔다는 것입니다. 각하. 모택동이나 등소평 같으면 도저히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장쩌민은 어떻게 하던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그리고 고른 지역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해 어쩌 면 추진을 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중국으로서도 굳이 땅 일부에 대한 애착 때문에 국가 발전과 자국민 생활 향상을 외면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넓은 대륙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급하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염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 듣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군."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야 수긍을 하였다.
그러자 비서실장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각하. 어쩌면 장쩌민이 있을 때 추진을 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지금 중국은 우리가 경제발전을 위해 중화학공업을 5개년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우리의 70년대 초와 같다고도 할 수가 있겠습니다.

만약 각하께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비밀리 추진하셔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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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장이 대통령에에 건의하였다.
"비밀리 하라구?"
"그렇습니다. 각하, 이렇게 큰 일은 가급적 필요한 담당 장관들 외에는 알리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됩니다."
"맞습니다.각하, 이런 큰 프로젝트가 일본의 귀에라도 들어가는 날에는 어떤 방해가 올지도 모르고 어쩌면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이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입니다. 또한 일본이 북한정권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 전쟁을 일으킬 빌미를 주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비서실장이 목소리에 힘주어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
"미국도 모르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물론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제일 먼저 우리의 의도를 알아챌 것입니다. 우리로서는나중에야 언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중국은 대만을 인수하려고 인수를 못하면 무력침공을 해서라도 속국시키려 할 것입니다.

미국이 방해만 아니라면 벌써 무력침공을 했을 것입니 다만, 미국으로서는 아루런 대가도 없이 중국을 더 이상 대국으로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에 중국이 고구려 국토를 우리에게 판다면 미국으로서는 대만을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더 이상 막을 명분이 없다고도 할 수가 있겠습니다."

비서실장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어갔다.
"여기에는 국제간에 아주 예민한 상황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잘못하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정말 역사에 남을 일이로군. 내 임기에 이런 커다란 일을 마주하다니..."
대통령은 기쁜 듯이 밝을 표정을 지었다.
"만약에 일본이 나중이라도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대통령은 즐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바퀴벌레를 씹는 표정이 아닐까요?"
박실장이 말하자 모두 소리내어 웃는다.
"자, 과연 장쩌민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가 궁금하고 기다려지는군, 잘 되어야 할텐데."
"만약에 그런 일이 터진다면 일본인들은 우리 재일교포들을 다시 보게되고 무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재일교포들은 대기업 입사 하려해도 하기가 하늘에 별을 따기만큼 힘든 일이죠. 실력이 있어도 인정을 하지 않는 일본 국민성이 그 때는 변할 것입니다.

또한 러시아로부터 북해도의 섬들을 사겠다고 제의를 할 지도 모릅니다. 자국인의 사기를 위해서도 아마 필사적으로 러시아에 매달릴 것입니다."
박실장이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잊어 먹을 만하면 언급하는 일본인에게 이번에는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고 언젠가는 우리가 큰 소리 칠 날이 있을 겁니다." 양부장이 대통령을 보면서 말하자, 대통령은 소리내어 말했다.

"하하, 그 때는 일본인 모두가 할 말을 잃을지도 모르겠군. 아니 무슨 말을 할지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군.

우리 조상들이 선경지명만 있었다면 대마도에 지금쯤 휴양시설을
갖춘 훌륭한 섬일텐데...

앞으로 일본 국민들이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대마도도 우리 땅! 하고 외쳐야겠는걸."
청와대에서 모처럼 활기있는 웃음소리가 들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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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아쉬운 듯이 한숨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다면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는 소리도 쏙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우리가 일본의 눈치를 보느냐고 잠자코 있어야 되지만 말이지요.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기계와 전자 각종 첨단산업부품을 수입하지 않으면 우리이 산업은 마비가 되니 당연한 사실도 언급을 못하지만, 우리가 대국이 된다면 그 때는 사정이 다르지요.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해도 우리의 국력이 강해져서 일본도 마찰을 피하기 위해 우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기술 수입선을 일본에만 의존하는 것을 줄이고 유럽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자동차 기술제휴를 일본이 아닌 유럽에 의존 했더라면 우리는 대일무역 역조 현상을 개선하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자동차 부품에서부터 기계,전자, 전기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서 일본에 의존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이웃 국가이지만 사실 들여다 보면 기술 속국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당연히 우리의 국토인 독도도 그들이 망언을 하여도 분을 삭이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도 대국으로 향하는 만큼 하루빨리 기술 도입선을 유럽으로 돌려서 향후 10년 후에는 일본에다 우리의 상품을 내다 팔 수가 있어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1억 2천 인구의 대국, 부유한 나라 일본, 황금시장을 우리는 지붕 위에 있는 넝굴처럼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따서 수확할 수 있는 국가경영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박실장은 대통령의 가슴속 깊이 스며들게 하기 위해 조용하게 말했다.
"좋은 의견일세. 좋은 의견이야."
대통령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반복하듯이 말을 이었다.
"각하, 여기 또 하나 새로운 프로젝트가 올라와 있습니다."
박실장은 말하면서 다음 장으로 펼쳤다.

"이것은 호화 유람선입니다. 이 유람선 안에 우리가 만든 상품을 잔뜩 싣고 외국에다 내다 파는 것입니다."
박실장은 말하고 서류를 대통령이 잘 볼 수 있도록 돌려 놓았다.
대통령은 서류에 그려진 호화 유람선 속에 전자제품과 자동차, 기계, 맥주, 생명보험, 선박등이 포함된 것을 보고 있다.
"이게 뭘 뜻하는 것인가?"

"우리의 전자제품, 백색가전과 자동차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서 만든 우리의 상품을 산다면 호화유람선에 승선할 수 있는 티켓을 준다는 겁니다.

그래서 세계 여행도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가 있으며 또한 생명보험도 가입을 하여 영업사원에게 갈 수당을 소비자에게 직접 환헌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1억을 생명보험회사에 고객으로부터 영업사원이 유치를 한다면 그에게 가는 영업수당이 약 2백만원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그 2백만원을 여행티켓으로 고객에게 환헌한다는 것입니다.

고객은 돈을 예치하여 재산을 증식하여 좋고, 회사는 회사대로 영업사원에게 지급될 돈을 고객에게 서비스하게 되어 좋으니 회사경영하는데 영업사원을 고용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똑 같은 상품을 이용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쿠폰으로 여행할 수 있는 회사의 것을 애용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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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능한 일인가?"
대통령은 이해가 가지 않아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네, 이것은 대학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해서 얻은 것입니다. 지금 보험도 다 방문판매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혈연은, 즉 친척과 형제, 그리고 부모를 뜻하고, 지연은 친구를 가리키며, 학연이라 함은 학교 동창들을 포함하고, 개별적으로 찾아가 만나서 거래가 이루어져 오늘날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이러한 판매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은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되는 것을 도입한 것인데 품질만 좋으면 가격을 비싸도 판매가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혈연이고 지연인 관계이기에 불량상품을 자신에게 판매할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호화유람선의 쿠폰발행으로 해서 다단계 방문판매가 빛을 잃어간다는 것입니다. 자유자본주의 시장 경쟁에서 법에 저촉되지 않은 한 어떠한 아이디어로 판매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그렇다면 대진그룹이 오늘까지 재벌 1,2위를 다툴수 있었던 것도 대진생명이 인체의 심장처럼 자금줄 역할을 해서 지금까지 현찰을 각 계열사에 공급하듯이 자금을 공급하여 왔습니다.

즉 인체로 말한다면 심장이 피를 각 부분에 공급하듯이 그런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그런 역할이 없어진다면 국내에서 가장 타격을 받는 그룹은 대진그룹이 될 것입니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말했다.

"우리의 상품이 호화유람선 마케팅을 이용하여 판매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품질이 좋아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와 전자 즉 백색가전이 선진 열강국에 판매를 할 만큼 경쟁력이 갖추어져 있을 때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기간은 저는 약 6년에서 7년 후가 되면 자동차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내다 팔 만큼 기술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화성 자동차가 미국에 진출하였지만 결국에는 높은 기술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후퇴를 하고 말았습니다만 다시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세워서 미국에서 호평을 받을 때가 아마도 적기가 아닌가 합니다.

그때가 되면 대진그룹의 비메모리 반도체와 IT산업이 유럽의 왕자인 노키아가 추위를 탈 만큼 성장되리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대진그룹이 대진생명에 의존하는 자금이 독립할 수 있을 만큼 재무구조가 튼튼하리라 여겨집니다."

박실장의 침착한 목소리는 대통령 응접실을 울렸고 천정에서 쏟아지는 오색의 빛과 함께 맴돌았다.
"그렇습니다. 각하. 이 프로젝트는 각하의 임기를 넘어 어쩌면 다음 다음의 정권에 가서 이루어 질 것 같습니다.

각하의 임기 내에서 어떤 계기를 만들지 않으면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양부장이 의견을 내놓았다.

"계기라니?"
대통령은 양부장을 보며 물었다.
"다음 정권과 그리고 그 다음 정권과 밀약이 되어야 만이 성공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정권과 그리고 또 그 다음 정권하구?"
대통령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앵무새처럼 되물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음 정권은 어떤 후보가 나와도 각하와 민주투쟁을 하였던 김총재가 확실합니다.

김총재가 다음 정권을 이끈 후에 각하와 김총재 정권 후에도 우리와 맥락을 같이 할 후보를 지금 생각하셔야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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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이마에 주름을 세우고 심각하게 듣고 있었다.
"누구를?"
"지금부터 각하께서 염두해 두셨다가 총리로 불러 앉으신 후에 각하의 임기가 끝나갈 때에 야당 총재에 앉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그 후 김총재와 같이 밀약을 맺어 두 사람 중에 어느 한 사람이 우선 정권을 인수하고 나머지 한 사람이 다음 정권을 인수하도록 포석을 놓아야 할 것입니다.
화성그룹의 장명예회장은 워더맨에게 50%를 주지 않기 위해 다음 정권과 조율할 것이며, 우리는 다음 정권에게 장명예회장을 유도하도록 해야겠지요"

양부장이 뜻밖의 말을 하자 대통령은 양부장을 정색을 하며 바라보았다.
"양부장 그게 무슨 소리요?"
"고구려 땅이라는 프로젝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는 화성그룹이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워더맨에게 50%의 순이익을 주라고 명령했습니다만, 지금에는 각하의 계획이 수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각하. 화성그룹 장명예회장이 욕심을 내서 100% 권리를 빼앗는 공작을 하도록 놔두는 것입니다.

즉, 장명예회장이 욕심을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부추기는 공작을 세워 장회장 측이 욕심에 눈이 멀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워더맨이 죽어서는 안되지요. 그 후 다음정권에서 국민들이 분노를 느낄수 있게끔 상황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즉 국민들이 워더맨 편이 되게 만들어야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처 동정을 받도록 상황을 연출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즉, 고육지계를 선택하여 슬기롭게 권리를 빼앗자는 것입니다.
그 후 권리를 약 90%를 워더맨에게 돌아가도록 상황을 만들어 그 돈으로 중국 땅 즉 고구려 국토를 사들이는 겁니다."

비서실장이 자신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말했다.
"제가 느끼기에도 고구려 국토를 사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합니다. 그 돈을 화성그룹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실장님의 의견대로 워더맨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옳다고 여겨집니다.

이 프로젝트도 워더맨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였고, 또 장명예회장측은 각하의 제안을 거절하하였다는 것은 이미 각하와 손잡는 것을 버렸다는 뜻입니다."

박실장도 옆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 이 자리에서 박실장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만큼 대통령의 신임을 받지 못하였지만, 대통령 옆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신임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론을 내세울 지위가 못되었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

"아예 다음 정권과 그 이후 정권에서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어떤지요?"
양부장은 조심스럽게 대통령의 표정을 보며 말했다.
"재벌을 해체해?"
대통령은 약간 놀라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각하. 과거의 우리의 재벌들은 국가 경제에 커다랗게 이바지 한 것은 분명히 사실입니다만, 지금은 오히려 국가경제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매출과 순익 그리고 기술이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고 빛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재벌들이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 같이 투명하게 경영하는 마인드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잘되는 기업이 부실한 기업의 보증을 서서 거미줄같이 얽혀서 그룹 전체가 부실해지고 더욱이 재벌 오너들은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으며, 과거에 국가에 크게 기여한 것만을 가지고 현실과 미래을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실한 기업 그리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을 과감히 정리하지 않고있어 국가 경제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고 있으니 이제는 재벌을 해체하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갈 수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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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장이 말을 마치자, 비서실장이 뒤를 응원 하듯이 말을 이었다.
"양부장 말이 사실입니다. 각하. 이대로 계속 가면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을 못하고 맙니다.
금융부실로 이어지면 30대 그룹까지도 부실하여질 우려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내가 몇 년 전에 워더맨에게 순익의 50%를 주라고 했는데도 들은 체도 않고 있으니 그 오만한 것을 보면, 현재 우리 국가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딘지 생각할 리가 없지."
"중국이 땅을 팔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단호하게 말하고 의견을 구하듯이 세 사람을 둘러보았다.
"저는 확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장쩌민은 고학으로 유학을 가서 일찌기 선진국 생활을 무척 오래 했습니다. 2개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외국처럼 자국을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할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박실장은 확신한다는 듯이 대통령에게 말했다.
"중국이 고구려 영토는 아니라도 임시정부였던 만주벌판 만이라도 팔도록 우리는 협상과 상황을 중국측이 팔지 않으면 안될 수 밖에 없도록 사전 공작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설사 이 프로젝트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하여도 재벌은 해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비서실장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워더맨에게 권리를 더 주어서 워더맨으로 하여금 부실기업들을 인수하게 하고 사회간접시설을 만들게 하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고속철도를 건설도 하여야 하고 한강물을 낙동강까지 갈 수 있는 대공사를 하여야 할려면 우리도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대학교수들도 연구비를 넉넉하게 지급하여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경사가 생길려면 정부가 자금이 충분해야 겠습니다.
중소기업 지원만 해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도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정부는 지원을 해야되니 하나에서 열까지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박실장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심양까지 고속전철을 놓으려면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리고 중국의 수도 북경까지 연결을 해야겠지요, 앞으로 통일이 되면 지역발전과 S.O.C 즉 사회간접시설을 갖추어야 할텐데, 그러려면 국가의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더맨이 그 많은 돈을 국가에다 헌납할 것이라고 생각하오?"

대통령은 양부장과 박실장을 보며 물었다.
"그 사람의 기획을 보면 국가 건설을 하겠다는 신념이 뚜렷하여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이 전혀 없고 오로지 국가의 안녕 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염려 놓으셔도 될 둣 싶습니다."

양부장이 대통령을 안심시키 듯이 말했다.
"그러면 펭귄총재가 다음 정권을 인수 할 것이고 그 다음 정권까지 가려면 워더맨의 젊은 인생을 다 빼앗는 것이 되지 않겠오?"
"각하의 심정도 알겠습니다만, 지금은 워더맨을 생각하여 민족의 염원인 통일, 아니 옛 선조들의 꿈과 소망이 담긴 커다란 프로젝트를 앞두고 작은 마음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루말할수 없을 만큼 많은 영웅들이 국가를 위해 암흑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이것은 대한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역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입니다.
국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습니까. 나라의 부름에 사랑하는 처자식을, 그리고 부모형제들을 놔두고 젊음을 국토수호라는 명령아래 피를 뿌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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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맨이 희생된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단지 역사의 한 기록으로 남는 것입니다. 여지껏 수많은 충신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지요."
박실장은 열띤 목소리로 대통령을 설득 하듯이 말하고 무릎을 고쳐잡았다.
조용히 듣고있던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하, 박실장 말이 맞습니다. 지금 우리는 고구려인들의 한서린 음성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맞소. 만주 땅 때문에 얼마나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었겠소? 모든 일이 뜻대로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소?"
대통령은 또다시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쩔수 없이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가야할 운명이 아닌가 합니다. 화성그룹이 마음을 비우고 국가를 위해 힘을 합칠 수만 있었다면 그야말로 국가의 경사이지만, 이미 그길을 같이 가기에는 먼 사람입니다.

자산의 욕심에 사로잡혀 있으니 설득을 할 일이 아니며, 그는 장사꾼과 다를 바 없는 이익창출하는 기업인이니까요.

기업도 결국에는 이윤추구이니까요. 기업이 이익이 남지 않은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나무와 같은 이치이지요.

영양분을 대지에서 공급받지 않으면 나무는 시들고 죽고 맙니다.

기업은 끓임없이 이윤이 남지 않으면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인은 단지 기업인이지 애국자가 아니니까요.

그러니 기획을 했다고 50%를 나눌 위인이 못되지요.
대권에는 욕심이 있어도 국가발전이라는 명제에는 자신이 희생할 각오는 되어있지 못한 것이 정치가와 기업가의 차이가 아니겠습니까?"
"그렇군.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김구선생과 같은 정신이라면, 우리나라는 선진열강국으 로 도약하는 것은 손쉬운 일인데."
대통령은 중얼거렸다.

"지금 맥주공장이 가동이 되어 해외로 판매가 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에이스 가전제품은 선진국에서 날개 돋힌듯 팔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 대당 가격이 비싸도 주문이 밀려있는 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순 이익이 70%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한 대를 팔면 외국 바이어와 판매수당을 다 제하고도 많은 이익이 남는다는 것 압니다.

자동차 한대 수출해야 50만원을 남기기가 힘드는데 이렇게 많은 이익이 남으니 장 회장이 목숨을 걸고라도 90%를 차지하려 할 것입니다.

반도체도 고부가가치 입니다만, 에이스 프로젝트에는 한참 떨어집니다. 또한 반도체는 굴곡이 심해 투자모험이 수반되지만, 에이스는 맥주와 함께 영원히 독점으로 끓임없이 매출이 늘어난다는 사실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전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이웃 일본 안방의 다다미에도 갖다놓을 수가 있다는 사실이며, 대일무역 역조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박실장이 자신의 예측을 강조하였다.
"일본 국민들이 조센징 제품이라며 불매운동을 벌이지는 않겠는가? 더우기 자존심이 상해서 틀림없이 그러리라고 예상되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만주땅을 사들인다면 일본인들은 태도를 바꾸게 될 것입니다.

물건을 잘 만들기도 하지만 강자한테 굽신거리는 것이 섬나라 사람들이 국민 성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외교적인 유대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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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뭔가?"
대통령은 박실장을 보며 재촉했다.
"넷 , 이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너무 일에 혹사를 당하고 있습니다.

봉급이야 선진국에 비하면 조금낮지만, 우리 사회의 서비스 업종에 비하면
낮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며, 자식 교육 문제로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고 자식 교 육에 한 달 월급을 타서 저축도 못하니 여행을 한번 제대로 가볼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매년 임금 인상 때가 되면 파업으로 무기를 삼지 않을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즉,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 허덕이다 보니 여가를 즐길 시간이 없으며 남들은 여행 을 그것도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왔느니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니 스트레스가 쌓여지게 되는 겁니다.

그 결과 직장에서 작업 능률이 현저하게 떨어져 기업은 수출이 부진하고 품질이 개발도상 국에 비해 뒤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 근로자들이 한 사람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3대 정 도가 적게 만든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그럼 근로자들이 어떻해야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러한 것들이 일시적으로 해 소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대통령은 안타까운 듯이 박실장의 말을 가로채며 급히 물었다.
"네, 이 기획서류에는 그러한 것들을 다소 해소 할 수가 있는 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졸부와 그의 자식들이 사채놀이와 호화사치 그리고 과소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입 니다만, 그 졸부와 놀부들이 돈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고 있어 돈을 물쓰듯이 쓰니 이 족속들을 국영기업에 투자를 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영기업에?"
"그렇습니다. 어느 기업에 투자를 하려해도 까먹을 걱정으로 인해 사채놀이만 하고 있으며 소비만 하니 이들이 도로공사, 석유공사, 담배공사, 한전, 등에 주주로 초대를 하여 경영인 으로 활동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참여를 하지 않겠다면 어쩔수 없는 일 아닌가? 자본주의 국가에서 그들이 어떤 경위로 졸부가 되어 놀부 떼거리로 변해버렸어도 억지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러지 각하께서 직접 그들을 만나 설득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부탁을 하는데 감히 거절하겠습니까? 더구나 각하께서 재산을 까먹지 않고 늘려 주겠다고 약속을 하는데 말입니다."
대통령은 아무말 없이 있자, 박실장은 다시 말했다.
"근로자들은 늘 타성에 젖어있으며 그러다보니 생산성은 날로 떨어져가도 품질과 능률면에서 개발도상국 중국에도 뒤지는 품목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향후 수년 내에 이렇게 곪아가는 사회구조를 수술하지 않으면 중국은 물론 후진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등에게 품질과 생산성이 밀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내일처럼 일하고 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생산성을 향상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모두에게 능률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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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률제?"
대통령이 되물었다.
"네, 능률제입니다. 가령 TV를 만드는 전자회사에서는 몇 개의 라인이 있습니다.
각 라인에서는 매일 거의 비슷하게 생산되지만, 근로자 제각기 땀을 흘리면서
눈동자를 빛내며 일을 한다면, 생산성은 뚜렷이 늘어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 회사에서는 평소의 능률에서 더 생산된 것 만큼 특별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반드시 돈으로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휴가와 여행, 그리고 생활필수품, 학자금,
가전제품, 쌀, 등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경쟁이 되면 불량품이 더 생기지 않지 않겠나?"
양부장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물론 그렇겠지요. 그래서 모든 제품에는 코드번호를 매겨 생산 담당자들에게 그 만큼
환불을 받아야겠지요. 근무를 더 한다던가, 아니면 조기퇴직을 시킨다던가 그러면 모두가
술에 취해서 이튿날 출근하는 일은 자연히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 사람이 실수가 한 라인의 생산된 제품에 불량이 나오면 서로가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으 며 팀웍이 이루어져 자연히 인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며, 자신의 체력관리에도 철저히 하 겠지요.
1급, 2급, 3급으로 나누어 매년 검증을 하여 자격증을 제공하여 봉급인상과 수당 그리고 복
지에 대한 차별을 두어 3급이 된사람은 2급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고 또 2급인 근로자는
1급이 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지각이나 결근,조퇴등도 점수에 가산되게 되어 처지는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노조는 어떻게 되나?"
비서실장이 잠시 생각하다가 상체를 박실장으로 향하면서 물었다.
"네, 잘 물으셨습니다. 노조에서는 불평을 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잘하는 근로자들에 게는 엘리트 자격을 부여해 휴가와 여행 그리고 각종 상품이 타게되고 최하로 처지는 종업
원에게는 개선할 수 있는 연수를 시키며, 그래도 자기관리를 못 할 경우에는 명예퇴직으로
하게 됩니다.

이것을 노조가 막는다면 그것은 노조가 기업에 독소, 즉 암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겠지요."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실행이 되지않을 때는 어떻하나?"
대통령이 물었다.
"네, 그래서 국가가 자금이 풍부해야 하지요. 중소기업 연구비, 복지지원, 근로자 처우개선을
정부에서 직접 관리를 하고 항상 투명하게 비춰 볼 수 있도록 늘 관리를 잘 해야 겠지요."
"결론은 워더맨을 달아 매야 하는군 그래."
대통령이 웃으며 말했다.
"각하, 달아 매달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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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이 묻자, 대통령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십자가에 매단다는 말일세. 예수님처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대통령이 천정을 쳐다보며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워더맨 프로젝트를 국가가 소유해야 한다는 말이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데 국가의 예산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지 않은가?"
"상황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각하."
안기부장이 대답했다.

"지금부터는 워더맨이라 부르지 말고 지저스라고 부르세."
대통령은 마치 모두에게 명령을 하듯이 어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지저스요? 예수라는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각하. 지저스라고 부르겠습니다."
박실장이 대답했다.
"그럼 프로젝트 명도 바꿔야 겠지요?"
양부장이 비서실장을 보며 묻자, 대통령이 대답했다.
"지저스 프로젝트로 기록하게. 지저스 프로젝트."

"대학교수들이 가능하다고 했습니까?"
비서실장이 박실장에게 물었다.
"네, 지금은 아이디어 시대가 아닌가요? 길거리에서, 커피숍에서 계약이 이루어지고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결재하고, 송금하는 세상입니다.

 

방문판매도 처음에는 위법이 아니냐 하는 논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약은 꼭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성립되어 지금은 전 세계에서 다단계 판매 즉 방문판매로 보험회사들이 대 성공를 거두어 세계적인 보험회사가 될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맞아, 내가 정치에 뛰어들어 끼니를 거르고 있을 때 집사람이 보험세일도 했지. 그 때는 참 고생 많이 했지."
대통령은 추억을 생각하며 회상 하듯이 말했다.
"앞으로 말대로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나 우리나라는 부국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군.

믿어지지가 않아. 우리가 대국이 되고 , 모든 근로자가 여가를 즐기고, 파업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다니 정말 기쁘군. 가서 술상을 준비하라고 하게. 건배를 해야지 이럴 때 안하면 언제 하나?"
"알겠습니다. 각하."
비서실장이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비서실장이 돌아와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우리 모처럼 허리띠를 풀어놓고 실컷 마셔보세."
"감사합니다."
대통령이 먼저 문을 나서자 세 사람은 뒤따랐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영부인이 나와 반가히 맞이하기 위해 문 앞에서 한복을 입고 서있었다.
"어서 오세요. 양부장님, 이분은?"
영부인이 양부장에게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네, 기획실장입니다."
"박실장, 영부인이시네. 인사드리게."
"처음 뵙겠습니다. TV에서 본 것 보다 더 젊고 아름다우십니다."
"어머, 정말인가요? 실장님."
영부인은 손을 입에 가리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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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영부인이 앞서서 안내하고 있고 그 뒤에 대통령이 앞서고 일행이 따라갔다.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앉자 세 사람도 따라 앉았다. 테이블에는 수저와 몇가지 음식이 놓여있었으며 술병을 들어 대통령은 술을 따라주었다.
양부장이 술병을 받아 대통령의 잔에도 따른고 나자 문이 열리며 생선회가 들어왔다.
“내가 야당시절 생활을 하다 청와대에서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들을 탐식을 해 봤는데도 살이 영 찌지 않아.

사람이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고 신경을 많이 쓰면 아무리
귀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다 해도 영양으로 섭취가 안되는 모양인데 이 자리 대통령이 라는 자리가 이렇게 힘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는 말이오.
막상 야당에서 정권을 비판 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정권을 인수하고 국가경영을 참여하려니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 아마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모를 것이오.“
대통령은 젓가락으로 회 한점을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그렇지요, 국민 전체 안녕을 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더욱 부서가 많고 풀어야 할 숙제가 산 같이 쌓여있으니까요.”
양부장이 대통령의 말을 십분 이해를 한다는 듯이 말했다.
“거기에다가 우리는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안고 있습니다.

통일하고 지역개발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50조가 든다고 합니다. 또한 민족의 염원인 옛 고구려 땅을 사들이게 되면 관리하는데 이루 말할 수가 없는 비용과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그 때는 국가경영을 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욱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며 풀어야 할 해법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생기게 됩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주름살을 보며 말했다.
“맞는 말이오. 나는 그런 커다란 업무를 맡아 관리하기에는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늘 느끼고 다음 정권에는 보다 젊은 인재가 맡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일이 내 마음과 같이 움직여지지 않아. 펭귄총재와 국가경영을 의논하면서 그 이후에는 보다 젊은 세대가 맡기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지.“

대통령은 고백하듯 말하고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시고 있다. 마치 스트레스라도 풀려는 듯이.
“지금같이 커다란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서는 너무 이르지않겠습니까?”
양부장이 대통령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지, 그러니까 펭귄총재의 역할이 중요한거지. 역사적 사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각하께서 펭귄총재에게 워더맨 프로젝트를 말씀하셨습니까?”
박실장이 공손하게 물었다.

“아직 말하지 않았지. 화성그룹에서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서 결정해야하니까.”
“3년이 지나도 워더맨하고 어떤 접촉을 갖지 않았습니다 .각하.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
생각이 듭니다.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는 우리의 속담처럼 그들은 다음정권과
적당히 타협을 보려고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비서실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들도 어떤 생각이 있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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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양반 말이군. 안경을 쓰고 삐적마른 양반 말이지? 지금 국가경영 자문위원 아닌가?
그렇군. 나는 늘 생각했어. 그 양반은 잠자리같이 생겼다고 말일세. 얼굴 형태도 그렇고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어렸을 때 논밭을 뛰어놀던 동심의 시절이 생각나지. ” 대통령이 끄덕이며 동조를 나타냈다.

“그 사람에게 1년만 총리직을 맡기고 당총재를 맡겨 정치경험을 쌓게 하는게 좋을 듯 싶은데요.”
“왜, 1년만을?”
대통령은 의아해서 반문했다.
“잠자리 총리에게 행정경험을 쌓게하고 경력을 만들어 준 다음 펭귄총재와 같이 다음 정권에 도전하게 하는 겁니다. 만약에 펭귄총재가 대선 전에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잠자리 총리가 각하의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펭귄 다음에는 잠자리 총리 밖에 대통령 직을 수행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는 거지요.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펭귄총재가 격무에 시달리면 건강이 어떨지 아무도 예측을 할 수가 없으며 워낙 나이가 많고 독재정권 때 탄압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양부장이 비서실장의 설명에 동감을 나타냈다.
대통령은 심각하게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다. 옆에서 이여사가 대통령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렇다면 펭귄총재와도 잠자리 변호사에게도 확답을 들을 필요가 있겠군."
대통령은 재촉을 하듯 양부장과 비서실장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분명히 각하의 뜻에 동의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고구려 아니 광복을 위해 투쟁하던, 임시정부를 세웠던 만주땅 만이라도, 우리에게 팔아만 준다면 우리로서는
더할나위가 없습니다.

이러게 커다란 프로젝트를 놓고 펭귄총재도 사사로운 감정, 즉 대선에서 각하에게 패했던 씁쓰레한 감정도 분명히 반감되리라 여겨지며, 그 또한 재벌 때문에 행정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비서실장이 확신을 하듯 말했다.
"잠자리 변호사도 또한 각하의 민족을 위하고, 나라를 살찌우게 하기 위하여 재벌을 해체하는 계획에 찬성하리라 여겨집니다."
양부장도 비서실장의 말에 찬성했다.

"그러면 대폭 개각을 해야겠군. 잠자리 총재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그 양반의 의견을 수렴해야지.

문제는 앞으로 7년을 워더맨이 건강하게 견뎌주느냐 인데. 그가 아무리 투절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거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려면 장사꾼 같은 돈에 대한 애착이라던가. 아니면 정치인처럼 확고한 민주정신이라던가 대학시절에 독재에 항거하여 민주정치를 위해 투쟁을 했다던가, 또는 종교의 영향을 받아서 시련을 극복할 수 있다던가 그래야 하는데, 워더맨은 이 세가지에 조금도 속해 있지 않거든."
대통령은 걱정이 되어 세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듯 말했다.

 

 

 

 


200

 

 





"잘 보셨습니다. 분명 워더맨은 각하의 말씀대로 이윤추구하는 기업가나 장사꾼이 아니고 민주투쟁을 한 경력도 없습니다. 더구나 종교에 깊이 심취해서 마하트마 간디같은 인물이 못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워더맨은 국가를 위하는 애국심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가 있습니다.
저희가 기회가 닿는대로 워더맨에게 싸인을 보내겠습니다."
박실장이 말하자, 대통령이 재촉했다.

"어떻게?"
"분명히 화성그룹에서 펭귄총재나 잠자리 총리 정권에 뚜렷한 진전이 없다면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겠습니까?

가령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던가, 아니면 정신교란을 시킨다던가, 극단적 인 방법을 쓴다던가 하는 경우도 가정을 할 수가 있겠지요."
"위장 교통사고라면 이해가 가는데, 정신교란은 뭔가?" 그리고 극단적인 방법은 또 뭔가?"
"7년이라는 세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지요. 고통속에서 워더맨이 자살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 이지요. 그렇게 되면 장회장으로서는 더할나위가 없지요."

박실장은 말하고 잠시 멈추었다.
"그럼 극단적인 방법이란 뭐지요?"
비서실장이 궁금해서 물었다.
"그것은 펭귄이나 잠자리 총리가 대통령이 되어서도 화성그룹을 함정에 빠뜨린다는 계획을 알았을 때입니다.

그 때는 아마 워더맨에게 합의를 보려고 시도하겠지요. 워더맨이 응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용병을 사서 해치울지도 모르지요."

"용병을 사?"
대통령은 놀라서 박실장을 쳐다보며 반문했다.
"그렇습니다. 각하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최후의 수단을 쓰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정부에서 워더맨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할텐데."
"그러니까 용병을 쓰는 거지요.

감쪽같이 해치우고 흔적을 남기지 않을 외국의 용병은 찾아 보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일본의 사무라이를 채용해도 되겠지요. 그들은
실패를 하면 자결을 할 정도는 명령에 복종하도록 훈련되어 있으니까요."
"예견할 수 있는 말이야."

대통령이 놀란 듯이 말했다.
"그들을 추적해봐야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여권도 위장하였을 것이며, 국적도 일본이 아닌 동남아로 되어 있을테니까요."
"양부장 이런일이 가능한 거요?"
대통령은 양부장의 말을 듣고 싶다는 듯이 양부장을 쳐다보았
다.
"가능한 일입니다. 각하."

"어쨋든 다음 정권 중반 까지는 워더맨에게 아무런 일은 없겠군요."
비서실장은 박실장을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물론 그렇습니다. 허지만 장회장은 워더맨을 정신적인 교란을 시킬 것입니다.

자살을 하도 록 말입니다. 주변사람을 매수해서 유도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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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유도해?"
대통령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박실장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각하. 그리고 공권력을 틀림없이 동원할 것입니다."
"공권력을 동원하다니?"
"그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워더맨은 은행으로부터 부채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 느냐고 말이지요. 친우와 친지의 차용은 제외하더라도 은행의 빛은 화성그룹에서 아직 한
푼도 주지않고 있으며, 은행에는 형사들이 정년퇴직한 사람들을 동원하여 채무자를 찾아가 거나 소환하여 괴롭히고 압박을 주는 것입니다.

무수한 세월을 괴롭히게 그들의 뒤에서 지시를 하겠지요. 물론 그들에게 소정의 대가성을 지불하고 말입니다. 그들은 은행에서 월급을 받고, 또 장회장의 부탁을 받아 수고비를 별도로 받는 것입니다."

박실장은 말을 하고 물을 한 컵을 들이킨다.
대통령은 박실장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그러면서 워더맨이 생활권에 사람들을 침투시켜 괴롭히는 것입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워더맨에게 시비를 걸게 주문을 하고 그 사람들은 워더맨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사사건건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은 싸움을 하게되고 경찰서까지 가겠지요. 장회장측은 워더맨의 행동을 24시간 기록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기록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면 경찰서장 또는 관계자의 연줄을 찾아 워더맨을 괴롭히고 조서에도 불합리하게 작성하는 것입니다."
"그럼 그런짓을 못하게 하면 될 것이 아닌가?"
대통령은 두주먹을 쥐고 불끈하여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그럴수는 없습니다. 각하 나중에 국회청문회라든가 장회장편의 국회의원에게 꼬투리를 잡힐 빌미를 주게되고 그렇게 되면 분쟁의 씨앗을 뿌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법정에 가게 되면 그러한 증거를 노출하면 정부가 개입했다는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대통령은 납득을 하였다는 듯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워더맨이 가는 길목에 커피숍이든, 등산을 가던, 길목에서 귀에 들리게끔 자살에 대해 말하는 것이며, 생활하는 장소에 워더맨의 귀에 들어갈수 있도록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에 대하여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살을 하면 괴롭고 힘든 낙이 없는 이세상을 떠나면 간단하다,

저세상에는 이러한 고통이 없는 낙원이다 이런 생각이
나게끔 유혹을 하는 것입니다.

뉴스에 보면 조그만 빛과 허탈감으로 인하여 자식과 부인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는 사건이 종종 있는 것처럼, 개방적인 성격이 있는 사람들도 반복되면 왜소해지고 성격이 변하게 되며 극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피와 살로 된 인간이니까요."
"큰일이군. 김일성 같은 놈들이야"
대통령은 걱정된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공산당이 여지껏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세뇌교육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로서는 워더맨이 참고 견디는 기다림 밖에는 없습니다. 공권력을 동원하여 워더맨을 지원하면 장회장은 틀림없이 국민들이 정부를 비난하게 할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재벌을 해체하려는 음모라고 여론을 조장하고 파업까지 하게끔 유도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업가는 이윤추구하는 사람이지 국가를 위해 이념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애국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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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이 간파된다면 우리나라는 회호리 바람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며 노사분규와 파업, 그리고 파벌이 생겨 국론이 분열되어 국가는 등잔 앞에 촛불같은 위기를 맡게 됩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워더맨을 도와주면 안되는 것입니다."
"정말 그렇군."
대통령은 납득을 했다는 듯이 조그맣게 말했다.
"비밀리에 워더맨에게 참고 견디라는 인내의 사인을 보낼수는 있습니다. 워더맨이 신뢰를 할지 어떨지는 알 수가 없지만요. 그리고 절대로 순이익의 10%에 합의를 봐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최소한 50%를 요구하라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낼 것입니다."
양부장은 확고하게 말했다.

"사인을? 어떻게?"
대통령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워더맨 생활에 우리가 침투해서 암시를 하는 것입니다.
장회장을 추종하는 국회의원들 모르게, 그리고 장회장의 하수인들도 모르게 교묘하게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워더맨이 섣부른 합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형사사건이며 훗날 법정에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그것 좋겠군."
대통령은 되었다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박실장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각하. 꼭 그렇게 되도록 필연코 하겠습니다."
박실장은 대통령이 자신을 보자, 질문에 대답하듯 말했다.
"잘되야 할텐데..."

대통령은 걱정이 된다는 듯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각하. 우리가 워더맨에게 명확한 싸인을 보낼 것입니다. 워더맨도 자신이 고구려 프로젝트를 세운 이상 우리의 의견을 이해할 것이며, 견딜 것입니다. 초지의 마음은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 회의를 갖게 될 것이며 그 때에는 펭귄총재나 잠자리총리가 확고한 싸인을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박실장은 덧붙여 말했다.

"다음 정권에서 확고한 싸인을?"
"그렇습니다. 각하, 안기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보다 더 사실성을 띤 메시지를 보내야 워더맨은 믿고 견딜 것입니다."
"사실성을 띤 메시지라면?"
대통령은 재촉했다.

"그 사실성은 지금에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지금과 같은 간접적인 메시지가 되서는 워더맨에게 신뢰를 줄 수가 없겠지요. 그렇게 되면 장회장과 합의를 보게 될 테니까요.
장 명예회장의 성격을 봐서는 국가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절대로 고지식하게 워더맨과 합의를 보지않을 것이며 정치적인 로비와 화성그룹 그리고 재계를 동원하여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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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부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파업을 유도하고. 재벌들과 동조하여 정부에게 대항할 것이 분명합니다.

또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돈을 있는대로 쓸 것입니다. 워더맨에게 10%가 아닌 적당한 액수를 줘서 합의서를 받아내려고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며 공권력과 트집을 잡아 설득을 하게되면 워더맨도 어쩔수 없이 체념을 하고 합의서에 서명을 하겠지요.

 

 

 

 

 

 

 


얼마나 잘 팔리고 있는지 소식이 깜깜할 테니까요."
박실장이 장황하게 설명했다.
"바로 그것을 예방해야 할텐데..."
대통령은 걱정이 된다는 듯이 한숨어린 말로 대답했다.
"아직 그 때까지 되려면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진행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상황에 따라 대처하면 되겠지요.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각하."
비서실장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맞아요. 각하께선 먼 일도 이렇게 걱정을 하니 늙지요. 청와대로 들어와서는 폭삭 늙은 것 같아요. 좀 느긋하게 계시면 되는데..."
영부인이 나무라듯이 말했다.
"이사람아! 야당시절에는 당연히 신경을 쓰는 일이 단순하지만, 직접 국가경영을 해보니 머리가 복잡해서 원 어디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있어야지.
뉴스를 보면 교통사고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데 남겨진 가족들은 얼마나 슬프고 허탈에 빠져있겠는가 하고 생각하면 나의 능력이 보잘 것 없다는 데에 한탄을 금할 수가 없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야.

그러니 당연히 늙을 수밖에. 나도 대통령이 되어
국가를 위해 일을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막상 정권을 맡아서 일을 하다보니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때로는 후회가 들 때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자리를 왜 오르려고 했는지, 그리고 또 오르려는 사람들은 국가경영의 수업을 쌓고 대권에 도전을 해야지만 국민들이 행복해 질 거라는 사고가 필요한데, 모두가 눈이 멀어서 대권에만 도전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돼서 어디 일다운 일을 할 수가 있겠냐 말이지."

대통령은 영부인을 보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술잔을 들어 영부인에게 건네 주며 말했다.
"당신 정말 그 동안 수고 많았어."
대통령은 벌개진 얼굴을 들어 영부인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묻었다.
"당신이 보기에는 중국이 우리에게 고구려 땅 아니 만주벌판 만이라도 좋아, 팔 것 같아?"
"각하도, 참 아녀자가 그런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어요?"
"알 수가 없어도 때로는 여자의 육감은 지식을 추월하거던."

"육감에는 중국정부가 고구려 땅은 아니라도 만주땅은 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고구려 땅이라면 중국 수도인 북경과의 거리가 가까우니 그건 좀 무리가 따를 거라는 생각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중국은 극심한 달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팔거라는 예상을 하지만 고구려 땅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사실 중국국가 채무는 국내총 생산의 1.4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며 중국정부 공식 발표치의 6배에 달한다는 국제적인 증권회사의 보고가 있습니다.

204



허위통계와 향후 금융위기 발생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박실장이 영부인 말을 이어 견해를 내놓았다.
"오랜만에 당신 노래 한 곡을 들어볼까?"
대통령은 기분이 좋은 듯이 술잔을 들어 영부인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술병을 들어 술을 따랐다.
영부인은 두 손으로 잔을 받고는 입에 살짝 댔다가 탁자에 내려놓았다.

"각하는 손님들 앞에서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를 하라고 하세요?"
"영부인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영광을 주시지요."
양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영부인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럼, 흉보지 마세요."
그리고는 가곡 '그네'를 부르기 시작했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영부인이 고운 목소리는 성악을 전공해서인지 듣는 사람에게 심금을 울려주었다.
대통령은 눈을 감고 감상했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청와대의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가고 있었다. 아마 지구촌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그리고 유럽과 현해탄 건너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자신들의 국가의 이익을 위해 밤을 새우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화성그룹 장명예회장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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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호는 서초관으로 출근하면서 서초동 천주교회를 지나며 선경을 생각했다.
자신은 어쩌려고 선경을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느님의 율법에 간음하지 말라 하시는 말씀이 계시는데... 또한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시명이 있거늘... 준호는 교회를 지날 때마다 하느님의 율법이
두려워 고개를 숙이며 지나간다. 성모상이 마당 한 쪽에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에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가 언젠가 준호에게 물었다. 왜 가톨릭에서는 예수님 고상에 기도를 하면 되었지
성모상에까지 기도를 하며 용서와 소망을 구하느냐고... 그건 우상을 섬기는 것이 아니냐고...
준호는 그 때 자신있게 말했었다.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예수님께 청하는데, 예수께서 용서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하여 성모마리아님께 청하는 것이다.

그것은 예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간절히 청하면 마리아께서 아들인 예수에께 죄인의 죄를 용서하여 주라는 간절한 부탁에, 예수께서도 차마 어머님의 청을 거절을 못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이유에서 성모마리아께 간구의 기도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진경의 청을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의 율법을 어기게 되고 죄를 짓게 되며, 그 죄를 예수께 청하여 용서를 받지 못하고 성모마리아께 대신 예수께 간청을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면, 죄를 사할 수가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서초관에 도착하여 준호는 직원들과 눈인사를 하고 카운터에 앉아 어제의 매출을 점검하고 있었다.
현철은 점심 때에 가게에 나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모습은 씨름선수 못지않았다.
거기에다 배까지 나오니 정말 선경이가 정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방간이 있고 한 달에 두 번씩 피검사를 하여야 되니 시집을 잘못왔다는 생각과 속아서 결혼을 했다는 배신감이 들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준호는 일어나 문을 들어서는 현철을 향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음, 왔군"
현철은 유심히 준호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준호는 그 모습에서 자신이 마치 도마위에 올려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현철의 눈초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그 무엇이 담겨져 있는 듯 했다. 진경이 자신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나서부터라는 것을 준호는 알고 있었다.

준호가 자리를 일어나자 현철은 앉아서 준호가 정리한 어제의 매상을 보고 있다.
여직원이 다가와 현철에게 말했다.
"사장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
현철은 일어나 여직원 옆에 서있는 사람을 보았다.
"세일상사에서 왔습니다."
"아, 어서오십시오."

206



현철은 카운터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가져왔습니까?"
"예, 차에 있습니다."
"그럼 가시죠."
현철은 그 사람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준호와 여직원은 문을 나서는 현철에게 인사를 했다.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으니 설치할 수가 있을 겁니다."
"잘되었군요."

직원은 현철이 키를 가지고 문을 열기를 기다려 함께 들어갔다.
"어디에서 들으시겠습니까?"
직원이 전화선을 만지면서 물었다.
"어머니 집에서 들어야 겠는데요?"
"어디죠?"
직원은 공손하게 말하지도 않았다.

자기 마누라 전화를 도청하려는 사람이라 무시하는 듯이.
"여기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요?"
현철은 죄지은 사람처럼 머쓱해서 대답했다.
"얼마나요?"
직원은 마치 경찰서 조사관처럼 간략하게 물었다.
"조금 떨어졌어요."
"글세, 조금이 얼마나요? 몇미터나 됩니까?"
"한 백미터 정도 될겁니다."
"듣기만 할 겁니까? 아니면 녹음까지 필요합니까?"
"녹음도 필요합니다."

현철은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직원은 현철의 얼굴을 쳐다보자 현철은 고개를 숙였다.
선을 찾아낸 직원은 자신이 가져온 선을 연결한 후 어머님 집에까지 일반 전화선과 함께 연결하고는 차에서 녹음기를 가져와 설치를 하였다.

"여기 이 버튼을 누르면 전화내용이을 들을 수가 있고 여기 빨간 버튼을 누르면 녹음이 되죠, 그리고 수시로 전화선을 잘 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끓어놓을 수가 있으니까요."
직원은 말하고 버튼을 누르자, 테이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버튼을 누르자 탁! 소리가 나며 회전을 하던 테이프가 멈췄다.
"수고 하셨습니다. 얼마지요?"
현철은 감복한 사람처럼 공손하게 물었다.
"계약금 삼백을 줬지요?"
"예, 그 때 오백이라 하던데요?"
"그런데 너무 멀리 떨어져 백만원을 더 줘야 됩니다."
"여기 있습니다."


207




현철은 봉투외에 자신의 지갑에서 두말않고 백만원을 꺼내 준다.
직원이 돌아가고 난 후에 헤드폰을 쓰고 작동버튼을 눌러본다.
현철의 눈빛은 순간 돼지 눈빛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있고, 그 속에는 광기와 난폭함이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는 야성을 꿈틀거리며 타오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숨을 내쉬었다.

꽃등심 2인분과 소주 두 병을 팔아야 3만원이 남는데 이혼을 하면 수 억이 날라갈 판이니 그럴만도 할 것이었다.
진경은 둘째아이를 데리고 장위동을 향하고 있다. 집에 도착하여 벨을 누르자 고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나야, 엄마."
"아니 전화도 없이 웬일이냐? 그래, 나간다."
고여사는 말하고는 문을 열어주었다.
진경은 갑자기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고여사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선경을 보고 반갑게 맞으며 딸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무슨일 있니? 현서방하고 싸웠니?"
고여사는 궁금해서 물었다.

"아니, 그냥 답답해서 바람쐬러 왔어."
"경아야, 할머니한테 인사해야지."
"아휴, 우리 경아 많이 컸네."
고여사는 경아를 안아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안방에 들어가자 고여사는 경아를 내려놓고는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열었다.
"우리 경아 뭘 줄까?"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깍았다.

"오빠는?"
진경은 경일의 소식이 궁금해서 물었다.
"요즈음 바쁜가 보더라. 외국 바이어라나 상담이 많아서 밤 늦게 들어오고 아침에 일찍 나가니 나두 못 볼때가 많은걸."
"아침밥은 어떻하고?"
"회사일이 바쁘고서부터는 아침을 잘 먹지 않더라."
"오빠는 장가 안간데?"

"왜 안가니. 마땅한 여자가 못만나서 그렇지."
"선 본 여자가 마음에 안든데?"
"글세 나도 모르겠다. 통 결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으니."
고여사는 말하고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마주 않은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행복하게 하려고 딸애를 팔아 먹듯이 시집을 보낸는데 행복하기커녕 이혼을 하겠다고 하니 한숨이 절로 새어나오는 것이다.


208



벌써 수년을 부부생활을 하지 않고 있으니 고여사가 생각하기에도 필경 파경을 면치는 못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경은 과일을 깍는 엄마의 검은 머리가 점점 하얗게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벽에 걸린 사진을 올려다 보았다.
사진 속에는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말없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 사진은 자라오면서 수없이 보아왔고 또 외로움에 젖을 때면 사진을 올려다보며 아버지!하고 불러보곤 하였던 것이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며, 진경은 지금 아버지가 살아있었으면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여 줄 수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 가게에 오빠 나이와 똑같은 사람이 들어왔어."

진경은 준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래?"
고여사는 서초관의 새로운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마음 속으로는 딸애가 마음을 돌리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엄마, 나 그사람한테 다 말했어."
"뭘?"
"말이 부부이지 경아 낳고는 한 번도 부부관계를 갖지않았다는 것 말이야."
"뭐야? 너 그 사람한테 마음을 두고 있는거니?"
"응, 그 사람이라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걸, 비록 가난하지만."
"너는 이혼이 어디 그렇게 마음먹은대로 쉬운줄 아니? 그리고 그 사람이 아이엄마인 너하고 살겠데?"
"거기까지는 얘기가 안됐어.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 것 만큼은 분명해. 만약 내가 싫다면 내가 운전을 하는데 옆에 있어달라고 해도 같이 있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니? 너가 사모님이니까 할 수없이 따른 것이지."

"엄마, 나는 그 사람한테 돈을 받아달라고까지 말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뭐래?"
고여사는 궁금해서 퍼득 물었다.
"자기가 개입을 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야."
"거봐라. 만약 그 사람이 너를 좋아한다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텐데..."
"아마 난처해서 그럴꺼야. 내가 이혼을 하고 나면 나의 사랑을 받아주리라고 생각해."
"정말 현서방하고 못살겠니?"
고여사는 딸이 걱정되어 물었다.

"평생을 같이 살을 섞고 살 생각을 하니 아찔해, 나는 그 사람에게 희생하고 싶지가 않어."
진경은 간절하게 호소하듯 말하자, 고여사는 한 숨을 내쉬고는 말이 없다.
진경은 그런 엄마를 보면서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딸이 좀 더 행복해지기 바라며 강남 알부자에게 시집을 보내고 무척 기뻐했던 모습을 떠 올리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209



그 때 진경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나야."
"그래, 지금 부산이니?"
선경은 대학동창인 명숙인 것을 알고는 물었다.
"응, 선경아 너 부산에 한 번 내려올래?"
"갑자기 왜?"
"좋은 사람이 있는데 사진을 한 번 보러 내려와."
"얘는, 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혼은 나중이고 우선 어떤 사람인가 한 번쯤 보는 것도 괜찮아."
"지금 친정에 와 있어."
"어머, 그러니 어머님은 안녕하시니?"

"응, 잘 지내셔."
"어머님은 뭐라고 하시니?"
"걱정을 하시지 뭘."
"얘들은 잘 크니?"
"응, 경아도 이제는 막 혼자서 걸어다녀, 말을 배우느냐고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
"경아 데리고 한 번 내려와."
"그래, 봐서 내려갈게. 너의 신랑은 요즘에도 해외출장을 자주 가니?"
"응, 직업이 외국사람 상대하는 것이니까. 내려오기 전에 전화하고 알았지?"
"알았어."
진경은 핸드폰을 백 속에 넣었다.

경아는 신기하다는 듯이 전화를 꺼내려고 백 속을 들여다 본다.
"누구니?"
"명숙이 알지? 엄마, 걔는 부산에 살고 있어. 나보고 놀러오래."
"신랑은 뭐하는 사람이래?"
"무역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가 조그많게 차렸대."
"잘사는가 보구나."
"부자는 아니지만 행복하게 사는 가봐."

"그래 너보고 놀러오래?"
"보고싶데. 걔 결혼식에 가고 한 번도 못만났거던."
"머리도 식힐겸 같다오렴."
"명숙이가 좋은 사람 있다고 사진을 보러 내려오라는 거야. 엄마"
진경은 엄마의 얼굴을 살피면서 말했다.
"이혼도 하지 않고 벌써 다른 남자를 만날려고 하는거니?"
고여사는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210



고등학교 다닐 때 준호는 건우와 함께 반에서 뒤에 앉아 과자를 먹다 들켜 강의하는 선생으로부터 꾸중을 숱하게 받았었다.
때로는 벌로 화장실 청소도 하고, 복도에서 벌을 서기도 하였는데, 졸업후 건우는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해병대에 지원하여 준호가 대학을 다닐 때, 건우는 휴가나와서 연고전 때 응원을 같이 하기도 하였고, 동대문운동장에서 명동까지 도로를 점령하며 연고대 학생들과 행군을 같이 하곤 했다.

시민들은 질서있게 차량들을 피해서 행군하는 학생들을 보며 왜 그러냐고 물으면 우리들은 연고전이 끝나서 술 먹으러 가는 중이라 했다.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듯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좋을때다"하고말을 하던 어떤 중년 아저씨 얼굴을 준호는 기억하고 있다.

명동성당 뒤에 가면 학과 선배들이 애인과 함께 술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들은 가서 퍼 마시면 되었다.
우건와 함께 밤이 새도록 거리를 헤집고 다니던 시절이 생각이 나곤 하여 준호는 자주 우건을 찾아가 술을 마시고 오곤 하였다. 그 날도 준호는 인천에서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는 건우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바로 그때, 밤 10쯤 시청앞에서 버스를 내리고 프라자 호텔 방향으로 가다가 좌석버스를 타기 위해 뒤를 돌아서는데 바로 1미터 사이를 두고 뒤따라오던 사람이 준호가 돌아서자 마자 홱! 뒤돌아서 가는 것이었다. 준호 자신도 놀랐서 어둠 속에서 그 사람 인상착의를 기억할 정도였다.

준호는 이상했다. 왜 저사람은 자신처럼 갑자기 뒤돌아 서는 것일까?
자신은 갑자기 좌석버스가 생각나서 바꿔 타려고 하는 것인데 저 사람도 자기와 똑같은 생각이 나서 돌아선 것일까?
준호는 의문이 생겼다. 왜 하필 이 시간에, 자신의 뒤를 바짝 따라오다가 자신이 뒤돌아 서니까 따라서 돌아서는 것일까?
이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준호는 의심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누굴까. 뭣 때문에 자신의 뒤를 따라다닐까. 준호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 결론을 지었다.

서초관 사장이 사람을 시켜 자신의 뒤를 미행한 것이라고.
왜? 그것은 간단했다. 자신의 부인이 준호에게 오빠! 하고 부르는 것을 보았고 또 같이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을 직원들에게서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자신의 뒤를 미행하여 진경이와 어떤 밀애를 하고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뒤를 따라오던 사람은 준호가 길을 가다가 갑자기 돌아서니까 자신도 모르게, 즉 보호본능으로 따라 돌아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들킬 것을 염려한 나머지 생각보다는 잠재의식이 더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수 년간 부부생활을 하지않았다는 진경의 말이 사실인 것이다.
둘째아이를 낳고 여지껏 독수공방을 지키며 이혼을 요구하며 투쟁한 것을 남편은 어떻게 참고 이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211






 

 

 

 

이튿날 준호는 평소처럼 출근하여 직원들과 함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점심 때가 되니 진경이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주말 뭐하고 지냈어요?"
"응, 인천에 있는 동창녀석이 나이트클럽에 가서 술마시고 왔어."
"어머, 오빠한테도 그런 친구가 있었나요?"
"무슨 소리야, 이래뵈도 나는 발이 넓은 사람이야."
"오빠,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면 조직배들도 잘 알겠네."
"어, 그건 어떻게 알았지?"
"오빠는 모래시계 드라마도 안봤어요?"
"아, 그렇지. 고현정, 그리고 정동진에도 아직 고현정 소나무가 동해바다의 푸른름과 같이
잘 자라고 있지."
"오빠 나 엄마한테 말했어요. 오빠에 대해서."
"쓸데없는 소리를."
준호는 말끝을 흐렸다.
"할 이야기가 있는데."
"응, 뭐?"
"이따가 밖에서 말하지."

준호는 문을 밀치며 들어오는 현철을 보고 진경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현철은 준호와 진경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돼지 눈을 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오부장, 관리를 잘 하지 못하나?"
"사장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준호는 현철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요즘 가게가 지저분해지는 것 같아. 청소가 이게 뭔가?"
현철은 목청을 크게 하며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가리키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깨끗하기만 한데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볶아대는 거야?"
진경은 옆에서 준호를 감싸며 따지듯이 말했다.
순간 현철의 눈빛은 광기로 변하여 야성의 눈빛이 되어 흥분을 누르지 못하고 숨을 거칠게 내쉰다.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는 에이!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은 마치 돼지가 꽥!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나가는 모습도 돼지의 뒷모습 같다고 준호는 생각했다.
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픽! 하고 웃었다.
"오빠? 왜 웃어?"
"응, 아니야. 나가는 모습이 정말 돼지가 달려 나가는 것 같아서."
"돼지처럼 살이 쪘으니 그럴 수밖에."
진경은 쓸쓸하게 말했다.


212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준호는 선경이가 운전하는 조수석에 앉아 앞을 주시했다.
"그러니까, 오빠를 미행한 사람은 현사장이 보낸 사람이란 말이지?"
진경은 확답을 구하듯이 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럴 수밖에. 너하고 가끔 자동차 타고 나가는 것을 직원을 통해서 들었을 것이고, 또 현사장도 너가 오빠 하는 것을 직접 보았으니까."

"그랬다고 오빠를 미행한단 말이야?"
"그럼 왜 이혼도장을 안 찍겠어? 벌써 수년이 지났으면 포기를 할 때가 지났잖아.
뭔가가 있는거야."
"뭔가가 뭐야?"
진경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뻔하지. 트집을 잡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겠니?"
"트집? 무슨 트집을?"
"바보야, 그것도 아직 짐작을 못하겠니? 현사장은 너의 행복을 빌어줄 만한 사람이 못된다는 거야. 즉 위자료를 깍던가 아니면 안 주려는 거란 말이야."
"뭐?"
진경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빠 그럼 어떻하지?"
"정말 잔인한 사람에게 걸렸들었구나."
"오빠 나 어떻해. 말해봐."
진경은 겁이나서 울먹이듯이 말했다. 진경은 말하고 나서 엄마 생각이 나서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렸다.
준호는 진경의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너무 걱정하지마. 무슨 수가 있겠지."

말하는 준호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서려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준호는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그만두어야 겠다."
"나 때문에?"
" 더 이상 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겠다."
진경은 와락 겁이나서 준호의 팔을 잡고 외치듯이 말했다.
"오빠가 그만두면 나는 어떻해?"
"걱정하지 마. 가끔 만나서 돈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볼께."

"고마워 오빠 나 때문에 괜히 피해를 줘서."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래. 나야 그만두고 떠나면 그뿐이지만 그런 사람들 틈에 평생을 살아야 하는 너가 불쌍해서 개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럼 오빠는 내가 좋아서 그러는게 아니란 말이지?"
진경은 운전대에 얼굴을 묻고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진경아. 울지마라."


213



준호는 진경의 어깨에 손을 얹고 위로하였다.
"오빠, 결혼했어?"
진경은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아니?"
"그럼 왜? 우리 경아가 싫어서 그래?"
"아니야."
"그럼 왜? 내가 싫어서 그렇지?"
진경은 뚫어지게 준호의 눈을 들여다 보며 물었다.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아니. 그렇지는 않아."

"그럼 뭐야? 설마 오빠는 내가 3년동안 현사장하고 떨어져 생활했다는 것을 안믿어서
그런거지?"
"아니, 믿어. 나에게 사정이 있어서 그래."
"말좀 해봐. 오빠"
"나하고 생활하면 불행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래."
"오빠 무슨 일 있어?"
"음, 지금은 괜찮지만."
준호는 말끝을 흐렸다.

"나, 오빠가 불행해지면 나도 불행해질 각오 돼있어."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말해줄게. 내가 그만두고 전화를 하면 내가 지정한 장소로 나와."
"알았어."
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현사장 친적중에 경찰서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니?"
"응, 육촌 형이 강동경찰서 강력계 형사반장으로 있다가 정년퇴직 했다는 말을 들었어."
"그랬군."

"뭐가?"
"내 뒤를 미행하는 사람은 그 포졸이 부리는 사람이야."
"어쩜 그럴수가."
진경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집안이 전부 모여서 작정을 하였군. 정신차려 이 집에서 너를 도와줄 사람은 하나도 없어."
"그럼 내 문제로 회의라도 했단 말이야?"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오빠 언제 그만 둘거야?"

"내일. 우선 나를 만나러 나올 때는 꼬리를 잡히면 안돼. 우선 집을 나서면 택시를 타.
그리고 뒤를 봐 오토바이나 아니면 누군가 택시를 잡는가 아니면 승용차가 따라오나.
그다음에 누군가 따라오는 것을 느끼면, 전철역에서 내려 지하로 해서 길을 건너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던가 아니면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타고 뒤를 보는 거야. 알았지?"



214



"알았어. 그리고?"
"그래도 포졸이 따라붙을거야. 그러면 한 정거장 가서 내리기 전에 버스가 출발하려고 할 때 아저씨하고 다급하게 외치고 내려달라고 하면 기사는 앞문으로 내리라고 할 꺼야.
그 때 내리고 버스가 떠날 때까지 누가 따라 내리나 지켜봐."
"오빠. 나 못하겠어. 무서워."

"그럼 너 인생의 패배자가 될래?"
진경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니 오빠 말대로 할게."
"그러고 나서 충무로에 있는 까페로 오면 돼."
"알았어."
진경은 안심했다는 듯이 싱긋이 웃었다.

"오빠는 어떻해 이렇게 잘 알어? 오빠도 포졸노릇 해봤어?"
"외국 영화를 보면 다 나오잖아."
"그럼 우리가 배우가 된거네?"
진경은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재미있겠다. 나는 걱정이 되는데..."

"우리를 뒤 쫓다가 놓치면 씩씩거리는 꼴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서 그래."
"연습을 해봐야 해. 그래야 포졸들을 떼어놓을 수 있는거야."
"오빠 그만두면 뭐할거야?"
"그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 만나고 지내지. 차를 파킹시켜 놓고 실전연습을 해보자."
두 사람은 도로가에 서있었다.

"잘 봐. 지금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고 확신을 해야 돼."
"포졸이 어디있지?"
진경은 말하고 두리번 거렸다.
"가만히 있어야 해. 그렇게 두리번 거리면 우리가 눈치챘다고 판단하면 불리해."
준호가 앞을 보며 주의를 주었다.
"알았어. 오빠"

택시가 오자 진경은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다. 두 사람은 뒷 자석으로 타고 뒷 창문을 통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승용차에 타는 것이 보였다.
"오빠. 저차가 포졸이 대기하고 있는 차야."
진경은 외치며 말했다.
"음, 그렇군 분명 우연의 일치는 아니야."
"다음 어떻한다고 했지?"
준호가 말하자 진경은 대답했다.
"기사아저씨 가까운 전철역으로 가 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215

 

택시기사는 가까운 전철역에 차를 대자 준호가 말했다.
“아니, 여기 말고 다음 정거장에요.”
“오빠, 왜?”
“첫 정거장에 차를 대면 포졸대장이 이곳에다 사람을 배치하기 때문에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야.“
“아, 그러니까 어느 전철역에서 내릴지 모르게 하려는 거구나.”
“그렇지, 바로 그거야.”
두 사람은 다음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뒤따라 타는 사람이 없나 확인했다.
“오빠, 타는 사람이 없는데...”
“음, 그래.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 문이 두개인 곳을 알고있니?”
“응, 왜?”
“그런 곳을 알아봐. 한쪽으로 들어갔다가 다른 곳으로 나오면 포졸들을 따돌릴 수가 있어.“
“알았어.”
버스가 정거장에 섰다가 막 출발하려고 하자 준호는 진경에게 재촉했다.
“아저씨, 잠깐만 세워주세요. 여기서 내려야 하거던요.”
진경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 정거장에 세웠을 때 뭐하고 차가 출발하니까 그래요?”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는 짜증을 내면서 차를 세웠다.
“앞문으로 내려요.”
말하면서 앞문을 열어주자 두 사람은 내렸다.
“에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저렇다니까.”
기사는 투정을하는 소리가 두 사람 뒤에 들렸다.

진경과 준호는 피식 웃으며 서로를 마주보았다.
“오빠, 이제 따돌렸지?”
준호는 선경과 함께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그래. 하지만 이제는 시작에 불과해, 왜냐하면 포졸이 우리들을 놓친 것을 알면 다른 방법을 세울거야.“
“그럼 어떻하지?”
진경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

“걱정하지마. 놈들이 위자료를 안내놓고는 못견디게 할테니까.”
준호는 말하고 웃자, 진경은 궁금해서 물었다.
“오빠, 혼자만 알고있지 말고 말해봐.”
“응, 진경아 너 오빠 있지?”
“응, 왜?”
“오빠를 내가 만나봐야 겠다.”
“우리 오빠는 왜?”
“그물을 쳐야지, 그래야 참새가 망에 걸려들것 아니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중에 말해줄께.”



216



준호는 말하면서 2층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준호는 진경을 바라보았다.
사랑스런 마음을 느끼는 준호. 선경은 준호가 자신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자
물었다.
“오빠, 왜 그렇게 쳐다봐.”
“음, 아무것도 아니야.”
“오빠, 우리 돈을 받아내면 여행가자, 응?”
“아직은 안돼.”
준호가 강조하듯 말하자 선경은 궁금하여 묻는다.
“왜, 안되는 거야. 이혼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진경은 준호 얼굴을 보면서 알 수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준호가 아무런 말이 없자, 진경은 말했다.
“오빠, 나 오빠가 불행해지면 나도 같이 불행해져도 좋아.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냥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나는 정말 오빠가 좋아. 이해타산이 없는 순수한 사랑만이 삶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겪으면서 이겨내고 황혼의 종착역까지 오빠와 같이 갈거야.

나는 십년을 살아오면서 맛있는 것, 좋은 옷과 호화로운 생활은 순간의 만족과 기쁨일 뿐 긴 인생의 여정에는 영혼적인 충족감을 안겨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라면에다 찬밥이라도 그리고 잘 익게 담근 김치 하나만 가지고도 나는 식사를 할 수가 있고, 차가 없어도 버스를 타고 다녀도 나는 삶의 행복을 느낄수가 있어.”

진경은 준호를 설득하듯이 말했다.
“고마워.”
준호는 말하고는 서초동 성당에 있는 성모상을 떠올렸다.
ㅡ 이혼을 하게끔 도와주고 돈을 타내고 나서 사랑을 나누는 것은 죄가 아닐까?
이혼을 하기전에는 어떤 사랑도 하지 않았으니 남의 아내를 탐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ㅡ
준호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시선을 거리에 두었다.

그런 준호를 보며 선경은 준호에게 무슨 사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빠가 기다리라면 언제까지 기다릴 거야. 알았지?”
진경은 다짐을 하듯이 준호의 눈을 보면서 말했다.
“그만 들어가봐야 하지 않아?”
준호는 걱정이 돼서 물었다.
“응, 오빠, 그럼 내일부터 안나올거야?”
“응, 이따 현사장 만나서 그만둔다고 말할거야.”

“그럼 오빠 언제 만나는 거야?”
진경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응, 걱정하지 마. 자주 전화할께.”
준호는 커피숍을 나와서 말했다.
“전화하면 오빠하고 같이 나와.”
“오빠하고?”
“그래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오빠 도움이 필요해.”
“언제?”


217




“다음 주 수요일 쯤 오빠더러 시간을 비어달라고 해.”
“알았어. 오빠.”
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택시를 타면서 준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준호도 손을 흔들며 진경을 보내고 자신은 서초관 가게로 돌아왔다.
방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어떻해 해야 선경에게 위자료를 받아줄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진경이 자기에게 말한 것을 떠올리면서...

국가 안전기획부의 손과장은 워더맨 프로젝트 팀을 맡으면서 늘 생각하였다.
자신에게 지금이 바로 출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
정권이 바뀌고 훗날 워더맨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였을 때는 이미 늦었고 그전에 워더맨과 인사를 하고 뒤를 돌보아주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신임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워더맨과 접촉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팀이 24시간 감시하고 미행하고 있는데 자신이 접촉을 한다면, 그리고 발각되었을 때는 밥줄을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지금 워더맨과 돈독한 관계를 하지 않으면 워더맨으로부터 신임을 얻을수는 없는 것이기에 자신의 박실장의 입장도 자신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조그만 봉급으로 아이들 대학 가르치고 나면 저축을 할 여유가 없어 걱정이 되었고, 또한 퇴직금 해봐야 노모 수술비를 대느냐고 별로 탈 것이 없었다.
자신의 직속 상관인 박실장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실장실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비서가 책상에 앉아 뭔가 서류를 작성하다가 인사를 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실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
비서는 인터폰으로 손과장이 왔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손과장은 말하고 실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게.”
박실장은 손과장이 들어오자 책상에서 일어나면서 쇼파로 다가와 손과장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비서가 차를 놓고 나가자 박실장이 물었다.




218




“워더맨에게 무슨일 있나?”
“최근에 서초관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우리가 미행을 하다가 놓쳤습니다.”
“놓치다니?”
박실장은 깜짝놀라 물었다.
“서초관 앞에서 택시를 타고 전철역에서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타고 나서 갑자기 내리고 서있는 택시를 타는 바람에 놓쳤습니다.“

“아니, 워더맨이 왜?”
“아마 위자료를 타내려는 것을 도와주려는 의도인 것 같으며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닌 현사장 말이지요.“
“우리는 방심하다 놓쳐버렸고 형사들이 뒤를 밟다가 들켰단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그런데 형사가 아무리 퇴직했다해도 그렇게 미숙하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어떻게 자신이 미행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 전화도청까지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그럴테지. 그럼 어떻게 되나?"
"뭘 말입니까?"
"법적으로 말일세."

박실장은 걱정이 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밀회장면을 들킨다면 그야말로 큰일이지요. 간통죄를 면할 수 없을테니까요."
"간통죄라는 것은 명백한 선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그렇습니다만, 단순히 애정문제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돈을 타내려는 의도가 있기에 범죄에 해당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큰일인데..."

손과장은 지금이 바로 말할 때다 하고 생각하고 말을 꺼냈다.
"우리가 워더맨에게 접근해서 자중하라고 하면 어떨까요?"
"우리가? 팀을 노출시키겠다는 건가? "
박실장은 손과장을 보면서 의아해하며 물었다.

"보안은 명령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날도 기껏해야 1년 조금 더 남았을 뿐입니다. 그후에는 다른 팀이 이 프로젝트를 인수하지 않겠습니까?"
손과장은 말하고는 박실장의 표정을 살폈다.
"그럴수도 있겠지."

"그래서 제 생각은 지금 워더맨에게 신뢰를 받아두는게 훗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장관직을 해려면 줄을 잘서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승진을 위해서도 또 노후를 위해서도 워더맨의 그늘아래 있는 것이 평생을 편안하게 쉴수가 있지 않을까 해서요."
박실장은 손과장 말을 듣고는 침묵을 지켰다.


219



손과장은 실장이 이렇게 심사숙고 할 지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
안기부에서 이십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이런일은 비일비재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박실장은 대통령실에서 안기부장이 말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손과장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펭귄총재가 정권을 인수하고 강대통령과 밀약이 성립된다 하더라도
인사이동을 하게되면 자신은 퇴직을 하게될지 알 수가 없는 일. 아무리 밀약을 했더라도 펭귄총재 추종자들이 이 사건을 안다면 서로 맡으려고 나설 것은 불을 보기보다 뻔한 일 이었다.

어쩌면 손과장 생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박실장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손과장."
"예,"
"좋아, 그렇지만 절대로 흔적을 남겨서는 안되네."
"흔적을?"
"국회의원, 그리고 화성그룹에서도 전문가를 시켜 미행하고 있을테고 도청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하게."
"알겠습니다."

"그들에게 어떠한 흔적, 즉 워더맨과 우리가 접촉했다는 증거가 그들에게 들어가면 나중에 법정에서 우리가 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두게.
직원들에게도 모르게 자네 혼자서 움직이게. 알았지,"
박실장은 눈을 빛내면서 날카롭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에게 이처럼 신뢰를 주셔셔 감사합니다."

"아마, 자네하고 일한지도 벌써 20년이 돼가는군.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변해도 두 번은 변했을테니.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자네 혼자서 책임을 질 각오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손과장은 고개를 숙이고 진실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실장이 이처럼 다짐을 할 정도라면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손과장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연기를 허공으로 날리면서 무겁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안심했다.

등받이에 상체를 편안히 누이고 연기가 벽에 걸린 태극기 쪽으로 줄무늬를 만들면서 태극기 위에 있는 대통령 사진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지는 것을 보며 이제는 자신에게도 빛이 비춰졌다고 생각했다.

정권이 바뀌고 워더맨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때 자신은 박실장과 함께 측근에서 일할 것을 생각하니 신이 절로 생겨났다.
이제는 아이들 교육걱정은 하지 않아도, 조기퇴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한시름 놓은 이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때 행정고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던 젊은 날의 추억이 떠올랐고 지금은 고시라도 패스 한 것 같은 심정이었다. 친구녀석에게 그 순간의 심정을 물으니 마치 천하를 얻은 기분이라는 심정을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20




현철은 준호가 그만두자 걱정이 되어 약국에 있는 사촌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울림과 동시에 귀에 익은 사촌 형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나야. 그 사람이 어제 그만두었어. 무슨 일 있어?"
"그래? 왜 그만뒀지?"
"내가 가게에 출근하니까 집사람하고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길래 큰소리를 쳤더니 저녁에 와서 그만두겠다고 하며 가버렸어. 어떻하지?"

"그만두겠다는데 뭐 할 말이 있니? 조금 전에 육촌형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 어제 그사람을 미행하다가 놓쳤다는 거야."
"왜? 육촌형이 뒤를 밟았는데도 놓쳐버렸단 말야?"
"형님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시켰는데 글쎄 그사람 말을 들으면 택시타고 버스타고 갑자기 내릴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놓쳤다는 거야."

"집사람은 어제 늦게 왔어. 집에 들어가서 기다리니 10시경이 돼서야 들어오는거야. 어디갔다 왔냐고 물으니까 왜 상관이냐고 소리를 지르길래 하마터면 때릴 뻔 했어."
"참아라. 절대 손대면 안돼. 알았어?"
사촌형은 다짐을 받듯이 외치듯이 말했다.

"알아, 그래서 나도 열이 받쳐서 어머님 집에서 잤어."
"전화는 어떠니?"
"아직 어떤 뚜렷한 것은 잡히지 않고 있는데. 명숙이라는 대학동창한테 부탁을 했는지 부산에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있나봐."

"그러니까 뭐래?"
"지난번에 말한 사람하고 교재를 할 거라고 하는데 그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 "두고보면 알겠지. 곧 꼬리가 잡힐거야. 미행하는 사람을 더 늘릴거다."
"알았어. 형 손님이 왔어."
"응, 그래."

준호는 인사동거리에 있는 그림가게에서 그림을 보고 있다.
옆에서 같이 그림을 보고있던 등산복 차림의 사람이 그림을 감상하면서 말했다.
"선생님. 고개를 돌리지 말고 그대로 그림을 보면서 제 이야기를 듣기만 하십시오. 다행이 가게에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움직이지 말고 말하면 됩니다.

지금 선생님은 서초관으로부터 미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등산복을 입은 손과장은 그림을 보면서 말했다.
"누굽니까?"
준호는 고개를 돌리면 보려고 하니까 손과장이 말했다.
"저를 보면 안됩니다. 밖에서 감시하고 있으니까요."
준호는 움찔하면서 그림으로 시선을 주었다.
"저는 안기부에 근무하는 과장인데 신분은 더 이상 밝힐수 없는 것을 양해하십시오."



221




 

 

 안기부에서 왜 나를 감시하고 있습니까?"
"궁금하실 겁니다. 한성그룹에 프로젝트 서류를 저희가 보았습니다."
"뭐라고요?"
준호는 더 참지 못하고서 얼굴을 돌렸다. 등산모자를 쓰고 있는 손과장 얼굴은 모자에 가려
자세히 볼 수가 없었고, 준호가 얼굴을 돌림과 동시에 손과장은 옆 그림을 보기 위해 얼굴을 돌렸다.
준호는 다시 얼굴을 그림으로 향하고서 물었다.
"어떻게 안기부에서 내일에 관여하게 되었지요?"

"저희 선에서는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상부의 지시에 선생님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지금 현사장측에서 은퇴한 형사를 동원하여 뒤를 밟고 있으며, 만약 현사장 부인의 일에 관여하면 잘못하다가는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자중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내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전화도 도청을 하고 있으며, 미행하는 인원도 더 늘릴 것입니다."
"도청을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여자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기왕에 저를 보호하고 있다니 도와주십시오."
"무엇을 말입니까?"
"잔인한 인간들에게 철퇴를 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인간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함정을 파놓고 한 여자를 빠뜨리려하고 있는데 제가 모른다면 모르지만 안 이상 그냥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합니까?"
"경기도 이천에 수만평 산에다 호화사치묘를 하고 있는데 마치 옛날 임금의 무덤처럼 만들어 놨는데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 한 여자의 슬픔을 위로를 하지 못할망정, 위자료를 안주려고 수 년을 끌어오니 세금을 때려줬으면 하는 것이지요."

"그건 저희 능력 밖이라서 어떤 도움이 될지 단언을 할 수가 없지만, 선생님의 부탁이니 알아는 보겠습니다. 만약 세금을 때린다면, 더욱 광기가 들어 역효과를 내는게 아닐까요?"
"그전에 증거를 연출하여 법정에서 판결을 유리하게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건하고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게 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합니까?"

"안됩니다. 만약 제가 정보를 누설한 것을 알게되면 저는 경질됩니다. 이 사건만 아니면 선생님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겁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어느 미술관이든 미술품을 감상하고 계시면 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말이지요."
"알겠습니다."
준호가 말을 마치자 손과장은 옆의 그림으로 걸어갔다.
앞을 주시하면서 곁눈질하여 보니 키는 175정도 되었고, 떡 벌어진 어깨는 군살이 하나도 없는 듯했다.



222



청와대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경제기획원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오?"
대통령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각하, 지금 미국경제는 침체되고 있으며, 통계에 의하면 미국경제는 향후 3년은 회복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것이 예상됩니다.
우리의 주력수출인 반도체가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자동차, 철강의 하락세와 수출감소 추세이며 화학은 과잉설비 투자로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이웃 일본도 금융구조조정 실패로 6년 째 불경기 늪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헤어날 기미가 조금도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으로부터 빌린 외채 상환 날짜도 얼마 남지 않고 있으며 다시 연기를 신청해야 합니다. 아시아 개발은행으로부터 빌린 돈도 수 개월 내에 지불해야하고 지금 지불유예를 신청하여야 합니다.
이 돈을 다 갚고 나면 우리의 외화 잔고는 백억달러도 안될 것입니다. 해외여행은 계속 늘어나 관광수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무언가 말을 할려고 입술을 움직였지만 다시 입을 굳게 다물고 듣고 있었다.
"한국은행의 박총재와 의견을 조율해봤소?"

"예, 하지만 박총재는 저와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낙관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만, 경제를 정확히 예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신만이 결과를 알수가 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외채를 다 갚고 나면 외화위기가 찾아오게 되면 어떻해야 합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IMF로부터 차관을 빌려올 수 밖에 없습니다. "
"얼마를 말입니까?"

"상황은 그 때 가봐야 하겠지만 약 어림잡아 수백억달러를 차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수백억불이라?"
"IMF로부터 차관을 들여오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대통령은 걱정이 되어 빨리 물었다.
"IMF 관리 아래 모든 경제정책이 이루어지고 모든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럼 중소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게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각하. 낙엽이 떨어지듯 도산업체가 끓임없이 줄을 이을 것입니다."
"큰일이군."
대통령은 걱정이 앞선다는 듯이 말했다.
"만약 박총재 말대로 된다면 더없이 좋지만, 만약을 대비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알았소, 김장관의 말대로 우리는 대비를 해야하는 것이오. 그리고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를 우습게 아는 인간들에게는 어떠한 벌이 뒤따르는지 모든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거요."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을 짓고 김장관에게 말했다.



223



" 무슨 말씀이신지."
김장관은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듯이 공손하게 묻는다.
"아니오, 나중에 알게 될꺼요."
"알겠습니다. 각하,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김장관이 나간 후에도 집무실에서 한 동안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두 팔을 괴고 생각에 잠겨있는 대통령.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다보며 벽에 걸린 태극기를 보고 있다.
집무실을 나선 대통령은 어둠을 밝히는 조명을 받으면서 소나무로 향하여 갔다.

언제부터인가 어떤 중요한 문제에 부딪히면 늘 소나무를 만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기곤 했는데. 그것은 아마 워더맨 프로젝트가 파생되고 나서부터 일 것이었다.
광화문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이 간간이 조용한 정적을 흔들고 있었고, 학처럼 구부러진 소나무는 거북이 등같은 옷을 입고 어둠속에서 담을 넘어 들어오는 소음들을 받고 있다.


하늘에는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별을 찾는 소년처럼.
이튿날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불러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박실장, 화성그룹의 명예회장에게 가서 워더맨 프로젝트를 어떻게 할 것인지 확답을 받아오시오."
"예? 각하, 그건 이미 각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알고있소. 한 번더 기회를 주려는 것이오. 그들도 이나라 국민이고, 나 또한 국민들이 국가를 잘 관리를 해 달라고 뽑아준 이상,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오. 그래야 마음이 개운하단 말이오? 알겠소? 내 말뜻을 잘 전하시오."

대통령은 굳센 의지를 나타내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보면서 무언가 심상찮은 느낌을 받았다.
'무슨일일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집무실을 나섰다.

화성그룹 장회장은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생각에 잠겨있다.
여지껏 수년간 말이 없다가 왜 갑자기 아버지에게 대통령의 말을 전할게 있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강 대통령 성격으로 아버지와 쉽게 타협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았다.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명예회장도 이야기를 듣고는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저녁에 들어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끓었다.
장회장은 동생인 부회장과 함께 저녁에 아버지를 뵈오려 한남동을 가니 장 명예회장은 응접실에 앉아 있다가 반가히 아들들을 맞이하고 있다.



224




선거 휴우증으로 장 명예회장은 그전보다 훨씬 늙어 있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장회장은 마음이 안타까웠다.
"어서 오너라."
아들이 쇼파에 앉자 성격이 괄괄한 명예회장이 말했다.
"그래 비서실장이 뭐라고 하면서 나를 만나겠다고 하드냐?"
"용건은 말하지 않고 대통령이 아버님께 전하라는 전갈이 있어서 그런다고 하는데 아마 프로젝트 분배에 대해서 재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명예회장은 말했다.

"그럴테지, 자신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떻하든 매듭을 지어야 하겠지. 그래 뭐라고 대답했냐?"
"여쭈어보고 답을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만나서 어떤 의도가 있는지 들어보시죠."
"둘째아들인 부회장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권했다.
"그래, 네말이 맞다. 일단 만나서 무슨 말인지 들어보기나 하자. 임기가 거의 끝나는 마당에 우리 화성그룹을 어쩌겠냐?"

명예회장은 승리자의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즐거운 듯이 말했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 가지고 우리는 현 정권과 화해를 했으며, 그 동안에 자금압박이 풀렸 습니다. 지금 우리가 대통령의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다시 자금을 죄어온다고 해도 일년만 버티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니 새 정권하고는 아버님과 조금도 감정이 없습니다.
새정권의 참모진과 국회의원들 그리고 추종자들을 지금부터 접촉하여 우리 사람으로 만들 면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장회장이 자신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내생각도 그렇다. 그럼 날짜를 정하여라."
기분이 매우 좋은 듯 명예회장은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장회장은 그런 아버지 모습을 실로 오랜만에 보는 듯하여 그 역시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덧 아버지 얼굴에는 검은 반점이 생기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파왔다.
선거만 아니었어도 아직까지 건강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명예회장은 술을 가져오라고 하고는 아들들에게 따라주고 자신도 맥주를 들이켰다. " 자, 화성그룹의 무한한 영광과 발전을 위하여 건배 !"
세 사람은 술잔을 부딪히고는 입으로 가져갔다.

"다음에는 우리 에이스 맥주로 건배를 하자, 아마 내년 초에는 생산이 될테니까."
명예회장은 맥주를 마시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예, 지금 거의 90%가 됐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시음을 할 수가 있을겁니다.
제가 지난번 싱가폴 출장을 갔을 때 필리핀에 가서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어둠속에 묻혀있는 한남동에 장명예회장 집만이 유독 환하게 불이 켜져있다.
그는 이곳 한남동으로 이사오기를 잘했다고 늘 생각했다.



225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이같은 거대한 물이 맥주가 되어 열강 선진국인들이 마실 것을 확신하면서...
이제 조금만 있으면 정권이 바뀔것이며, 그 때는 10%만 주고 아니 적당히 돈을 주고 해결을 하면 될
것이었다.
아들이 돌아가고 배웅을 나온 명예회장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실로 오랜만에 별들이 반짝이며 흐르는 한강을 비추는 듯했다. 강을 거슬러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자신이 어렸을 때 시절을 떠올리며 세월은 참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화성그룹 회장실을 방문하기 위해 사무실을 출근하고는 보고를 받은 뒤에 바로
광화문으로 향했다.
현관에 도착하니 장회장이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두사람은 중역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장실로
들어섰다.
장회장 따라 회장실을 들어서니 명예회장이 의자에 앉아있다가 반가이 맞는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셨습니까? 명예회장님. 건강하시죠."
비서실장은 자리에 앉으며서 명예회장의 얼국에 반점이 생긴 것을 보면서 말했다. "나야 뭐 늘 그렇지요."

비서가 차를 가져오자 명예회장은 권하면서 용건을 물었다.
"그래. 실장님께서 오신 것은 어떤 일이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대통령께서 2년 전에 필리핀에 맥주공장을 준공할 때, 말씀한 것을 어떻게 하실건지 여쭈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비서실장은 말하고 궁금해서 명예회장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명예회장은 몸을 흩뜨리지 않고 턱을 아래로 당기면서 테이블을 주시하고 있다. 일순간 정막이 감돌았다. 잠시후 명예회장이 말을 꺼냈다.

"물론 대통령이 말한 것을 아직 잘 알고 있소. 아직 맥주공장도 준공이 안됐고, 에이스도 이제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하는데. 조금 더 있어봐서 맥주공장이 완공되고 과연 얼마나 팔리는지 그것을 보고나서 결정을 하려는 것이니 대통령께 잘 말씀드려 주시오."
명예회장은 노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특유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일년만 있으면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 대통령께서는 임기내에 이일을 매듭 을 짓고자 하십니다. 명예회장님과도 약속하셨 듯이 필리핀에 맥주공장을 허락하셨으니 벌써 회장님께서는 어떤 말씀이 있었어야 한다고 저도 또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소만, 워낙 중요한 일이돼나서요. 지금 중동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려고 건설공사를 시공하고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마진이 얼마남지 않아요.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외국에서는 이제 시공사가 투자를 하여 운영을 해서 회수해 가길 바라고 있고
우리에게는 그만한 자금이 없습니다.


226



그렇다고 정부에서 돈이 넉넉하여 이웃 일본처럼 보증을 서지도 않는 실정이니 말이지요.
또한 반도체와 자동차, 그리고 제철공장 설립이 필요하고 보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정부에서도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시설을 하려면 민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화성이 그 모든 것을 다 맡아서 할 수 있습니다.

통일을 대비해서 신의주까지 고속전철을 우리 화성이 국가를 위해 시공할 수 있습니다.
50년동안 우리 화성그룹이 국가경제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누구보다도 더 대통령이 잘 알고 있습니다. 왜 우리를 밀어주지 않고 탄압을 하려는 건지 난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한 때 정치에 입문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한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 이겁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돈을 갖다 바쳐야 하고, 시원찮으면 보복을 하여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지도 못하게 하여 자금을 조이는 그런 일이 반복되니 내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동기가 아니냐 이겁니다.
이제는 대통령도 나에 대한 감정이 풀릴 때도 되는데 이처럼 강요를 하면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명예회장은 화가나서 언성이 커지고 있다.

"아버지 고정하십시오."
장회장이 옆에서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가서 대통령께 말씀하신 취지를 잘 전하겠습니다."
"고맙소, 우리가 나라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데 사사로운 묵은 감정을 가지고 다퉈서야 되겠습니까? 대통령께 나의 뜻을 잘 전해주기 바래요."
말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비서실장은 악수를 하고는 청와대로 향했다.
차에서 스쳐가는 자동차를 바라보면서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명제를 떠올리면서 명예회장의 의중을 대통령은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자못 궁금해졌다.
아마 자신을 보냈을 때는 대통령도 어떤 특단의 대책이 있을 것이 분명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이 나라가 어쩌면 커다란 시련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왜 명예회장은 대통령의 뜻을 따르지 않는가. 그 서류가 없었다면 꿈을 가질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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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박실장은 대통령에게 화성그룹 명예회장의 말을 전했다.
대통령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물론 장 명예회장이 쉽게 자신의 명령대로 따르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며 단지 대통령이 된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여 다시 한 번 생각을 돌리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국가의 통치자이요, 국부가 아닌가?
"수고했소."
단지 그말 뿐이었다.
비서실장은 그러한 대통령의 표정을 보고 도무지 그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박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통령 집무실을 나섰다.

대통령은 벽에 걸린 태극기를 보면서 다음 수순을 생각했다.
경호실장을 호출하여 사색을 할거니 차를 대기하라고 명령하고서는 쇼파에 앉아 몸을 깊숙이
묻었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기에 처연한 마음이 들었다. 왜 우리 백의민족은 마음을 합심해서 부국을 위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미래를 건설하지 않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었다.

보나마나 그룹의 노조를 동원하고, 재벌들에게 동조할 것을 외칠것이며, 국민을 선동할
것은 예상했기에 여지껏 보고만 있었던 것인데, 이제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기초를 다져야
할 어떤 궁극적인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국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대통령은 경호실장이 들어와서야 사색에서 깨어났다.
"각하, 가시지요."
경호실장은 문을 열고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가세."
계단 앞에는 벤츠 600이 시동을 켜놓고 문을 열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뒷좌석에 몸을 던지듯이 시트에 앉았다. 경호실장은 앞에 대기하여 놓은 그랜저로 가서 타고는 차를 움직였다.
차가 청와대 정문을 지나자 경비하던 경찰은 거수경례를 하는 것을 보며 광화문 거리로 들어섰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교통은 차단하지 않고 경호 오토바이도 동원하지 않아서 아무도 차 안에 대통령이 타고 있는지 모를 것이었다.

한낮의 광화문은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사무실로 향하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었다.
차는 바퀴가 움직이는 것이 보일 정도로 가고 있다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멈추었다.
대통령은 차장 밖으로 보이는 이순신 장군이 갑옷을 입고 긴 칼을 세우고 위엄을 세우며 오고 가는 차량을 주시하듯이 서있는 장군 동상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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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역사의 사실을 떠올렸다. 아무리 경제에 큰 기여를 했어도 장사꾼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이윤추구를 하는 사람에게 통치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납득시킨다는 것은 무리라고.
사업가는 사업가일 뿐이지 정치가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 가슴에 새겼다.
차들이 서서히 움직이고 이순신 장군 동상을 지나치자 대통령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자 임진왜란이 떠올랐다.
우매한 임금과 무지한 신하가 빚어낸 비극,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 잠겨 있는 아이들.

수많은 인명들이 피를 흘리며 고통 속에서 삶을 마쳐야 하는지, 그것은 전적으로 통치자의 무능 때문에 빚어진 비극인 것이기에 대통령은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완성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 하고 늘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벤츠 승용차는 차량들속에 흡수되어 용산을 지나 강변대로로 진입하고 있었다.
약 일백미터쯤 앞서 경호실장이 탄 그랜저가 보였다. 아마 그 앞에는 경호원들이 탄 차가 가고 있었을 것이고, 뒤로는 경호차장과 경호원들이 따라오고 있으리라.

푸른 하늘에 헬기가 지나가고 있었으며 경호실장은 헬기를 발견하고는 무전기에다 말했다.
"여기는 봉황, 독수리는 들리는가?"
몇 초 지나지 않아 잡음하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독수리, 말하라, 오버."
"우리는 행주산성을 향하여 간다. 바이러스가 있나 살펴봐 주기 바란다. 오바."
"알았다. 오버"

대통령은 차장 밖으로 시선을 두고는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다.
이 한강은 우리 민족의 애환과 더불어 그 무수한 세월을 함께 보내왔으며, 역사의 사실들을 말없이 기록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하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흘러가는 강물을 밀어 올리듯이 지나가자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고,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은 물고기 비늘을 반사시키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강물의 표면은 마치 강속에 있던 수만마리 물고기들이 모두 수면위로 올라와 있는 것 같아 대통령은 창문을 내리고 차안으로 바람이 불어오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심호흡을 하였다.
"속도를 줄이게나."
"알겠습니다. 각하"

차가 속도를 뚝 떨어뜨리자, 스쳐가는 차 밖 광경이 선명하게 보였다.
역사를 생각하면 참 우리나라는 기구하리 만큼 굴절된 한많은 슬픔을 안고서 지금까지 간직하여 왔다는 사실들이 새삼 떠올랐다.
임진왜란 이후에 일제36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오점을 남기는 상처, 해방을 맞자마자 또 다시 6,25전쟁으로 모든 국토가 페허가 되었고, 오늘까지 얼마나 배를 굶주리며 살아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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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행주대교가 보이자 차는 곧 행주산성으로 접어들기 위해 우회전 하였다.
권율장군 동상 앞에서 경호실장이 테이블을 놓고 향을 준비하여 놓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하얀 천으로 덮여져 있었고, 경호원들이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
아마 근처에는 경찰들이 눈을 번뜩이며 오가는 사람들을 행주산성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을 터였다.

대통령은 흰 장갑을 끼고 향을 사르고 묵념을 하면서 치마로 돌멩이들을 날라
성벽을 기어오르는 왜병을 향하여 악전고투 하던 전투상황을 그리면서 그 분들의 넋을 위로했다.
모두가 힘없는 국가의 아픔이요, 설움이기에 약소국가를 이끌어야 하는 자신의
무능력을 한없이 하늘을 보며 원망하였던 것이며, 하나님에게 삼국지의 제갈공명 같은 능력을 그리고 병법의 대가인 손무선생과도 같은 능력을 달라고 단식을 하면서 간절히 간구를 하였던 것이었다.

통치자의 한 순간 잘못된 판단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슬픔을 안겨주는지 역사를 통하여, 가슴속 깊이 사무치게 깨달았기에.
그리고 지금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고통속에 긴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져왔다.


IMF로부터 통치를 받아야 하는 이 처연함. 그것은 국민이 받아들이는 것과 국가의 통치자가 받아들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불을 몇 년 연기하고 다음 정권을 설득하여 워더맨과 50%를 양분 할 것을 보장받고 펭귄총재와 밀약을 맺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국가의 통치자가 일개 장사꾼인 재벌회장에게끌려 다닌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 도 했다.

많은 국민이 고통속에 시달리고 수많은 국민들이 파산을 당하며 구조조정으로 인한 명예퇴직으로 괴로워하더라도 절대로 대통령인 자신이 굴복을 할 수가 없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또한 다음 정권과 밀약을 맺었더라도 그 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가 없기에 지금 응징의 시작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권을 인수한 후에는 자신은 이빨빠진 호랑이와 다를바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우리는 또 다시 한 번 민족적인 치욕을 당하는 것이며,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무능함을 세계에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기에, 대통령은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화성그룹 장명예회장이 합심한다면, 우리는 분명 외화부족을 넘길 수 있는 것인데, 그는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길을 가고야 말았다.

 

앞으로 에이스 프로젝트가 꿰도에 오를려면 3년은 기다려야 하며, 서로 힘을 합쳐 허리띠를 꼭 졸라매어야 경제대국으로 올라갈 수가 있건만 그는 과욕에 사로잡혀 분열의 길로 가고야 말았으니, 대통령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앞으로 벌어질 파노라마를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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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러 임진왜란이 일어난지 수 백년이 지났지만 경제대란 이라는, 것은 국가가 위태로운 면에서 볼 때, 전쟁의 고통과 슬픔에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국가를 관리하고 있을 때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며 권율장군 동상 앞에서 향을 사르는 대통령의 마음은 한없이 죄스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피어오르는 향도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흐느끼는 국민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흔들리며 피어오르는 듯했다.

향 냄새를 깊이 들이마신 대통령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역사 속의 정점인 그시간이나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도 변함없이 무심하게 아름다운 석양을 만들었다.

해는 떨어지면서 햇빛을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잿빛 하늘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대자연의 광경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마음은 마치 국가의 앞날이 기우는 듯하여 한 숨을 내쉬고는, 불어오는 강바람을 받으면서 승용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어놓고 대기하고 있던 경호실장은 대통령이 시트에 몸을 실자, 차 문을 닫고는 자신의 차로 가서 서둘러 출발했다.
강력하면서 부드러운 벤츠 엔진은 가파른 도로를 오르면서 미세한 소음을 뒷자석으로 전해오자 대통령은 문득 기술을 떠올렸다.

기술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언제 이러한 기술을 쌓아올릴 수가 있는지 생각하면 암담할 뿐 이었다.
그러자 워더맨이 떠올랐다. 그는 알고 있을 터였다.
아니 알고 있으니까 기술도 자본도 아무것도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사무친 한이 있기에 이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또한 과학과 기술이라는 것은 단시일에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그는 상류층의 교육도 받지 못하였고, 부유한 생활을 한 적이 없었으며,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지도 못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러한 프로젝트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이것만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자본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러한 것은 분명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분명 이 나라를 지켜온 수 많은 순국선열들의 혼이 빚어낸 것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준호라는 평범한 사람을 선택하여...

정말 애국가의 한 구절처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만세인 것이기에 이제는 한 개인의 권리를 넘어 거시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다루어서, 무슨일이 있어도 국가로 환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마치 예수님이 베드로를 교회의 초석이 되라고 선택한 것처럼... 워더맨을 초석으로 만들어 자원도, 자본도 없고, 선진국과 경쟁할 기술도 없는 이 나라를 대국으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국민이 자신을 뽑아주고, 국가의 통치를 맡긴 사명에 보답하는 길이라 여겼다.
이러한 문제를 늘 고심하면서 마음을 기울이던 것을 다시 다짐하면서 시선을 지는 빨갛게지는 노을을 바라모면서 강바람을 힘껏 들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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